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우종학 서울대 교수:
줄리의 사생활
1. 줄리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유력 정치인의 가족이나 친척, 혹은 정치인 당사자라고 해도 사생활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사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씨의 아내 김건희씨가 룸살롱에서 일을 했든 아니든, 그의 장모가 유명한 명품 가방을 들고다니든 아니든, 혹은 어느 전장관의 가족이 어떤 차를 타거나 어떤 브랜드의 안경테를 쓰거나 관심가질 일이 아닙니다. 개인의 삶의 영역은 존중받아야 하고 개인의 선택과 권리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횡행하는 관음적 욕망충족의 사악한 버릇은 고쳐야 합니다.
2. 하지만 사생할이 사생활로 끝나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술집에서 웃음을 팔고 술을 따르는 일을 했어도 아무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직업을 통해 불법을 저질렀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일했거나 마약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면 전혀 다른 이슈가 됩니다. 그런 사생활은 그저 사생활일 수 없습니다.
3. 줄리가 아니라며 자원해서 인터뷰를 했다는 분의 사생활은 정말 안궁금한데,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게 합니다. 사생활이 공적영역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범죄 행위가 관련된 의혹들 때문입니다.
4. 첫째는 사모펀드의 귀재다운 면모때문입니다. 사생활은 그저 사생활인 것처럼 사모펀드는 그냥 사모펀드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불법이거나 죄악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열씨가 사모펀드는 사기꾼들이 하는 짓이라며 조국 교수가 장관직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점입니다. 사모펀드 관련해서 무슨 대단한 권력형 범죄라도 되는 것처럼 검찰이 칼춤을 췄고 언론이 굿판을 벌였지만 최근 대법원은 권력형 범죄는 커녕 정경심 교수의 공모 여부에 관해서도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5. 그런데 바로 그 사모펀드, 그러니까 윤석열씨가 사기꾼들이나 하는 거라고 했던 바로 그 사모펀드는 윤석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돈벌이 수단이었네요. 1년도 안되어서 82%의 수익률을 얻었다니 대단한 전문가입니다. 차익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억 정도 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대목에서 궁금하군요. 윤석열씨는 자기 아내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사모펀드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을까요? 이제 더이상 사모펀드는 사기꾼들이 하는게 아닌게 되었나요?
6.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사모펀드를 사용했다는게 아니라 주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입니다. 주가조작은 심각한 경제범죄입니다. 정겸심 교수가 사모펀드에 관여했다는 수준의 의혹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줄리'가 아니라는 분의 사생활이 그냥 사생활로 남아있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누구는 이미 검증된 일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검찰의 압수수색 법기술을 이미 깊이 맛본 국민은 그정도 검증에 만족이 안됩니다. 일단 압수수색 10군데 쯤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7. 검찰과 언론은 장애를 많이 겪나 봅니다. 이쯤이면 압수수색 수십 곳은 시작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주가조작과 사모펀드 관련 수백 개의 기사도 쏟아져야 하지 않을가요? 생계헹이라며 클릭수를 높여야 된다며 마녀사냥에 열을 올리던 분들 다 어디로 갔나요?
8. 줄리가 아니라는 분의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이 심각해 보입니다. 오늘 국민대 교수들이 창피한 수준의 박사학위논문이라며 문제제기를 해서 대학차원에서 논문 표절 조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논문의 반 정도는 복붙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박사학위 취소는 물론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표절로 채워넣은 논문을 마치 자기가 연구한 것처럼 위조해서 제출한 이 사생활은 그냥 사생활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9. 가만 생각해 봅시다. 표창장 위조와 박사학위 논문 위조. 어느 것이 더 심각합니까? 박사학위 사실 아무나 받지 않습니다. 표창장? 네 왠만하면 받습니다. 물론 표창장 위조 여부는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박사논문 위조는 연구윤리 위원회가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나와있는 논문 내용과 표절 의혹을 보니 결론은 뻔해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심사위원들이 양심선언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이중잣대는 사회의 안정성을 해칠 뿐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희화하기에는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생활은 사생활로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공적영역으로 불거진 이슈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법입니다. 한쪽은 필요 이상으로 압수수색하고 수사하고 마녀사냥하고 다른 한쪽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최소한의 일관성마져 갖지 못한 사회는 선진국은 커녕, 지킬만한 가치도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11. 줄리든 아니든 사생활에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불법에 대한 의혹은 철저히 밝혀주기 바랍니다.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는데, 어찌 남에게는 사기꾼이라고 하고 자기 아내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하는 이중잣대를 가진 사람에게 대통령직을 맡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