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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관점 ②]
중국 핵심 이익(대만) 기회 있을 때마다 건드린 후과
'공산 전체주의 국가'에 뒤늦게 내민 손길은 허공에
한·미동맹→한미일 공조→한중 외교 구도 물 건너가
러시아 이어 '한반도 위기' 중재할 외교자산이 부채로
중국의 부재는 미국의 부재…바이든 북한 문제 외면
돌이켜 보면, 중국은 과거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도 결코 홀로 움직이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한미가 비대칭적 연합군사훈련으로 충돌 위기가 높아지면, 러시아와 팀을 이뤘다. 2017년 한반도 위기에는 북한의 핵실험,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을 동시에 멈추는 '쌍중단'과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상을 동시 진행하는 '쌍궤병행'을 들고나왔다.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를 안정 국면으로 돌려놓으려 할 때는 미국과 한 팀을 이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선채로 몇 마디 나누고 있다. 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2023.11.17. 연합뉴스
조준된, 실용적 접근?
'중국의 부재'는 '미국의 부재'에 다름아니다.한반도 사안에 관한 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오바마 3기 행정부'이다. '전략적 인내'를 운운하며 8년을 헛되이 보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후임 도널드 트럼프에게 '가장 시급하고 긴박한 이슈'로 북핵 문제를 넘기고 물러났다. 중요한 이슈라면서 자신은 팔짱을 끼고 있었음을 되레 고백한 꼴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4월 30일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마쳤다면서 '조준된, 실용적 접근'을 다짐했다. 지난 3년여 동안 무엇을 조준해 왔는지, 실용적이라고 할만한 게 있었는지, 접근하긴 했는지조차 묘연해졌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승리를 거둔다면 내년부터 시작될 2기 행정부에서 북핵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은 아직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지난 3년간 바이든이 집중한 최대 현안은 '중국 옥죄기'였다. 동지 국가(LMN)들과의 민주주의 연대니,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이니 요란을 떨었지만, 그 핵심은 중국 경제의 굴기를 막겠다는 몸부림이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마이클 미니헌 미 공중기동사령부 사령관,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예상 침공 연도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대만침공설을 잇달아 내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며 침공 일자까지 제시했던 바이든의 '양치기 소년' 역할을 연상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있는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2023.11.15. 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은 대선을 앞두고 대만해협의 긴장을 잠시 누그러뜨렸을 뿐이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대만 북쪽의 일본 오키나와 근해와 남쪽의 필리핀 루손섬 북방에서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연합군사훈련을 마쳤다. 11일 CNN필리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수빅만에 군용 연료를 비축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대만 둘러싼 대중 군사적 압박 여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결코 홀로 판을 돌리지 않는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미국이 팔 걷고 나서기 전까지 계속될 중국의 '의도적 무시'다. 시진핑 3기의 대외전략은 동아시아를 떠나 글로벌 차원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한반도 평화 방정식에서 미중의 협력은 '필요조건'이다. 바이든이 손을 놓고 있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설 이유도 없고, 나서봐야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 조야가 최근의 한반도 위기설에도 "대화와 타협이 유일한 길"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든 만 탓할 때가 아니다. 더 큰 장벽을 쌓아온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국제관계. 러시아는 북한이 군사적, 전략적 협력을 하는 나라로 떠올랐다. 미국과 북한은 적대관계이지만,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방정식의 '충분조건'은 남북의 협력이다. 이점, 남북 간 분위기를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시켜 온 게 윤석열 정부다. 한중 관계도 꾸준하게 악화시켰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과 남중국해를 기회 있을 때마다 건드렸다. 작년 4월 방미에 앞서 가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이라며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친강 당시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극한 발언을 내놨다. 11월 말 영국 방문을 앞두고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다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을 거론, 중국 외교부로부터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니 성가시게 떠들 필요가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꾸준한 중국 심기 건드리기
당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러면서도 한중 정상회담에 미련을 보인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작년 11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장에서 선 채로 3분 대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는 '간단한 접촉'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망신이건만 우리 정부는 늘 꿋꿋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APEC 계기에 시 주석과 1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해 극명한 대조가 됐다. 정부는 한미일이 한목소리를 낸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외상 출신 기시다 총리는 외골수 외교를 하지 않는다.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중국을 제1의 위협이자,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지만, 보란듯이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러시아를 북한에 이은 제3의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가스 수입을 되레 늘렸다. 한국이 보유한 '1호 영업사원'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외교다.
대통령은 작년 6월 28일 자유총연맹 연설에서 한미 핵동맹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 격상을 자화자찬한 뒤 대중 외교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의 국가들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의 외교가 글로벌 중추외교로 발돋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외교 복안은 한미동맹→한미일 공조→중국 순이었다. 한미일 관계만 다듬어 놓으면 중국은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본 것 같다. 조태용 안보실장(현 국정원장)은 작년 9월 24일 MBN 인터뷰에서 대중 외교 전략을 한중일 정상회의→한중 정상회담(샌프란시스코)→시 주석의 방한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중 무엇 하나 이뤄진 게 없건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이 정부의 특징이다. 조 실장은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 "올해(2023)도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2024)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 아닌 전망을 내놓았다.
미 이지스 구축함 밀리우스호, 대만해협 통과. [미 7함대 제공] 연합뉴스
위협 키우는 윤석열 정부
'한반도 위기'를 거론하면서 한중관계를 새삼 돌아본 까닭은 중국이 유사시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상대로 대화할 수 있는 유이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중국을 밀쳐내는 행보로 베이징으로 갈 '다리'를 불태웠다. 중국이 한반도 위기 때마다 적극 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자체의 수요와 미국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정부 입장도 반영된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과 '(북한은) 공산전체주의'라고 강조하면서 평양으로 갈 '다리'를 불태웠다. 미국의 방침에 너무 열심히 호응, 3차에 걸쳐 대러 경제제재를 함으로써 모스크바로 가는 '다리'도 불태웠다. 러시아는 진작 부터 한국이 계속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면 한반도 사안에서 더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한이 9.19 공동선언을 파기할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안전난간(guardrail)도 제거했다. 안보 위협을 줄이기는커녕 꾸준하게 위협을 키우는 것도 이 정부의 특징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차기 외교부장 물망에 오르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2일 워싱턴을 방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고 귀국한 뒤 19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방미 결과를 브리핑을 했다. 24일엔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만났다.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동창인 정재호 주중 대사를 만난다는 일정은 보이지 않는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6일 평양을 방문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대담하고 있다. 2024.1.27.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은 25일 평양을 방문 최선희 외무상과 만나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공동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계속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전했다. 지난 16일 모스크바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돌아 온 최 외무상으로부터 방러 결과를 설명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외교 관행으로 볼 때 꽉 막힌 한중관계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해결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그러나 "(전 정권이)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했다"라고 강조해 온 대통령이 '신조'를 바꿀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신년 벽두부터 안개 짙은 한반도 안보 기상도 속에서 평양, 모스크바, 베이징으로 갈 다리를 불태워 버린 한국의 시야는 특히 흐리다. ☞ [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관점 ①]
출처 : 북경으로 갈 '다리' 불태운 한국, 한국 따돌리는 중국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잇단 한반도 위기설 속 '중국'이 사라졌다
[한반도를 보는 중국의 관점 ①]
대화 필요성만 되풀이…러 "전쟁 전야" 경고와 달라
2017년 전쟁 위기 때 적극 나섰던 행동 패턴서 이탈
안정 국면? 그보다는 '바이든 요소' '윤석열 요소' 탓!
"(남북 서해 포사격) 각 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각 측은 정세 악화를 피하고, 의미 있는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길 바란다." 1월 5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
"(북한의 ICBM 발사)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군사적 억제력을 통한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역효과를 내고 갈등을 더 격화시키고,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다." 2023년 12월 18일, 왕원빈 대변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있는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2023.11.15. 로이터 연합뉴스
조용한 중국
'중국'이 사라졌다. 남북 지도자가 잇달아 험악한 말을 주고받고, 신년 벽두부터 서해 포사격을 주고받아도 조용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올해 분쟁이 우려되는 세 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과 대만과 함께 한반도를 꼽은 러시아와도 사뭇 다른 태도다. 한반도 안팎의 정세 변화 및 위기 조짐에 중국이 침묵 또는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가 탈탈냉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위기의 한반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왕원빈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의 서해 포사격(1월 5일)과 북한의 ICBM 발사(2023년 12월 18일)에 대해 내놓은 논평은 앞으로도 계속 듣게 될 중국의 입장이자, 러시아의 입장이다. 그 원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작년 3월 21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공동방안이다. 두 정상은 '새시대를 위한 조정(coordination)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와 관련된 각 측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국면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은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중, 북러, 러중 관계는 각각 결이 다르다. 미국과 상호의존하는 중국의 입장 때문이다. 러중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교역액이 2000억 달러가 넘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판로가 줄어든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사들이면서 늘어난 교역량이다. 중국은 그러나 러시아와 군사, 전략적 협력관계를 한사코 꺼린다. 서방은 중국이 일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제품을 러시아에 공급한다고 눈에 쌍심지를 켜지만, 무기나 군수물자는 제공하지 않는다. 핵무기 문제에서는 아예 엇갈린다.
중국을 중심으로 본 한반도 주변국 관계. 중국은 러시아, 북한, 미국, 남한 중 어떤 나라와도 군사적, 전략적 협력을 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몇 차례 내놓은 것과 달리,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2023년 2월 21일 공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개념 문서'에서다. 모스크바 러중 정상회담 한 달 전이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일방주의 국제질서를 대신할 다극화 질서를 주장하지만, 군사협력은 한사코 피하고 있다.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상호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러 삼각관계?
북중 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주의 형제국 간 유대를 강조하지만, 군사협력은 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다. 양다리가 아니라 일종의 문어발 외교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뿐 아니라 한국, 미국과도 경제관계를 유지하지만, 군사적, 전략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부강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백년의 마라톤을 계속하는 게 지상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백년 숙원을 달성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국경 접근 여부, 대량 난민 발생,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처리가 걸려 있다. 신중국 건설(1949.10.1) 1년도 되지 않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이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한반도 위기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근본적인 해결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북중 국경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반도 안팎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좀체로 나서지 않는다. 왜 그럴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8월 8일 자신의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7.8.8. AP 연합뉴스
2017년 한반도 위기 때 중국이 보인 행동을 톺아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으로 가는 '다리'로 여겨 온 게 중국이다. 이 점, 중국에 일종의 기회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7년 1월 출범과 동시에 대중 무역전쟁을 시작했지만, 한반도 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과의 큰 거래로 풀겠다"며 호흡을 조정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까지 북중미 삼국 간에는 묘한 패턴이 형성됐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깊어지면 미중이 접근하고, 북미관계가 발전하면 미중 관계가 악화했다.
한반도 문제를 보는 중국의 속내도 드러났다. 중국의 최우선 순위는 문제 해결이 아니다. '현상 유지'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거나, 북미가 급속히 가까워지면 현상유지가 흔들린다. 전자의 경우 중국은 미국과 적극 협력했지만, 후자의 경우 북한에 적극 다가갔다.
중국엔 미국으로 가는 '다리'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에 이어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다짐하고, 김정은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하면서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2017년 8월 13일 자 월스트리트 저널 공동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한반도의 급속한 통일에 관심이 없으며, 특히 주한미군은 비무장지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과 중국을 모두 안심시키는 메시지였다. 사흘 뒤 중국은 베이징을 방문한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을 이례적으로 북중 국경을 관할하는 랴오닝성 선양의 북방전구지휘부에 초청해 유사시 군당국 간 소통을 강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중이 함께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던 2017년 8월 16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왼쪽)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사령부를 방문, 쑹푸쉬안 사령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7.8.16. AP 연합뉴스
미중은 2015년 8월 한반도 위기 때도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목함지뢰 사건 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박근혜 정부가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박근혜 정부는 확성기 철거는커녕 '선조치 후보고'를 지시, 긴장이 높아졌다. 미국은 진행중이던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박근혜 정부를 설득했고, 중국은 선양 군구의 병력을 북중 접경지역으로 이동시켜 북한을 압박했다.
반대로 싱가포르 회담으로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자 중국은 북한에 다가갔다. 북한을 '완충국가'로 남겨두려는 중국의 구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을 전후해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소통'을 다짐했다.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등극한 뒤 7년 가까이 외면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파격적인 행보였다.
북한의 대러, 대중 이중주
중국의 한반도 행동 패턴으로 미뤄 보면, 중국의 침묵은 현 상황이 한반도가 전쟁 전야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는 한, 트럼프-김정은이 '러브레터'를 주고받던 2018~2019년과 달리 북미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도 없다. 중국으로선 굳이 나설 절박한 동기가 없는 셈이다.
북한이 2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관철을 독려하는 선전화. 2024.1.21.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정상외교 동면 뒤 처음 방문한 곳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였다. 2024년이 북중 수교 75주년이라며 외교적으로 각별한 수사를 날리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건 외무성 부상 김명호였다. 반면에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1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라브로프와 회담을 갖는 한편, 푸틴을 크렘린궁에서 예방했다. 북중, 북러 외교의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차원이 달라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북러 외교장관 회담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와 북한의 양자 간 교류"라고 짧게 답했다. 북중 고위급회담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알려줄 게 없다"고 말해 별다른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역시 비슷한 듯 다른 북중러의 행보다.
물론 중국의 한반도 침묵이 북러관계 때문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미국 변수'와 '한국 변수' 및 중국의 외교전략 때문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결코 혼자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라면서 "한반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과 접점을 찾는 게 더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잇단 한반도 위기설 속 '중국'이 사라졌다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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