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무엇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내가 맛본 괴로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고통, 그 어느 것 하나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침묵』/『바다와 독약』/『여자의 일생』 등 신앙의 문제와 인간의 고뇌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엔도 슈사쿠가 쓴 인생론이 출간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행복론 『나를 사랑하는 법』에 이어, 삶과 죽음, 인간과 신, 그리고 사랑과 죄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
제대로, 그것도 잘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해 엔도 슈사쿠는 한마디로 명쾌하게 해답을 내린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며, 잘 죽었다는 것은 잘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 죽음과 삶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손바닥과 손등처럼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아주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다. 애써 피하려 하지만, 죽음은 늘 우리의 삶 가까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엔도 슈사쿠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얘기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 있는 내내 어두운 얼굴로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살아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고통에도 이유가 있다
저자가 말년에 쓴 이 수필집은, 이렇게 노작가가 인생의 말년에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주 내용을 이룬다.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자 두려움이 더 앞선다고 그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순간만큼 죽음의 순간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용기 있고 아름답게 죽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과 죽음조차도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통해, 엔도 슈사쿠는 아무리 하찮은 사건이나 사물이라도 우리 인생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한창 열심히 집필 활동을 해야 할 젊은 시기에 3년 가까운 세월을 병원에 입원해서 보내야 했던 적이 있다. 두 번에 걸친 수술 실패 등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그 시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신 또한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시기의 좌절과 고통을 통해, 인간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었고 겸손해졌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의 희망은 바로 내 안에 있으며, 행복과 불행은 나에게 달려 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상반되는 말이 아니라, 손등과 손바닥처럼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아주 밀접한 관계이다. 즉, 우리가 손바닥을 어떻게 뒤집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순간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아무리 불행한 순간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는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삶의 반대말이 아니라,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삶은 죽음으로써 완성되고, 죽음은 삶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삶의 고통과 불행에 대해, 엔도 슈사쿠는 많은 시간을 병마에 시달리는 등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터득하게 된 인생의 깨달음을 제시한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삶보다는,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환경들을 접하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바로 잘 사는 것이라고. 삶이 우리에게 준 많은 혜택들을 최대한 누리면서 그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잘 놀고 잘 배우는 삶인 것이다.
▶잘 사는 법―잘 놀고 잘 배우는 것
고통에서도 그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는 저자는 살아가는 자세에서도 남다른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삶의 문제들에 대해 엄숙하게 고뇌하기보다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들을 최대한 누리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가고자 한다. 정상만을 목표로 묵묵히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산의 경치와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즐겁게 산을 오르고 싶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그것을 즐기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잘 사는 삶이다.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냉철한 사색,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엔도 슈사쿠가 삶의 고통과 불행에 대해 내린 결론을 한번 들어보자. 인생의 좌표를 모색하는 젊은이들,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고통과 좌절을 겪는 이들, 그리고 인생의 경륜이 쌓여가는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인생살이에 대한 적지 않은 깨달음을 전해 줄 것이다.
첫댓글 삶의 의미가 무언지 느끼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