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기적의 순간!!
제주 낚시는 20여 년 전 부터 봄가을로 내가 연래적으로 해오던 일이다.
봄은 주로 4월에 간다. 3월은 아직 물이 차고, 5월이 되면 대부분의 고기가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에는 부근 내과 원장의 재촉으로 5월 중순에 갔다가 수심 80미터 부근에서 전동릴로 큰 참돔 한 수를 낚았는데, 배에 알이 가득한 것을 보고는 다시는 5월 낚시를 하지 않기로 하였고, 그 길로 전동 장비도 선장에게 다주고 말았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알배기를 잡는 건 죄스러웠다.
9월 까지는 밴자리나 참치등 여름고기가 잡히고, 10월의 제주 날씨는 거의 매일 바람이 불어서 물 때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11월이 되어야 낚시가 가능하다.
올해는 모처럼 11월 초에 갔으니 5,6,7일이 그날이었다. 코로나 땜에 못가고 바람 불어 못가고, 물때가 맞지 않아서 못가고, 그럭저럭 3년 반 만에 가는 낚시였다. 5일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맛난 것도 먹고, 제주 하몽 만드는 곳도 가고, 술 한 잔 하고 쉬는 것으로 보내고, 일요일인 6일 점심시간이 지나서 낚시를 갔다.
제주의 물때와 포인트는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배가 나가는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하지만,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은 낚싯배들 사이에서도 비밀이다. 외지인은 알 수가 없다.
낚시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그걸 다 소개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아무튼 나는 흘림낚시가 제일 좋다.
즉 80cm정도의 찌를 절반 정도 물에 잠기게하여 흘려서 띄워보내는 방법이다. 바늘은 상중하 세 개, 또는 두 개를 달고 300미터 정도 감긴 릴을 해류에 흘려보내다 보면, 상층에 40cm정도의 빨간색 (하부 물에 잠기는 부분은 파란색) 부분이 삽시간에 물속으로 쳐박히는 모습을 보고 릴을 감는 낚시법이다. 100미터 이상이 되면 찌가 잘 보이지 않게 되므로, 이때는 감긴 릴을 주목하고 있다가, 촤르르륵 소리가 나면서 줄이 빨리 풀리면 스폴을 잠그고 대를 세우고 릴을 감으면 된다. 운이 좋으면 찌가 배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찌가 처박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 어종은 참돔이지만, 뱅에돔이나 감성돔 취치등도 가끔 잡힌다. 한번은 다금바리도 낚은 적이있다.
이즈음 방해꾼으로는 부시리를 들 수가 있는데, 동해안에서는 개방어가 부른다. 미터급 부시리가 걸리면 제어하기 어려운 힘과 덩치 때문에 장비가 터기고 낚싯대가 부러지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부시리가 배 밑으로 들어가면 낚아내는데 엄청 고생을 한다. 힘으로는 으뜸이나, 방어와는 그 맛이 좀 다르다. 그래도 어떤 넘들은 좋아서 소리를 내지르기도 한다.
힘이 좋기로는 다랑어(참치류)를 들 수가 있는데, 여름철에 많이 잡힌다. 온몸이 근육질로 똥똥한 가쓰오부시로 쓰는 다랑어는 힘과 빠르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뱃전에 올라오는 순간 1초에도 몇 번씩 타다다닥하며 이리 저리 튀면서 피를 흘리고 금방 죽어버리고 마는, 대단히 성실이 급한 놈이다. 배에 냉동 냉장 장비가 없으니, 아깝지만 버리고 만다. 얼음에 채워 갖고 오면 뱃살이 맛있다.
이런 다랑어는, 일본에서는 냉동 건조를 시켜서 두드릴 때 쇳소리가날 정도가 되면, 이를 대패로 밀어서 얇은 대패밥 처럼 만들어 우동이나 미소시로(일본 된장국)에 국물을 내는데 쓰거나, 다꼬야끼에 밑깔이로 쓴다. 품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흔히 마구로라고 부르는 참치와는 다른 족속이다. 길이는 40~50cm내외.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흘렀지만, 제주 흘림낚시는, 우선 적당한 곳을 어탐으로 찾아서 앵카(닻, anchor)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선 미끼로 크릴 한 장을 녹여서 뱃전에 비치하고, 냉동 크릴 4~5장을 양파망 보다 더 성긴(구멍이 더 큰)망에 넣어서 뱃전에 달아서 물속으로 넣어준다. 이 망 밑에도 추를 달아준다.
이때 망을 드리우는 줄의 길이는 유속에 따라서 달리한다. 유속이 빠르면 밑밥이 멀리 갈 수 있도록 줄을 길게 한다.
이 크릴은 몇 마리씩 녹아서 구멍을 통해서 흘러나와서 물살과 힘께 낱마리로 물속으로 떠 가면서 물고기를 유인하는 미끼가 된다.
실제로 참돔 뱃속을 갈라보면 수 많은 크릴을 삼킨 것은 볼 수 있다. 그렇게 삼킨 크릴 중 하나에 낚시 바늘이 있었고 그 바늘이 그 고기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낚시는 5호대, 줄은 10호줄, 바늘은 참돔14호, 릴은 다이와6500! 가히 상어가 아니라면 터질 수 없는 채비다. 장소는 차귀도가 바로 보이는 제주 서쪽의 한림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항구신창(新昌)에서 20분 정도.
첫날 오후 낚시는 80센티가 넘는 대물 한 마리와 70센티급 대물 한 마리, 그리고 잡어 몇 마리로 마쳤다. 고기는 물칸에 보관하고.
대물 잡느라 20분 이상 씨름하고 나니 양팔이 후들거렸다.
다음 날인 7일은 입동(立冬)
조황은 좋지 못했다. 선장이 내 말을 듣지 않고 고집하는 바람에 햇살을 마주하고 허송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림 최고의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 두 줄로 안주하여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주변 감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비양도를 돌고 해수 발전소도 돌아보고 오후에야 낚시를 했으나, 상사리급 참돔 몇 수와 잡어로 좀 지루한 낚시를 하고 다섯 시가 가까워서 철수를 했다.
닻을 올리고 장비를 거두고 신창항을 향해서 배를 달리던 중, 나는 칠십 평생에 처음 보는 신비한 장면을 목격했다!
시간은 정확이 2022년 11월 7일 오후 5시 10분.
배가 신창항으로 진행하던 방향으로 내 왼쪽에는 소반만한 빠알간 해가 지고 있었고, 내 오른 쪽에는 꼭 그만한 크기에 그 높이 수평선 위로 흰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해와 달은 정확히 같은 높이, 그 중간에 내가 있었다!
양쪽 어깨 수평선에 해와 달을 동시에 거느리고 그 중간에 내가 있었다.
배를 세우게 하고 잠시 그 경관을 바라보았다.
솜씨도 없거니와 해와 달이 양편으로 나뉘어있어서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그저 전율이 이는 감동만을 느꼈을 따름이다.
불과 십여분 후 항구에 이르렀을 때에는 해는 이미 붉은 기운 만 남긴 채 수평선 밑으로 빠지고, 달은 점점 노란 빛을 더해가면서 몇 발은 더 높이 떠가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본 그 장면은 다시는 볼 수가 없는 장면, 육지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양쪽으로 수평선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장면, 그 시간 그 자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감동과 함께 낚은 고기 한 박스와 짐보따리를 들고 와서 저녁 7시에 예배(禮盃)를 보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달을 보았다.
내가 본 그 햇빛이 달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시작된 개기월식은 아홉시경 까지 지속되었다. 지인들에게 전화하여 월식을 알렸다.
마치 내가 제주에서 갖고 온 선물인양.
해가 있고 달이 있고 그 가운데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해가 있고 달이 있고 그 가운데에 내가 사는 지구가 있어서 장엄한 월식이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제주 신창항에서 옮겨온 것처럼
壬寅 冬至 後
豊 江
p;s 월식이 있던 날 대물 한 마리는 20여 명이
회, 찜, 탕으로 원 없이 먹었다.
첫댓글 기적의 신비한 장면을 함께 했다니 징조가 좋습니다.
바다 낚시의 여유로움!
푸짐한 음식으로 지인들과 포식을 하셨으니
이것이 소확행이 아닐까요..
누르면 크게 보입니다. 자랑하는 낚시는 싫은데 믿지 못할까봐 올립니다.
안동쇠주에 저 생 괴기 한 점 캬 ~
쥑이겠다.
제주에서 속에 다 넣고 오신겨 ..풍강 어른신...
평생에 처음 대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셨구먼! 축하하네~~
저 큰놈은 참돔인가?
낚아올리려면 어깨가 빠지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