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곳에서 매일 풍선 띄워 기상 데이터 수집
19일 현재 전세계 상공에서 데이터를 수집 중인 기상 풍선들. 라디오존데 트래커 홈페이지 캡쳐© 제공: 중앙일보
19일 현재 전세계 상공에서 데이터를 수집 중인 기상 풍선들. 라디오존데 트래커 홈페이지 캡쳐
미중의 대결 와중에 세간에 알려졌지만, 기상 풍선은 수십 년 전부터 일기예보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 지구의 기후를 관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전 세계 900여 곳에서 풍선에 기상관측장비인 라디오존데(Radiosonde)를 매달아 매일 1000개가량을 하늘로 띄운다. 풍선은 지상에서 최대 35㎞ 상공까지 약 2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기압과 풍속·온도·습도를 측정한다. 이후 풍선이 터지면 관측장비는 그 안에 달린 낙하산을 타고 수 킬로미터를 비행해 지상에 떨어진다. 한국 기상청 역시 태풍을 추적하거나 관측 사각지대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기상 풍선을 활용한다.
호주 기상당국이 기상 풍선을 띄우는 모습. WMO© 제공: 중앙일보 호주 기상당국이 기상 풍선을 띄우는 모습. WMO 풍선은 천연고무 라텍스 또는 합성 라텍스로 만들어지고 안은 수소 또는 헬륨으로 채운다. 지상에서 띄울 때 풍선의 폭은 2m 미만이지만, 상승하는 동안 기압이 점차 감소해 풍선 안의 가스가 팽창하면서 약 6m까지 커진다.
연구용으로도 활용…“포스트잇 끈적함 실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풍선. NASA 월롭비행장© 제공: 중앙일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풍선. NASA 월롭비행장 기상 관측용으로 풍선이 활용되는 건 드론이나 비행기가 도달할 수 있는 고도보다 높은 고도에서 위성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를 더 선명하게 보거나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기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기상 풍선보다 더 크고 오래 비행하는 풍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월롭비행장에서도 매년 10~15개의 과학연구용 풍선을 전 세계로 발사하는데, 3t가량의 장비를 싣고 축구 경기장보다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으며 고도 37㎞까지 올라간다. 최근에는 개인이나 기업도 데이터 수집이나 관측을 위해 풍선을 활용한다. 민간업체인 스트라토스타의 제이슨 크루거 대표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학교나 민간기업을 도와 매년 1000개 이상의 고고도 풍선을 발사했다”며 “근거리 우주비행에서도 포스트잇이 여전히 끈적함을 유지하는지부터 방사선이 혈액 샘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기상 풍선의 경우 비행시간이 하루도 되지 않는 데다가 이동 거리도 짧아서 영공 침해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 미 연방항공청(FAA) 역시 5.4㎏ 이하의 장비를 탑재한 풍선에 대해서는 발사를 신고하거나 비행경로를 추적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풍선의 발사와 이동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 환경단체 버클리 어스의 과학자인 로버트 로데는 네이처에 “매일 연구와 취미, 기업 활동을 위해 풍선들이 발사되는데 미국이 격추한 풍선들이 이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의심된다”며 “(미 정부가) 풍선의 위협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