수업 시간에 칸 광고제 수상작들을 본 지 일 주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광고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생각나는 것은 유머스러움, 기발한 창의성과 독창성을 가진 광고들이다. 유머의 기본은 기대치 않은 상황에서 온다. 정상적인 기대로부터 벗어난 불일치 혹은 부조화에서 온다는 것이다.
펩시 콜라 베컴 편>
멘체스터 팀 소속의 베컴이 경기장에서 퇴장을 하게되자 경기장 통로에서 이를 지켜보던 소년은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베컴은 소년과 마주치자 소년이 들고 있던 펩시콜라를 한 모금 청하고 소년에게 돌려준다. 이 때 소년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달라고 베컴에게 부탁한다. 베컴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상의를 벗어준다. 소년이 너무 감격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소년은 예상을 뒤엎고 그 T셔츠로 베컴이 입을 대었던 곳을 닦고 셔츠를 다시 돌려준다. 베컴이 아무리 잘났어도 펩시만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 뻔한 전개가 되기 쉬운 스토리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 상상력이 독보였다.
비염 치료제>
늦은 밤 으슥한 공원 벤치에 젊은 남녀가 서로 쳐다 보다가 마침내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한 참이 지난 후 남자는 뻣뻣한 몸으로 쓰러져 죽는다는 내용이네 이유는 비염으로 인한 코박힘이다.
칸 광고제 수상작들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왜 저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저 광고가 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우리가 광고가 전파가 되는 그 지역의 역사와 사회 정서에 대한 배경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폭스 스포츠 NBA편>
장난기 넘치는 두 명의 백인 소년들이 나와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NBA에서 유명 흑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다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이 광고는 농구에서만큼은 백인들이 흑인 선수들의 기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열등감을 아주 유괘하게 해소 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가진 백인들은 이 광고에 대한 높은 공감과 선호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스텔라맥주 돌아온 영웅편>
전쟁에서 부상당한 아들이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BAR로 들어온 아들과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친구와 이를 축하하러 몰려든 마을 사람들. 아버지는 친구에게 고마워하면 친구와 아들에게 와인을 따라준다. 아들이 하는 말. ‘스텔라 맥주를 주면 안돼?’. 아버지는 마지 못해 맥주 한 잔을 부어준다. 이에 친구도 맥주를 청하지만 아버지는 술이 나오는 호스를 발로 막은채 능청스럽게 다 떨어졌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건배를 외칠 때 맥주를 얻지 못한 친구의 표정은 씁쓸한 실망과 스텔라 맥주를 마시고 싶은 간절함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프랑스 특유의 유머와 실제 농부들의 의상, 실감나는 배우들의 연기, 적절한 테마음악으로 높은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칸 광고제에서 상 받는 광고들의 특징은 마케팅상황의 적절성과 뛰어난 카피, 크리에이티브의 독창성, 아이디어의 파격성을 기본으로 든다고 한다. 이런 광고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방법은 광고가 제작된 사회와 문화를 읽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다. 다시말해 광고의 숨겨진 의미를 벗겨내는 것이 이시대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