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06. 토요일
오늘 아내와 손자 손녀가 8박 9일의 안동학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안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운행되던 고속철도가 서울역까지 연장되어 조금 더 편하게 되었다. 나도 기회가 되면 이용해 볼 생각이다. 아직 허리가 오래 앉아 있기는 불편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배웅하고 시내에 나온 길에 학가산 온천에 가서 한 번 더 물로 쏘는 마사지를 이용하고 돌아왔다. 서둘러 어묵탕으로 저녁을 차려 먹고 둘러보니 아이들과 아내가 머물던 방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거실도 아내가 깨끗이 치워놓았다. 그러니 더 휑하니 쓸쓸하게 느껴졌다. 깔깔거리던 아이들이 금세 그리워졌다. 일기를 쓰는 이 밤은 더 적막하다. 이런 마음을 짐작하는지 아내는 별일이 없으면 다음 주에 내려오겠다고 했다.
여행을 앞두고 손자는 머리가 아프다고 밤에 찔질 울더니 자고 나서 괜찮아졌다며 계획한 대로 여행하자고 했다. 손자 손녀 둘 다 덕구온천에서 놀던 추억이 있어 빨리 가고 싶어 했다. 예약을 9일로 했었는데, 2일에 다녀왔다. 손자 손녀 둘 다 잘 놀았지만, 손자는 이제 커서 어릴 때 자기가 놀던 만큼 재미가 없는 듯했고, 손녀는 재미있어했다. 손자는 예약한 9일에 다시 오고 싶지 않고, 손녀는 다시 오고 싶어 했다. 손녀는 어리지만 온천을 아주 제대로 즐긴다. 서로 타협하기를 덕구온천에 다시 오는 대신 안동에 있는 학가산 온천에서 온천을 한 번 더 하기로 하고 예약을 취소했다. 원래 계획은 12일에 집으로 가기로 했었는데 오늘(6일) 귀가 하기로 여행 계획을 단축했다.
어제는 도서실 의자를 모두 옮겼는데, 아내와 손자가 힘을 쓰고, 손녀는 수레로 나르고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를 옮겼다. 조금 일했다고 손목이 아파 파스를 붙였다. 혼자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을 모두 함께 잘 마쳤다. 그동안 아이들과 가까이에 있는 경상북도 독립기념관을 다녀오고 학가산 온천에도 다녀왔다. 아이들은 바둑이와 놀기도 하고, 잔디밭에 흙을 주기도 하고, 돌을 줍고, 나무도 베었다. 밤에는 알까기, 오목, 다이아몬드 게임, 천로역정 게임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 내가 계획한 대로 영어 공부도 하고 공부하는 방법도 다시 알려 주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방으로 온 손자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충분히 내 말을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다. 다만 아직 그 말을 다 기억하고 실행하기에는 어릴 뿐이다. 손녀는 어려서 아직 여기가 불편한 것을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이제 손자는 이곳이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손녀는 아직 미완성인 화장실, 바닥이 고르지 못하고 돌이 깔린 화장실, 그래서 아내는 빨리 화장실을 제대로 만들라고 이용할 때마다 성화하는 화장실을 이용하더니, 화장실이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화장실이 어두운데 여기 화장실은 밝고 밖의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손자가 어릴 때, 벽에 칠이 벗게 진 모습을 보고 세계지도와 같다고 표현한 것이 생각났다. 여기를 방문한 어느 자매가 그것이 보기에 매우 흉하다고(귀신 나올 것만 같은 집) 말한 것과 대조되었다. 손녀의 마음이 아직 순수해서, 사물을 순수하게 보고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좋았다. 손녀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방에서 넷이 모여 별일도 아닌 사소한 것으로 깔깔 웃는 손자 손녀와 보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손자 손녀도 안동학교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손자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지만, 이제는 정말 손자와 같이 놀아줄 수가 없다. 겨우 놀이 장소에 데려다주는 정도의 체력이다. 손자를 친구들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 손자가 할아버지와 즐겁게 지낸 것처럼 앞으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 손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 어리기도 하고 또 性이 다르니 몸을 부딪치며 놀아주지도 못했고 성향과 놀이가 달라서 손자처럼 대하지 못한 점이다. 그래도 손녀가 내게 안기기도 하고 뺨을 대고 비비기도 했다. 이제는 손녀와 같이 어울릴 시간도 많지 않다. 며느리가 역할을 잘해주어서 손녀에게 좋은 엄마, 좋은 친구가 되어 주면 좋겠다. 나는 몸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아들도 지금은 직장 생활로 여유가 없지만 후일 아이들에게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몸이 좋지 않아 운전하기도 힘들었지만, 두 온천에서 물로 쏘는 마사지를 많이 했더니 허리와 다리에 아픈 곳이 많이 좋아졌다. 아내는 여행 중 감기가 들었고, 매번 그렇지만 아이들과 내 수발을 하느라고 고생했다. 근 열흘 동안 아내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니 좋았었다. 귀찮아했지만, 설득해서 고구마튀김과 오징어튀김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고구마튀김을 처음 먹어본 아이들이 맛있다며 먹고 오징어튀김도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여기서 지내는 동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좋았고, 그동안 눈이 한 번 내려 설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었다. 오늘도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정도였다. 그동안 거실은 필요할 때마다, 가스난로를 사용했다. 내 인생의 아름다운 장면이 지나가고 행복했던 시간이 또 흘러갔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내 머리와 내 마음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