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청동기 중-후기를 대표하는 송국리문화는 송국리형 주거지와 토기, 그리고, 지석묘, 석관묘, 옹관묘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물질문화의 등장과 함께, 농경의 본격화와 집약화에 따라, 기존 가족공동체 중심에서 세대공동체 중심으로, 촌락간의 사회적 위계화와 마을 규모의 확대, 환호시설 등으로 알 수 있는 정치군사적 집단화가 발생해서, 청동기 사회 전체를 송국리 문화 이전과 이후로 구획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온 문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송국리 문화가 가져 온 획기적인 변화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일본열도의 여러 유적에서 한반도 송국리문화와 유사한 변화가 목격됨으로써, 일본열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중요한 함의를 지닌 문화이기에, 그 기원이 한반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인지와 외부에서 도입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송국리문화가 어느 한 가지 요소가 토착문화를 지닌 인구집단에 의해 문화적으로 수용되었다고 보기에는, 기존의 한반도에 존재했던 흔암리유형이나 검단리유형등과는 주거지, 토기, 농경도구 등 여러 방면에서 세트로서 차별성을 지닌 문화이기에, 외래설이 더 타당해 보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초기 송국리문화의 주거지에는 난방을 위한 노지(盧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겨울에 강한 추위 속에 발전한 자생적 문화로 보기 어려운 강력한 증거이며, 송국리문화가 한반도와 같은 겨울의 강한 추위가 없는 어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로 여겨졌다.
여기에 덧붙여, 송국리문화는 이전까지 일반적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는 경로와는 다른 경로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만주의 요서나 요동지역에서 압록강유역을 거쳐, 대동강유역을 통해 계속 남하하여, 한강유역을 거치거나, 아니면, 연해주나 만주 동북부에서 시작해서, 한반도 동북부의 두만강, 원산만 등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서, 남하하는, 즉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중부지역을 거쳐 남부지역에까지 확산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 북부나 경기지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남부의 호서지역에서 시작해서, 호남과 영남서부를 거쳐, 일본열도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대륙성의 강한 추위가 특징인 한반도 북부에는 송국리문화인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이들이 한반도 북부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주거지에 노지가 없다는 사실과 맞물려서, 송국리문화는 육로를 통한 인구집단의 이동이나, 점진적인 문화전파와 같은 방식이 아닌, 해로를 통해서, 한반도 중서부에 직접적으로 온 집단을 통해 송국리문화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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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송국리문화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점에 주목해서, 중국 산동성이나 강소성지역에 살았던 월인(越人)이 송국리문화의 요소들을 한반도에 가져 온 주체로 지목한 바 있다(안재호 2019). 이 글에서는 분자인류학 자료, 특히, 그 중에서 상세한 분석자료가 비교적 많이 나온 부계하플로그룹 자료를 중심으로 검토해서, ‘월인’이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계하플로 유형이 송국리 문화의 주체가 되었는 지를 추정하고자 하고, 이것을 통해, 송국리문화의 성격, 확산과정, 인구집단풀의 변화에 미친 함의까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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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송국리문화의 주거지에서 노지가 없다는 사실과 동남아시아지역에 많은 고상가옥이 지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중국 남부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러 인구집단이 송국리문화를 가져 온 후보로 검토될 수 있지만, 송국리문화가 육로가 아닌 해로로 유입되었다고 가정하면, 그 범위는 보다 좁혀질 수 있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청동기 전기 시대적 한계 속에서, 비교적 남방에 위치해서, 항해를 통해, 안정적으로 한반도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집단은 Austronesian어계의 주류 부계하플로가 된 O1a1-M119와 O2a2b2-AM01822라는 두 그룹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고고학계에서 송국리문화의 상한선을 원래 기원전 7~8세기에서 약 3,000년 전인 대략 기원전 10세기정도까지 현재는 올려서 보고 있는 데, 청동기 후기 이후부터는 연안항해의 항로가 개발되고 항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비교적 다양한 인구집단들이 한반도나 일본열도로 해로로 도래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신석기시대 이래로 청동기시대 전기까지 동아시아에서 항해를 통해, 해로로 새로운 지역으로 자주 이동을 한 그룹을 위 두 부계하플로그룹 외에는 거의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위 두 부계하플로그룹 중에, O1a1-M119에 속한 하위클레이드들은 송국리문화의 주체로 보기에는 부적합해 보인다. 이유는 현대한국인에서 O1a1-M119는 대략 2%(KRGDB) 정도로 존재하는 데, 그 중에서 60%정도가 되는 1.2%가 Y89818의 하위 클레이드인 MF36599에 속한다. MF36599외에 O1a1-M119에 속한 다른 하위 클레이드들로는 F492, MF49793, FGC66104 등의 아래에 흩어져 있으나, 대개 0.1~0.3% 정도의 아주 적은 비율로 현대한국인에 존재해서, 송국리문화와 같은 큰 영향력을 지닌 인구집단의 주류 부계하플로로 보기 어렵거나, 그 TMRCA가 2500년 내외로서, 송국리문화시기보다 늦은 문제도 있다. MF36599도 TMRCA가 2,500년 정도로서, 송국리문화의 부계하플로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젋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 부계하플로그룹의 하위 클레이드가 확장을 시작한 년대가 만일 2500년 정도라면, 이것은 중국대륙에서 확장을 시작한 시기이므로, 중국대륙에서 확장을 시작해서, 한반도로 그 확장의 영향력이 미치려면, TMRCA보다 빨라도 200~300년 늦게서야 한반도에 도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MF36599는 초기 철기시대 이후에야 한반도에 도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MF36599가 나오는 현대한국인의 주요성씨로 안동권씨와 파평윤씨 등이 있는 데, 이들 성씨들도 대표적으로 고려시대 이후에여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한 성씨들이다. 즉 현대한국인에서 약 1.2%라는 상당한 비율로 나타나는 MF36599조차 한반도에 도래한 시기도 송국리문화 시작보다 많이 늦거니와, 이러한 비율을 나온 확장의 원인은 청동기 송국리문화의 확장에 따른 증가가 아니라, 한참 후대의 사회적 선택(Social Selection)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O1a1-M119와 함께 오스트로네시안어계의 주요한 부계하플로로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괌, 마리아나제도, 뉴질랜드 등 태평양 각지와 인도양 건너의 마다가스카르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항해능력과 개척정신으로 방대한 영역에 걸쳐 확장한 O2a2b2-AM01822의 하위 클레이드들에 대해서, 검토해 보기로 하자.
표1) O2a2b2(AM01822) 하플로그룹 트리
O2a2b2-AM01822는 O2a2b-P164에서 O2a2b1-M134와 갈라진 부계하플로그룹으로서, M134에는 M117과 F444라는 동아시아 3대 부계하플로그룹 중 둘이 있는 만큼, M134의 양대 부계하플로그룹에 비해 그 주목도가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주로 농경의 확장을 통해서, 육로로 점진적으로 이동한 M117이나 F444에 비해서, AM01822는 휠씬 그 위험도가 높은 해로를 통한 항해를 통해 적어도 신석기 시대인 5,000년 전부터 활발히 확장을 덕분에 O1a1-M119와 함께 대항해시대 이전에 지구상의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확장한 부계하플로그룹이 될 수 있었다.
AM01822는 현대한국인에게서 약 3% 정도의 비율(KRGDB)로 나타나는 데, 약 16,000년 전에 먼저 F871과 AM16433이라는 두 개의 큰 하위 클레이드로 분기한다. 한국인에게는 송국리문화의 주요 부계하플로로 추정하는 MF204631이 속한 F871이 2.5%이고, AM16433은 0.5% 정도로서, F871 이 더 우세하게 높은 비율을 보인다. 주목해야 할 것은, F871과 AM16433이 비록 16,000년 전에 이미 다른 그룹으로 분기했지만, 2012년에 발견된 대만 북동부 의란현의 한본(漢本)유적에서 발견된 고인골들의 부계하플로그룹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F871과 AM16433에 속하는 인골들이 모두 나왔다는 것이다. 즉, AM01822의 이 두 하위 클레이드는 아주 오래 전에 분리되었지만, O2의 3대 부계하플로인 JST002611, M117, F444 등이 항해능력이 부족하거나, 모험을 기피하는 성향 때문인지, 이르지 않았던 대만섬에는 함께 정착했다는 것이다.
대만섬은 오스트로네시안조어의 원류로 여겨지는 데, 그 이유는 Blast의 제안에 의하면, 오스트로네시안조어는 대략 10개의 하위어군으로 나누어지는 데, 그 중 9개가 대만섬에만 존재하는 원주민들의 언어이고, 나머지 하나가 말레이-폴리네시아어(Malayo-Polynesian)로서, 이 또한 대만 본섬에서 약간 남쪽으로 떨어져 필리핀에 속한 야미(Yami)섬이 원류로 추정된다. 말레이-폴리네시아어에는 대만섬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오스트로네시안어계의 인구대국에서 뿐만 아니라, 인도양 마다가스카르에서, 태평양 동부 끝의 이스터섬에 이르는 지역들에서 사용되는 다른 모든 하위의 오스트로네시안어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Sagart 등의 다른 오스트로네시안어 연구자들의 분류방안을 보아도 대체로, 대만섬에서 말해지는 언어들을 크게 3~4개의 매크로 언어군으로 나누고, 이 하위어군 중 하나의 말단에서 말레이-폴리네시아어가 갈라지는 것으로 나온다. 곧, 오스트로네시안조어 근부 다양성에 있어서, 대만섬은 다른 모든 오스트로네시안 사용지역을 압도한다. 그러기에, 대만섬은 Austronesian어군에 속한 인구집단들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지역이며, 이들 대만원주민들의 언어와 사회조직, 생활양식, 문화, 인구집단구성 등은 다른 오스트로네시안 인구집단들을 이해하는 데도 비교를 위한 좋은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AM01822가 M119의 하위 클레이드들과 함께 오스트로네시안어군에 참여한 시기는 대만섬에 도착하기 이전인 중국대륙 동해안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대만의 한본유적에서 F871과 AM16443이 같이 나오는 것과 같이, 송국리문화를 창조한 AM01822에 속하는 인구집단 중에는 주류는 F871에 속하는 그룹이지만, 여기에 소수로 하플로그룹트리상으로 오래 전에 분리되었지만, 중국 동해안지역에서 오래 같이 생활했을 지도 모를 AM16433에 속하는 그룹도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AM16433은 F871에 비해서, 해양을 주무대로 모험적인 항해를 통해,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는 성향이 덜하다고 보여진다. 대신, AM16433에는 후기 흉노제국 시기로 알려진 몽골공화국 경내의 발굴된 DA45 인골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F871에 비해, 보다 중국대륙 북방의 여러 지역에 널리 확장을 해서, 위 하플로그룹 트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漢)나라 시대의 중국 서북부 감숙성에 존재했던 흑수국 유적에서 나온 인골에서 AM16433에 속하는 인골이 발견되었고, 현대에 러시아 등지에도 일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871은 크게 F706과 N7로서 분기하는 데, 한국인의 F871은 거의 F706에 속한다. N7에는 명왕조를 창건한 주원장이 이 N7아래의 MF36에 속하는 것으로 중국유전자검사회사 23mofang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비교적 가계가 확실한 주원장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여러 지역의 주씨들에 의해서, 나온 결과이고, 다른 경쟁하는 후보가 될만한 부계하플로가 보이지 않으므로, 명왕조의 주씨로 MF36 아래의 MF144인 것은 거의 확정적인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N7이 현대한국인에 드물고, 또한 MF36 아래의 주원장 가계는 생성한 역사도 짧으므로, 현대한국인에게는 KRGDB와 KOVA 자료 둘 다에 나타나지 않는다. N7 아래 또 다른 분지인 F4110에는 몽골계 Daur인에 나온 HGDP01216샘플도 속하는 것으로 나와서, 이 하위 클레이드도 상당히 넓은 지역에 걸쳐서, 활발히 확장을 한 집단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AM01822의 하위 클레이드인 F706은 약 13,000년 전에 F1010과 AM01750으로 분기한다. O1a1-M119의 여러 다양한 하위클레이드들이 Austronesian어계의 일원으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의 여러 섬들,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에까지 진출한 것과 달리, O2a2b2-AM01822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의 여러 섬들에까지 진출한 인구집단은 거의 AM01750의 하위클레이드로 한정된다. Austronesian어계는 약 7,000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동남아시아나 태평양의 섬들로 확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AM01750은 M119의 하위 클레이드들보다 확장한 시기도 늦고, 초기에 이 대열에 참여한 인구집단도 소수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재 M119의 하위클레이드들과 AM01750이 혼재하는 여러 Austronesian계의 섬들에서 그 인구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AM01750이 우세한 경우도 많다. 사모아, 통가, 소사이어티 제도 등 서부 폴리네시아 지역에는 M119의 하위 클레이드는 거의 없이 대부분 O2a2b2-AM01822와 오스트랄로이드에서 유래한 C1b-M38의 하위 클레이드 부계로만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Kayser 2015 등). 이것으로 볼 때, AM01750이 비롯 후발주자로서, 소수로 시작했지만, M119의 하위 클레이드들에 비해 우세한 어떤 이점을 지녔기에, 보다 성공적인 확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어와 일본어는 Austronesian어와 공통된 기원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어휘들이 제법 있고, 이 때문에 한국어와 일본어에 대해서, Austronesian어계와의 기원적인 관련을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는 데, F706 아래의 하위 클레이드들이 한국인과 일본인 인구집단에 분포하고, 청동기 농경문화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F1010 아래에는 한반도 중서부 호서지역에 송국리문화를 이룩한 인구집단의 주류하플로로 추정되는 MF203641이 있다. F1010에서 F717-F17561-A12039을 거쳐 MF203641에 분화하는 데, MF203641이 A12039에서 분기된 시간은 약 3,800년 전으로서, O1a1-M119의 한반도 주류인 MF36599와 달리, 송국리문화 발생 이전의 시간대로, 중국대륙에서 약 800년 시간을 보낸 다음에 한반도를 왔다가 보여진다. A12039에서 MF203641 변이가 양성인 그룹이 송국리문화의 주류를 이룬 것으로 보이나, BY59208변이가 없는 A12039의 일부 다른 분지들도 MF203641과 함께 한반도로 온 것으로 보이며, 서정선교수의 마크로젠에서 검사한 한국인 샘플 AK1이 이런 유형으로 보인다.
F17561의 또 다른 분지인 BY59208도 0.54%의 비율로 KRGDB에 나오는 데, 여기에 속한 일부 유형도 역시 MF203641과 같이, 한반도로 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AM01822에 속하는 유형이 모두 합치더라도, 송국리문화가 끼친 영향력에 비해서, 한국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이것은 송국리문화를 창조한 주류인 AM01822가 AM01822보다 먼저 한반도에 자리잡은 O1b2-M176과 같은 육로를 통해, 남하한 그룹에 비해, 원래 이들이 한반도에 온 인구수가 현저히 적었던 것에 원인이라 볼 수 있다. AM01822는 주로 해로를 통해, 한반도 중서부로 바로 진입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당시 선박건조기술로는 한번에 승선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었기에, 이들이 여러면에서 기술적인 우위에 있었더 하더라도, 이것은 후대의 기마전사들과 같은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와 같은 것이 아니었기에, 정복을 통한 인구집단의 교체가 아닌 주로 기술적 문화적 우위를 통해, 주변 집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