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내일 출발하기 전까지 나머지를 다 올리고 가기로 맘 먹었습니다.
옛날에 '호가(好歌)도 불여청청(不如聽聽)이면 불낙(不樂)'이라고
좋은 노래도 듣고 또 들으면 재미가 없다라는 말인데
같은 글을 올리고 또 올리면 볼 게 없겠지요?ㅎㅎㅎ
그러나 누가 보라고 하기 보다는
그저 내 기억의 조각들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남겨 놓아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 때문에...ㅎㅎㅎㅎ
대변항의 숙소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혹시 나 안건들었지요?'하고 걱정하며 묻습니다.ㅎㅎㅎ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ㅎ
나는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내가 건들 일은 1도 없었을 듯하고...ㅎㅎㅎ
숙소에서 주는 빵을 우유와 함께 아침으로 떼우고 출발합니다.
어제 다녀왔던 기장 군청까지는 다시 버스로 다시 이동합니다.
이미 걸었던 길이기에 굳이 2시간씩 또 걸을 필요가 없어서..ㅎㅎㅎ
일광 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동해안에 이처럼 아담하고 아늑한 해수욕장이 많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근데 사람이 너무 없이 한산하다는 것....
일광! 이름이 그런가?
팔광, 똥광 이었으면 좀 더 활기찬 그런 곳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ㅎㅎㅎ
멀쩡한 남자 둘이 걷는 게 청승맞기도 해 보이고 처량한 듯도하였는데
해변에 앉아있는 해녀에게 눈이 번쩍 뜨여 추파를 던져봅니다.ㅎㅎ
코로나 때문에 마음을 안 여는 것인지 꼼짝을 안하네요.
우리가 이 해녀 스타일이 아닌가?ㅎㅎ
이 정도면 여기 시골 해변의 어떤 젊은이 보다 괜찮은듯 한데...ㅎㅎ
나이들어 착각은 노망의 지름길이라고.
한 번 웃고 뒤도 안돌아보고 그냥 갑니다.ㅎㅎㅎ
작고 아담한 동백항을 지나고
야구배트와 야구공 모양의 등대가 있는 칠암항을 지납니다.
여기 동해안의 항구 이름들은 무슨 '암'이 들어가는 항이 많이 있습니다.
서암, 칠암, 동암, 신암 등 등
그래서 이 '암'이란게 바위가 많아 그런가? 해서 알아보니
'암(岩)'이란 영(營)'의 옛말인 '바오'인데 이 '바오'를 '바위'로 잘 못 불러서 '암(岩)'이 되었다네요.
동해의 작은 항포구에 왜구들이 많이 침략해 들어와서 군영을 세웠던 것이 이름으로 유래했다는 이야기..
칠암항을 지날 때 저 멀리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보입니다.
책으로만 보고 배웠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아직도 썽썽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문 머시기가 안정성과 경제성을 억지 논리로 만들어 중단시키는 매국을 저질렀지요.
이 시키는 끝남과 동시에 저 원자력발전기에 넣고 돌려버려야....
그 옆을 지나가 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신고리 5, 6호기를 건설 중에 있던데
이게 완성되면 세계 제일 규모의 원자력발전소가 될거라네요.
여기서 힘들지만 힘들지 안은 척 하며 한 컷 담습니다.ㅎㅎ
고리 원전이 보이는 임랑해수욕장!
사실 여기가 부산구간 3코스의 종점입니다.
근데 아직 힘이 남아있네요.ㅎ
홍 회장이 저와 힘겨루기를 하는 듯...ㅎㅎ
배가 출출하여 여기서 짜장면과 짬뽕 한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고리 원전을 우회하여 서생면 신리항까지 가자고 합니다.
아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해가 있을 때까지 걷기로 합니다.ㅎㅎ
신리항에 도착하여 어느 시골스런 커피집에 들러 시원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어 갑니다.
커피값이 서울이나 비까비까합니다.ㅎㅎ
홍 회장의 특유 대인 친화력을 발휘해서 커피집 사장에게 근처에 쉴만한 숙소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하얀등대 팬션'을 소개해주며 간절곶 방향으로 한 4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답니다.
그 정도야 뭐! 하고 시작했는데
거의 한 시간 반을 더 걸어가야했습니다.
이날 걸은 거리가 27Km, 무려 4만 8천보를 걸었습니다.
완전 미친 날이었지요.ㅎㅎㅎ
간절곶까지 가는 중간에 나사항이라고 하는 이런 포토존에서 사진도 담고 쉬었다가 갑니다.
나사(羅士)는 무슨 리벳같은 나사가 아니라
처음에는 '모래가 뻗어 나간다'는 의미의 '나사(羅沙)'를 사용하였다가
이곳에서 선비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사(羅士)'로 하였다네요.
나사항 저 끝의 붉은 등대있는 곳을 돌아서 가야합니다.
간절곶 '하얀등대 팬션'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힘들지만 한바퀴 돌아봅니다.
동해에서 정동진 보다 해가 5분 먼저 뜬다는 간절곶!
어부들이 바다 멀리서 바라보면 이 지역이 긴 간짓대(대나무 장대)처럼 보여서 '간절끝'이라고 불렀고
그 발음이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간절곶'이 되었다네요.
간절히 원하면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곳!
이런 곳에 와 봅니다.
가슴이 뛰어 오르며 살짝 흥분이 됩니다.
피곤했던 몸과 마음도 저 멀리 동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다 씻기어 나가는 듯합니다.
살아서 이런 곳에 와봤다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부산 오륙도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홍 회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냅니다.ㅎ
그래서 구석 구석 다니며 나보다 훨씬 많은 사진을 담아주었습니다.ㅎㅎㅎ
저녁은 홍 회장의 특기인 회 강의를 들으며 딱 좋은데이 두 병으로(다음부터는 각 1병)
피로를 풀어봅니다.ㅎㅎㅎ
다음날 아침에 3박 4일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합니다.
여기는 해파랑길의 4코스 2/3 지점입니다.
여기서 4코스의 나머지 지점인 진하해변까지는 2시간쯤 걸으면 닿습니다.
3박 4일에 걸어야 할 거리를 2박 3일 동안에 끝내버린 미친 체력을 보였네요.ㅎ
멀리 보이는 곳은 진하해변을 지나서 울산의 온산공단입니다.
홍 회장의 모습을 봤을 때 혹시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는 모습?ㅎㅎㅎㅎ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성까지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이 나이에 이 일을 해낼 수 있구나!하는 희열이 함께했습니다.
비록 발바닥의 물집이 자존심을 조금 구기는 일이긴 했지만 그건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홍 회장에게도 괜히 델꼬 왔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가급적 티를 안낼려고 하면서...ㅎㅎ
내일부터 시작되는 2번째 도전도 기대가 됩니다.
비록 쉽지 않은 일정이겠지만 하늘이 돕고
또한 서로가 힘이 되어 준다면 충분히 잘 마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뒤에서 많은 분들의 염려와 응원도 힘이 될 것입니다.
싸우지 않고 물집이 방해되지 않는다면...ㅎㅎㅎ
울산 -경주-포항 구간 잘 다녀오겠습니다.
나 스스로에게도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화 이 팅!ㅎ
첫댓글 세세한 내용의글! 다시한번 되새김하며 걷는듯....사진만 찍는게아니고, 피조물의 생각까지 꿰뚫어보는 혜안을 갖으셨나?
자~~~~떠납시다! 태화강과 대왕암이 부르는 울산으로....화이팅!
피조물의 생각?
우린 다 하나님의 피조물이지요.ㅎㅎㅎ
5.6일부터 날씨는 최상의 날씨가 될듯 합니다.
홍회장님 사진은 주작가님이 찍어 주신거고,
주작가님 사진은 홍회장님이 찍어 주신거 맞죠 ?
울산, 경주, 포항길 좋은 날씨 가운데 건강하게 잘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후기를 기대하며 !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 때문이라도 후기를 써야겠네요.ㅎㅎㅎ
열심히 읽고 또 음미하고 있어요.
덕분에 집콕하며 즐기네요.ㅎㅎㅎ
목적지까지 건강하게 잘 이어지길 바라구요.
마치 현대판 ♡천리행군♡을 보는듯 합니다.
아싸~~~홍회장님 &주작가님 파이팅입니다
감사! 2차 잘 다녀올께요.
만행의 홍회장과 주작가의 무한한 도전이 펼치는 파노라마입니다.대단한 분들이기에 꼭 이뤄내리라 확신합니다.아자아자 파이팅입니다.제카페루 퍼갑니다
무한도전일지 무모한 도전일지 결과를 봐야...ㅎㅎㅎ
무한도전입니다.
훌륭한 여행
부디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간절곶ㅋㅋ
간절곶은 지났시유!ㅎㅎ
감사!
두분이 옷 색깔을 맞췄나? 비슷하네요...나이도 폼도 키도 덩치도 옷색도...다른건 한분은 낚고..한분은 낚이고...
고기를 낚을 때도 서로 통해야 낚이나 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