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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안보구조 변화를 위한 동아시아 에너지협력:
한·일 주도-유인의 에너지협력
나 용 우 (통일연구원)
Ⅰ. 서 론
본 연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갈등적 지역안보구조를 해소하고 나아가 지역
협력체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권들이
밀집해있는 동아시아 지역은 높은 경제적 성장과 심화된 상호의존에 불구하고, 역내 지역협력
은 다른 지역들에 비해 매우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안보구조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서, 영토(영유권) 및 역사문제, 냉전기 국제체제 및
동맹구조의 지속, 지역적·글로벌 차원의 패권경쟁, 그리고 북핵 등 비대칭적 위협의 부상 등
복합적인 안보위협들이 중첩되어 작동함으로써 갈등적 안보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개별국가 나아가 지역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협요인들은 궁극적으로 개별 국가들이 갖
고 있는 상이한 이익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들 국가들의 경쟁적·갈등적 이익구
조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 협력할 수 있다면, 이익구조의
수렴을 가능케 하는 모멘텀으로 작동함으로써 역내 국가들간의 네트워크적 결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 연구는 에너지자원에 주목한다. 전통적으로 에너지는 수요와 공급의 원
칙이 작동하는 경제재로 이해되어 왔으나, 최근 에너지자원의 희소성과 그것의 전략적 특성으
로 인해 안보의 영역으로 부상했다. 안보차원에서 에너지는 공급한계라는 에너지 자체의 근원
적 문제도 있지만,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에너지가 패권경쟁 혹은 동
맹재편의 수단으로 작동하게 되면서 국가들에 있어 사활적 이익이 되고 있다(김재두 외 2007;
Klare 2001). 특히 한중일 3국은 국가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에너
지를 대부분 해외 공급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차원에서 치열하게 에너지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에너지안보딜레마가 심화될 가능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
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영토문제의 경우 근대국가의
완성이라는 국가목표에서 사활적 국익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 기저에 에너지자원의 확보 문
제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간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한 국가들 간 이익구조의 수렴이 어려울 수 있지만, 역으로 그러한 개별 국가차원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안보딜레마의 상황을 초래한다면 오히려 지역협력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우선 동아시아 지역안보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고, 협력적 안보구조의
형성을 위한 이론적 틀로서 안보공동체론을 고찰하도록 한다. 그러한 이론적 논의를 통해 에
너지를 통한 동아시아 안보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여기서는 특히 동아시아 에너지협력
을 실현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협력을 주도할 핵심주체-한국과 일본-에 주목할 것이다. 이후
그러한 행위자들이 어떻게 협력메커니즘을 형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이슈들을 중심으로 살
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주도의 에너지협력이 지역적 차원에서 갖는 함의를 제시할 것
이다.
Ⅱ. 지역안보구조의 특수성과 안보공동체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안보위협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국가들간 상호불신, 군비경쟁, 이념대결, 영토분쟁 등 매우 다양하고 차별적인 원인들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협들은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
다. 유럽 등 다른 지역과 달리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구조는 시간적, 공간적, 구조적 차원에서
매우 독특한 모습을 띠고 있다(박인휘 2006, 263; 전재성 2006, 248; 이철호 2010). 시간적으
로 전근대 이전에서부터 유래하는 영토(영유권) 문제, 근대적 성격의 한반도문제와 양안문제,
동맹 및 국제체제, 그리고 북핵 등의 탈근대적 성격의 위협들이 공존하고 있다. 공간적 차원
으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안보적 이해 충돌, 마지막으로 구조적 차원의 경우 지역패권인
중국과 글로벌패권인 미국 간 안보이익의 충돌, 치열한 지역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 냉전의 부분적 해소에 따른 정치・군사적 대결구조 잔존 등 모두 동아시
아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안보구조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지역은 역내 국가들 사이에 매우 다양한 층위와 내용으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독특한 안
보구조의 모습을 갖고 있다(이삼성 2006; 채재병·나용우 2013).
이처럼 탈냉전 이후 동아시아지역은 전통적·비전통적 안보 불안정성과 안보위협이 혼재된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안보부재를 야기하는 위협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
해서는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안보개념의 변화는 안
보위협에 대한 대응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즉 기존 전통적 군사안보가 국가 중심으로 그 해
결을 모색했다면, 비전통적 혹은 포괄적 안보는 그 해결을 위해 한 국가의 노력을 넘어서는
지역적 차원의 공동대처가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냉전의 불완전한 해체의 중심에 있으며, 분단구조라는 근대적 국민
국가의 미완성지이며, 북핵문제라는 탈근대적 비대칭적 위협과 마주하고 있으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안보적 이해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매우 특수한 안보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
전을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협들을 어떻게 해소하여 안보를 실천할 수 있는
가가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안보공동체이론은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안보공동
체는 특정 지리적 공간에 기반을 둔 지역간 협력질서의 한 유형으로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되
는 것을 의미한다.1)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안보공동체이론은 국제관계에 있어
비폭력적 변화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안보공동체이론가들은 현실주의자들과
달리 “국제관계를 거래와 상호작용 및 사회화에 의한 사회적 학습과 일체성 형성의 과정으로
인식”하고자 하였다(Puchala 1984, 189). 안보공동체의 핵심은 바로 안보딜레마의 해소이며,
이를 통해 무정부적 국제체제 하에서 각국이 협력을 통해 상호 안보위협요인들을 축소함으로
써 안보딜레마를 피하고 보다 안전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도이치에 따르면, “공동체란 국가들 간에 공통된 속성을 지니고, 상호작용하며 신뢰와 존
경을 가지고 지역 전체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전체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 정의하고, 안보
공동체는 이러한 공동체 개념을 지역 또는 국제사회로 확장하여 적용한 개념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 상호간 물리적 충돌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그들의 분쟁을 해결할 것이라는 진정
한 확신이 있을 정도로 통합된 사람들의 집단”이라 정의했다(Deutsch 1957, 5-6). 그는 특히
다원적 안보공동체2) 내의 국가들은 공동의 제도로부터 그리고 공동의 정체성(mutual
identity), 충성심, ‘우리’(we-ness)라는 인식을 공유함으로부터 나오는 핵심가치들을 공유한다
고 하면서(Deutsch 1957, 66-67), 공동체 참여국가들 간에 ‘우리’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정
서적 유대를 통해 그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들 중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
을 배제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이치의 안보공동체 개념은 당시 냉전체제에 있어서
‘지역주의’와 ‘안보’ 개념을 연계시킨 것으로서 지역주의가 안보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진
화론적 통합론을 주장하였다(변창구 2009, 195).
안보공동체이론은 아들러와 바넷에 의해 더욱 정교화되었는데, 이들은 사회적 구성주의에
기초해 “다원적 안보공동체란 사람들이 평화적 변화의 신뢰할만한 기대를 유지하는 주권국가
들로 이루어지는 초국가적 지역”이라 정의했다(Adler & Barnett 1998, 30). 특히 그들은 전
쟁의 부재와 관련하여 구성주의자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는데, 공동체 내에 뿌리내
려진 물질적 요소와 규범적 요소가 평화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았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
한 것은 ‘무력이 안보의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인데, 국가안보를 공동체에 기초한 자신과 상대
방의 관계로부터 추출해냄으로써 현실주의자들과 달리 무력의 필요성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
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안보공동체 구축에 대한 구성주의적 시각은 물질적 요소 못지않게 사
상적·규범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공동체라는 인식은 안보적, 물질적 이익의 공유와 함
께 관념적 일체성이 어느 정도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안보공동체이론은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도이치는 안
보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첫째, 국가들이 정치적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 고려되
는 주요 가치들의 양립가능성, 둘째 참여하는 정부들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 정부의 메
1) 통합이란 공동체의식의 획득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이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상호 합
리적인 믿음을 갖는 공식 혹은 비공식 제도와 실천적 경험을 포괄한다(Acharya 2001, 5).
2) 에머슨은 다원적 안보공동체를 ‘최소한의(minimal) 혹은 엷은(thin)’ 안보공동체와 ‘최대한의
(maximal) 또는 두터운(thick)’ 안보공동체로 보다 세분화하였다. 전자는 회원국들이 국가간 발생하
는 갈등을 무력을 사용해서 해결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된 즉, 공동체의식
과 안보기대를 공유하는 상태이고, 후자는 공동체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략했을 경우 공동체의
회원국들이 연합하여 침략국을 공동으로 응징할 수 있는 실질적 안보를 제공함을 보여주는 상태로 제
시하였다(Emmerson 2005).
시지나 행동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셋째 상호간 행위의 예측가능성이라
제시하고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교류, 여
행, 무역, 운송 등 커뮤니케이션 거래가 많아야 한다고 하였다. 커뮤니케이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국가간 상호의존도가 높아짐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국가들
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호전적 행동을 취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한 공동체
가 구축된다는 것이다(Deutsch 1957). 도이치는 이처럼 안보공동체 형성에 있어 정치적 교류
를 포함한 국가간 거래량 증가를 무엇보다 중시하였는데, ‘아시아패러독스’라는 용어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경제적 상호의존이 상당히 심화된 동아시아에서 커뮤니케이션 거래량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보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한 도이치는 다원적 안보공동체 구축과정을 정치영역과 비정치영역으로 구분하고 비정치
적 영역에서의 통합이 선행되면 정치영역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진주의적 입장을 취한
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주의적 접근은 EU 통합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 통합과정
에서 기능적 확산(spillover)에 의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행위자인 국가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중요변수로 작동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협력보다는 경쟁의 속성이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안보구조 하에
서 안보공동체의 구축은 역내 국가들의 이익 조화가 용이하고 공동체의식을 통한 지역정체성
의 형성을 가능케 하는 영역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3)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그 중요성
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는 경제재로 경
제적 차원의 문제로 이해되어 왔으나, 에너지자원의 희소성과 그 전략적 특성으로 인해 안보
적 차원의 문제로 다루어지면서 안보분야에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는 전통안보
와 비전통안보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연계이슈(linkage issue)로서 실질적 동아시아 안보
공동체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Ⅲ. 동아시아 지역에너지협력의 가능성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에너지안보차원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협력의 지리적 범위나 협력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인해 에너지협력에 관한 많은 논의들에
비해 실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4) 따라서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협력을 모색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3) 남궁곤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은 완전한 안보공동체를 구축한 경험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지역공동
체의 성격을 지닌 질서를 경험한 적은 있다. 17-18세기 중국 중심의 중화주의질서라는 전근대성을 전
제로, 그리고 20세기 초 일본 중심의 대동아공영권은 군사주의와 상업주의라는 근대성을 중심으로 시
도되었다(남궁곤 2006, 224-226).
4)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이미 1990년대 등장하였다. 일본은 2004년 <2030 국제에너지
전략보고>를 통해 아시아판 국제에너지기구인 아시아에너지기구(Asia Energy Agency)를 창설하자고
하였으며, 2004년 7월 한국은 ‘한중일 3자 에너지 대화’를, 미국은 2005년 5월 ‘동아시아 5자 에너지
대화’를, 중국은 2006년 4월 5자 에너지각료포럼을 제의하는 등 에너지협력에 대한 논의와 구상은 꾸
준히 이루어지고 있다(이태환 2008, 239; 이재승 2009a, 227).
이러한 동아시아 환경 속에서 동아시아 에너지협력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겠는가? 이를
위해 에너지협력을 주도할 핵심주체인 리더십, 역내국가간 이익의 조화 및 수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 핵심행위자와 리더십 경쟁
국제레짐의 역사를 살펴볼 때, 특히 제도화에 있어 이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행위자의 역
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Wendt 1994, 389-390; 박인휘 2006, 275).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협
력이 진전되지 않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리더십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지
역협력을 위한 지역리더십의 부재가 자주 지적되고 있는데, 현재 지역차원의 리더십이 존재하
지 않는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지역 리더십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과 함께, 지역적 차원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지역패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리더십을 두고 벌이는 다층위적 경쟁이 궁극적으로
지역협력을 주도할 리더십의 출현에 제약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을 선언한 미국은 새로운 경제
질서의 구축을 위해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이 그것으로, 중국 역시 2013년 후진타오에 의해 제기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적 차원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에서 일본은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과 함께 TPP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지역 수준에서도 중국은 ASEAN+3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APT를 중시하는 반면, 일본은 인도, 호주 등 협력의 영역을 확대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
을 보이고 있다.5)
에너지공급의 안정성 확보는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특히
말라카해협 등 주요 해상수송로가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소위
‘말라카 딜레마’6)를 주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적극적 개입
과 이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관여는 이러한 요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중국은 해상
수송로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해상로 요충지인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외국 주둔 해군기지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7)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육상수송로의 확충에 힘쓰고 있다.8) 이에 대해 미국 역시 말라카해협 서쪽에 위치한 전
5) 동아시아 지역협력체들 중 APT와 EAS의 경우 경쟁관계로 분류할 수 있다(김기석 2011, 221-222).
6) 2003년 11월 후진타오 주석이 당 회의에서 중국이 당면한 에너지안보 위협요인 가운데 에너지 수송
로의 안전이 가장 심각하다며, 이를 ‘말라카 딜레마’로 공식 언급하였다.
7) 중국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을 건설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미얀마의 코코아일랜드에는 중국 철도와 도로가 연계된 운송망이 구축되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
은 2013년 2월 건설비 80% 이상을 지원해 완공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대한 40년간 운영권을 획득
해 마침내 해외 해군기지 확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임상범 2015, 96).
략적 요충지이자 중국의 전통적 우방인 미얀마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9) 이는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의 일환이자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일본 주도의 TPP 구상에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태국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는 남중국해에서의 미중간 주도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의
미한다. 미·중간의 글로벌 패권경쟁과 이를 위한 최근 일련의 지역질서 아키텍처 구축 경쟁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전략적 점점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은 이러한 리더십의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10) 따라서 한국의 선택은 동아시아 지역질서를 주도하는 리
더십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 이익의 조화 및 수렴 가능성
에너지협력의 제도화에 있어 리더십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역내 국가간 상이한 이익구조에
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익의 차원에서 국가간 이익의 조화 혹은 수렴할 수 있을 경우 에너지
협력의 제도화가 더욱 용이하다. 동아시아 국가들간 이익의 조화 측면에서 볼 때 중국에 비해
한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림 1> 한중일 3국의 에너지 소비구성 (2014년 기준)
중국
일본11) 한국
8)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에 의해서 언급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상도
에너지 수송로 개척을 위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실크로드경제권인 ‘일대(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송유관·가스관을 포괄하고 있으며, 해상실크로드인 ‘일로(一路)’는 중국-동남
아시아-서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로를 의미한다.
9) 2011년 11월 당시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으로 57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했고,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직후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미얀마를 방문하였다(South China Morning
Post 2012/11/16).
10) 안보적 차원에서 전통적인 냉전적 동맹질서의 지속으로 인해 미국·일본과 여전히 같은 방향성을 가
지면서도, 동시에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측면에서 중국과의 상호이익도 상당
히 공유하고 있다.
11) 최근 일본의 에너지 소비구성에는 다소 정상궤도를 이탈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당시 민주당은 ‘2030년 원전제로’를 선언하며 모든 원자로의 가동을 중지시켰는데,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구성은 과거와는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5 , p. 41의 자료를 기초해 재구성
우선 중국은 국내 에너지 소비구성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 1>에서처럼, 중국은 주 에너지원으로 석탄(66.0%)을 이용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석
유(각각 39.5%, 43.1%)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구조패턴의
차이는 3국간 이해관계의 상이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중일 3국간 이익의 불일치는 지역에너
지협력에 대한 상이한 입장을 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요 에너지원인 원유 도입에 있어
아시아프리미엄에 대한 공동대응조치 혹은 원유공동비축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어렵게 하
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협력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그 배경으로 시장구조
의 유사성을 들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기준
각각 9위와 5위로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2>에서 보이
듯, 한일 양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각각 95.7%, 96.1%로 매우 높은 수준의 에너
지 대외의존도를 보이고 있다(BP 2015, 41).
<그림 2>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 대외의존도
*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1차에너지공급량(TPES) 중 순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율임.
※ 자료: IEA, 2015 Key World Energy Statistics , pp. 48~57;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에너지통계연보』, p. 5를 재구성
아래의 <표 1>에서처럼 한일 양국의 중동원유 의존도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세
계 LNG 시장에서는 일본과 한국 양국에 의해 시장구조가 좌우될 만큼 많은 LNG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IEA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은 2014년 기준 LNG를 포함한 천연가스 순수입국 세
계 1위(128bcm)와 5위(49bcm)이다(IEA 2015, 13).
정부는 ‘脫원전정책’을 재검토하였고, 2015년 5월 큐슈전력의 센다이 1, 2호가 2015년 5월 재가동
을 승인받게 되면서 기존 ‘원전제로’ 방침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日센다이원전日
센다이원전 재가동…'원전제로' 23개월만에 종료,” 연합뉴스, 2015/08/11; 그렇게 본다면, 향후 한
일 양국의 에너지 소비구성은 더욱 유사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원전사고 이전인
2010년 기준 일본은 원유(40.2%), 천연가스(17.0%), 석탄(24.7%), 원자력(13.2%), 수력(3.9%) 및 신
재생(1.0%)이었으며, 한국은 원유(41.4%), 천연가스(15.1%), 석탄(29.8%), 원자력(13.1%), 수력
(0.3%) 및 신재생(0.2%)으로 보다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BP 2011, 41).
<표 1> 한중일 3국의 중동산 원유 비중
(단위: 백만 배럴)
구 분 한 국 일 본 중 국 동아시아 3국
원유 순수입량 915.1 1,323.0 2,260.3 4,498.4
중동산원유 수입량 786.8 1,106.2 1,177.1 3,070.1
중동산원유 비중 86.0% 83.6% 52.1% 68.2%
※ 자료: 한국 수치는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에너지통계연보』 (2014), pp. 82~83;
일본은 経済産業省資源エネルギー庁資源・燃料部, 『資源・エネルギー統計年報』 (2014), pp.
5~9; 중국은 JPEC, “中国の原油・石油製品の需給と輸出入動向,” 『JPEC レポート』, 第6回
(2015), pp. 5~7를 기초로 작성.
아래의 <그림 3>에서와 같이 한일 양국의 에너지 공급구조 역시 유사하다. 이러한 한·일
에너지 시장구조의 유사성은 시장통합 효과를 크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을 볼 때,
한·일 양국은 에너지부문 시장통합의 전제조건(preconditions)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림 3>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 공급구조 (2014년 기준)
※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5 , p. 41를 기초로 재구성
한·일 에너지 시장통합의 규모는 2014년 1차 에너지 소비기준으로 729.3 Mtoe(한국
273.2/일본 456.1 Mtoe)로 집계되는데, 이러한 수치는 중국(2972.1 Mtoe)과 미국(2298.7
Mtoe)에 이어 3번째 규모의 에너지시장을 의미한다(BP 2015, 41). 구체적으로 원유의 경우
한일 에너지시장은 사우디 원유수출의 29.2% 가량을 구입하게 되어 사우디의 최대 고객으로
미국(27.4%)과 EU(21.2)를 넘어서는 규모이다. 쿠웨이트의 경우에도 한·일 양국의 비중이
41.2% 수준으로 원유수출에 있어 최대 고객이며, 미국(22.0%)과 EU(16.5%)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 된다. 이러한 상황은 원유 수출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갖는다.
한일 에너지시장의 통합은 무엇보다 세계 LNG 시장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
다.12) 보통 LNG 시장에서의 거래는 ‘의무인수조항(Take or Pay Clauses)’ 또는 ‘도착지제한
조항(Destination Clause)’와 같이 제한적인 조건인 경우가 많다.13) 이 조항들은 구매자들로
하여금 유연한 구매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 규정들은
LNG 현물시장의 발달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LNG 시장
에서 차지하는 큰 비중을 고려할 때, 통합시장의 구축은 수출국과의 가격협상력을 높여 이러
한 제한조항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3. 동아시아 에너지협력의 주도자로서의 한국과 일본
그동안 일본은 에너지안보를 위한 협력의 주된 대상을 인도네시아, 호주 및 중동 등 자원
보유국으로 설정하여 이들과의 양자협력을 중시했고, 동아시아 차원의 에너지협력은 주로
IEA, APEC, 최근 ASEAN+3 등 지역내 다자기구를 통해서 전개해왔다. 특히 2002년 9월 발
표된 ‘일본, 중국, 한국 및 ASEAN의 에너지 협력’ 보고서에서처럼 일본이 구상한 에너지협력
의 범위는 동아시아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를 포함하는 포괄적 지역협력의 차원이었
다(이재승 2009, 227). 이는 일본이 에너지 소비국간의 협력보다는 에너지 수출국과의 협력관
계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에 치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신아세아경제기술연맹 2004, 63).
그러나 동아시아 에너지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일본은 중요한 에너지 시장이자 개발에 필요
한 최대의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기술·경제력·제도적 차원에서 역내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행위자임에 분명하다. 또한 협력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공공재를 제공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중국의 지역에너지협력에 대한 입장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상황에서 일본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지역강대국 프랑스와 독일간 패권 경쟁 속에서 만성적 안보불안에 놓여 있었던 베
네룩스 3국의 상황과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에너지협력의 차원에서
한국은 중·일 양국간 공세적 주도권 다툼을 중간자의 입장에서 완화시키면서 동시에 지역협력
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간의 이해관
계가 상대적으로 쉽게 수렴하면서 동시에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지역에
너지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핵심적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협
력은 중국에 대한 배타적 주도권의 확보 차원이 아니라 협력의 행위자를 최소화함으로써 실질
적인 에너지협력 메커니즘을 용이하게 작동시키기 위한 것이다.
Ⅳ. 한·일 에너지협력과 실행분야
동아시아 에너지협력의 중요 행위자로서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협력은 구체적인 협력의제
들을 중심으로 전개할 수 있다. 지역에너지협력의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이익을 공유하
면서 주도할 수 있는 에너지안보의 구체적 이슈들로는 에너지스왑을 포함하는 에너지허브 구
축, 새로운 아시아 지표유의 도입을 통한 아시아프리미엄의 해소, 전력망 및 천연가스망 연계,
원자력 안전의 공조, 에너지 효율성 제고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협력 등이다.14)
1. 에너지공급 차원에서의 협력
1) 아시아프리미엄의 해소
동아시아지역의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 가장 중대한 문제는 역내 국가들의 중동에 대한 수
입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 BP, IEA 등 전문
기관의 보고서에 예측하고 있듯이, 한·중·일 3국의 원유수입 중동의존도가 향후에도 지속적으
로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동아시아 3국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
동 수입의존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1년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태, 리비아 원유 수출중단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3국 모두 중동 수입 의존도는 소폭 상승했다. 일본, 한국, 중국의 중동석유 수입 의
존도는 2010년 각각 85%, 82%, 47%에서 2011년 87%, 87%, 51%, 그리고 2013년 83.6%,
86%, 52.1%로 높아졌다. 이처럼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한·중·일 3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입국들에게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원유가격에 비해 추가적인 비용이 부과되는
소위 ‘아시아프리미엄’의 원인이 되고 있다.15)
실제 아시아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선적시점에서 계
산된 아시아행, 유럽 및 미국행 사우디아라비아산 표준원유인 아라비안라이트(Arabian Light)
를 기준으로 원유가격을 비교하면 다음의 <표 2>와 같다.
<표 2> 아라비안라이트의 배송지역별 연평균 가격
(단위: $/bbl)
<표 2>에서 확인되듯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간 아시아행 원유의 평균가격은 유
럽행에 비해 배럴당 1.2달러, 미국행에 비해 배럴당 1.16달러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중동산 원유의 배송지역별 가격비교를 통해 확인한 분명한 사실은 중동산 원유가격에 배럴당
약 1.16~1.2달러에 이르는 아시아프리미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 3> 한·중·일 3국의 아시아프리미엄 추정치
국 가 원유수입(백만배럴) 중동 의존도(%) 프리미엄(백만$)
일 본 1,530.9 83.6 1,203
한 국 786.8 86 636
중 국 2.285.0 52.1 1,119
합 계 4,022 평균 68.2 2,958
주: 한국과 일본은 2013년 원유수입량 기준,
중국은 2014년 원유수입량 기준으로 아시아 프리미엄은 $ 0.94/bbl을 적용하였음.
아시아프리미엄을 국가별로 보면 <표 3>처럼 일본이 연간 12억 3천만 달러, 한국이 6억
3,600만 달러, 중국이 11억 1900만 달러로 동아시아 3국이 지불하는 아시아프리미엄은 연간
약 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3년 기준 한국은 원유 총수입액(약 99억
달러)의 6.4% 가량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이처럼 아시아프리미엄은 동아시아
지역 에너지시장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으며, 세계 원유의 약 30%에 달하는 양을 수입하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국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
내국들간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아시아프리미엄이 갖는 문제는 그것이 석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천연가스
의 가격결정시 국제유가와 연동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에서 나타나는 아시아프리미엄은 천연
가스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동아시아 3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이 급격한 증가세
를 보이고 있는데, 천연가스시장에서도 아시아프리미엄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표 4>에서 확
인되듯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의 LNG 수입가격과 미국, 영국 등의 수입가격을 비교
해보면, 천연가스 부문에서도 아시아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4> 천연가스 지역별 수입가격 비교
(단위: 달러/100만 Btu
전세계 LNG 수입량의 약 5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프리미엄을 부담해온 한국과
일본은 최근 미국발 셰일혁명을 활용하여 시장가격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
다. 동아시아 시장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러시아, 셰일혁명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국제 에너지시장을 재편하려는 미국, 이러한 외부적 환경 변화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협력적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아시아프리미엄을 해소할 수 있다.
아시아프리미엄의 해소를 위한 방안들 중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한일간 에너지
시장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현행 아시아행 원유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변경을 요구
하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 원유시장의 마커유(marker crude)인 두바이유의 현물시장가격은
유동성 감소로 인해 유럽 및 미국시장의 현물 시장가격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제품시장에서
평가된 네트백가치(netback value)와의 연계도 부족해 신뢰할만한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두바이유를 대체할 안정적 마커유의 확보가 중요하다.
2) 동아시아 지표원유의 개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현재 극동·시베리아
를 고려할 수 있다. 원유 공급의 잠재력이 크고,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카스피
해 등 다른 지역의 원유도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배럴당 4달러 이상의 수송비용과 수송 소
요시간의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그동안 극동·시베리아의 러시아산 원유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었고, 북핵 등의 정치적 불안요소들이 존재하며 적절한 수송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로의 공급이 용이하지 않았다.
러시아산 원유는 경제적 측면에서 중동산 원유보다 훨씬 저렴하다. 우선 러시아산 원유는
아시아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16) 그리고 중동산 원유가 생산지에서 한국으로 들어
오는데 약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에 따른 운송비가 유가에 포함되는 반면, 러시아산
원유는 적어도 3일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짧은 운송시간과 제3국 해역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러시아산 원유는 중동산 원유보다 배럴당 약 1~2% 정도 경제적이다(윤성학 2008,
38).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러시아는 기존 유럽중심의 수출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아·태지역
으로의 수출 비중을 점차 확대해나갈 것임을 2009년 발표한 <에너지전략 2030>을 통해 제시
하였데, 이는 역으로 동아시아 다소비국가들에게 공급처의 다변화라는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
할 수 있다.17)
또한 러시아 원유의 공급은 중동산 원유와 달리 ‘도착지 조항’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두
바이유의 아시아시장에서의 가격기준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러시아산 원유를 활용한 석
유현물시장의 구축도 가능할 수 있다(도현재 2012, 310-312). 만일 러시아산 원유가 일일
200만 배럴 이상을 동아시아 국가들이 선호하는 장기공급 계약방식이나 현물로 거래될 수 있
다면, 동아시아에서 두바이유, 텍사스유와 같은 동아시아 지표원유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와의 이해관계가 수렴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에너지 수출이 서유럽에 집중되어 있었던 러시아에 있
어 동아시아로의 시장 확대는 낙후된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개발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커다
란 에너지 수요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2008년 4월 상트페테르
부르크에 석유거래소 선물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 수출 혼합원유(Urals oil)’를 국제
석유가격지표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산 ESPO 원유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아시아프리미엄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모
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석유전문지인 PIW(Petroleum Intelligence Weekly )에 따르면, 동
시베리아산 원유공급으로 아시아 원유시장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시아프리미엄이 해
소되고 오히려 ‘아시아 디스카운트(Asian Discount)’가 발생하고 있으며 상당기간 지속될 것
으로 보도한 바 있다.18)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유공급 증가에 따라 미국·유럽의 중동산 원유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서 새로운 경쟁자인 러시아산 ESPO 원유가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되고,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남미 생산국들도 아시아시장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시장에서 기존 시장점유율 유지 및 미래수요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최근 아시아프리미엄이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는 글로벌 혹은 지역 차원에서 원유 공급가 급감하거나 수요가 급증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국인 한국과 일본에게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해관
계가 수렴하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동아시아 지표원유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 하겠다.
2. 에너지수요 차원에서의 협력
1) 슈퍼그리드 연계
전력망 혹은 전력계동의 연계는 국가들 간 전력계통을 연결하여 전기에너지를 상호 융통하
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수입국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설비에 투자하지 않고도 필요한 발전
설비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며, 수출국의 입장에서는 수요를 확대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에너지 수급안정의 대안이 될 수 있다.19)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에너지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가스관이나 송유관과 달리 슈퍼그리드20)는 수요와 공급이 통합된 쌍방향 에너지네트워크라는
점에서 동아시아에서 에너지공급국의 수익증가와 소비국들의 수급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요-공급 연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동아시아 에너지협력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 주요국가의 전력계통을 보면, 주파수가 상이하고 계통규모도 차이가 많다는
점에서 전력망 연계 혹은 슈퍼그리드 연계는 보다 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슈퍼그리
드 연계사업에 대한 논의는 정부보다는 민간 차원이 주도하고 있다.21) 특히 일본은 한국과 같
이 대부분의 전력발전용 연료를 수입하고 있고, 설비 규모가 약 280GW이다. 한국과 달리 일
본은 10개 전력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 내 주파수는 동경전력 등의 동쪽 지
역이 50Hz, 규슈전력 등 서쪽은 60Hz로 상이한 주파수를 사용함으로써 전력계통 융통에 많
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력 요금도 한국에 비해 2.6배 가량 높아 한국과의 전력계통 연
계시 경제적 효과가 크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脫원전정책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부족상황은 한국과의 전력계통 연계가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다. 한국 역시 동아
시아 슈퍼그리드 추진에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전력계통이 연계될
경우 국내전력수급의 안정성은 물론 거대한 규모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역내 국가의 자원 보유현황과 전력수요의 특성, 기후조건, 경제발전단계
의 상이성 등으로 인해 전력협력은 역내국가간 경제적·환경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양호한
환경을 갖고 있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02, 256-257; 양의석 2007, 15-16).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러시아 동부의 풍부한 수력자원 부존지역과 동아시아 3국이라는 대규모 전력소비지가
인접하여 있으며, 자원보유국인 러시아의 전력소비가 작은 반면, 자원이 없는 동아시아 3국은
전력소비가 많으며, 한국은 전력수요가 여름에 피크인 반면 그 외 지역은 겨울에 피크이기 때
문에 계통연계를 통한 전력교역의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국가별 경제발전 단
계의 상이성으로 인해 전력수요 구조나 발전단가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전력교역을 통
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22)
이러한 측면에서 전력망/슈퍼그리드 연계는 한일간 이익의 수렴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동시베리아·극동지역,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북한 역시 혜택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확대시킬 수 있는 에너지 협력분야라 할 수 있다.
2) 원자력 안전의 공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에 대한 취약성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
었다. 동아시아 3개국은 전 세계 20%인 9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소재한 원전밀집지역이기 때
문에,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중국은 원전 29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현재 22기를 건설하고 있다. 2020년까지 추가
로 43기를 건설할 계획인데,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약 3배(94기)에 이르는 원전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2만 115MW인 원전 설비용량을 2020년까지 5만 8천MW까지 높일 계
획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 중이나, 여전히 원전 48기를 보
유한 세계 3위의 원전보유국이며, 현재 원자로 24기를 가동하고 있는 한국은 4기를 건설 중
에 있으며 2024년까지 8기를 추가 건설해 총 36기를 보유할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23)를 통해 나타난 것처럼, 동아시아에서의 원전사고는 지리적 근접성으
로 인해 당사국을 넘어서는 문제이므로 원전 안정성 제고를 위한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국과 일본은 원자력 발전의 대표적 선진국으로써 2011년 한일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양국은 원자력 수출 분야에서 경쟁국이지만, 안전기술 및 신형원자로
개발 등 연구개발, 안전 분야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자력협의회 및 원자력안전
정보교환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
자력 안전에 관한 양국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다.
현재 양국간 협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후
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한일 양국이 협력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원자력발전 정보의 공유와 사고대응 네트워크인 한일 주도의 동아시아판 EURATOM인 원자력
협력기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후된 원전시설에 대한 해체작업이나 보수에 대한 수
요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높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공조는 원자력 분야의 선두주자인 일본과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발국으로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중국을 양국간 협력체에
어렵지 않게 유인해낼 수 있는 분야이다.24)
Ⅴ. 결 론
앞서 살펴보았듯이 아시아프리미엄의 해소, 지표원유의 개발 등 공급차원과 전력망(슈퍼그
리드) 연계, 원자력안전 공조의 수요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익의 균형 및 수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토대로 에너지공동구매 혹은 공동비축시
스템에 기초한 한일 공동에너지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에너지공동구매시스템이 성공하기 위
해서는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중동 산유국 또는 러시아와의 에너지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도입
한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이 에너지연
대를 통해 러시아와의 공급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해온 것처럼, 가격 협상력 제고를 통해 아시
아프리미엄 해소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또한 공동비축시스템
역시 한일 양국의 에너지안보를 확보하는데 중요하다(Fesharaki and Isaak 2003, 207-208).
원유의 상업적 재고는 본래의 수급조절기능 외에도 유가 형성과정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특
히 한일 양국이 전략비축유를 충분히 확보해 두면 산유국의 물량 감축, 투기세력의 조작, 혹
은 국제정세의 불안 등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비축유를 방출해 효과적으로 대
응할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리비아 사태로 석유 공급량이 하루 150만 배럴로 줄어들면서
유가가 급등하려는 징후를 보이자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이 공동으로 하루 2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해 유가를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
아시아의 상업적 재고량은 저장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25)
그러나 최근 에너지공동구매 및 비축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
다.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이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추가적인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세계가스수입량의 15%에 해당하는 연간 4천만
톤의 LNG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서 한국은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약 280만
톤의 셰일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SK E&S도 2019년부터 20년간 연간 220만 톤의 셰일가스
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도 2020년까지 장기계약을 통해 1조 큐빅피트의 LNG를
수입하게 된다.
이처럼 한일 공동에너지시장은 하나의 협력레짐으로써 양국의 에너지안보 실현이라는 사활
적인 국익을 달성하는 동시에 양국간 공동이익을 확대시킬 수 있다. 양국간 협력을 통한 공동
에너지시장의 구축은 그동안 결여되었던 신뢰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이러한 신뢰를 통해 공
동정체성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보다 심화된 협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공동정체성의 형성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행위자인 국가의 의도적 선택 혹은 자율성이 이 과정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Jabko 2006; 조홍식 2012, 9). 공동정체성 등 관념적 요소가 지역통
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을 전략적 자원으로 동원하고 활용하는 것은 바로 행위
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자 문제는 지역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의 문제로 연결된다.
중국의 경우 리더십을 행사할만한 자원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일본, 한국 그리고 역외 강대국
인 미국의 불신과 견제에 의해 가능하지 않고, 일본 역시 역사 등 과거사문제와 함께 경제적
정체로 인해 리더십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리더십을 행사
하는 것은 일본에 있어서도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저비용으로 주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림 5> 한·일 에너지안보공동체의 세 축
한·일
에너지안보공동체
공동이익
(common
interest)
국가이익의
조화/수렴
협력레짐
(regional
regime)
한·일
공동에너지시장
공동정체성
(common
identity)
"We-ness"
(제 1 축) (제 2 축) (제 3 축)
에너지(Energy)
한일 공동에너지시장은 그것의 형성과 제도의 심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확산효과를 갖고 있
다는 점에서 보다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위의 <표 5>처럼, 한일 양국간 공동이익의 확대, 공
동에너지시장이라는 제도적 협력틀, 그리고 이러한 협력의 경험축적을 통한 신뢰 및 ‘우리
(we-ness)’라는 공동정체성의 형성을 통해 한일 공동에너지시장은 한일 에너지안보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한일 에너지협력이 곧바로 동아시아 지역협력으로의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제시된 한일 양국간 협력분야들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역내 국가들과도 이익의 조화가 부
분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풍부한 공급물량에 기초해 지
표원유를 만들 경우 아시아프리미엄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투기자본과 시장 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 국제유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국제 LNG 및 천연가스 가격도 국제
유가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지표원유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높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한·중·일 3국의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한일간 전력망 연계 및 전력부문의
협력은 역내 국가들의 전력수요의 특성, 기후조건 등의 특성을 고려할 때 러시아, 북한을 포
함해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환경적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력분야라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주도하는 이러한 에너지협력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역내국가들을 한일 에
너지협력체제로 유인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국가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
한 경험들은 중장기적으로 한일 에너지협력체의 지리적 범위·협력이슈의 확대와 심화를 통해
지역에너지안보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림 6> 한·일 주도-유인의 에너지협력
한국 일본
공동에너지시장
중국 →
에너지 허브/스왑
에너지효율 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
원자력 안전
전력망 및 슈퍼그리드 연계
←
←
러시아
아시아 지표원유 및 동아시아 석유시장
공동자원개발 및 투자 북한
결국 한일 에너지안보공동체는 배타적 성격의 공동체가 아닌 개방적 성격의 열린 공동체라
는 점에서 ‘양자-다자간 협력’ 방식의 에너지협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협
력의 중심에는 유사한 시장구조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선도적으로 공동에너
지시장을 구축하지만, 이슈나 범위에 따라 주변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그 범위를
점차 심화·확대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이나 러시아 자원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한
국, 중국, 일본이 공동협력이 가능하며, ASEAN의 APG·TAGP 사업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
은 기술차원의 협력이 가능하며, 전력망 및 천연가스망 연계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과 함께 러
시아와 북한까지도 협력의 주체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관련 국가들간 이익의 조
화를 통해 공동이익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이 협력과정에서 축적되는 지역 신뢰구조를 형성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듯 한일에너지안보공동체는 지역적 그리고 협력의 범
위를 심화·확대시켜 동북아 에너지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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