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전국 최초로 들어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개원시기를 늦췄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건립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애초 3월 개원 예정이전 병원은 두달 정도 늦어진 5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9일 대전시와 충남대병원 등에 따르면 서구 관저동에 건립 중인 ‘대전세종충남·넥슨 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어린이재활병원)이 5월 중순쯤 개원식을 갖고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애초 개원 예정이던 올해 3월보다 2개월가량 늦어진 시점이다. 개원이 지연된 배경은 공사 중단과 의료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현재 공정이 95% 수준인 병원 건축공사는 이달 말쯤 마무리된다.
신규 병원·장애 어린이 치료 부담에 지원 꺼려
관계 당국은 어린이재활병원 개원에 맞춰 의료 인력 공모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 전문 병원으로 소아과 전문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국적인 ‘의사 구인난’ 여파로 충원이 쉽지 않다. 대전시는 의사 연봉을 애초 2억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올리고 4차례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 새로 문을 여는 병원이라는 점과 장애 어린이를 치료한다는 부담으로 지원을 꺼린다는 게 의료계 판단이다. 약사(1명)는 막바지 채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아외과 병동에서 입원 중인 어린이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의료진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가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 소아 의료진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며 "소아 응급 진료체계 확대와 중증 소아 의료체계 강화, 소아 의료 인력 확충에 관계 부처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말했다.
윤석열 "소아 의료인력 확충 지원 아끼지 말라"
의사 충원에 난항이 거듭되자 대전시는 보건복지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전시 소속 공중보건의 3명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3명은 개원 후 6개월간 근무할 예정이지만 대전시는 내년 4월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충청권) 어린이 재활에 꼭 필요한 병원인 만큼 조속한 개원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건립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애초 3월 개원 예정이전 병원은 두달 정도 늦어진 5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어린이재활병원은 입원 50병상(낮 20병상) 규모로 충남대병원이 위탁 운영한다. 충남대병원이 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전시장이 임명한다. 대전시와 충남대병원은 이르면 10일, 늦어도 13~14일쯤에는 원장 선임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원장은 병원 운영과 진료를 함께 볼 수 있는 재활의학과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 선임 마무리…시험가동 등 개원 준비
어린이재활병원 치료 대상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예견돼 재활치료가 필요한 18세 미만 어린이다. 진료 과목은 재활의학과·소아청소년과·소아치과 등 3개다. 의사는 재활의학과에 3명,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치과에 각각 1명씩 배치된다. 당직의도 3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개원 이후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충남대병원에서 주 2~3일씩 의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래환자는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진료한다. 의학적으로 안정을 찾아 통원이 가능하지만,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를 위해 낮 병동도 20병상 규모로 운영한다. 24시간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50병상을 마련했다. 입원 어린이 교육 공백이 없도록 병원 내에 6개 파견 학급(영유아·초등·중고등 각 2개 학급)도 운영한다.
대전시·충남대병원 “늦은 만큼 완벽하게 준비”
대전시와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의사를 빨리 확보해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