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초등학교 135
박 선생님요 지 맘대로씨더 왜요 머가요
송 선생 말이씨더 친목회 돈 지 마음대로 쓰고는 장부에 기록도 안 해요
이종호 교장 전근 갈 때 다른 사람들에게 묻지도 않고 화환 보냈어요
교실까지 와 일러주는 권 선생은 분교에 있다 넘어와 올해 친목회장
유치원 송 선생은 4년 동안 죽 친목회장을 했다
아니 회장을 넘겼으면 장부도 넘겨야지 무슨 소리야
작년에 와서 가만히 보니 친목회장이 너무 설치더구만
거의 매일 쉬는 시간에 삐리릭 교실에 전화 내려오세요
여 선생들이 차려 내놓는 간식 타임이 자주였다
처음 몇 달은 성의를 생각해서 교무실로 급식실로 내려갔으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 발길이 뜸했다
새 친목회장 영이 안 서는 구나 내려가서 한 마디 해야지
송 선생님요 새 회장이 섰으면 친목회 장부를 넘겨줘야 안 됩니까
화환 보내려면 회원들 동의를 얻어야 안 됩니까
머 회장 직권으로 화환 보낼 수도 있지요 장부 여기 있으니 보세요
박 선생님은 친목회원 자격이 없어요
아니 자격이 없다는 것은 사회성 제로, 말 한 마디에 열 받았다
간식 먹으로 오라면 꼭꼭 가야하나요 같이 먹으며 희희덕대야 하나요
송 선생님 전번에 교무실에서 소리 지른 것 미안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권 선생에게 이용당한 것 같아요
에이 이용은 무슨 이용 그럴 수도 있지요 송 선생이 싱긋 웃었다
장학사 저놈아들요 교대 출신 저들끼리 짜고 다 해 먹어요
벽지에다 연구 점에다 상장에다 경력에다 모두 만점
내 점수가 가장 높은데도 저놈아들이 교감 승진에서 탈락시켰어요
올해가 정년이지만 교감 한 번 해보려고 용쓰던 강습소 출신 권 선생
근평 수를 안 준 이종호 교장에게 축 영전 화환이 미웠는지
2013년 2월 23일 寒山窟에서 작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