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현관 대문을 만들고 나는 거실에 바닥재를 붙인다
둘 다 한 번도 해 보기는커녕 일하는 것 구경도 해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럴싸하게 잘 만든다
투바이 가목을 잘라서 뼈대를 만들고
앞뒤로 개판을 잘라 덧대니
대문 모양은 멋지게 나왔는데 엄청나게 무겁다
바깥 면은 세로 길이로 대고 안쪽은 가로 길이로 잘라대었다
잘 맞지 않은 곳을 다시 갈아내고
혼자서 무거운 대문과 이틀 동안 씨름하더니
어제 수원에서 사온 대문 장식을 붙이니 정말 멋진 대문이 되었다
바닥재는 지인이 주신 것을 쓰는데 정사각형으로 45*45 크기다
먼저 바닥을 고운 빗자루로 먼지까지 깨끗이 쓸고
톱니 달린 흙손으로 접착제를 바닥에 얇게 펴 고루 바르고
각 귀를 맞춰 붙이는데 끝에 가서 자투리로 남는 바닥은
자를 대고 카트 날로 잘라서 망치로 잘 두들겨 주면서 붙인다
내가 만지는 것은 모두 접착제가 묻어 끈적거리고
붙어버리지만 다시 손을 씻고 와서 하기를 수십 차례
제법 그럴싸하게 모양이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은 없는 것 같다
쓰다 보니 모자라서
읍내에 나가 같은 것을 구하려고 여러 곳에 다녀도 구하지 못해서
건재상에 가서 창문 마감재만 사 가지고 그냥 들어왔다
이튿날 다시 금왕으로 나가서
다른 회사의 비슷한 제품을 사고
안방과 다락방에 깔 장판도 사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거실에서 잠을 잤다
정식 집들이를 한 셈이다
시원하고 쾌적해서 참 기분이 좋다
나무향기와 황토냄새가 어우러져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하우스에 있던 살림살이를 옮기고
수원의 살림도 가져와야 할 텐데
자금이 바닥이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다
그래서 7년 정도 낸 남편과 나의 건강보험을 해약하기로 했다
기 납입액의 69%가 나왔다
어쩌든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지
형부 수고비도 좀 보내드리고
이사 비용과 자잘한 부품들의 값도 만만치 않다
저녁에 아들이 며느리 손녀 둘 데리고
가게 문 닫고 밤 11시경에 내려왔다
며느리는 가게 보느라고 낮에는 움직일 수 없고
매일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보고 싶었나 보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새집에서 함께 자게 되었다
손녀는 다락방에 올라 가보고 아주 좋아한다
아들은 새벽 6시경에 다시 수원으로 올라가고
비는 계속 내려서 오늘은 밭에 나가 들깨 모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