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저거재밌다."
"응."
"나 한판만 더 해도 돼?"
오래갈거라고 예상했던 채아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않았다.
여전히 감정이 담기지않은 속을 알수없는 깊은 눈동자.
비단같이 부드러운 까만 머리카락.
표정 없는 얼굴.
지금의 채아는 영락없는 인형아가씨였다.
"아니. 그만해. 나 돈없거든 ^ ^ "
돈없다며 웃는 시현의 얼굴을 처다보던 채아가
아쉬운듯 잠시 시현의 웃는 얼굴을 처다보다가
아무미련없이 시내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랑이란건...."
"..."
"어떤거냐?"
아무말도없이 먼저 가버리는 채아를 뒤따라가다가
문득, 궁금해진 시현이 채아의 옆에 슬며시 서며 물었다.
갑작스런 시현의 질문에 채아는 그자리에 서버렸고.
채아가 서버리는바람에 시현도 졸지에 서버리고말았다.
"..."
아무런 대답도, 아무런 되물음도없는 채아였지만.
왠지 시현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고있는 검은 눈동자는
'왜?'라고 질문하고있는거같아보였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하는 시현이었다.
"난 사랑같은건 한번도 해보지못한녀석이라서
사랑이란게 무지하게 궁금하거든. 어떤거냐?"
시현의 물음에 채아는 아무생각도 나지않았다.
단지, 함께있는동안에도 보기힘든 늘이의 미소만이 생각날뿐..
'하늘'이라는 존재한테는 한없이 약해지는 자신을 저주하며
채아는 이세상에서 가장 슬픈목소리로..
가장 씁쓸한 목소리로
시현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거."
그리고..
가슴 아픈거.....
.
.
.
.
.
.
"앗싸!!! 내가 이겼다!!!!! 채빈아!!! 엄마가 이겼다!!!!!"
다른집과 마찬가지로 활기애애한 어느 집.
단지, 그 집이 저택이나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라는 점이 다르고.
그 오피스텔에서 활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하고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미모가 뛰어나고 아들이 고2로 추정된다는것도 다르지만..
.. 분명한, 가정집으로 추정됐다.
"역시, 엄마는 윷놀이 천재야."
"당연하지~"
"역시, 아빠는 엄마를 못이겨."
"닥쳐라. 니 엄마는 내꺼다."
"그얘기가 갑자기 왜나와!!!!"
학교가 끝나고「새리미아」도 들르지않고 돌아온 채빈이 돌아온 오피스텔.
왠지 모르게 채아의 오피스텔에가면 채아가 오늘 학교에 안온 이유를 알수있을거같아
엄청나게 뒤지게 맞을걸 각오하면서까지 들어간 오피스텔이었건만..
보이는건, 다은과 현민의 윷놀이 한판이었다.
"니 엄마는 내꺼다."
"아씨!! 우리엄마라니깐!!!"
"니 엄마이기전에 내 마누라다."
"언제부터!!!!"
"내가 너만할때부터."
역시나, 워낙에 한국의 것을 좋아하는 다은이라서 그런지.
현민에게 계속 이기고 있었고, 그덕분에 현민의 이마는 빨갛게 물들여져가고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않고 계속 다은과 윷놀이를 하며 현재까지 지고있는 현민이었다.
"자자, 싸움은 그만하고. 은현민. 빨리 이마 대."
".. 씨발."
"아프게 때릴꺼니깐, 주먹 꽉 쥐어...!!"
자신앞에 이마를 대고 미간을 좁히는 현민을 보며 웃던 다은이
딱밤에 온 기를 불어놓고는 현민의 이마를 겨냥하고는 그대로 발사해버렸다.
딱-
그 덕분에 현민의 이마는 다시금 빨갛게 물들여졌고.
다은은 뭐가 좋은지 연신 방긋방긋 웃고있었다.
"아프지?"
"안아프다."
"에에~ 아프면서~"
"안아프다. 최다은."
"아~프~면~서~ 개폼잡기는.
이번엔 한식 내기 하자. 그리고 오늘 저녁은 그걸로 때우자고."
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소녀티를 벗어나지못한 다은이 웃으면서 말했고.
계속 자기만 연속해서 지자. 열받았는지 어금니를 꽉 꺠물며 현민이 대답했다.
"좋아."
그런 현민의 모습을 보며 채빈은 쯧쯧거리며 고개를 흔들었고.
다시 시작돼는 윷놀이 판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바보아빠. 아무리해도 엄마를 이길수없다는걸 잘 알면서.
꼭 저렇게까지 하고싶을까?'
"아싸!!! 모다 모!!!!!"
이긴 사람부터 먼저 윷을 시작하는 게임룰에 따라, 다은이 먼저
윷을 던졌건만.. 그 결과에 다은의 목소리는 활기를 띄며 널리 퍼져나갔다.
그 목소리와 동시, 현민의 표정은 일그러져만갔고.
채빈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은의 손을 처다보고있었다.
"아싸!!! 두모!!!!!"
'졌다.졌어. 또 졌네.'
벌써 윷판에는 다은의 바둑돌이 두개씩이나 올라가있었다.
그 윷판을 보던 채빈은 흥미를 잃었는지, 일어서서 냉장고에있는
채아의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들었고.
그와 동시에 다은의 함성소리가 또 들려왔다.
"어떻게!!!!!! 세모다!!!!!!!!"
엄청 일그러져버린 현민의 표정따윈 안중에도 없는듯 박수를 쳐가며
기뻐하는 다은의 모습에 아이스크림을 물은 채빈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여주었다.
그러니깐, 다시 또 들려오는 다은의 함성.
"까아아악!!! 네모야 네모!!! 모가 네개야!!!!!!"
엄청난 확률을 뚫고 만든 그 네모..
현민은 희망을 잃은듯한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었고.
다은은 천국에나 온 모양인듯 무지 기쁘게 웃어댔다.
"네모 걸!!!!!! 걸!! 걸 걸렸어!!!! "
다행이도 다섯모는 걸리지않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걸'이 걸리는 바람에, 다음판에 걸이상의 것만 걸리면
그대로 이번 게임도 끝이었다.
그러는 바람에 현민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윷을 보며 '제발'이라는 소리와함께
그대로 던져버렸다.
"하하하하!!! 도야 도!!!!!! 그것도 빽도 !!!!!"
정말 하늘은 현민을 도와주지 않을모양인지..
절망속으로 빠져드는 표정을 짓는 현민이였다..
"아싸!!! 났다!!!! 나왔다!!!! 은현민!!!! 너 돈내놔바!!!!
아싸!!!! 빈아!!!!! 오늘저녁은 한식이다~~"
그리고 결정타.
다은의 다시 시작된 '모'에 -_-..
그대로 넉다운. 게임아웃을 외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채빈이를
끌어안는 다은이었다.
"오케이. 오랜만에 내손으로 짓지않은 밥을 먹어보겠네."
"나도나도 ~ "
"엄마는 원래 밥 안만들어먹었잖아."
"그래도~"
"웃긴엄마야."
쾅-
자신이 좋아하는 한식을 먹는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행복하다는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다은의 귀에 들려오는 굉장한 소음에
가족 모두가 오피스텔 현관을 처다보았다.
현관문을 부실 기세로 닫고 들어오는 인간은....
은채아 -_-..
현민만큼이나 기분이 나쁜지, 미간을 찌푸린채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윷판을 엎어버리고는 자기방으로 들어가는 채아였다.
"우씨! 저거 왜 갑자기 내 자랑스런 윷판을 엎고 난리야~"
채아가 엎어버린 윷판을 보며 다은은 기분이 드러워짐을 느끼며
채아의 이상행동을 가지고 궁시렁대기 시작했고,
채빈 역시 채아의 행동이 이상하다는걸 눈치채고는
아무말도없이 아이스크림을 빨아먹고있었다.
"최다은."
"응?"
그러는 와중에 다은을 부르는 현민의 목소리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현민을 처다보는 다은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은에게 날라오는 현민의 두둑한 지갑.
"나빼고 먹고싶은만큼 먹고와."
"에에? 왜?"
갑작스런 발언에 다은이 궁금한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고,
그런 다은을 향해. 잘 보여주지않는 미소를 지으며
채아의 방문에 손을 얹은 현민이 대답해주었다.
"어쩐지... 우리딸이 굉장히 슬픈거같거든^ ^ "
...
.......
그 말에 다은은 알았다는 듯이 웃고는 '카드빚 독촉의 무서움을 알려주마!!'라고
외치며 채빈을 끌고 나갔고, 현민은 조용히 웃으며 채아의 방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눈동자가 닮았다.
왠지, 자신이 처음 최다은이란 여자를 보았을때의 눈동자와
지금의 채아의 눈동자가 닮았다는게 느껴졌다.
단순히 속이 알수없는 깊은 눈동자라면 닮은게 당연하지만...
쉽게 다가갈수없는 위압감같은거라면 닮은게 당연하지만...
이건 뭔가 핀트가 안맞았다.
.. 슬픈건가?
똑똑-
노크를 함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않았다.
정적 ….
숨소리조차 들려오지않는 정적뿐만이다.
왠지, 자신의 딸을 방치해둔 느낌이 들었다.
다은은 '방치'가 아니라 '독립'시키는거라 주장했지만,
왠지 이건 '방치'같았다. 지독한 외로움과 만나게 하는 방치.
아무리생각해도.
다은과 채아는 확실히 다르다.
다은이 '외유내강'형이라면, 채아는 '외강내유'형이다.
속이.. 무지 여린 아이.
끼이이이이..
너무 조용한 나머지,
다른떄면 들리지않을 문 여는 소리가 현민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듣기 싫은 소리.
절로 현민의 미간이 좁혀졌다.
"... 채아야."
중학교떄부터 바뀌기 시작한 채아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말리지는 못했다.
왠지 모르게 그냥 둬야된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을뿐이어서
아무런 대책도없이 그냥 지켜보기만하였다.
그래서 만들어진게 지금의 은채아 ….
눈이.. 맑았는데, 어느새 깊이를 가늠할수없는 눈으로 바뀌어져있었다.
표정이 많았는데, 어느새 아무런 표정도 짓지않는 사람으로 바뀌어져있었다.
웃는걸 좋아했는데, 어느새 채아는 웃는방법을 잊어버렸다.
"... 무엇이 널 그렇게 힘들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한 아이였는데....
어떻게 저게 내 딸일까 싶을정도로 순수한 아이였는데...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않는.
모든사람이 사랑하는 아이였는데.....
모든사람한테 사랑받는 아이였는데.....
"어떤 상황이든, 솔직해져라.
지금의 넌. 니가 아니잖아.
.. 원래의 니가 했던 방식으로 움직이거라. 딸아.
니가 무슨길을 선택하던지. 아빠는 널 믿을꺼니깐.
널 신뢰할 테니깐."
어릴적부터 남들과 달리 유별나게 귀여운 아이여서
다 자라면 꼭 '최다은'같을거라고 생각한 현민이었기에
자신의 옛모습과 비슷한 채아를 보며 현민은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혜민'에게 인간이길 포기한 새끼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미쳤던 옛날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거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그저 아프기만했다.
그래도 잘 자라주어서 기뻤는데,
그래도 남들보다 총명하게 잘 자라주어서 기뻤었는데.
무엇떄문에 아파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픈 채아의 모습을 보니.
.. 가슴한쪽이 아려왔다.
"아빠는.. 영원한 바보아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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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 키 스 테 크 닉 *」부제: 느낀대로 말해봐、029
달팽이、
추천 0
조회 102
05.08.20 18:5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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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중에 번외편으로 현민하고 다은 이야기 넣어주세요 =_=!!!
잇힝, 이미 잇답니다 =_=* 다른 소설이예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