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해도 많이 길어져 아침에 동이 일찍 트고 저녁무렵은 서산에 해가 오래 머무른다.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흔적이다. 고향 남녘에는 매화가 만발하여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이 산골에는 아직까지 미처 덜 녹은 눈꽃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조건을 보면 결코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가 아닌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오늘 아침도 영하 2도의 기온으로 시작되는 산골의 하루를 열었다.
밤사이 영하의 기온에 얼어붙은 땅바닥은 아침나절 햇살이 나오고 영상의 기온으로 오르기가 무섭게 이내 녹아 물기로 흥건히 젖는다. 밟으면 질퍽질퍽, 미끌미끌 겁난다.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낮은 곳으로 흘러 그야말로 쓰레질 해놓은 논바닥과 같으니 무슨일을 할 수 있겠는가? 눈 때문에 일을 못했는데 이제는 눈이 녹아도 일을 못한다.
전날 하던 장작집 토막나무 정리작업을 마저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땅바닥이 질퍽거려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엔진톱을 사용해야만 하고 도끼질에 넓다란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나르는 일을 해야해서 질퍽거리는 땅바닥은 위험천만인 것이다. 내려서 문제이고 녹아서 방해가 되는 눈, 이래저래 이놈의 눈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니 원망스럽다고나 할까?
촌부보다 더 느긋하고 긍정적인 아내의 말이 맞긴 맞는 말인데 그래도 해야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마음을 몰라주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일을 못하고 장작집 부근을 살피며 하염없이 바라면서 서있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조상님 중에 일 못하고 돌아가신 분이 있나? 왜 그렇게 일을 못해 안달복달인가 모르겠네!" 할 말이 없고 겸연쩍어 그냥 웃기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자동차 딜러 한사장이 전화를 했다. 지난 1월에 주문예약을 해놓은 자동차 출고시기가 한달이 더 연기되어 4월 중순에나 출고가 될 예정이란다. 애초 두어 달 걸린다고 했는데 또 늦어진다니 마음이 많이 복잡하다. 여기저기 갈 곳이 많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말이다. 평창시니어클럽에서 알선해준 일자리에도 못나가고 원주에도 다녀와야 하고 오는 30일 동창회가 구례에서 있는데 거기도 못갈 것 같다. 제천에 사는 친구가 함께 가자고 했으나 그나마도 쉽지않을 것 같으니 생각이 많이 어수선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있는데 아내가 불렀다. "아무 생각하지말고 둘째 데려다주고 봉평장에 나갔다가 오는 길에 보건진료소에 다녀옵시다." 라고 했다. 역시 촌부 마음 알아주는 마나님이 최고다. 시골 오일장 구경하는 것은 언제라도 너무 재밌고 참 좋다. 오는 길에 보건진료소에서 아내가 복용하는 약을 지어왔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아침나절 잠시라도 장작집 정리를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못하면 또 노는 것이지 뭐~
첫댓글
즐거운 오후 만드세요
잔설이 있지만 봄은 이미 와 있겠지요~
무엇이 어수선한가
했더니 땅바닥이
질퍽거려 나무
정리가 안되겠군요.
자동차 출고도
늦어지고
내원참~
왜 나까지 심란스러운지 모르겠어요.ㅎ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