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동주의 무덤
인광(印光) 장희구(張喜久)
실 같은 그믐달이 동녘 하늘 아슴푸레 밝힐 때
무수한 별들이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는 추억과 사랑의 별입니다.
나는 동경과 시(詩)의 별입니다.
나는 친구 동주(東柱)와 같이 함께 한 별입니다.
나는 북간도에서 기다렸던 동주의 어미 별입니다.
제 각기 이름을 붙이는 별들의 속삭임들이
유난히도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별들을 다 헤일 듯한 거룩한 분노로 들려옵니다.
별을 노래하는 <서시(序詩)>의 사랑 한 가락이
하늘을 노래하는 부끄러움으로
잎새 스친 바람의 괴로움으로
유난히도 밝은 별들의 속삭임 되어
사랑의 가곡을 잡아타고 멀리서 들려옵니다.
<별 헤는 밤>의 여운이 쓸쓸함을 담아
동경과 시를 감싸는 보자기가 되더니만
이제는 토닥이는 씨앗이 되고 말았답니다.
동주만이 가장 아끼는 [하늘]의 별
동주만이 가장 사랑하는 [바람]의 별
하늘과 땅을 수없이 오가는 동주의 저 [별]들
별이 잘 익으면 이젠 농익은 [시] 한 편이 되었겠지요.
그런데, 그러하온데! 어머니별은 그 어디에 있습니까?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별에게도 봄은 오겠지만,
땅에 쓴 이름 석 자 지우고 지웠던 그 흔적들이
별들이 속삭이는 무디어진 무덤이 또 되었겠지요.
애타게 울부짖었던 별이 된 동주의 무덤을 찾아
아무도 몰래 어머니 별 곁에 살며시 묻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광(印光) 장희구(張喜久) [별이 된 동주의 무덤] 전문
↓아래는 윤동주의 냄새가 나도록 바탕에 은은하게 깔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