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주말 (첫째날)

[♣냉이꽃]

7월 23일(금) - 7월 25일 (주일)까지 성남동 대철 회관에서
대전 교구 M.E 주말 교육이 있었다.
가정분과를 맡게 되고 첫 행사로 본당 피정을 갖게 되었을 때
M.E 관계자들이 와서 피정을 하게 되었는데 가정분과장이 M.E에 다녀왔냐고 묻기에
안다녀 왔다 했더니 필히 다녀와야 한다며 신청해 주겠노라 했었다.
얼떨결에 그러마 했는데...그날이 다가 온 것이다.

2박 3일~
남편과 단둘이 어딜 가보기는 신혼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불안 반...기대 반...그런 맘으로 짐을 챙겼다.
그래도 그런데 뭘 가느냐고 할 줄 알았던 남편이
선뜻 응해준것이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일을 할려면 꼭 방해 받는 일이 생긴다 했던가..?
가기 전날인 22일 밤에 남편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어 ? 누나 웬일이야..?"

사촌 시누이였다.

"응~7월 25일? 우리 2박 3일로 어디 가는데..?
아아~그게..3개월 전부터 계획된 거라서...
누나 성당 다니잖어...뭐냐면..M.E라나 뭐라나..그거 가기로 했어..
안되면 일요일날 아침에 나오지 뭐...알았어요~!"

전화 통화를 끝낸 남편에게 물었다.

"일요일에 나온다고...? 어딜? 누군데...?"
"민숙이 누난데..고모 팔순잔치를 서울에서 한다구.."
"아아~ 근데...일요일에 나온다고..? 그런게 어딨어~!"
"그럼 어떻게 해...고모 팔순이라는데..."
"그래두 그렇지...평생에 한번 갖는 시간인데..."
"팔순은 평생에 한번 아닌가..? 팔순이 더 중요하지.."
"그건 그렇다해도..고모네는 신자니까 이해해주실거 아냐?"
"누나도 알긴 알던데..일요일 별거 없이 미사하고 나온다는데 머.."
"그래두...일요일날 M.E다녀온 부부들이랑 수녀님이 오실지도 모르는데..."
"오시는게 뭐 중요해..전화드려 그럼 오시지 말라고.."
"참나...말두안돼..모처럼 갖는 시간인데...우리 부부가 잘지내는게 더 중요하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금요일을 맞았다.
각자 꿍꿍이는 달랐다.
남편은 일요일 아침에 팔순 잔치에 갈 생각이었다면
나는 일단 들어 가면 그 상황에서 남편이 달라질지 모른단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금요일 저녁에 우린 집을 나섰다.

성남동 대철회관에 저녁 7시까지 가야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하고 보니
일찍 온 사람들이 마당에 삼삼오오 이야길 하고 있었다.
조금은 머쓱했지만 접수를 하고 준비해 간 간식(떡 한말)을 냈다.
우리는 302호실 열쇠를 받고 가방을 들고 가려는데
봉사자 형제님이 들어다 주겠단다.

"아이구~아니예요~괜찮아요~!"

남편과 나는 극구 사양했지만 그러지 말란다.
다 그러는거라고..ㅎㅎㅎ

"아..그런거예요? 미안시러라...!"ㅎㅎ^^*

남편과 나는 멋적게 뒤를 따라 302호실에 짐을 풀고
머쓱하게 웃었다.
늘 아이들과 함께던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늘 함께였는데
둘만 있는게 얼마 만인지...기억에도 없었고
단 둘이 있는게 그렇게 어색할 줄이야...ㅎㅎㅎ

저녁도 먹고 갔으니..할 일도 없고
머쓱하게 앉아있다가 남편은 잠시 눈을 붙이고
난 빨리 모이라는 종소리가 들리길 바랬다.

한참후에 징이 울렸다.
강의실에 모이란다.
나란히 맨 앞자리에 앉았다.
난 늘 뒤보다는 앞자리가 편했기에
대충 앉으려는 남편을 이끌고 맨 앞에 앉았다.

각자 인사하는 시간...
본당과 배우자의 좋은점,사랑스러운 점을 이야기 하란다.
윽~좋은점...?
ㅎㅎㅎ우리 모두는 갑작스런 주문에 웃기도 하고 술렁거리기도 했다.

으~~~~ 좋은점...이란다.
좋은 점이 뭐더라.....?
자랑스러운점.....?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떠오르는게 없었다.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받은 셈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하고 생각해보니...
한가지 생각이 났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줬다는것...!
월말이면 바빠지는 남편인지라 선뜻 응해줄줄은 몰랐는데
선뜻 응해준것이 고마운 점이었다.
휴,,,한가지라도 생각이 나서 다행이다 싶었다.ㅋㅋ
남편은 내가 늘 함께해 준 것이 고마운 점이란다.
후후...남편도 어려웠을게다.

그렇게 그 시간이 지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서로에 대해 사랑스러운 점을 쓴 노트를 가지고 대화를 하란다.
무한정 대화 시간이라나...?

무한정...?
우~ 괴로운 시간이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것인가..?
머쓱하여 흐르는 침묵시간이 길어지니 그것도 어색하고 죽을 맛이었다.
남편도 괴로운지 말을 꺼냈다.

"T.V가 없으니 심심하네?"
"ㅎㅎㅎ그치..? 그동안 텔레비젼이 얼마나 시간을 뺏었는지 알거 같네..'

그러고 나니 또 할 말이 없다.ㅋㅋ

"대화해~대화 하래잖어..ㅎㅎ"

우린 그렇게 서로 이야기 하곤 웃었다.

"대화..대화..대화...ㅎㅎㅎㅎ됬지?"

내가 장난스레 '대화'란 단어를 나열했지만 정말 기가 막혔다.
어쩜...이런 시간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다니...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침에 미사 참례 할 사람은 실내화 한쪽을 밖에 내놓고 자란다.

"하하~왜 한쪽만 내놓지..? ㅎㅎ"

남편은 미사에 안간다기에 내 실내화 한 쪽을 내놓고
꺼 놓았던 전화를 살짝 켜서 집에 전화를 하니
외할머니가 오셨단다.
가연이에게 잘 자란 말을 남기고 전화를 다시 써놓고 우리도 잠자리에 들었다.

[보라미]

냉이꽃님이 그동안 안보이길래 교육 들어간지는 눈치챘지만, M.E교육에 들어가신줄은 몰랐네요. 참 좋은 교육을 받으셨네요.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서로에 대한 점을 많이 발견하고 또 사랑하고..... 축복받으셨습니다. 교육에 있었던 이야기 좀 올려주세요.

[오아시스]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요. 큰 은총 받으셨습니다. 늘 그렇게 말씀 안에서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신안젤라]

소중한 교육을 받으셨네요. 축하드려요.

[주관국알베르또]

냉이꽃님 좋은 시간 가지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희 부부도 ME를 다녀 왔는데 주말 이후 지속적으로 ME공동체와 함께하는게 중요하다는것 잊지마세요

[방지거]

저도 266차 주말부부입니다. 오래전 일이네요...참부부의 모범이 되시기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냉이꽃]

고맙습니다..^^* 지속적으로 이어가는것이 중요하겠지요? 근데 벌써..약속이 흐려지고 있는것 같아서...ㅠ.ㅠ ㅎㅎㅎ*^_^* 함께 계신 수녀님께서 M.E동기라고 하시니 기분이 더 좋았어요.^^* 전 대전 102차 되겠습니다.ㅎㅎ

[하늘정원]

ㅎㅎㅎㅎㅎㅎ 드디어 냉이꽃님이 나타나셨군요.. 안 보이길래 궁금했었지요..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네요 . ME교육..받고 나오면 부부사이의 금슬이 엄청 좋아지던데요 (닭살).. 다음 이야기 목 빼고 기대하고 있음 오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