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놓은 나만의 단골집 |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맛의 예술가들. 그들도 유니폼을 벗으면 뭇 사람들에게 묻혀 고향처럼 포근하고 친근한 맛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손꼽는 맛의 달인들이 내 집 드나들듯이 찾아가는 맛집을 알아보자.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저렴한 가격의 식당은 바로 여기! 일류 주방장들이 추천하는 믿을 만한 식당을 소개한다. 조미료 No, 무공해 한정식집 안씨네 “약간 싱거우면서도 담백한 음식이 특징이에요. 오붓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깔끔한 한정식을 비롯해 갈치요리와 제주도산 통돼지요리가 정말 맛있습니다.” 외식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음식을 먹는 건지 조미료를 먹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음식이 적지 않다. 그런 것을 먹고 나면 으레 속이 메스껍다. ‘안씨네’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신조로 절대 조미료를 쓰지 않고 간을 할 때는 굵은 소금과 조선간장을 넣는다. 이렇게 만든 무공해 한정식 값이 5,000원. 이곳 직장인들의 최고 점심 메뉴다.
천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선구이를 비롯해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런 밑반찬이 7~8가지나 됩니다. 특히 투박한 냄비에 달달 볶아 나오는 낙지볶음은 맵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것이 일품이에요.” 원조도 있고 태조도 있는 식당들의 난립 속에 50년간 변함없는 맛을 굳건히 고수하는 식당. 허름하지만 곳곳에 사람 사는 냄새와 인정이 풍겨 나온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은 낙지볶음.
갯마을 밀밭집 “한국 사람들이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게 이상했는데 이곳 바지락칼국수를 먹어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담백하고 깨끗한 국물 맛이 참 좋습니다.” 인사동에 오면 이상하게도 전통의 색이 물씬 풍기는 허름한 곳에 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긴다. 인사동 한복판에 있는 ‘갯마을 밀밭집’은 깨끗한 현대식 식당. 그런데도 이곳은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새벽마다 안면도에서 직송해 오는 싱싱한 바지락을 넣고 끓여 깨끗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미리 조개를 끓여 육수를 만들고 다른 양념 없이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것이 이 집 칼국수 맛의 비결. 요즘 호박이 금값이라지만 이곳에선 조선 애호박만 고집해 향긋함을 잃지 않도록 한다. 여기에 특별 주문한 우동 같은 오동통한 면발이 씹는 즐거움을 더한다. 김치 맛은 고춧가루에서 결정된다고 믿는 이곳 사장은 일부러 전라도 순창의 ‘쌍치’라는 곳에서 고춧가루를 사와 김치를 담근다. 갈치속젓을 넣어 만드는 겉절이 김치가 칼국수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현대정육식당 “이 집만의 독특한 김치 숙성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푹 삭힌 듯하지만 ‘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죠. 회전율이 빨라서인지 돼지고기도 맛있고, 이제껏 한 번도 밥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누구나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김치찌개를 만들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장 세련되고 호화스러운 명품 동네 압구정의 입맛을 평정한 김치찌개집이 있다. 이 집의 특허는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맛내기는 가장 힘들다는 ‘김치찌개’. 바로 옆의 웅장한 식당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줄은 대부분 이곳으로 이어져 있다. 맛의 비결은 김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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