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수영 다관왕인 마이클 펠프스가 은퇴를 번복하고 수영선수로 복귀했다. 수영 공백기에 그는 프로 골퍼에 도전했다.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행크 헤이니가 그를 지도했다. 헤이니는 “이제껏 지도한 스포츠 스타 중 (펠프스가)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전에도 골프에 도전한 스포츠 스타는 많았다. 자신의 주 종목에서 은퇴한 뒤 “배 나온 선수도 하는 골프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도전했지만 다 실패였다. 홈런 타자 마크 맥과이어,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테니스 스타 이반 렌들 등
이 여기 속한다. 한국에서도 전이경이 세미프로에만 합격한 후 포기했다. 유도와 이종격투기에서 활약한 김민수가 아직 도전 중이다. 야구 선수를 그만두고 프로 골퍼에 도전한 이도 수십 명은 된다.
성공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 이경철 J골프 해설위원은 KPGA 정회원이다. 프로야구 쌍방울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방 극천은 나이 스물여덟에 골프를 시작해 투어에서도 뛰었다. 그러나 이들은 예외라고 봐도 좋을 만큼 특수한 경우다. 스타급 선수 중에서 골프로 돌아 성공한 예는 없다. 처음엔 쉽다. 체력과 운동신경, 눈과 손의 조화력이 뛰어난 스타 출신들은 다들 장타를 치고 70대 중·후반까지는 쉽게 내려간다.
거기까지다. 골프는 매우 민감해 10개 치면 다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성공했던 스타들은 골프도 완벽하게 하려고 달려든다. 그러나 골프는 불완전한 것으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게임이다. 방극천 프로는 “스윙이 모범이 아닌 데다 거리도 많이 나가지 않는 박인비가 최고가 된 것은 불완전한 자신의 상황을 감수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스포츠와 골프 사이엔 ‘궁합’도 있다. 이경철 프로는 “공을 던지는 야구 투수와 풋볼 쿼터백, 아이스하키 선수가 (골프로 종목 전환에) 유리하다. 농구 선수 출신은 손목에 스냅을 걸기 때문에 훅이나 슬라이스가 난다”고 했다. 수영 선수는 상체가 너무 발달해 좋지 않다.
야구 투수는 늘 타자와의 승부를 펼치므로 멘털이 뛰어나다. 골프 프로가 되려면 공을 때리는 것이 아니고 갖고 놀아야 하는데 투수는 손 감각이 있다. 골프는 멀리 치는 게임이 아니라 108㎜ 지름의 구멍에 가까이 붙이는 게임이다. 투수는 골프 미트라는 한 지점을 향해 던진다. 방극천 프로는 “타자는 멀리 펼치는 사람들이다. 골프의 개념과는 반대이며 원래 갖고 있던 스윙 폼을 버리지 못한다. 김성한(한화이글스 코치) 선배는 야구 스윙과 골프 스윙이 똑같다”고 했다.
투수 출신이 일찌감치 골프에 전념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쉽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였던 존 스몰츠는 야구계 최고의 골퍼로 꼽힌다. 300야드가 넘는 장타에 이븐파를 치며 은퇴 후 프로골퍼의 꿈을 가졌으나 US오픈의 1차 예선에 나갔다가 떨어졌다. 그는 타이거 우즈와 친분이 있어 가끔 타당 1만 달러 내기를 하는데 우즈가 “그는 나의 현금지급기”라며 놀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프에 대한 이해의 문제다. 골프는 자연과의 대화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은 본인 의지대로 안 된다. 잘 안 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스포츠의 스타 선수들은 상대와의 1대1 경쟁에서 다 이겨 최고 선수가 됐는데 자연이란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보면 막막해하기도 한다.
미식 풋볼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쿼터백인 토니 로모는 스타 선수 중 골프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 US오픈 2차 예선까지 나갔다. 골프에 대한 이해의 폭도 그가 가장 깊은 것 같다. 로모는 “다른 스포츠를 잘 했다고 해서 골프의 최고 수준으로 경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며 “은퇴 후 골프를 할 생각은 안 한다. 골프를 즐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