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부르주아 혁명. 우리 사회는 2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이 봉건제 척결을 위한 움직임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 전국의 부르주아들이 떨쳐 일어났다. 이 모두가 ‘구체제’ 아래 엄청난 특권을 누려온 귀족들을 타도하고, 귀족들의 전제정치로부터 이 사회를 해방하기 위한 운동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봉건귀족들은 수세를 만회하려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 극렬한 저항도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최근에 자살한 어느 “노동귀족”의 급여 명세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특권을 누려왔는지 알 수 있다. 기본급이 무려 102만원에, 근무한 지 20년밖에 안 된 주제에 ‘근속수당’으로 무려 6만7천원, 회사가 바쁠 때에 잔업 좀 해주었다고 ‘시간외 수당’으로 따로 43만원, 한달에 자그마치 16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챙겼다.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이가 70평생을 모아 남긴 돈이 29만원이라고 할 때, 그 다섯배가 넘는 금액을 단 한달 만에 손쉽게 챙겨왔던 것이다.
이런 귀족들의 횡포 아래 사는 ‘자본가’ 가족의 삶이 오죽했겠는가. 한진 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이 배당이라고 받은 돈은 2000년에는 겨우 32억원, 2001년에는 고작 23억원이었다. 한나라당의 일개 의원이 대선이라는 명절을 맞아 SK에서 축의금으로 받은 돈이 100억원이었다. 이 액수의 1/3 내지 1/4밖에 안 되는 돈으로 회장님 이하 전 인척이 그동안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니 “대한민국, 저 노동 귀족들 때문에 기업 해먹기 더럽게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이걸로도 모자라 ‘노조’라는 이름의 로열 클럽을 결성해 툭하면 ‘파업’을 한답시고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려온 게 바로 이 ‘노동귀족’이라는 자들이다. 파업을 하면 당연히 기업에 손실이 간다. 그리고 그 손실은 마땅히 그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게 부담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법적으로 약간의 책임을 물었기로서니, 천막 농성을 하고, 목에 밧줄을 매고, 심지어 제 몸에 불을 지르는 등 온갖 난리를 쳐서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다. 이게 저 노동귀족이라는 이름의 수구세력들이 기득권을 유지해온 방법이다.
가령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자결한 김주익 백작의 경우를 보자. 회사에서 입은 손실을 가압류하고도 남은 돈이 무려 13만원하고도 5080원. 전직 대통령이 가진 전 재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제 아무리 귀족이라도 그 정도면 품위를 유지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 뭐가 모자라 목숨을 끊는단 말인가. 귀족이라면 모름지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일. 전직 대통령은 평생 모은 29만원의 재산에서 10만원을 뚝 떼어 경찰의 날을 맞은 민중의 지팡이들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다. 이런 걸 좀 본받으면 안 되는가?
부당한 파업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혀놓고, 우리의 노동귀족들은 그동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왔다. 자결한 김주익 백작이 거주하던 곳은 무려 5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저 멀리 초원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베란다에 큐피드가 조각된 분수대가 놓인 정원까지 딸려 있을 게다. 이런 호화 저택에서 충분히 호사를 누려보았으니, 경기도 안 좋은 지금, 남들처럼 서민의 삶으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택 좀 가압류했기로서니, 35m 상공의 스카이라운지로 거처를 옮겨 요란하게 항의를 할 건 또 뭔가?
두산 중공업 배달호 공작의 분신, 한진 중공업 김주익 백작의 자결에 이어, 이번에는 세원테크 이원중 자작이 몸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툭하면 “노동귀족” 운운하던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의 저질 기자들도 이 참에 함께 급여 명세를 공개했으면 좋겠다.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기사’라고 써 제끼는 대가로 연봉을 얼마나 받아 처먹는지 우리도 좀 알면 안 될까?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에서는 ‘구조조정’ 안 하나? 실없는 기사나 쓰며 종이와 잉크나 낭비하는 기자들 과감하게 정리해고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노동귀족” 운운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장단에 맞춰 ‘대기업’ 노조를 비난하던 노무현 대통령. 파병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볼 때 영 노동능력에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이왕 ‘재신임’받겠다고 나섰으니, 이 참에 대통령직도 과감하게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환해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게 어떨까?
진중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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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의 유언장, 그리고 단식농성
글쓴이 : 허영구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류(?)기업 삼성재벌을 향해 여성노동자들이 5년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자본의 극단적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국가권력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본가를 비호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명백한 현실을 삼성생명 여성해고자들의 단식농성은 증명하고 있다.
김대중정권의 IMF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8년 10월에 부당해고자 개인별 이의제기 실시와 해고자 조직결성을 시작으로 수많은 집회와 그에 따른 벌금형, 위원장의 구속, 조합원들에 대한 삼성의 1억 4천만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 청구에 이르기까지 삼성재벌의 노동운동탄압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무현정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13부터 오늘까지 결사상경투쟁 27일, 집단단식투쟁 22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경찰과 구사대의 조직적 방해와 소음과 먼지 등 열악한 단식 환경에서 끈질긴 투쟁을 진행하여 왔다.
1998년 당시 출산휴가, 임신중에 있는 여성, 기혼여성, 사내결혼여성 노동자를 협박하여 강제 해고시키면서 지난 5년 간 삼성생명 해고 여성노동자들은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자본의 야만성을 몸으로 확인하였다. 이번의 단식농성과정에서 자본은 또 한번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노무현정부는 자신에게 표를 던진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국민의 권리인 집회와 시위조차 방해하였을 뿐 아니라 삼성재벌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지난 10.30 남대문경찰서는 삼성해복투의 집회신고시점이 오후 3시 50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후 4시에 삼성이 신고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신고서를 접수하여 삼성과 국가권력에 의해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나이 든 여성노동자는 유언장을 써 둔 채 힘겹게 단식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소홀했고 남편에게 직장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마냥 소홀했던 것을 용서받으려고만 했던 미련한 어미! 고3이 되어도 라면 한 그릇, 커피 한잔을 못 챙겨주었던 미련한 어미! 눈비 오는 날 우산 가져다주는 엄마가 제일 부러웠고, 군인 갔을 때 면회 자주 오는 엄마가 부러웠다는 그래서 자기 와이프들은 절대로 직장생활을 시키지 않겠다던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무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구나. 그저 모든 것을 용서해 달라는 뻔뻔스러운 말 밖에는 할말이 없구나............. 나의 사위 며느리들을 포함해 나의 아이들아! 엄마가 없으면 너희 아버지에게 자주 연락 드리도록 하거라. 용돈을 얼마 드리는 것은 안 해도 된다. 자주 연락 드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식들이 옆에 있고 아버지를 걱정한다는 확인시켜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너희 할머니 치매13년 대소변을 3년 이상을 받아 보아서 노부모 모시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고 있단다. 그러니 너희 아버지가 기력이 떨어져서 돌보아 드려야 할 시간이 오면 병원으로 모시도록 해라........ 그리고 엄마 시신은 장기 이식 센터에 연락하여 기증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제사는 지내지 말아라. 정 서운하면 어느 날을 정해 성당에서 연미사나 드리도록 하던지 그것도 사실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8세 해고 여성노동자의 20여 일간의 단식 노숙투쟁 일지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요약하면,
. 10.10 : 조직이탈 동지에게도 행운을 빈다.
. 10.12 : 집회 후 귀가하여 가족을 위해 집안을 정리한다.
. 10.13 : 단식 1일차, 비장한 마음으로 거리 잠을 시작하다.
. 10.14 : 아들, 딸이 달려오고 손자의 전화를 받다. 딸의 눈물을 닦아주다.
. 10.15 : 체온이 떨어지고 조금 어지럽다.
. 10.16 : 비닐로 지붕을 만들다.
. 10.17 : 기력은 떨어지나 정신은 맑아진다. 노동가수 노래를 듣다.
. 10.18 : 자신의 단식에 대견함을 느끼다.
. 10.20 : 기력이 저하하다.
. 10.22 : 손자가 왔으나 안아줄 수가 없다.
. 10. 23 : 불법집회라며 연행되어 조사를 받다. 어지러워 경찰서 바닥에 신문을 깔고 눕다.
. 10. 24 : 깨어보니 병원에서 링거를 꼽고 있다.
. 10.25 :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고 병원에 실려가다.
. 10.26 : 비정규직 집회에 참석하다. 비정규노동자 이용석이 분신하다. 가슴이 아려 온다.
. 10.27 : 살만한 세상을 후손들에게 남겨줘야 하는데.
. 10.28 : 단식하지 않는 후배들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다.
. 10.29 : 민주노총 지도부가 텐트를 친 서울역으로 옮기다.
. 10.31 : 농성 19일째, 상공회의소 앞 집회를 하다. SBS인터뷰가 8시에 뉴스에 나다.
또 다시 아직은 젊은 여성노동자의 일지가 계속된다.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 3살된 아들 그리고 출근해야 하는 남편, 착잡함과 가슴에서 복받쳐 오르는 감정들, 연로하신 시어머니께 떠넘기듯 내 소중한 식구들을 맡기고 집을 비운 지 21일째.....아이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내 감정절제가 안 될까봐 전화 거는 것조차 뒤로 미뤘다....그리고 몇 일 뒤 엄마가 보고싶다 하여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아이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 해도 주책없는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을 보낸 후 누가 볼세라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농성장 침탈로 잠시 접었던 천막노숙농성이 시작되는 서울역에서 삶의 무게로 밀려나온 수많은 노숙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서울역 앞 민주노총과 민중연대의 농성텐트와 함께 지난 5년 투쟁의 한을 안은 삼성생명 해고 노동자들이 텐트를 치고 온 몸을 갉아내는 단식을 전개하고 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이제는 바쁘게 사는 것조차 멈추어버린 노숙자들이 뒤엉켜 항상 분주한 서울역 앞에 유목민의 텐트처럼, 유랑극단의 가설극장처럼 줄지어 서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자본의 힘이 강해서 보다는 노동의 단결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는 우리들에게 항상 익숙한 절규다. 가능한 수단을 찾아 연대하자.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투쟁하는 동지들을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십시일반의 투쟁기금을 보내보자! 저들이 수백, 수천억의 불법자금으로 권력놀음을 벌릴지라도 우리는 따뜻한 정성의 손때가 묻은 동지애를 필요로 한다.
첫댓글 노대와 전야제가니? 전야제 오면 같이 술이나 한잔하자.
오빠 전 전야제 갈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