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호랑이
◈ 범과 호랑이의 차이 ◈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 양 귀 찌어지고 쇠낫같은 발톱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 주홍 입 쩍 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래 정신없이 목을 움추리고 가만이 엎졌것다/ ........
이는 조선 후기 판소리 중 하나인 '수궁가'의 범 내려오는 대목을 가져온 것이지요 이것을 이날치 밴드가 편곡하여 노래한 '범내려 온다'이지요 그런데 이 곡의 작곡, 편곡은 이날치가 했지만 작사는 작자 미상이지요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노래인데 노래 가사가 나무도 해학(諧謔)적 이지요
금년은 임인년(壬寅年)'검은 호랑이' 띠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범을 호랑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호랑이를 범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때로는 범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호랑이가 되기도 하는데 그럼 범과 호랑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호랑이는 우리말이고 범은 한자어인줄 알고 있어요 그러나 범은 우리말이고 호랑이가 한자어 이지요 호랑이는 범 호(虎)자에 이리 랑(狼)자를 쓰는데 이때 이,는 이뿐이 할때 따라붙는 접미사이지요 우리말에 밤을 한자어로 야간(夜間)이라 하고 낮을 한자어로 주간(晝間)이라 하듯이 범과 호랑이도 같은 이치 이지요 범은 우리말이고 호랑(虎狼)은 한자어 이지요
그럼 여기서 호랑(虎狼, 범과 이리)과 비슷한 말을 찾아 보면 시호(豺虎, 승냥이와 범),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 시구(豺狗, 승냥이와 개), 호표(虎豹, 범과 표범), 표호(豹虎, 표범과 범), 비호(貔虎, 표와 범), 웅호(熊虎, 곰과 범), 이호(螭虎, 이무기와 범), 호시(虎兕, 범과 상상의 외뿔소) 등이 그러하지요
그렇지만 어떤이는 ‘범’은 토박이말이고 ‘호랑이’는 한자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붙어서 만든 ‘호랑(虎狼)’이라는 줄기(어간)에 우리말 뒷가지(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인데 이것을 범과 같은 말로 잘못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호랑이를 범이라고 알고 있는데 호랑이와 달리 실제 범(표범)이 있다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범과 호랑이가 같은 동종의 동물이 아니라 범은 표범이고 호랑이는 호랑이라고 맣 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표범의 본래 이름은 표(豹)이지요 그러니까 이 표는 표범 표(豹)자를 쓰는데 훈은 표범이고 음은 표이지요 따라서 우리말 표범은 표(豹)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호랑이와 표범은 완연히 다른 동물임을 알수 있어요
표범의 몸길이는 수컷이 140~160cm며 큰건 180cm까지 크지요 그러나 암컷은 120cm 정도이며 꼬리 길이가 몸길이에 비해 많이 길지요 수컷은 자신의 몸길이 만치 꼬리길이가 긴데 약 95~110센치이며 암컷은 약 83센치 정도라고 하지요 그래서 표범을 만났을때 꼬리를보면 암컷인지 숫컷인지 알수 있다 하네요
표범은 점박이 무늬 때문에 '매화범', '돈범'으로 불렸으며 호랑이는 칡덩쿨 같은 줄무늬가 있어서 '칡범'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범에 관한 민담이 유독 많았던 한반도 였지만 나중에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제가 벌인 "해수(害獸)구제사업"으로 인해 대부분이 멸종됐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한국 표범은 69년 즈음에 포획된후 창경원에 기증 되었어요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은 "호랑이와 범은 완전히 다르다"고 하지요 과거 한반도에는 표범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개체수는 호랑이의 최소 4배 이상 이었으며 생김새가 비슷해 일각에서는 호랑이와 표범을 같은 종으로 여기면서 줄무늬에 따라 암/수로 구분하였다고 하는데 표범과 호랑이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지요
호랑이(虎狼이)는 다른 이름으로 범, 칡범, 갈범이라고 불렸는데 몸 윗부분은 적황색이나 담황색을 띄며 아랫부분은 흰 색이지요 몸 전체에는 검은색이나 어두운 회색의 짙은 줄무늬가 계속해서 나 있어요 이처럼 특징적인 줄무늬는 호랑이마다 모두 다르고 한 호랑이에서도 왼쪽과 오른쪽 줄무늬가 서로 다른것이 특징이지요
위와같은 정황으로 보아 표범과 호랑이는 엄격히 구분 되지만 표범을 '매화범', '돈범'이라 부르고 호랑이 또한 칡범, 갈범으로 부른것을 보아 범이라고 하는 것은 호랑이와 표범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범과 호랑이는 동의어로 범(호랑이)이라 부르고 표는 표범이므로 엄격히 구분해서 불러야 하지요
그런데 호랑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중에서 최고의 기억력을 자랑하는 동물 중 하나라고 하네요 호랑이의 단기 기억력은 사람보다 약 30초 정도 오래 지속되는 강력한 뇌 시냅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어떤 동물이든 쉽게 사냥할수 있다 하지요
어찌되었든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이었어요 그렇지만 호랑이는 흔히 용맹하고, 기백이 뛰어나며, 인간을 수호하고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력 있는 영물로 인식되어 왔지요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현관이나 대문 등에 호랑이가 그려진 ‘문배도(門排圖)’를 붙여 잡귀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했어요 특히 입춘날 대문 앞에 ‘범 호(虎)’ 자를 크게 써서 붙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의미이지요
임인년(壬寅年)을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 독립성, 도전 정신, 강인함, 열정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선조들은 검은 호랑이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