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구름방 세계관 X 색깔 이벤트 참여 글입니다!
BGM: 제이레빗-월화수목금토일
[케이크버스 X 노란색]
구남친 요리법
다소니 作
간지럽지 않으면 더 이상 연애가 아니다.
스물여섯, 고등학교 때부터 적잖은 연애를 거듭한 끝에 내린 내 연애의 지론이었다. 시작하긴 쉬워도 끝내는 타이밍은 세상에서 제일 애매한 게 사랑이니까. 이제노의 눈을 봐도 더 이상 간지러워지지 않는다고 느낀 건 설레는 연애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헤어질래?”
이제노의 집에서, 걔가 나온 드라마를 나란히 앉아서 보다가 덤덤하게 중얼거렸다. 나름 신경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노는 이따 8시쯤 운석 충돌로 지구 멸망한대, 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애옹! 그 바람에 이제노의 무릎에 얌전히 앉아 있던 봉식이가 불쾌하다는 듯 바닥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뭐?!”
“아니다. 그냥 헤어지자.”
마음이 변한 건 내 쪽인데, 이제노에게 선택권을 줘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쪽만 붙잡고 있는 관계는 절대 유지될 수 없다. 줄다리기도 양팀이 줄을 꼭 잡고 있어야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거니까. 괜히 지지부진하게 시간 끄는 것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눈을 끔뻑이며 한참 말이 없던 이제노가 겨우 입술을 뗐다.
“왜.”
“너 봐도 이제 설레지가 않아.”
“...안 설렌다고.”
이제노는 얕은 한숨을 쉬며 내 말을 되풀이했다. 곡선으로 뻗은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 모습에 왠지 죄책감이 느껴져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끝까지 쿵짝 못 맞춰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꼼지락거리던 손을 모았다.
“미안해. 그렇게 됐어.”
“김제리. 너 그럼...”
망설이던 이제노의 목젖이 눈에 띄게 일렁였다. 불안정한 마음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랑 키스도 이제 안 하고 싶어?”
썸 타던 시절 촬영 대기하면서 같이 노가리 까던 이제노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기준은 그 사람이랑 키스하는 상상을 할 때 설레는가 아닌가, 라고. 그때 그 말을 하자마자 이제노는 ‘상상 말고 진짜로 해 보면 되잖아’ 하고 앙큼하게 대꾸했었다. 그래서 확인해본답시고 이제노 볼을 냅다 붙잡고 입술을 부딪혔다. 당연히 입술이 닿기도 전에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었는데.
“어. 별로 안 하고 싶어.”
지금은 제노의 얼굴을 보고 있어도 그냥 무덤덤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그게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랬으니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만은 유일한 예외로 영원하길 바랄 뿐이었지.
내 말을 들은 제노는 한참 동안 말없이 제 입술을 꾹 깨물 뿐이었다. 눈물을 참는 것 같았는데 종국에는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봉식이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제 주인 곁을 맴돌았다. 그렇게 혼자 이별을 고하고 죄인이 된 심정으로 이제노의 집을 빠져나왔다.
나중에 알았는데 1년쯤이 아니라 딱 1주년이었댄다. 헤어지고 일주일 뒤 술 먹고 취해서 전화하는 최악의 구남친짓을 저지른 이제노가 토로했다. 내가 진짜 쪽팔려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날 우리 1주년이었어. 너 주려고 산 목걸이랑 꽃이랑 옷이랑 아이패드랑 커피머신이랑 향수랑 (무슨 선물이 끝도 없이 나왔다) 다 버렸어. 이 와중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어? 미안해. 마음 정리 끝난 내가 덤덤하게 대꾸하자 핸드폰 건너편에서 이제노가 무언가를 꾹 눌러참는 목소리로 그랬다. 제리야. 이름 한번 부르는데 사랑 고백이라도 하는 것마냥 되게 절절했다.
“나 너 앞에서 자존심 다 버린지 오랜데, 그래도 한 번 더 버리고 물어볼게.”
“뭔데?”
“진짜 난 더 이상 아니야?”
“내가 미안해.”
“이유 물어봐도 돼?”
자기 싫어서 끝내자는 사람한테 굳이 이유까지 물어보다니, 제 말대로 이미 버린 자존심 자기 손으로 바닥에 다시 처박는 꼴이었다. 처음에 동료 배우로 만났던 이제노는 심지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는데 1년간 겪은 연인 이제노는 말랑하기 짝이 없었다. 그게 나 한정이라는 게 문제였다. 사람 심리가 이상한 게, 한도 없이 잘해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제노야.”
“응.”
“니가 너무 착해. 그래서 이런 말 하는 내가 되게 나쁜 것 같고.”
고작 일 년밖에 안 만났는데 내가 이제노의 전부가 될까 봐, 그게 무서웠다. 근데 이제노는 아마 죽어도 내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울 일은 없을 테니까. 제 풀에 지친 이제노가 결국 나를 떠날 거였고 그건 끔찍하게 싫었다. 이제노는 일주일 전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명백하게 나쁜 짓을 한 나를 미워하긴커녕 두 눈두덩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자책하고 있을 게 뻔했다.
"지금도 봐. 내가 예의 없이 헤어지자고 그랬으면 화내고 원망하고 그래야 되잖아. 근데 너 안 그러잖아. 그게 너무 미안해서 헤어지자는 거야.”
결국 견디기 힘든 정적을 깬 건 나였다.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니 마무리까지 내 책임이었다. 제노는 대답 없이 전화를 뚝 끊었다. 여전히 ‘제노♥’라고 저장되어 있던 이름을 ‘이제노’라고 바꾸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깔끔하고 미련 없는 이별이었다. 적어도 난 그랬다.
...분명 그랬는데.
“뭐라고요?”
“김제리님, 포크 발현되셨습니다.”
헤어진 연인 사이, 후폭풍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었다.
구남친 요리법
처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오늘 아침이었다. 평소에 잘만 먹던 복숭아 요거트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독감에 걸리면 일시적으로 미각을 잃어버린다던데. 설마 그런 건가? 하고 인터넷에 재빨리 검색했다. ‘미각을 잃어버렸어요’.
보기만 해도 재수없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블로그 글을 몇 개 지나치고 스크롤을 내리자 누군가 질문한 지식인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자고 일어났더니 음식에서 맛이 안 느껴져요. 이거 독감인가요? 아니면 치명적인 불치병인가요?’ 나랑 같은 증상이었다. 마침 태양신의 답변이 달려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셨다고요? 독감이 아니라 아무래도 후천적 포크가 되신 것 같네요. 하루빨리 당신의 케이크를 만나서 미각을 되찾으시길! 행운을 빌어요! |
말도 안 돼.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포크라니. 내가 포크라니! 말로만 들었던 케이크와 포크의 존재를 떠올렸다. 포크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맛을 느낄 수 없고, 자신에게 딱 맞는 케이크를 찾아서 지속적인 스킨십을 해야만 미각을 되찾을 수 있다.
근데 문제는 그 케이크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바로 어제 우연히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운이 나쁘면, 평생 맛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거다.
“이럴 리가 없어요!”
“뒤늦게 발현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아니 선생님...”
병원 문 열 시간이 되자마자 내과로 달려가 진단을 받았다. 독감일 거라고 간곡하게 사정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도 단호하게 ‘포크 발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 망했다. 케이크를 찾는 것도 문제인데, 포크들의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다는 게 더 문제였다.
일부 포크들이 운명의 케이크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별 미친 짓을 다 했다는 걸 나도 뉴스를 봐서 알고 있었다. 근데 이미지로 먹고 사는 배우가 포크라고? 선입견 씌워지기 딱 좋은 얘기였다. 아마 포크인 거 들키면 주구장창 살인마 배역만 들어오겠지. 그건 절대 싫었다.
“내 케이크를 찾아야겠어!”
“네 언니. 근데 일단 스케줄부터 해야죵.”
“앗 그래... 돈은 벌어야지.”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주먹을 꼭 쥐었는데, 매니저에 의해 바로 밴에 태워졌다. 그렇지... 미각 찾는 것보다 일단 일이 중요하지. 새로 들어가기로 한 쉐어하우스 공유 예능 프로그램 사전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전체 출연자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라서, 이미지 관리에 힘을 써야 했다.
“안녕하세요~”
“제리 씨! 저 요즘 우리의 계절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앗 감사합니다~ 저도 첫키스의 법칙 재밌게 봤어요!”
사전 미팅 자리에선 으레 이런 겉치레식 칭찬이 이어지곤 한다. 함께 한 달 동안 쉐어하우스에서 삶을 공유하게 될 연예인들과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제 다들 온 건가? 제작진에게 미리 전해 들었던 출연진 명단과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눈대중으로 비교했다. 다 온 것 같은데. 자리에 앉아 기획안을 다시 한번 읽으려는데 회의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저 안 늦었죠?”
“완전 안 늦었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등장하자마자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자기 쪽으로 바꿔 버리는 사람. 이제노가 방긋 웃으며 백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이미지 관리는 개뿔, 눈이 마주치자마자 너무 놀라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삼 개월 전보다 조금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짜증나게 더 잘생겨졌네.
버리고 간 건 이쪽이면서 남의 잘생김에 괜히 심술이 났다. 근데 이제노는 놀란 기색 없는 거 보면 백 프로 알고 온 거였다. 슬슬 눈치를 살피다 옆에 앉은 작가님한테 슬쩍 물었다.
“이제노 뭐예요?”
“얘기 못 들으셨어요? 도훈 씨가 스케줄 때문에 하차하게 돼서, 제노 씨가 같이 하기로 하셨어요.”
“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두 분 친하시다면서요, 잘 됐죠?”
“그것 참 잘 됐네요.”
억지웃음을 지으며 하필 또 눈이 마주친 이제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조금 껄끄럽긴 한데, 어차피 이제노나 나나 프로였다. 이 바닥에서 감정 숨기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사실 어차피 남은 감정도 없고. 10부작 프로그램 끝날 때까지 입 닫고 티 안 낼 자신 충분히 있었다.
“잘 지내 보자 제리야.”
그런데 악수하자는 뜻으로 손을 내민 이제노가 상체를 기울였다. 동시에 코끝에 훅 끼쳐 오는 달큰한 향기에 모든 사고회로가 마비되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너 어디 아파?”
“아, 아니... 괜찮은데.”
애써 괜찮은 척 손을 잡았을 땐 그냥 아예 달콤함에 잠식되는 줄 알았다. 이브가 선악과를 처음 접했을 때 심정이 이랬을까.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노가 바로 내 케이크라는 걸. 이거 진짜 망했네.
구남친과 운명이라. 한여름과 붕어빵만큼이나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첫 녹화 때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미팅은 순조롭게 끝났지만, 내 머릿속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들이닥친 본능이 파도처럼 자꾸 정신을 지배하려 들어서 몇 번이나 입속을 깨물어야 했다. 시선의 끝이 관성처럼 이제노에게 향했다.
구남친이고 뭐고 이제노를 붙잡아야겠다. 그 생각만이 머리를 온통 메웠다. 매니저와 같이 나가려는 이제노의 손목을 무작정 붙잡고 돌려세웠다. 마지막으로 봤던 이제노는 분명히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무표정한 시선이 나를 덤덤하게 훑는다. 쪽팔린 걸 꾹 참고 최대한 미련 남은 척 아련하게 속삭였다.
“보고 싶었어.”
“...내가?”
그럴 리 없다는 듯 이제노가 눈썹을 들썩였다. 연락 안 하는 동안 얘도 마음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해도 바로 안 달려들었겠지. 묘하게 벽 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니가 아니라...
“너네 집 봉식이가.”
*
이제노는 뭐랄까, 좀 종잡을 수 없었다.
“봉식이랑 놀고 있어. 저녁 해 줄게.”
대충 핑계 댄 말에 날 바로 집에 데려온 걸 보면 미련이 남은 것 같기도 한데 또 눈빛 건조한 거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기분을 살피는 게 내 쪽이라는 게 좀 별로였다. 그래서 그냥 요리하는 제노 뒷모습을 좀 보다가 봉식이나 놀아주기로 했다. 바닥에 앉아 봉식이 최애 장난감인 깃털 장난감을 이리저리 열심히 흔들었다. 이러니까 꼭 사귈 때로 돌아간 것 같네.
“다 됐어. 이리 와서 앉아.”
“떡볶이야?”
“응. 너 좋아하는 그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노가 예쁘게 플레이팅까지 하고서 식탁으로 나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그래서 사귈 때 주야장천 해줬던 로제 떡볶이가 놓여 있었다. 잘 먹을게. 망설임 없이 떡을 쿡 찍어 먹었다.
당연히 맛은 느껴지지 않아 서글펐다. 포크들이 미쳐 버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제노는 한 입도 먹지 않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내가 먹는 걸 바라보다 문득 입을 열었다.
“제리야. 맛있어?”
“응. 너 요리 잘하잖아. 맛있네.”
사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이제노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었고, 특히 로제 떡볶이라면 나 때문에 눈 감고도 마스터 셰프급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이제노가 갑자기 실소를 터트렸다.
“못 본 사이에 취향이 특이해졌나 봐?”
“나 원래 떡볶이 좋아했는데?”
“소금을 들이부었는데 맛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이제노의 말에 열심히 떡을 씹던 입을 멈췄다. 소금을 들이부어? 그걸 왜... 사태파악이 되지 않아 멍청하게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시선이 나를 관통했다. 그제야 손도 대지 않은 이제노의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취향이 달라진 게 아니면,”
“...”
“포크 발현이라도 됐든가.”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변명할 타이밍을 놓쳤으니 누가 봐도 나 포크 맞아요,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아니라고 해 봤자 빠져나갈 구멍도 없고. 결국, 젓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이제노를 삐딱하게 노려보았다.
“근데 제리야. 혹시 내가 니 케이크야?”
“맞으면 어쩔 건데.”
“그거 때문에 여기 온다고 한 거지? 보고 싶다는 같잖은 핑계 대고.”
“너 어떻게 알았어?”
케이크들은 원래 포크를 알아볼 수 있는 건가? 발현된 지 일주일도 안 지나서 케이크와 포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소문나면 진짜 끝인데, 혹시 이제노 말고도 알아챈 사람이 있을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자 이제노가 당연하다는 듯 낮게 웃었다.
“아까부터 그렇게 입맛을 다시는데 그걸 왜 몰라.”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너는 잘 알잖아.”
사전 미팅 자리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소금 듬뿍 넣은 떡볶이는 자백을 위한 함정인 셈이었고. 저절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그렇단 말이지. 어차피 다 들킨 마당에 이젠 가릴 게 없었다.
키스 몇 번만 하면 다시 일반인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 끝에 그대로 입술로 돌진했다. 그러나 뒷목을 감싸려던 내 팔목이 이제노에 의해 틀어 잡혔다. 미간을 좁힌 이제노가 상체를 뒤로 빼더니 그랬다.
“왜 이래. 이제 나랑 키스 안 하고 싶다며.”
“...생각이 바뀌었어. 사람은 변하니까.”
여태 쌓아온 연기력을 십분 발휘해 다른 손으로 이제노의 볼을 감쌌다. 제발. 제발 넘어와라. 구여친이 키스 한 번 하자는데 입술 한 번 내주는 거 어려운 일 아니잖아.
더군다나 이제노인데. 나한테 제일 말랑했던 이제노니까, 헤어질 때도 미련 뚝뚝 흘리면서 자기 혼자 울었으니까. 여전히 나한테 제일 쉬운 상대라고 넘겨짚었다.
“응. 그래서 나도 변했나 봐.”
이제노가 제 볼을 잡은 내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눈이 반달 모양으로 접히는 동시에 예쁜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사귈 땐 저게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리야, 이제 나도 너랑 키스 안 하고 싶어.”
만년 을의 반란이었다. 상황 뒤집히고 나서 보니 매력은 무슨. 악마의 미소가 따로 없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상대가, 제일 어려운 상대가 된 꼴이었다.
*
[단독] ‘이제노♥김제리’ 연예계 대표 절친에서 연인으로?! 이제노 자택 앞에서 포착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응할 새도 없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와, 실시간 1위 참 오랜만에 하는데 그게 구남친과의 열애설이라니.
사진을 확인하니 어제 이제노의 집에 들어가기 전 집 앞에서 절묘하게 찍힌 거였다. 바로 앞이라 방심하고 모자랑 마스크를 빼놓은 게 화근이었다. 전화로 내 잠을 깨운 송 실장님이 확인차 물었다.
“제리 너 지금은 제노랑 안 사귀지?”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만났다 헤어진 걸 실장님도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다는 것도. 이제노가 애인한테 차이고 식음을 전폐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돌았으니까. 대답을 머뭇거리자 그럼 반박 기사 준비할게, 라는 말이 넘어왔다. 잠깐만요 실장님. 급하게 전화기를 고쳐 잡았다.
“아니요. 저희 사귀어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기사 내주세요.”
“그래? 너만 괜찮으면 뭐... 둘 다 이미지 나쁘지 않기도 하고.”
실장님은 큰 동요 없이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의견을 전달한 지 몇 시간 안 지나서 인정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 나란히 웃고 있는 이제노와 내 사진을 보고 씩 미소지었다. 이제노. 감히 나랑 키스 안 하고 싶어졌다는 말을 해? 달콤한 열애 인정이 아니라, 사실상 어디 한번 엿먹어 보라는 선전포고였다.
그 도발이 먹혔는지 이내 이제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애 좀 타라고 1분 정도 액정을 빤히 보다 끊기기 직전에 통화 버튼을 눌러 여보세요, 했다. 가만히 있다가 선빵 맞은 거 치고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언제부터 다시 만나기로 했어? 난 몰랐는데.”
“오늘부터.”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얼굴에 철판 까는 게 내 특기고 뻔뻔함이 무기였다. 배 째라는 식으로 툭툭 받아치자 그만 할 말을 잃은 이제노가 재밌다는 듯 살살 웃으며 대꾸했다. 꼭 어디까지 가나 해 보자는 말투였다.
-“그래서 뭐하자는 거야.”
“우리 집으로 와. 할 말 있으니까.”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이제노는 알겠다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늘어놓았던 옷을 대충 치우고 쌓여 있던 설거지까지 마쳤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바로 구여친의 유혹이라고. 이건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운명이 보내 준 절호의 기회였다.
삑삑삑삑...
여덟 자리 비밀번호 중 앞 네 자리 빠르게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했는데 도어락이 다시 닫혔다. 조금 있다 초인종 누르길래 반쯤 승리의 미소를 띠고 문을 열어 줬다. 무의식적으로 번호 누르다 말고 자괴감에 찌든 얼굴의 이제노가 들어와서 신발을 벗었다. 저래 놓고 뭐? 키스를 안 하고 싶어져? 아주 앙큼하기 짝이 없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물었다.
“우리 집 비밀번호 안 까먹었나 봐?”
“실수야, 그럴 생각 없었어.”
“무의식이 무서운 거 알지? 너 나 못 잊었어.”
“또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이제노가 자기 자리 찾아 소파에 앉았다. 입맛 되찾고 내칠 생각으로 슬쩍 붙어 앉았는데, 티나게 엉덩이를 옮기는 이제노였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지나치게 내외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터졌다.
“누가 잡아먹는대?”
“그럴 것 같아서.”
“웃기시네. 나같이 여리고 연약한 애가 어딨다고.”
일반적으로 케이크가 포크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긴 했다. 근데 이제노가 지금 나 무서워서 이러는 거 같진 않고, 그냥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자기 버리고 떠난 님이 십 리도 못 가서 잡아먹겠다고 돌아왔으니 어찌나 당황스럽겠어. 결국, 소파 끝까지 도망간 이제노가 그것도 모자라 무릎을 세워 앉고 물었다.
“그래서 무슨 생각으로 사귄다 그런 거야?”
“보면 모르겠어?”
“전혀.”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거잖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자 이제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 방금 양심 좀 없었나. 하나도 안 믿는 눈치길래 그냥 내가 먼저 이제노 쪽으로 당겨 앉았다. 세상 촉촉한 눈빛을 장착하고 이제노를 응시했다.
“너 지금 내가 너 케이크라서 이러는 것 같아?”
“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예리한 건 여전하구나. 하지만 모르는 척 철판을 깔아야 할 타이밍이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 없다는 말도 있으니까. 더군다나 이제노는 이미 반쯤 찍힌 나무나 다름없었고.
“그런 거 아니야. 너 나 못 믿어?”
“이 상황에 내가 널 믿겠냐.”
“내가 잘못했어. 헤어져 보니까 알겠더라. 너만큼 나 사랑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내가 너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나 봐.”
이건 한 삼십 프로 정도만 진짜였다. 이제노만큼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라는 말만. 그러나 문제는 그게 이미 다 지난 과거형이었다는 거였다. 찌꺼기 하나 남지 않은 얼굴을 한 이제노가 인상을 찌푸리고 고쳐 앉았다.
“제리야.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거짓말을 치려면 진부하게라도 하지 말든가.”
이거 너 지난번에 찍은 드라마 대사인 거 알지. 이제노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절절한 척 멘트 짜기 귀찮아서 생각나는 거 아무렇게나 뱉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하긴 사귈 때도 대본 연습 맡기면 나보다 더 내 대사를 빨리 외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전히 예리한 지적에 괜히 머쓱해져서 큰소리를 쳤다.
“나 원래 그런 거 너도 알지. 근데 넌 나 좋아하잖아, 아직.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척 넘어와.”
와, 너는 진짜... 말을 잇지 못한 이제노가 옅은 한숨을 쉬며 눈썹께를 긁었다. 순식간에 표정을 싹 굳히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연다.
“야 너,”
“...”
“대체 날 얼마나 호구로 봐야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거야.”
유례없이 건조한 모습이었다. 이제노는 친구였던 삼 년, 연인이었던 일 년 내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경한 얼굴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나보다 한 달 넘게 끌었던 이제노의 연애가 드디어 끝났고, 그러니 더 이상 내 밑에서 을로 있어 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걸.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나 이제 너 안 좋아해.”
“왜.”
“네가 너무 나빠서.”
이제노의 말에 우리의 이별 장면이 생생하게 리플레이되었다. 니가 너무 착해. 그래서 이런 말 하는 내가 되게 나쁜 것 같고. 말로 지은 업보를 지금 이 순간에 다 되받는 기분이었다. 후회하는 척 구워삶을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아 무작정 이제노의 어깨를 붙잡고 확 다가갔다. 목표는 단 하나. 입술이었다.
“야.”
그러나 이제노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입술을 뺏기기 전에 재빨리 손으로 내 입을 턱 막았다. 공격이 보기 좋게 저지되었지만 여기서 물러서긴 아쉬워 입을 덮은 손이라도 앙 깨물었다. 달콤한 케이크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일부 포크들이 케이크에 광기어린 집착을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맛이야. 식욕 반 빡침 반으로 이제노 손바닥을 잘근잘근 깨물자 기겁하며 손을 확 떨쳐냈다.
“악! 너 왜 이래!”
한번 맛을 보자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는 동시에 이제노가 질색하는 게 왜 서러웠는지 그만 한계점을 넘고야 말았다. 이제노 양쪽 어깨를 확 떠밀며 소리를 빽 질렀다.
“안 해줄 거면 꺼져 그냥!”
“너 진짜,”
“애초에 이럴 거면 여긴 왜 왔는데!”
“니가 할 얘기 있다며.”
이제노가 진심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카톡으로 해도 되고 전화로 해도 되는데 굳이 집까지 부른 거 보면 감이 안 오나? 운명이 떠먹여 준 기회 발로 뻥 차 버린 내가 도끼눈을 뜨고 받아쳤다. 키스는 개나 주라지.
“설마 그 할 얘기가 남북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해보자 뭐 이런 거겠냐?!”
“무작정 달려들 줄 내가 알았겠냐?”
“됐어. 나도 필요 없어. 미각 없으면 다이어트 하기도 개꿀이겠네. 나 그냥 이거 기회로 삼아서 다음 달에 바디프로필이나 찍을게. 너 내 집에서 당장 꺼져.”
이제노를 몰아내고 문을 쾅 닫자마자 쿵쿵거리며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털푸덕 누웠다. 짜증나. 입속 살을 깨물어 피가 났는데 그 맛조차도 안 느껴진다는 게 서글펐다. 이제노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설마 세상에 내 입맛에 맞는 케이크가 쟤 하나겠어.
애초에 구남친을 운명이랍시고 구워 삶아보려 한 게 잘못이었다.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는 건 밖에 내다버린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들고 오는 거랑 같다던데 딱 그 짝이었다. 꼴도 보기 싫어. 절대 상종도 안 할 거야. 헤어질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감정이 제멋대로 요동을 쳤다.
*
일주일 후. 아침부터 샵에 들렀다 방송국으로 향했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특집 프로그램 특성상 하필이면 요리를 선보여야 했다. 기를 쓰고 미각을 되찾으려 하는 이유 중에 이것도 있었다. 요리 프로그램인데 맛을 못 느낀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었으니까.
그러나 모든 계획은 이제노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고, 하는 수 없이 미리 배워 놓은 레시피를 달달 외운 뒤였다. 간을 못 보면 완벽하게 외워 버리면 되지 뭐가 문제야.
“제리 씨, 어떡하죠. 지금 새우가 오는 중에 다 상해서 레시피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새우 말고 다른 걸로 가능하세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건 내 계산에 없던 거였다. 재료가 바뀌면 레시피도 바뀌어야 하고, 당연히 간도 다시 맞춰야 했다. 근데 먹어 봤자 맛을 느낄 수 없는 나는 간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니까. 어떡하지. 안절부절못하는 조연출을 앞에 두고 입술만 깨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튀었다.
“제리야.”
일주일간 연락 한 번 안 한 이제노가 세트장 문 앞에 기대 서 있었다. 짜증나게도 달콤한 케이크의 냄새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조건반사처럼 침을 꿀꺽 삼켰는데 그 와중에 또 그걸 본 이제노가 슬쩍 웃었다. 스탭들 앞이라고 욕지거리를 겨우 삼키며 직감했다. 이제노가 이 상황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걸.
”여긴 왜 왔는데?“
곧장 이제노의 팔을 붙잡고 대기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의 끌고 갔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했다. 내가 뭘 하든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태도가 재수 없었다. 1년간 쌓아왔던 갑과 을의 관계성이 포크 발현 한 번에 전복되다니. 이렇게 묶인 운명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나 필요하지 않아?“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묻는 게 아주 잔망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필요 없다고, 당장 꺼지라고 엉덩이 뻥 차 주고 싶었는데 자존심 세우기엔 당장 녹화가 코앞이었다. 이를 으득 갈며 이제노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필요해. 짜증 나게.“
“키스해 그럼.”
“진짜?”
선뜻 나온 대답에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여태 그렇게 철벽을 치더니 웬일이지. 역시 한번 을은 영원한 을이다 싶어 실소가 터져 나오려는 찰나였다.
“근데, 내가 너무 착해서.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랑은 죽어도 키스 못 하겠는데.”
착해서, 에 악센트를 주는 게 확실히 비꼬는 거였다. 니가 너무 착해서 헤어지는 거라는 내 말에 복수라도 하듯이. 내 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구는 모습에 표정을 확 구겼다. 그러니까 얘 지금 그냥 나 놀리려고 여기까지 온 거 맞지. 한시가 급한 시점에 이러는 걸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여태 잡고 있던 손목을 탁 놓았다.
“헤어지자고 한 것도 너고, 맘대로 열애설 인정한 것도 너야.”
“그래서 뭐 어쩌자고.”
“그러니까 그냥 모르는 척 넘어와.”
내가 했던 말을 얄밉게 변주한 이제노가 완벽히 갑의 위치를 선점했다. 전에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땐 싫다더니 왜 이제와서 이래. 따지고 싶었지만 아쉬운 건 내 쪽이니 어쩔 수 없이 지고 들어갈 타이밍이었다. 태어난 이래로 줄곧 하늘을 찔렀던 자존심을 구기며 진심 없는 고백을 뱉었다.
“그럼 사귀어. 열애설 그딴 거 말고 진짜로.”
그제야 이제노의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시커먼 속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제노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거다. 지난번에 그냥 사귀자는 거 받아주고 입술 내줬으면 금방 버려질 거 눈치채고. 딱 내 약점이 되는 날을 알고 찾아온 게 아주 의도가 다분했다. 그런데 실실 웃기만 하고 입술 내줄 기미가 안 보이길래 한쪽 멱살을 잡으며 쐐기를 박았다.
“다시 만나자고 개자식아.”
“나 사랑해?"
"미쳤어?"
"사랑하냐고."
뻔뻔하게 묻는 모습에 이를 꾹 물었다. 진짜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불퉁한 눈빛까지는 숨기지 못하고 이제노의 목에 손을 감았다.
"당연히 사랑하지."
이제노가 그제야 등 뒤에 있던 손잡이 버튼을 눌러 문을 잠그고 키스했다. 손바닥 깨물었을 때랑은 비교도 안 되는 달콤함이 한 번에 넘어오자 순간 감당이 안 돼 다리를 살짝 휘청였다. 그걸 귀신같이 캐치한 이제노가 타이밍 좋게 허리를 감싸 안아 받쳤다. 짜증나게 쿵짝이 잘 맞았다. 구남친 짬빠다 이건가.
제리야.
한참 정신없이 호흡을 섞던 와중에 이제노는 갑자기 입술을 뗐다. 내가 발랐던 붉은 립스틱이 번진 게 제 입술 옆에 묻어 있는 것도 모르면서 흐트러진 내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 그러고는 코가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더운 숨이 와닿는 게 기분이 묘했다.
“조건 하나만 더 달자.”
“말해.”
“이번엔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마. 내가 말할 때까지.”
원하던 게 이거였구나. 누가 봐도 복수의 의도가 명백했지만 대충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허리를 감싸 왔다. 그러나 당연히 뜻대로 고분고분 따라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미각만 되찾으면 이딴 케이크 삼 개월 전보다 더 잔인하게 뻥 차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말랑한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구남친이 작정하고 돌아왔다. 착해빠졌던 모습은 어디 가고, 한층 더 섹시해졌다는 게 문제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상구방 작가 달글 설날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 다소니입니다 ^___^
이번 이벤트는 세계관 X 색깔 이벤트였어요!
저는 케이크버스X노란색이고요! 사실 케이크버스를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원본은 되게 하드코어하더라고요 ㄷㄷ;;
그래서 포크와 케이크가 키스를 하면 점점 잃어버린 포크의 미각이 돌아온다는 설정으로 살짝 바꿔 보았답니다!
노란색은 구남친과 어이없게 묶여버려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한 제리 시점이고요ㅎㅎ
이 자리를 빌어 이벤트 총대님과 같이 참여해 주신 몽글이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목 <구남친 요리법>... 자취생 n년차인 제가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리 요리법이 있어도 요리는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구남친 제노도 마찬가지예요^^ㅋ 원래 의도는 한순간에 전복된 갑을관계와 불꽃 튀는 배틀연애였답니다 엎치락뒤치락 아주 씨름판처럼 만들어 버리고 싶었는데 세상사 맘대로 되는 게 없네요 뭐... 어쩔 수 없죠!
주인공 이름 제리는 제가 개명 후보로 봐뒀던 이름이에요 스티븐 훔바훔바 이론(이름이 특이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을 믿어서 저렇게 개명하고 싶었는데... 엄마아빠가 젤리 좋아한다고 제리로 개명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아 진짜 나잔아 ㅠ) 그래서 반려당했습니다 언젠간 꼭 제리가 되고 말겠어요
그리고 여러분 벌써 상구방 1주년이 지났대요 시간 정말 빠르죠!! 진짜 연여상게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전 상곰이 여러분을 만나서 넘치도록 행복했고 가슴 터지도록 짜릿했어요 여러분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ㅎㅎ
오늘부터 연휴 시작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돈! 꿈! 사랑! 행복! 사람! 다 놓치지 않는 올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근데 사실 행복은 일시적인 상태고 다들 그 일시적인 상태를 또 가져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거래요 (덧니가 보고 싶어라는 책에서 봤어요) 그러니까 지금 살짝 행복하지 않고 남들 행복이 더 커 보이더라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다 일시적인 거니까요 (그치만 이런 말을 하면서도 여러분은 늘 행복하셨으면 해요)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최근에 저한테 제일 와닿았던 말이라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__) 저는 마지막으로 랜선 세배 남기고 갑니다ㅎㅎ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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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완전 재밌잔아 대박이잔아ㅠㅠ 케이크버스 첨 보는데 진짜 맛있네 념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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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밀 영업글 보고 재밌을것 같아서 보러왔어요 선댓 (´▽`ʃƪ)
스토리 완전 흥미진진하잔아 ㅋㅋㅋㅋㅋ진짜 잘봤어요 작가님!뒷이야기 낸아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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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맛나다 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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