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4 - 수놓은 비단공 혹은 꽃으로 된 물그릇, 여름의 수국
학명1: Hydrangea serrata for - 산수국
학명2: Hydrangea paniculata - 나무수국(목수국)
학명3: Hydangea macrophylla - 수국
“문제: ‘물을 좋아하는 국화’가 있다. 그 국화는 가을 아닌 여름에 핀다. 둥글게 핀 모습이 비단으로 수놓은 공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는 물그릇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꽃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수국’이다. 장마철 시기쯤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까지 다양한 종류와 다채로운 색상의 수국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번에 다룰 꽃은 색상 고운 비단으로 만든 공을 닮고 예쁜 물그릇을 닮은 여름 수국이다.
이름에 물 수자가 붙은 것답게 수국은 물을 좋아한다. 라틴어 Hydrangea의 뜻은 ‘물그릇’, 한자명으로는 ‘비단에 수놓아 만든 공’이라는 의미의 수구화로 불린다.
물가에서 피거나 습기가 풍부한 토양을 선호한다. 건조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가 너무 강하게 내리쬐면 잎이 축축 늘어진다. 원산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히말라야, 아메리카 등지라고 하는데, 꽤나 폭넓은 지역에서 분포하는 모양이다.
수국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보고, 주로 6월 장마철 무렵 7월까지 피는 수국, 7월부터 8월까지 개화하는 나무수국(목수국)과 산에서 피는 산수국이다. 요약하면 그냥 수국은 6~7월에, 나무수국과 산수국은 7~8월에 개화한다.
하지만 산수국, 나무수국, 수국은 모두 장미목 범의귀과의 낙엽 관목이다. 대부분의 수국 종류는 아무리 키가 자라도 1m을 넘지 않기에 풀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국은 엄밀히 말해 나무고 목본이며 관목이다.
산수국은 앞에 ‘산’이 붙은 것으로 알 수 있듯 주로 숲에서 자생한다. 하지만 요즘 나무가 많이 심어지고 공간 여유 없이 빽빽해져서 숲에서 산수국 군락지를 보는 건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저 몇 송이씩 무리지어 핀 것만 목격된단다.
잎은 깻잎처럼 생겼으며 마주나고 다소 두껍다. 끝이 꼬리처럼 길게 빠져 있다.
꽃은 한여름인 7~8월에 피고 가지 끝에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둥글고 큰 산방화서의 꽃차례가 달린다. 색상은 분홍, 파랑, 보라색까지 다양하다.
산수국의 가장 큰 특징은 유성화와 무성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수국 하면 무성화만 떠올리는데, 그건 원예종으로 따로 계량된 수국이다.
원예종의 모태인 산수국은 겉에는 무성화가 있지만, 산방화서의 가운데 쪽에는 꽃잎은 퇴화되고 암술과 수술이 발달한 작은 유성화가 달려 있다. 유성화는 작은 꽃받침잎, 꽃잎, 수술이 모두 5개이다.
산수국이 예쁜 까닭은 무성화의 꽃잎처럼 생긴 화피의 빛깔과 모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무성화의 화피는 보통 4장이 기본인데, 종류에 따라 2장에서 많게는 8장까지 달린다고 한다.
무성화, 즉 헛꽃의 화려함으로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헛꽃이 뒤집힌단다. 그리고 진짜 꽃 부분에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열매는 10월에 익으며 작은 삭과이다.
나무수국(목수국)은 잎의 생김 등이 산수국과 비슷하다. 아니, 사실 수국류가 다 잎이 깻잎을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꽃은 원뿔 모양이라 산수국이나 일반적인 그냥 수국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꽃이 활짝 피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다.
개화 시기는 산수국과 비슷하다. 워낙 생김새가 유사하기에 산수국과 나무수국을 구별하는 데 종종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징은 꽃의 색상이다. 만약 색깔이 흰색이라면 그것은 산수국이 아닌, 나무수국 혹은 그냥 수국일 수 있다.
초반에는 연둣빛을 띠는 흰색으로 피어나, 꽃이 활짝 피면서 점점 하얀색으로 변하다가, 흰색 꽃들이 지면서 점차 분홍색으로 변한다. 꽃이 시든 다음에도 열매와 함께 꽃이 핀 형태 그대로 한겨울 내지는 다음해까지도 가지 끝에 달려 있기도 한다고......
나무수국 역시 헛꽃과 유성화가 함께 달리고, 당연히 씨앗도 맺을 수 있다. 외국에서 품종을 연구해 향기가 좋으면서 꽃도 풍성하고 알록달록하게 변화하는 색상의 나무수국을 개발했단다. 역시 꽃이 예쁘니까 연구도 그만큼 많이 하는 모양이다. 돈이 되니까, 쳇!
한편 보통 수국은 6월 초여름에서 7월까지 개화한다. 수국 중에서는 가장 먼저 피어나는 선두군이다.
관상룡으로 많이 심기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잎은 마주 달리고 두꺼우며, 난형 또는 넓은 난형이고 윤채가 있는 짙은 녹색이다. 길이는 7~15cm, 너비 5~10cm로 털이 없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둥근 산방화서를 이룬다. 색상은 분홍, 파랑, 하양, 보라, 빨강 등 다양하다. 심지어 화피는 녹색이요, 유성화는 분홍색인 것처럼 한 꽃에 이중색을 지닌 품종도 있단다.
수국은 원예종으로 만들어져 무성화만 있기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 번식은 사람의 손을 빌려 꺾꽂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수국류의 공통 분모는 꽃의 색상이 변화한다는 부분이다. 올해 분홍색 수국이 피었다고 해서 내년에도 같은 색깔의 꽃이 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내년에는 꽃이 푸르게 개화할 수도 있다.
이유는 토양의 산성(PH) 정도 때문이다. 흙이 알칼리성에 가까울수록 분홍색이나 빨간색 수국이 피어난다. 토양이 산성이라면 푸른 빛깔의 수국이 핀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수국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만약 분홍 계열 수국꽃을 보고 싶다면, 물은 중성적인 수돗물 주고, 흙에는 달걀 껍데기를 뿌려주는 게 좋다.
푸른 계열 수국을 보길 원한다면, 소나무 밑에 있는 부엽토를 이용하거나 솔잎을 뿌려주면 된다. 물은 탄산수를 희석해서 주면 좋다.
수국의 활용도는 일단 관상이다. 정원에 딱 심어 놓고 비 내리는 풍경 속에 푸른 꽃송이를 바라보면 그렇게 운치가 있다고 한다. 또는 흙과 물을 조절해 자신이 원하는 취향으로 물들인 꽃송이를 피워내는 것도 키우는 재미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냥 꽃이 알아서 색상이 변하도록 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싶다. 땅에는 지력이라는 게 있어서 알칼리성이었다가도 기력이 좀 부족하면 산성화가 좀 될 수도 있고, 그러다 기력 보충되면 다시 알칼리성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토양 따라 수국도 올해는 분홍으로, 내년에는 푸르게 피어나는 거고 말이다. 올해는 어떤 색깔 꽃을 피울까 기대하며 여름을 마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는 며칠 전만 해도 푸르던 꽃이 분홍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뜻밖의 풍경에 놀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한방에서는 수국류를, 그 가운데 특히 수국의 기본종이 되는 종류를 수구화 또는 팔선화라고 부르며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쓴단다. 심장을 강하게 하는 효능을 가졌으며 학질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에 처방하고 열을 내리는 데에도 많이 쓴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수국차라고 해서 산수국과 비슷한 잎으로 만든 차가 있다. 잎에 닷맛이 있고, 석가탄신일에 이 차를 불상에 붓는 풍속도 있다고 한다. 이 풍속은 부처님이 탄생하였을 때 용왕이 단비를 내려 부처의 몸을 씻어준 것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수국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비만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산수국의 잎을 여러 겹 싸서 보관하면 자체적으로 열이 나며 숙성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숙성시킨 잎들을 햇볕에 건조시키고 비벼서 차 대용으로 마시기도 한다. 그래서 천연 감미료 등을 목적으로 우리 산수국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수국류의 꽃말은 종류별로, 그리고 색상별로 제각기 다르다.
산수국의 꽃말은 대체로 ‘변하기 쉬운 마음’으로 통용된다. 나무수국은 ‘냉정’, ‘무정’, ‘거만’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원예종 수국은 ‘변덕’, ‘처녀의 꿈’, ‘진심’ 등이다.
색깔별 꽃말은 다음과 같다.
흰색: 변심, 변덕
파란색: 냉정, 교만, 깊은 이해
보라색: 진심
분홍색: 처녀의 꿈
붉은색: 건강, 강한 사랑
* 수국에 얽힌 전설
1. 꽃으로 피어나 닿은 마음, 수와 국의 이야기
옛날 옛적 한 마을에 소년 수와 소녀 국이 살았다. 둘은 쫓고 쫓아내는 관계였다.
“수야, 내가 오늘은 맛있는 도시락 싸왔어. 얘, 수야, 같이 가!”
국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수가 매우 좋았다.
“됐어. 난 바빠. 식물 채집해야 돼.”
식물학자가 꿈인 수는 맨날 따라다니는 국이 귀찮았다.
“여기까지 올라오지는 못하겠지.”
그래서 식물 채집 때문도 있지만 자꾸만 졸졸 따라다니는 국을 떨구려고 일부러 산에 오르기도 했다.
“어, 엄마야!”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이 쫓아오다가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딛게 될 줄은 몰랐다.
“야, 빨리 잡아!”
간신히 절벽에 매달려 있는 국을 살리려 수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지 못하고 국은 추락하고 말았다.
“내가 너무 높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수는 국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에그그, 어린 것들이 안됐어.”
마을 사람들은 수와 국의 주검을 수습해 묻었다. 훗날 두 무덤에서 예쁜 꽃이 피어났고, 서로의 무덤까지 이어지는 꽃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떨어져 있던 꽃은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허허, 파란 건 수를 닮은 것 같네.”
“분홍은 국이가 얼굴 붉힌 것 같지 않아유?”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꽃을 두 사람의 이름을 붙여 ‘수국’이라 부르게 되었다.
감상: 이건 일본의 전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국꽃 이름이 이 사람 이름에서 왔다는 게 좀 의외긴 하다. 살아서는 일방통행이었던 마음이 죽고 꽃이 되어서야 기어이 마주보게 되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2. 일희일비한 마음을 깨달은 처녀의 꽃, 수국
옛날 한 마을에 아릿다운 처녀가 살았다. 혼기가 차자 여기저기서 구혼이 밀려왔다.
“이 도령은 집안의 세는 좋으나 행실이 영 바르지 못하다고 하는데?”
“그럼 이 청년은 어떻겠소? 가세는 한미하지만, 인품이며 외양이 준수하다고 합디다.”
부모는 고심하며 처녀의 짝을 골랐다. 하지만 장성한 딸은 저 혼자 신랑감과 인연을 맺어 집에 소개했다.
“장인, 장모님 절 받으십시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겠다는 약속은 못하더라도, 따님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습니다.”
청년은 맹세의 표시로 분홍색의 풍성한 꽃을 건넸다. 처녀는 마당에 그 꽃을 심었다.
“이 은연히 붉은 연분홍이 꼭 내 마음 같구나. 참 곱디고와.”
둘은 청년이 과거를 보고 돌아오는 내년에 혼인을 언약했다.
“어머나! 어째서 이런 색이...... 이렇게 희게 바랜 꽃이 어쩐지 불길해.”
그리고 다음 해, 처녀는 꽃의 이변을 발견했다. 분홍색이었던 꽃, 분명 분홍 꽃송이를 피워내야 할 꽃이 하얀 꽃을 피운 것이다. 그리고 처녀는 평생의 언약을 맺은 청년이 병으로 돌아갔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수의처럼 하얀 꽃, 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처녀는 슬퍼하며 괜히 꽃을 원망했다. 그렇다고 장성한 딸을 매양 홀로 둘 수 없는 노릇이라, 부모는 다시금 혼처를 수소문했다.
“이번 혼인은 분명 큰 탈없이 진행될 거란다. 길일도 받아왔지 않겠니.”
처녀는 외모도 빼어나고, 자수 솜씨도 좋아 새 신랑 후보는 금세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혼인을 준비하던 어느 날, 처녀는 또 꽃에 이변이 생겼음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꽃이 푸르게 변하다니! 너무 차가운 색이야.”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신랑은 마음이 변해 다른 귀한 규수와 혼례를 치르고 만 것이었다.
“이 꽃이 정인의 변심을 암시라도 한 것일까? 차라리 혼인을 포기하고 비구니가 되는 게 낫겠어.”
처녀는 그 길로 짐을 싸서 고즈넉한 암자로 향했다. 그리고 불상 앞에서 자신의 집 마당에 심겨진 그 꽃을 발견했다. 꽃은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색, 보랏빛이었다.ㅍ
“헉! 왜 이 꽃이 여기서 나와!”
처녀는 순간 너무 놀라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귓가로 불상, 부처님의 속삭임이 들렸다.
“꽃의 색이 무슨 상관이랴. 꽃은 그저 같은 꽃이고, 색은 그저 색깔일 뿐. 진정으로 변한 건 너의 마음이 아니겠느냐. 말은 때로 씨앗이 되는 법, 그 상황을 부른 것도 네가 아니겠느냐.”
처녀는 깨달았다. 불길하다고 먼저 생각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다르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을. 또한 꽃의 탓이라 핑계를 댄 것도 처녀였다.
“사람 마음은 참 일희일비하구나. 기왕이면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아도 부족한 삶인데.”
인생과 마음의 깨달음을 얻은 처녀는 더는 세상사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수예 장인이 되어 빈자의 옷을 수선하고, 희망을 기원하는 수를 놓으며 평온하게 살았다.
감상: 사실, 이 전설은 원형을 좀 많이 각색한 거다. 실제로도 요즘 절에 수국을 심기도 한다고 하니.
참고자료1: blog.naver.com/kmy4627/221998656417
참고자료2: blog.naver.com/aldus_06/222779221790
참고자료3: 유저썸네일 숙마담의 쇠소깍 감귤농장
참고자료4: https://cafe.daum.net/koreanforest
참고자료5: 도서 이유미 저, <한국의 야생화>
자료 정리 및 편집, 각색: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