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줍다
채홍조
장 닭이 홰치며 목청 높이는 소리에
여명이 밝아오고
함초롬히 내린 이슬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따라나서는 새벽
고슴도치처럼 모여 있는 밤송이 헤치며
갈색 눈 반짝이는 알밤을 줍는다.
매끈한 감촉
단단하고 실하게 여문 가을의 선물
바구니에 하나 둘 모일 때마다
까르르 소곤소곤 인사를 나눈다.
둘이서 혹은 셋이서
나란히 까칠한 밤송이 뒤집어쓰고
풀 섶에 누워 있다가
화들짝 놀라 튀어나오는 알밤들
알몸이 부끄러워 풀 섶에 숨어있다
더러는 다람쥐가 반쯤 먹기도 하고
도랑물에 세수하다
들깨 밭고랑에 나뒹굴다.
언덕 가시 덩굴 밑에 앉아 있기도
나는 용감하게 장화신고
토시 끼고 장갑 끼고 모자 쓰고
밤나무 아래서 오리걸음 하며
바구니 가득 알밤 줍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 주워보는 알밤
밤 가시에 찔리며
찔레나무 덩굴 밑에
딸기나무 아래 숨은 것까지도
용케 다 찾아내어
바구니 가득 전리품처럼
의기양양해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어깨가 뻐근하고 팔이 아프다
여름내 파란 밤송이
가시로 꼭꼭 에워싸고 완고하게
입 꼭 다물고 매달려
태풍이 불어도 끄떡도 안 하더니
스스로 기지개 켜고 하품하며
여의주 같은 알밤
발밑에 오롯이 토해놓고
불가사리처럼 사지 쭉 핀
송이마저 툭툭 떨어뜨리며
작은 바람에도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다
이제 또다시 동안거를 준비하며
새봄에 싹 틔울 떨켜
보드란 솜털로 감싸 안고
묵묵히 겨울을 견디겠지
가을은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계절이다
2007년 10월2일
첫댓글 맛있겠습니다 글도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알밤이나 대추가 풍년이랍니다
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맛이 달콤하네요....
감사합니다 속살이 노오랗고 고소합니다
도랑물에 세수하고 고구마 밭 고랑에 숨어 있기도 하지요~ 님의 글속에 지금은 다람쥐 산짐승들의 양식이 되어 버린 고향집 밤나무 산골짝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시골어른들은 밤주울 시간도 없지만 구부리고 줍는것 힘들어서 안줍는답니다
풍성하고 아기자기한 시골풍경이 보이네요
네 가을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지요
알밤...좋지요..저희도 울 남정네가 아침이면 많이 주워옵니다....저는 요즘에 살이 토실토실 쪘답니다..근데 울 대추는 왜 안 열렸지요 ? 작년에는 많이 열렸는데...
대추도 많이 열렸던데요
채홍조님 낭낭한 시읍는 그음성 들리는듯 귓가에 맴도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