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몸 안에서 혈통이 다른 두 마리 종마가 뛴다 들판을 가로질러가는 야생마 말발굽 소리와 트랙을 질주하는 경기마 엔진 소리가 기수의 귀에 들린다 심장이 하나인 기수는 몸을 찢어 채찍을 만든다
시골 한 야산에서 고속도로 갓길로 옮겨진 강제이주사를 가진 나무의 일가는 양 갈래로 갈라지는 혈통의 족보를 다시 쓴다 싱그러운 초록 향기를 따라 휘날리는 말갈기 나무의 몸은 왼쪽으로 자란다 집단이주한 자들의 슬픔이 황량한 바람에 날리는 날 엔진소리를 부르릉거리며 나무는 매연에 찌든 오른쪽 몸 가지를 잘라낸다 유랑하지 못하는 생명은 자학을 탈출구로 한다 저항 아닌 저항, 생살을 잘라낸 옹이에서 돋는 혁명 정신 가로수 일가는 자연주의를 가훈으로 내 건다 종횡무진으로 행동하는 벌판 야생마가 질주하는 길을 따라서 자연주의자 가문이 된다
몸 안에서 달리는 두 마리의 종마 트랙을 질주하는 사람들을 어디론가 몰고 간다 강하게 채찍을 내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