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유랑극단 "태양극단"이 목포 공연을 하고 있을때
무대뒤 분장실로 다박머리 한 소녀가 조용히 들어 왔다.
다음 출연을 위해 분장을 가다듬는
가수들로 북적대는 분장실에 들어온 이 촌스런 시골 소녀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소녀는 용기를 내어 단장에게 다가 갔다
" 저 가수가 되고 싶어 찾아 왔는데요"
단장은 앳되 보이는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심히 말한다.
지방공연 때마다 가수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소녀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나 가수가 되는게 아냐. 그리고 넌 아직 나이도 너무 어려 보이구 말야"
"아니어요 전 괜히 허영심에서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예요.
전 가수가되는 것이 평생꿈이에요 노래는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도 있고요""
그래 ? 그럼 노래나 한번 불러보지"
단장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소녀를 쫓아 보낼 요량으로
한곡 불러보도록 했다.소녀는 잠시눈을 감고 감정을 잡더니 노래를 시작 한다.
소녀의 노래가 시작되고 시끄럽게 북적이던 분장실이 잠잠해졌다.
뛰어난 가창력. 가슴을 파고 드는 애절한 목소리가 제법이었다
."그래 넌 노래해도 되겠다"
이난영은 목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양동 42번지,
속칭 양동 6거리의 산동네 초가집에서 태어났다.
李蘭影의 본명은 이玉禮(옥례), 당시만 해도 냇가 언덕
위의 바윗등으로 불리는 빈민촌이었다.
내 60년도 후반 기억으론 아마 멋내고(목포여고)밑
산정동으로 들어오는 도로 때문에 깎은 언덕 같다(양동).
(목포여고생들이 하도 멋을 잘내서 별명이 멋내고다.
이쁜애들이 많아 남햑생들이 그렇게 통칭했다)
불멸의 스타가 된 이난영은 초등학교 4학년이 배움의 전부다.
엄마가 식모로 있는 제주도에 건너가면서 그 인생의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다.
일본인 집주인은 극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난영이 아이를 돌보면서 한 마디
한 마디 흥얼거리는 그녀의 노래 소리가 집주인이 보기에는 예사롭지 않았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소질을 감지한 집주인은“그냥 썩히기에는 아깝다”며
극(劇)이 시작되기 전에 노래하는 막간가수로 주선해준다.
열너댓살 애띤 소녀의 구성지고 애간장을 끊는 목소리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말았다. 1932년 16세 되던 해 였다.
태양 가극단 단장이 난영을 무대가수로 키우겠다며,
즉석에서 특별단원으로 채용한다.
그리고, 이옥례라는 본명 대신 蘭影이라는 예명을 지어준다
반년후.재일 한국인 (在日朝鮮人) 위문공연차 일본원정을 떠나는 태양 가극단에
섞여 일본의 오오사카에 도착했고,레코드 기획을 위해 그곳에 와 있었던
당시 흥행계의 거물 OK 레코드 사장 李哲의 눈에 우연히 띄게된다.
그는 그녀를 작곡가 손목인에게 소개시켰고, 그녀에 맞는 곡을 준비하도록
부탁한다. .먼저 김능인 작사 문호월 작곡의 '불사조'를 불렀다.
그녀를 떠올리면
남편 김해송(본명김송규) 이라는 작곡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가수이자 작곡자였고, 지금의 뮤지컬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시도한 인물이다.
못다루는 악기가 없고 당시에는 천재라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다.
오케 레코드 이철 사장과 친분으로 이난영을 알게 되었고,
약 2년 정도 열애 끝에 1937년에 결혼을 했다
(사실은 지방 공연 차 이난영을 겁탈해 임신 시켜서 할수 없이 결혼 했지만...).
39년에는 남편 김해송이 작곡한 '다방의 푸른 꿈'이라는 곡을 이난영이 불러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 곡이 국내 최초 블루스 곡이라고 한다
이난영은 1940년대부터는 단순히 노래하는 싱어로서 뿐만 아니라 극단에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하는 탤런트로서의 재능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이는 뮤지컬을 중요시했던 남편 김해송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오빠인 이봉룡도 김해송에게 악기 연주와 화성법을 배워서
본인도 작곡자로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37년 속편격인 ‘해조곡’(이부풍 작사, 손목인 작곡)을 거쳐,
목포노래의 완결판이자 42년 또 한차례 대대적 목포 열풍을 일으킨다
‘목포는 항구다’ 를 통해 다시 한번 관련지역 이름을 부흥시킨다.
친오빠인 이봉룡이 쓴 이 곡은 시리즈 전편인 ‘목포의 눈물’에
나왔던 지명들이 고스란히 반복된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유달산 잔디 위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아아! 추억의 고향!
--계속--
[특집다큐] 다시 보는 난영(200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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