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특정 종교 행사에 선다고 비판을 받을까봐 망설였다. 하지만 ‘보현행원송’을 작곡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지휘봉을 잡았다. 불자로서 당당하게 내 작품을 20년 만에 지휘하게 돼 꿈만 같다”
1992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당시 불교 음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보현행원송’이오는 4월 29일 오후 3시, 저녁 7시 봉축기념 음악회를 타이틀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려 진다. ‘보현행원송’을 작곡한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사진). 4월 20일 공연에 앞서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수석’이 아닌 ‘지휘자’로 돌아와 있었다.
“1993년 ‘붓다’를 만들고 난 후 불광사 광덕 스님께서 부르시더군요. 스님께서 ‘보현행원품’을 바탕으로 작사한 글을 보여주시더군요. 언뜻 보니 4~5자로 되어 있어 스님에게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엄청난 고생이 시작 됐죠”
불교 용어, 교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박 수석은 그 후 1년이 넘게 불교공부를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불광사 스님들에게 묻고 물으며 ‘보현행원송’을 창작했다.
“토굴에서 창작을 하고 있을 때 송암 스님이 찾아왔죠. 그동안 만든 곡을 들려주려고 풍금에 앉아 있는데 스님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 스님에게 들었는데 내가 거의 반 미치광이 같아서 서둘러 토굴에서 빠져 나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보현행원송’이 완성 됐습니다”
1992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당시 ‘보현행원송’을 작사한 광덕 스님은 지병 악화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연주가 끝난 후 타인의 도움 없이 무대에 친히 올라왔다. 박 수석은 지금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삼귀의, 사홍서원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맨 끝에 ‘아멘’이라고 해야 될 것 같죠? 서양음계에 가사만 붙였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스님들께서 작사는 가능했지만 작곡이 되지 않아 찬송악보를 의존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찬불가, 불교음악이 시작 됐기에 불교음악이 명맥을 유지하는 겁니다. 이제는 불교 음악계에서도 좋은 인재들이 배출된 만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통 불교음악이 창작되어야 합니다”
봉축음악회 주역 한자리에 : 4월 1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음악회 주역들. 사진 왼쪽부터 유문식 지휘자,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 배우 김성녀씨, 박범훈 수석, 음악회 후원에 나선 명법사 화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