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1. 일요일
25일 이후 기온은 영하 5~7도 사이에 머물다가 오늘은 영상 2도가 되었고 비가 오전까지 내렸다. 29일 저녁때 아들부부와 손자손녀가 내려왔다. 함께 저녁을 하고 저녁 후에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올해 공부를 끝낸 며느리의 논문 내용을 요약해서 들고 그동안 수고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생활하면서 며느리가 부족하다고 느낌 점을 지적하고 고칠 것을 당부했다. 아들부부에게 창세기 2장의 생령인 사람의 지식에 대해서 그리고 누가복음 18장에 등장하는 부자관원에 대해서 신앙적 교훈을 말해주었다. 아들 부부는 옆방에서 1박하고 학교를 둘러보고 토요일 오후에 떠났다.
오늘 주일 예배는 예배당에서 드리지 않고 방에서 가정예배 형식으로 드렸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손녀를 상대로 성경에 대하여 묻고 해설을 해주었다. 손녀가 질문에 아주 잘 대답을 하였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하였는데도 잘 견디어 주었다. 찬송을 하고 내가 축도함으로 예배를 마쳤다. 예배 후에는 아이들과 잔디밭에 흙을 더하는 작업을 했다. 나는 아직 몸이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확인도 할 겸, 가볍게 삽질도 하고 굴삭기로 흙을 나르기도 하였다. 아내와 함께 이식한 나무 밑에 나의 유골을 묻을 곳을 만들고 시멘트 판으로 앉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아내가 수목장처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 장소를 선택했다.
밤이 되니 이제 5학년이 되는 손자가 코가 막히고 머리가 아프다고 찔찔 울고 있었다. 지금껏 손자가 안동학교에 와서 이런 일이 없었고 즐겁게 생활했는데, 더구나 모래부터는 여행을 할 계획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몸이 조금 아프기도 하겠지만 내가 내일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하니, 공부하기 싫어서 감정적으로 더 한 것 같다. 그래서 만일 내일도 아프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마침 기차표를 확인하니 아직까지는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어릴 때는 단순히 안동 학교에서 지내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 조금 크니까 여기가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또 나와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한 것 같다. 손자는 더 어릴 때 공부하는 것 때문에 나에게 여기서 아주 혼이 난 경험이 있다. 그런 기억도 몸이 아프게 했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 산골 외진 곳에서 아프면 집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고 했더니, 여행을 하고 싶은 욕심에 참아보겠다고 했다. 손자가 나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였다. 손자가 많이 강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어렸을 때와 손자를 비교해보면 손자는 덩치는 크지만 마음이 유약하다. 아들은 덩치는 작았지만 아주 당찼었다.
한 해가 또 지나간다. 올 한 해 생활을 돌아보면, 전에 느끼지 못한 마음의 평안함과 고요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내년에도 더 많은 마음의 평안함과 고요함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