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이 없다. 세월호처럼 프로야구도 매뉴얼이 필요하다. 최근 프로야구가 오심과 비디오판독 이슈로 시끄럽다. 위기가 돌발상황만 되면 허둥지둥하고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반복됐다.
지난 29일 KIA-SK전은 더욱 그랬다. 이날 경기 중에는 나광남 2루심이 경기 도중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감기 몸살이 심하다"는 이유였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중 갑작스럽게 빠질 만큼 아팠다면 처음부터 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최근 거듭된 오심 논란이 교체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이날 2회초 무사 1·3루에 SK 조동화가 2루 도루를 시도하자 나광남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느린 화면상 2루수 안치홍의 태그가 확실히 이뤄진 아웃상황. 선동열 KIA 감독이 나와 항의를 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는데 심판은 바뀌었다. 나광남 심판은 3회초 공격을 앞두고 박근영 심판과 교체됐다. 수십년동안 그라운드에 있었지만, 거의 본 적이 없는 심판 교체였다.
나광남 심판은 최근 여론의 도마에 자주 올랐다. 앞서 27일 두산-NC전에 나섰던 나광남 심판은 또 한 번 오심 판정에 휩싸였다. 6회말 두산 오재원이 안타성 타구를 치자, NC 유격수 손시헌이 선두주자 양의지를 아웃시키고 1루에 공을 던졌다. 오재원 발은 손시헌 공보다 빠르게 1루 베이스에 도달했지만 나광남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역시 느린 화면 상 오재원은 공보다 먼저 1루를 밟았다.
심판도 사람이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또한 '오심도 경기 중 일부'라는 말도 일면 맞는 부분이 있다. 특정인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대처가 아쉽다. 오심 논란이 있는 심판을 경기 중 빼다니…. 심판 스스로 권위를 낮춘 부분이 있다.
도상훈 한국야구위원회 (KBO) 심판위원장은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오심이 몇 차례 나오자 스스로 비디오 판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 확대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경기 시간도 길어지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판독을 요구하면 야구 본연의 즐거움을 잃을 수 있다. 한 경기당 1회 등 세부 규칙도 마련하지 않는 상황에 심판 위원장이 직접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자고 말하는 일은 상황을 조금 쉽게 본 측면이 있다. 오심 때문에 여론이 악화됐다면 더 철두철미하게 대책을 세우고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심판진은 당사자인 심판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하고, 비디오 판독 확대를 주장한다. 어딘지 모르게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여객선 세월호 참사 때문에 온 국민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 역시도 내 자녀가 배 안에 갇혀있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싶고 동병상련의 슬픔을 느낀다. 최근 들어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승객들을 구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선원과 해경이 위기시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였고 인재였다. 세월호나 프로야구나 매뉴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