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험생시절 흔히 말하는 수포자였습니다.
초등학교때 가장 좋아하던 과목에서 중1때 이쁘장한 담임선생님께서 수학을 맡으셨었는데 너무 착하시고 무르신 편이라 수업시간에 띵까띵까 놀기만하더니 중학교 졸업즈음엔 수학이 항상 40~50점대를 찍더군요.
물론 중학교땐 사회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동반 붕괴되긴 했지만요.
천안이 비평준화지역인 덕분에 고등학교는 실업계로 진학을 했습니다. 1학년때도 공부에 대해선 변한 거 없이 그냥 친구들이 학업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 다수여서 성적은 중학교때보단 잘나왔습니다. 흔히 알려진대로 실업계 시험도 막장인 편이었죠. 실기과목같은 경우에 지필고사는 거의 문제를 찝어주다시피했고, 국영수 등 주요과목들도 대놓고는 아녀도 많이 찝어주는 편이었습니다.
저 또한 벼락치기습관을 버리지 않았고, 당시까지도 뭘해야겠단 생각도 별로 없었기에 성적은 과 70명중에 20등 정도를 유지했었죠. 건실한 인문계 고교에서 70명 중 20등이라면 나쁘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실업계에서 20등이라면 역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아이라고 봐야할 정도였죠.
그러다가 2학년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레 벼락치기를 벗어나서 시험 2주전부터 맹렬히 공부를 했습니다. 딱히 뭐가 동기가 됐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무작정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만사에는 이유가 있다는게 제 지론이지만 이렇게 공부를 하게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부한다고 해봤자 살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놈이라 무작정 쓰고 읽으며 외우는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실업계 버프를 받아 과에서 2등을 했습니다. 중학교에서 내신 200점만점 중에 160점을 받고 들어오고 1학년 내내 과에서 1등을 유지하던 친구도 꺽었죠. 그 이후로 2학년 내내 과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았고, 나름 수능공부를 시작한 3학년때도 내신은 국영수사를 빼면 (물리와 근현대사 선택제라서 과학은 안들었습니다.) 전부 벼락치기로 병행했음에도 과에서 5등 밑으로는 안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좋은 내신을 받은 반면, 객관적으로 제가 공부를 제대로 한게 아닌걸 알고 있었으므로, 수시로 안전빵이라고 생각되는 국립대 경영 및 정외과를 몇군데 넣어놨습니다. 성적은 국어 영어는 거진 다 1~3등급 권이었고 사회는 올 1등급이었죠. 그럼에도 수학은 2학년까지 5등급대-_-; 3학년때 수학 내신에도 신경을 써서 1등급도 맞아보긴 했지만 실업계의 시험수준을 생각해보자면 두세개 틀린다는 것도 정말 처참한 수준이라는 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3학년 3월 모의고사, 그러니깐 2008년도 3월 모의고사에서 외국어는 8등급-_- 수리는 9등급의 기염을 토해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외국어고 수리고 막장에 답이 안나오는 수준이었지만, 외국어만큼은 독해문제만 풀고 또 풀고 하다보니 수능때는 3등급이 나왔습니다. 수리도 내신공부할때 얻은 자그마한 지식들로 쉬운문제들은 다 맞은 덕분에 5등급을 맞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해두던 실업계특별전형을 발휘할만한 학교의 최저등급에는 못미치는 성적이었기에 정시는 접어두고 수시를 통해서 충북대학교 경영학부에 진학을 했죠. 경영도 공대엔 비할바가 못되지만 수학 좀 써야한다는데 지레 겁먹고 있었지만 1학년때는 전공과목을 고작 3과목 듣는 수준인데다 경영학원론, 경제학원론, 회계원리이다보니 산수만 알면 문제없는 수준이었죠.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고 1학기를 거쳐서 2학기가 됐습니다. 1학기때 경영통계 말아먹고 C+ 받았습니다-_-; 통계는 다른 인문계출신 친구들도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해를 합니다. 근데 2학기에 듣고있는 재무관리... 교수님이 그렇게 어렵게 설명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이론적인 거는 충분히 잘 따라가는데 조금만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면 턱턱 막혀버리더랍니다.
재무관리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포트폴리오 이론의 밑바탕이 되는 통계적 개념에서(교수님께서 과에서도 꽤 잘가르치기로 소문나신 분이라서 단순히 문제 몇개풀줄 아는게 아니라 기반을 다지고 가는데 주력하시는 모습이 딱 보입니다.) 분산식을 대입하고 풀어쓰고 하는데서 자꾸 막혀버리는겁니다. 머릿속에서 딱 느껴지는게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란걸 아는데-_-;; 그냥 단순한 이차방정식 수준에서 근의공식 써먹고? 그런 수준?인데도 막히는겁니다.
이런 것 뿐만 아니라 어떠한 문제에서 제시된 조건들을 식으로 풀어쓰고 그걸 풀어나갈때... 풀수는 있겠는데 그 조건을 식으로 계량화?한다거나 하는 데서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저번주에 시험쳤던 관리회계랑 계량경영분석에서 특히-_-; 계량경영분석같은 경우엔 상당히 다른 유형의 식이다보니 배운대로만 잘 따라가니까 다른 문제는 다 잘 풀었는데 선형계획모형 작성하는데서 제약조건을 만드는데 턱 막혀버린겁니다. 제일 첫시간에 배웠고 제일 쉬운 개념이었음에도 말이죠. 응용력에서 정말 좌절했습니다 ㅠㅠ 그 선형계획모형만 작성했으면 심플렉스법은 정말 자신있었는데 날려먹은거죠.
내년에는 투자론도 듣고 이런저런 심화전공과목들 많이 들을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굳이 경영에만 쓰이는 수학만 배우려는 것보단 수학에 재미붙이고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막막하네요. 대학생이란 놈이 수학실력은 진짜 초딩수준인거 같습니다. 아무튼 내일 재무관리 시험인데 문득 답답하기도하고 넋두리해봅니다.
첫댓글 요약 : 수학을 못합니다. 못할뿐만 아니라 안해왔습니다. 근데 늦었지만 해보고 싶습니다. 공대수준까진 안바래도 대1 교양수학 수준까진 끌어올려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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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감사합니다. 저도 경영 맛뵈기 수준이라 어디까지 해야할지 감이 안잡히네요. 학사수준에선 간단하게 미적분할줄 아는 정도까지가 적당할거같기도하구요. 정석을 한번 봐볼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남들 다 수험생때 보는 정석 군대 휴가나와서 샀단게 함정-_-;
미적분학이고, 글 읽는 게 편하면 제 자료를 보고 해 보세요.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시험마치고 꼭 한번 읽어볼게요ㅎㅎ
저도 정석 추천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대성이천수님께서 쓰신 수학교재가 있었군요. 아마 과학게시판 뒤져보면 나올 텐데...맞나? 다 본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훑어볼 때 잘 쓰신 내용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한두가지 힌트를 더 드리자면, 수학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그 개념과 관련된 문제를 여럿 풀면서 이해한 개념을 실제로 이용하는 데까지 해야 합니다. 이론서를 보면서 문제집을 같이 푸는게 좋습니다. 뭐, 대학교 교양수준 교재라면 문제도 상당히 풍부한 편이니 도움이 많이 되실 겁니다. 충북대 자연대/공대 1학년 수학교재도 문제가 제법 수준있고 양도 그럭저럭 괜찮으니 사서 해보세요.
대성이천수님이 쓴 글 검색하니 나오더라구요. 이해한 개념을 실제로 이용해야한다는 말씀 새겨들어야겠네요. 이번에 선형계획모형 틀려먹은게 간단한 응용이었는데도 못한걸 보면-_-; 충대 수학교재는 고교영역의 연장선상인가요? 아니면 많이 다른 편인가요?
고교수준의 연장선이긴 한데, 일부 기초개념은 고교때 이미 숙지하고 왔다는 전제하에 간단히 넘어가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정석 등으로 보충하셔야겠네요.
일단 부닥쳐봐야겠네요. 기본이 없으니; 거듭 조언 감사드립니다.
아, 이 까페의 글들은 오래 전의 것들입니다.
http://hanl.knu.ac.kr/mathstudy
로 가시면 가장 최근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고 꼭 읽어보겠습니다.
수학은
암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기해서 될 정도의 기본이 없어서요 ㅠㅠ 이차방정식도 간신히 푸는 수준입니다 대학생이란 놈이;
그게 일단 재무관리까진 어떻게 수1수준에서 커버가 되던데 다른 과목이 문제겠죠. 일단 쉽게쉽게 도서관에서 통계 책하나 얇은거 잡고 일단 보시길. 문제 안 풀고 보면 2일이면 볼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1회독으로 될리가 없으니 다음부터 신경 좀 쓰시면 되구요. 미적은 그냥 캘큘러스. 미적이 고등과 대학이 따로 놀리는 없지만 그건 교수님쪽 생각이라서 맨땅에 해딩하려면 시간 좀 걸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