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나는 혼자였다. 항상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 수없이 많은 눈들이 휘날리며 사람들의 몸을 감싸 안아주고는 떠나갔다.
" 여…긴가? "
거대하고 웅장한, 새하얀 건물앞, 정확히는 출입구라고 할수있는 곳 앞에 섰다. 집에서 이 곳으로 오기위해 5일이 걸렸다. 내 이름은 '하륜세르'.─성별은 남자다.─ 물론 이게 내 진짜 이름인지는 모른다. 처음 눈을 떳을땐 아무런 기억도없었으며 벌거숭이인 나를 데려가 길러준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양부모님들이다. 하나의 영지와도 비슷할정도로 많은 땅을 차지하고있는 이곳은 '학교'라는 곳이다. 집에있는 책이란 책은 모두 보았으며─양부모님은 꽤 큰 서점을 하고 계신다.─암기까지 확실히 했다. 언제부터 내가 언어를 배웠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읽히는걸 그대로 읽었을뿐이다. 별로 기억하고싶지도 않는 내용들은 나도모르는 사이에 머리속에 암기하고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양부모님들은 나를 이 학교에 보내기위해 많은 돈을 들여 입학을 시켰고, 부족한 돈은 친구나, 아는 사람들에게 빌리기도 했다. 이곳은 귀족들도 몇몇 다니기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으며 배우는 수준도 장난아니게 높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내 머리카락을 한뭉큼 잡아당기며 꼭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의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 내 이름은 '뮤헤인'이야. 나이는 15살이고. 물론 동갑이니까, 알고있겠지? 잘 부탁해. "
한참을 웃던 여자아이는 자신을 소개한뒤 악수를 청하는듯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쳐다보다가 뮤헤인이라는 여자아이가 재촉하듯 손을 살짝 위아래로 흔들자 덥썩 잡아주었다.
" 좋아! 네 이름은 뭐니? "
" … 하륜세르. "
" 좋아, 하르! 어서 들어가자구. 입학식 시작까지는 이미 20분 가까이 다가왔다고. "
자기 마음대로 이름을 줄여서 부른 뮤헤인은 내 손을 잡고는 뛰기 시작했다.
"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입생여러분은 모두 의자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
칼날같은 검은 콧수염을 가지고있는 남자의 말에─아마 교장인듯─하르를 포함한 모든 신입생들은 자리에 앉았다. 한참을 연설을하던 교장은 곧 어떤 남자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 빈센트 폰 가브리엔 "
곧 짧은 검은머리를─샤기컷 같은─ 가진 남자아이가 일어났다. 눈은 짙은 보라색이었는데 그의 외모는 굉장히 잘생겼었다. 빈센트가 일어나자 무도회장에─입학식을 급하게 치르느라 무도회장을 빌렸다.─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 가브리엔이래! 그 신의 축복을 받은 집안. "
" 어머! 왠일이니? 엄청 잘생겼다! "
남학생들은 질투와 시기로 투덜거렸으며 여학생들은 얼굴이 붉어지며 연신 '어머'와 '꺄악-'을 연발했다.
하르는 우리 신입생들의 대표라는 말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빈센트는 하르의 뒤에 있었기때문에 자연스레 하르의 고개를 뒤로 돌려질수밖에 없었다.
'가브리엔'가문.
중앙귀족들 사이에서 가장 이름높은 가문이다. 가장 황제에게 가까우며 신들의 축복을 받았다거나 신이 내려와 귀족의 인간여자와 관계를 맺어 가브리엔이라는 가문은 만들었다는 등, 여러 루머(Rume)들이 돌고있었다.
빈센트를 가만히 뚫어져라 쳐다보던 하르는 목이 아파 고개를 돌릴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고개를 조금 아래로 돌리더니 하레와 눈을 맞추는 빈센트때문에 고개를 돌릴수가 없었다.
하려고한 일은 꼭 하고말겠다는 성격인 하르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했다. 빈센트의 위엄있는 눈에 자신이 눌리는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않았던 하르는 아픈 목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해서 쳐다봐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멈추었다.
" 빈센트 폰 가브리엔 학생은 어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
교장의 짜증스럽다는 말투에 빈센트는 하르에게서 시선을 떼고 자리에서 떠나 앞으로 걸어갔다. 하르는 더이상 목이 아프지 않아도 됀다는 안도감에 한손을 들어 목을 주물르고 있었다.
상장을 받고는 자리로 돌아오던 빈센트는 하르쪽을 다시한번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여자인줄 알았다. 수려한 외모와 보통의 남자아이들보다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치빠른 그는 곧 하르가 남자라는걸 알수있었다.
하르는 뮤헤인과 대화를 하고있었다. 그래봤자 얘기하는건 뮤헤인 혼자뿐이지만 말이다. 하르는 왠지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있는것만 같아 뮤헤인이 떠들든 말든 상관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자리에 앉은 빈센트는 계속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하르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뮤헤인이 말하는걸 다시 듣고있었다.
" ……이것으로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각자 나갈때 자신의 담임선생님이 주시는 번호표를 잘 받기바랍니다. 그것은 기숙사 방 배정을 해줄것이고, 자신의 반과 번호도 써있으니, 꼭 받길바랍니다. "
깐깐해보이는 교장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단상에서 내려갔다. 아이들모두 무도회장 출입구에 서있는 선생님들에게 다가가 번호표를 받아들었다.
하르와 뮤헤인도 번호표를 받았다.
" 난 E 기숙사 307호야. 넌 어디니? "
" E 기숙사 106호. "
기숙사는 학년순으로 제일높은 학년부터 A~E까지 기숙사가 있다. 물론 여자기숙사와 남자기숙사가 한 건물에 있으며 여자기숙사는 모두 위층에 있으며 남학생들은 절대로 올라갈수없다.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남자가 밟으면 계단은 곧 엄청 미끄러운 기름을 칠해놓은듯 발이 닿자마자 미끄러져 넘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 흐응. 참, 난 3반이야. 너는? 와! 너도 3반이구나! "
뮤헤인은 하르가 대답하기도 전에 번호표를 빼앗아 들더니 크게 외치며 기뻐했다.
빈센트는 번호표를 받고 나가다가 아까전의 그 남자아이─하류─가 아까전의 여자아이와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것을 보았다.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굉장히 컷지만 아이들은 별로 신경쓰지않는듯 그저 지나쳤다. 빈센트는 조용히 들려오는 하르의 목소리에 자신의 번호표를 보았다.
E 기숙사 106호
같은 방이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번호표에서 하레에게 눈을 돌렸을때 뮤헤인이 하르를 안으며 기쁨의 탄성을 지르고있는게 마음에 들지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방이라는 것이 더 좋았는지 슬쩍 웃음을 띄었다. 그래봤자 자신만 알정도였으니말이다.
기숙사 건물로 들어선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방을 찾아가 들어갔다. 수업은 내일부터 바로 시작이기때문에 오늘은 푹 쉬거나 학교 구경을하기 위해 허둥지둥대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르는 자신의 방을 찾아 들어섰다.
" 아. "
먼저 들어온 학생이 있었는지 현관앞에는 꽤나 고급스러워보이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져있었다. 혹시 귀족과 같은방인가? 하는 물음표가 달린 얼굴을 하고서 자신도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섰다.
기숙사 방은 원룸이었는데 침대가 따로가 아닌 킹 사이즈로한쪽에 있었다.
" 네가 나의 파트너인가? "
테이블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르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까전의 신입생 대표였던 '빈센트 폰 가브리엘'이 무테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며 말했다. 시선은 계속 책을향해 있었다.
" 으… 아, 네. "
'응'이라고 대답하려고 했던 하르는 곧 그가 귀족이라는것과 양부모님이 귀족에게는 언제나 존댓말과 바르게 행동하라는 말에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빈센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하르를 바라보았다.
" 이곳은 귀족이든 평민이든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곳이 아닌가? "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만…. "
빈센트는 끼고있던 안경을 벗어 테이블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책도 자신이 읽었던 부분을 책깔피로 표시해두고나서는 안경옆에 조금은 신경질적이게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르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똑바로 서서 그를 화난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었다.
픽- 하고 웃으면서 하르를 내려다본 그는─하르의 키는 빈센트의 어깨정도로 작았다.─하르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쾅'하는 신경질적으로 문닫는 소리에도 아무런 미동도 없던 하르는 의문에 빠졌다.
어째서 화를 내는걸까? 자신의 마을에 있던 영주는 이렇게 하면 언제나 사람좋은 웃음을지으며 좋아했다.
" 아, 맞다. 뮤헤인. "
짐은 이 학교에 있는 하녀들이 모두 정리해놓을것이다. 하르는 아까전 뮤헤인과 함께 학교 구경을 하자는것을 생각해내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첫댓글 귀 뚜는 것 ... 전 뚫지않아서인지 무지 아플것같은데 ..
사실 저도 그랫답니다../ㅂ/ [덜덜] 처음에 뺄때 죽는줄 알았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