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Nickolas)는 금년에 12세된 자폐아동으로서 특별히 자신의 얼굴을 오른손 주먹으로 수시로 때리는 자해행동을 보인다. 이로 인하여 항상 얼굴의 오른쪽 부위가 부어있거나 멍들어 있다. 니콜라스의 자해행동은 특히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경우나, 원치 않는 분위기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자해행동을 보인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을 뿐아니라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그 강도가 더욱 세어지기 때문에 주변의 가족과 특수학급교사들을 더욱 근심케 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자해행동으로 인하여 얼굴에서 피까지 흘리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서 긴급히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강구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경증 정신박약아 혹은 행동 및 정서장애아들은 타인에 대한 공격행동(Aggressive Behavior)을 보이는데 반하여 자폐아와 같은 중증 정신장애아들은 자신에 대한 공격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자신에 대한 공격 및 상해행동을 자해행동(Self-injurious Behavior)이라 한다. 자폐아들이 보이는 자해행동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형태는 벽이나 가구에 머리를 받치는 두부상해(Head-banging), 딱딱한 물건에 손이나 발로 강타하는 수족상해(Arm-banging), 자신의 주먹으로 머리나 얼굴을 강타하기, 자신의 신체부위를 꼬집기, 손가락으로 눈이나 목을 찌르기 등이다. 이 자해행동을 심하게 보이는 아동들은 언제나 심각한 안전문제(Safety Problem)를 일으키고 종종 기절하는 사례가 관찰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수단으로 신체적 제지(Physical restraint)나 신체의 움직임을 억제시켜주는 자켓(Camisole)을 입히기도 하고 혹은 침상이나 의자에 결박하는 임시방편을 쓰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자해행동이 짧게 간헐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번 시작하면 여러시간 지속되는 경우 어쩔수 없이 안전과 생명을 위해 위의 열거된 방법의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자해행동은 이를 보이는 당사자 아동에게도 큰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직접적인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치료사에게도 큰 문제를 안겨준다. 먼저 아동자신에게는 이 자해행동으로 인하여 상해된 부위가 곪거나 다른 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아울러 이로 인하여 아동을 돌보는 주변사람에게 위생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더욱 아동에게 위협적인 것은 안전적 이유로 위에 열거한 방법으로 아동을 결박할 때에 아동에게 미치는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감은 아동의 정상적 정서적 성장발육에 막대한 장애를 가져다 준다. 따라서 위에 열거된 Restraint나 결박의 방법은 가장 긴급한 경우에 한해서 사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며 보통때에는 절대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방법이다. 자해행동을 보이는 아동을 돌보거나 치료하는 가족이나 치료사들의 경우에 적지않는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격고 있음을 여러 연구논문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격는 심리적 고통중에 가장 흔한 형태는 불안감(Anxiety), 좌절감(frustration), 그리고 무력감(hopelessness)이다.
필자가 자해행동의 치료방법에 대한 각종 연구보고를 검토한 후에 한가지 치료방법만을 사용해서는 만족스럽게 자해행동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따라서 자해행동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효과를 얻기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혼합한 치료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까지 학계에 알려진 치료방법모델중에 가장 이상형은 다음의 세가지의 혼합형(Combination)이다. 첫째는 스트레스 경감(alleviation)요법이며, 둘째는 간헐적인 자극을 주는 응벌적 자극(Punishment and aversive stimulus)요법이며, 셋째는 약물요법(Drug therapy)이다. 이 세가지를 동시에 혼합하여 사용할 때에 큰 효과를 얻게된다.
스트레스 경감요법
학계에서는 자해행동에 대한 원인과 발전과정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중에 치료에 도움되는 몇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해행동이 자신이 억제할 수 없는 심한 정신적인 긴장 감정이나 상태의 외부적 표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제력이 지극이 부족한 자페아동들은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에 자신의 감정상태를 자해행동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제력을 더욱 잃어가는 사춘기시기에 자해행동의 빈도수와 강도가 월등히 높게 관찰된다. 자해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이 가정에서 보다는 학교에서 현저하게 많은 자해행동을 보이며, 식사시간이나 여가시간보다 학습시간에 자해행동이 월등히 많이 관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아동의 자제력과 아동에게 크게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일과 환경을 세밀히 관찰하여 아동이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환경을 조성하여 주는 것이 예방적 차원에서 옳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미 소개된 감정격분행동의 치료방법의 일환인 환경관리방법(Environment management)과 같은 방법으로서 학교나 가정에서 아동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학습시간에 아동의 학습능률과 관심을 더욱 증대시키면서 가급적 아동에게 심한 혐오스런 환경을 경감시키는 방법이다.
응벌적 자극요법
미국의 행동심리학자인 이바로바스(Iva Lovvas)연구팀은 자해행동이 사회생활 가운데 언어와 예절을 익히듯이 후천적으로 배우고 익힌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해행동을 강화(Reinforce)하는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을 제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경한 정도의 자해행동을 할 때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신경을 곤두세운다면 오히려 아동의 자해행동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변사람들로 부터 관심을 얻는 방법으로 자해행동을 일부러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해행동은 행동특성상 감정격분행동과 같이 무관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엄격한 응벌적 자극(Punishment or aversive stimuli)을 동반해야 한다. 많은 연구보고에 의하면 자해행동을 보이는 아동에게 응벌을 통한 관심을 보이면 자해행동을 강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줄이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응벌적 자극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동의 특성에 맞게 선택하여야 한다. 때로는 어떤 응벌적 자극방법이 한 아동에게는 응벌의 효과가 있지만 다른 아동에게는 오히려 강화(Reinforcement) 혹은 보상(Reward)의 효과가 있기도 하기 떄문에 사용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를 다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자해행동이 경하게 나타날 때에는 경한 응벌자극을 사용하고 자해행동이 심하게 관찰될 때에는 엄격한 응벌자극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과거에 많이 사용되던 응벌적 자극방법으로는 밧데리를 이용한 전기 방전방법(Electric shock)과 물분무요법(Water Mist therapy)등이 있는데 효과는 좋으나 최근들어 인격적인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최근에 와서는 레몬쥬스요법의 사용이 대체로 보편화되어 있는데 자해행동을 보일 때마다 신맛을 강하게 내는 레몬쥬스의 약간 양(One teaspoon)을 입에 넣어준다. 이 요법은 이중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쥬스의 신맛으로 인하여 자해행동을 하던 아동의 관심을 미각의 감각적 자극으로 관심을 전이(Transfer)케 하는 효과가 있으며 또한 신맛의 불쾌감이 응벌의 효과를 보여 지해행동의 빈도수를 줄이는 결과도 가져다 준다. 최근에는 몇몇 치료기관에서는 레몬쥬스가 오히려 신맛을 좋아하는 아동들에게는 보상(Reward)의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레몬쥬스대신에 면봉에 겨자유를 발라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소개된 요법중에 암모니아수향음요법(Aromatic Ammonia Therapy)는 자해행동을 보이는 아동에게 암모니아수의 냄새를 맡게 하면서 응벌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그 치료적 근거는 레몬쥬스요법이나 겨자유요법과 동일하나 실패율을 극소화한 것이다.
위에 소개된 응벌적 자극방법들은 현재 학계일부에서는 인격적인 차원에서 다소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나 앞서 소개한 신체적 제지(Physical restraint)이나 결박방법보다는 아동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극소화시켜줄 뿐아니라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미국내에서도 널리사용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의 자극요법들은 항상 앞에 소개된 스트레스 경감법과 다음에 소개될 약물요법과 함께 사용하여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요법
최근에 자폐증에 대한 생화학적(Biochemistry)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자폐행동과 호르몬과 같은 신체내의 생화학물질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자해행동과 엔돌핀과 관계에 관한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데 자폐아동의 약 50%정도가 정상인들보다 엔돌핀의 분비와 흡수가 현격하게 높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엔돌핀의 분비가 우리 인체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분비는 오히려 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체내에서 엔돌핀의 중요 역할중에 하나가 마취적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자폐아동이 자해행동을 할 때에 신체내에서 분비된 많은 양의 엔돌핀이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않게 도와 주게되어 자폐아로 하여금 더욱 자해행동에 대해 중독이 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배경으로 자해행동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었는데 현재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주사약으로 나온 날록손(Naloxone)과 먹는 약인 놀트렉손(Naltrexone)의 두가지이다. 이 약을 복용하면 신체내에서 엔돌핀을 흡수하는 수용체(Receptor)를 차단하여 엔돌핀의 흡수를 막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 약의 다른 이름이 엔돌핀 차단제(Blockade)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따라서 신체내에서 엔돌핀의 주요역할인 마취작용을 둔화시키고 고통을 촉진시켜서 자해행동과 같은 부적절행동을 자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약을 복용하고자 하면 자폐아동의 신체적 특성을 잘 알고있는 담당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우선이다.
앞서 소개된 니콜라스는 위의 세가지 방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한 결과 하루에 일반적으로 15회 이상 보이던 자해행동이 현저히 감소되었고 지금은 평균적으로 한달에 한 번정도만 경하게 관찰되고 있으며 보름전부터는 엔돌핀차단제인 놀트렉손의 복용을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
* 대구.경북 정신보건 사회복지학회 한지희
<자폐증 관련 서적 >
혼자서는 너 둘이가는 사랑 - 유영아 지음, 동아일보사, 1996년, 아이를 키우던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꼭 다문 입술이 미소로 바뀔 때 - 이숙형 지음, 도서출판 기가연, 1996년, 자폐증으로 진단 받았던 아이를 대학생까지 키운 어머니가 아이를 키워오신 사연을 쓴 책입니다. (연락처: 인천 성광유치원, 032-463-8622)
Handbook of Autism and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s(2nd. ed.) - Yale 대학 소아정신과의 Donald J. Cohen & Fred R. Volkmar이 편집하였다(1997). 최근에 나온 자폐증 관련 책들 중 가장 권위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느 자폐인 이야기 - 박경희 옮김, 김영사, Temple Grandin 지음 (Emergence; Labeled Autistic, 1986, 개정판, 1991). 지금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이며 자신이 자폐인인 저자가 직접 쓴 책입니다.
자라지 않는 아이 - 김정휘 옮김, 샘터사, Perl Buck 지음 (The Child Who Never Grow). '대지'를 쓴 Perl Buck 여사가 PKU (페닐키톤 요증)에 걸린 자기 아이의 이야기를 쓴 글입니다.
Asperger Syndrome - edited by Ami Klin, Fred R. Volkmar, Sara S. Sparrow(2000). Guilford 출판사.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최신의 서적이다.
러비 - 김승국 감수, 샘터사, 메리 맥클라켄 지음 (M. McCracken, A Circle of Children, Lippincott, 1973 (?))
The Child with Special Needs - Stanley I. Greenspan(1998)
자폐증, 정신지체, 발달성 언어장애 등의 치료에 대하여희망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대구.경북 정신보건 사회복지학회 푸른색 갈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