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3번 버스는 용수천이 시작되는 수태지와 수태골을 지나
금산사 법주사 와 함께 법상종 3대 사찰인 동화사 桐華寺에
도착했다.
백안3거리에서 도학동을 거쳐 동명면까지 이어지는
팔공순환도로 곳곳에도 곱게 물든 단풍들이 10월의 마지막 날
아침을 수놓고 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는 구불구불 산으로 이어진
비좁은 도로는 다른 풍경이 있다면 그때는 오가는 차들이
드물 던 한적한 산악도로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몰려드는
차들로 감당해내지 못해 휴일이면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동화교에서 동화사관광지구로 이어진 도로는 팔공순환도로
구간 중 가장 험난한 고갯길이 이어지는데 겨울이면 눈이 조금만
내려도 교통이 통제되어 이 지역은 발이 묶여버려 고립된다.
동화교 버스정류장 옆에 봉황문 鳳凰門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데, 과거 동화사 桐華寺로 가던 길이기도 했다.
30년 전 당시 76번 버스도 이곳 동화교까지만 운행되었으며,
1986년 현 팔공산 케이블카인 팔공스카이라인이 개통되면서
일부 버스가 지금의 급행1번 버스종점인 동화사관광지구까지
연장 운행하였다.
鳳凰門코스로 桐華寺까지는 1km거리이며 동화천 계곡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옛 76번 버스종점을 지나 구불구불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목을 따라 단풍색깔과 같은 옷을 입은 급행1번 버스가
대구 시내를 향해 내려간다.
반대편에는 갓바위를 출발해 동명면으로 향하는 주말임시버스인
팔공3번이 낙엽 날리는 산길을 올라온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八公山단풍축제로 아침부터 버스 안은
색색의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로 채워졌다.
내가 타고 온 급행1번 버스가 떠난 지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다사읍을 출발해 서문시장 동대구역을 거쳐 등산객들로 콩 나물 시루가
따로 없는 승객들로 가득 찬 급행1번 버스가 곡선 길을 돌아
동화사를 향해 올라간다.
1년 365일 분주하고 늘 붐비는 좌석버스이다.
아직 입동立冬도 오지 않았는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기온도 뚝 떨어져 이미 세상은 초겨울로 들어섰다.
고지대답게 바람의 차가 움은 더욱 매섭고, 바람에 마른 낙엽들이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거칠게 몸을 떨었다.
급행1번 버스에 가려져 그 존재가 잊혀져버린 옛 76번 버스였던
팔공1번 버스가 등산객을 가득히 채운 채 桐華寺를 향해
올라온다.
1990년 1월 좌석버스 376번(현 급행1번)노선이 개통 되면서
오래 동안 이곳을 운행하던 76번 버스는 차츰 운행횟수가 줄면서
95년 이후 5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오지노선 버스가 되어버렸다.
긴 배차간격으로 사라진 자리에 좌석버스 376번이 대신하면서
오늘까지 이르게 된다.
봉무동-불로동-공항교-복현4거리-산격시장-도청-칠성꽃시장-시청-중앙로-
반월당-동아쇼핑-신남4거리-성당시장-서부정류장-송현동-상인동
구간을 운행하던 좌석버스 389번이 1994년 복현4거리에서 동구청을 거쳐
하양,대구대까지 노선이 변경되면서, 기존 76번 76-1번 버스가
불로동-공항교-복현4거리 구간으로 변경되면서 승객이 급감하고 배차간격도
30분 이상 길게 벌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76번 76-1번 승객들은 좌석버스 376번 377번으로
옮겨가면서 일반버스 76번 76-1번은 점점 보기가 귀해진 오지노선버스로
변해가 버리면서 오늘의 팔공1번 버스로 운행하고 있다.
한때는 20번(401번) 버스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던 진공청소기의
위엄을 보였던 76번 버스는 아련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29년 전까지 동화사 桐華寺는 구간요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桐華寺가 소재한 동구 도학동은 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기 전까지
경북 달성군 공산면에 속해있었다.
이후 도학동 및 공산면 전체가 대구에 편입되었지만 1987년까지
76번 버스는 동화사, 팔공산케이블카는 추가로 60원씩 징수했다.
당시 성인이 시내 120원 요금이었는데, 동화사 동화교 종점에
버스가 도착하면 버스뒷문은 닫고, 앞문만 열어서 내리는 승객에게
추가요금 60원을 기사분이 징수했다.
동화사 구간요금은 1988년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1985년 이후 30년 만에 다시 찾은 桐華寺..
당시는 동화교 종점에서 鳳凰門을 거쳐 올라갔었는데
오늘 처음 동화문을 거쳐 올랐는데 불과 15분 만에
桐華寺 대웅전大雄殿에 도착했다.
桐華寺 경내境內는 가을의 전령인 국화꽃으로 수놓았다.
八公山은 불교문화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일신라시대 세워진 千年古刹 桐華寺는 임진왜란 때
사찰寺刹 전체가 불타버려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大雄殿옆 동편에 자리한 영산전이며 1920년에 중건하였다.
寺刹안에는 어느덧 단풍도 지고, 겨울풍경이 자리를 하고 있다.
작은 석탑 앞에는 동별당 東別堂으로 주지스님이 거주하고 있다.
동편에는 불교TV에서 방영하는 저녁예불을 통해 익숙한 모습인
통일범종루 누각이다.
법고(큰북), 범종, 목어(물고기형상), 운판(넓적한원판)의
순서로 사물을 친다.
범종은 지옥 중생을 비롯하여 일체 중생의 해탈을 위해,
법고는 축생의 고통을 쉬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구이다.
목어는 수중 중생을 위해, 구름 모양을 새긴 운판은 허공 세계에 사는
중생인 날짐승의 해탈을 염원하면서 친다.
(동화사 홈페이지에서 발췌)
大雄殿앞마당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올려 진 동전들이 가득 채워진 작은 돌탑이 있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빛나는 동전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연이 있을까..
千年古刹에서 보내는 저무는 가을..
맑은 석관 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며 시린 바람에
후드 모자를 단단히 여미었다.
八公山에 찾아올 긴 겨울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내게는 벌써 샛노란 개나리꽃이 피는 춘삼월이 그립고
기다려진다.
하루하루 계절의 변화가 거짓말처럼 오고가듯이 이 겨울도
거짓말처럼 소리 없이 떠나가겠지..
寺刹을 내려와 지금의 桐華寺버스 종점으로 내려왔다.
30년 전 팔공산 케이블카가 막 문을 열던 그 당시 이 자리는
건물하나 없던 텅 빈 황무지 땅이었고, 일부 76번 버스가
동화교에서 이곳까지 연장되어 올라와 여기서 차를 돌려 다시
불로동을 거쳐 원화여고까지 되돌아 나갔다.
그때는 이곳에서 부인사 파계사로 가는 버스는 아예 없어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야했다.
그나마도 이 길로 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어 적막하기만
했었는데..
30년이 흐른 2015년 10월..
더 이상 적막감이 흐르던 팔공순환도로는 어디에도 없고,
단풍놀이 나온 차들로 도로 양쪽은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당시 황무지 땅은 거대한 관광지구로 변신했다.
76번 버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급행1번 Red버스가 대신하고..
桐華寺 주변 풍경은 어느새 번화가로 변해있었다.
단풍나무 아래 같은 옷을 입은 Red버스가 나란히 서있다.
대구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桐華寺를 운행하는 정규노선이어서
좌석버스지만 시내에서부터 종점까지 입석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승객을 싣고 오르내린다.
1990년 1월..
당시 대구시내버스가 공동배차제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좌석버스들이
추가개통하면서
동화사/갓바위-불로동-대구공항-아양교-동대구역-칠성시장-동인4거리
→중구청→경대병원→삼덕4거리→반월당→중앙로→한일극장→동인4거리
이하 역순
노선의 376번(현 급행1번) 좌석버스가 운행을 시작하였고, 필자도 당시
칠성시장에서 불로동까지 400원(성인,학생모두) 요금을 내고
갓바위행 376번 버스를 탔었다.
이 당시는 일반버스 동화사행 76번, 갓바위행 76-1번 버스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운행 중이어서 좌석버스 376번은 10분대 간격으로 운행했지만
텅텅 비다시피 다녔다.
하루 10회 운행하는 팔공1번 버스도 뒤편에 정차해있지만
자주 운행을 하지 않아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그 때문에 버스가 와도 조금 채울 정도의 수준이어서
급행1번 버스로 몰리는 승객을 분산하는데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서산위에 올라선 오후..
桐華寺 종점에는 마치 귀성객들을 보듯이 긴 줄이 구불구불
이어져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버스는 급행1번 버스이다.
30년 전 76번 버스도 콩나물시루가 되어 다녔던 버스타기
전쟁의 곤욕을 치 루어야 했는데, 3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 대중교통 환경이 아쉬운
모습이다.
게다가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차들은 움직이지도 않고..
오가는 버스들도 제시간을 지키지 못해 간신히 종점에
도착한 버스는 채 쉬지도 못하고 바로 차를 돌려 나와
승객을 태우고 내려가야 했다.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즐기는 댓 가는 혹독했다.
저무는 가을의 八公山은 해가 저물 때까지 차들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첫댓글 저정도로 수요가 많은데 13분으로 다녀서 혼잡도가 해소되는지 의문입니다.
주말이야 동대구역 인근까지 증차 운행이 된다지만... 노선 개편 후 수요가 늘어난데다 경유 구간이 많아 신속성이 급행5보다
제법 낮은데 1~2대 정도 더 증차해줬으면 합니다. 시에서는 1대당 30초라고 얘기 하지만 실제로는 1대당 최대 2분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죠. 증차가 어렵다면 가장 간단한 건 일부 경유지 무정차겠지요.
이번주 포스팅으로 가을 여행 잘 하였습니다~~! 급행1번.. 전에 대구공항 안을 휙돌고 나오는 정말 재미있었던(?) 일도 생각나네요
작년에 승시축제때 승용차 가지고 갔다가 정말 혼났습니다.
올해는 아예 포기했어요.
동화사는 대구시를 대표하는 사찰이지요...
팔공산 능선을 기준으로 앞쪽의 사찰은 거의 대부분 동화사가 관리하고
담당하는 말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뒷편은 은해사가 관리를 담당하구요.
예전에 376번과 105번 좌석버스 운행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가을철이면 등산객들로 동화사 주차장에서 완전 만땅!
승객 승차시키는 시간에 이미 뒷차 출발시간이 넘어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일부 경험이 부족한 기사님들은 정신없이 급커브 내리막길을
브레이크페달 수시로 밟아가면서 쏜살같이 내려오다 보면은 브레이크 라이닝과
드럼이 열을 받아서 밀리면서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차 승객이 벨을 누르고,승차승객이 손을 들어도 정류장을 저만치 지나서야 겨우 멈춰섭니다.
이런 현상이 계명대학교 동문 기점까지 이어집니다.
정말로 아찔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