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공중으로 나는 듯한 느낌과 어깨가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길가 등나무 가장자리에서 응시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느꼈다.
그녀는 간신히 일어나서 머리를 돌려 그들이 그 길로 오는 것을 보았다.
한 사람은 꼭 끼는 검은 양복에 밀짚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웠으며, 또 한 사람은 모자를 쓰지 않고 작업복 바지에 엽총을 들었는데 턱수염이 난 얼굴은 뒤 늦게야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여전히 달리는 그녀의 다리는 풀려 있었으며 앞으로 엎어져서도 여전히 달렸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빙빙 돌다가 일어나 앉았다.
입을 벌렸지만 숨이 차서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작업복 바지를 입은 남자는 놀라서 짧고 부드러운 턱수염이 난 입을 어린애처럼 벌린 채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또 한 사람은 뒤집힌 자동차 위로 몸을 숙였는데, 꼭 끼는 코트는 어깨를 따라 골이 패어 있었다. 그때쯤 엔진이 멈추었지만 뒤집힌 앞바퀴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천천히 계속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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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같이 잘난 여자 애들은, 재미만 보고 몸은 주지 않는 애들은.
아무것도 주지 않고 함정에 빠지면…….
넌 지금 어디에 들어와 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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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윈이 말했다. 그들은 갔다. 토미는 그들을 따라갔다. 그는 한 번 뒤돌아보고 나서 그들 뒤를 비틀거리며 따라갔다. 이따금 격렬한 파도가 덮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그의 피가 갑자기 너무나 뜨거워졌다가는 바이올린 음악이 전해 주는 그 불쾌하고 불행한 감정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빌어먹을 놈들, 빌어먹을 놈들 하고 그는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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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반대쪽 구석으로 떨어져 고갱이만 남긴 채 깨끗이 갉아 먹은 흩어져 있는 몇 개의 옥수수 속대와 목화씨 껍질 속에 얼굴이 파묻혔다.
무언가가 벽에 부딪치더니 튕겨 그녀의 머리를 쳤다. 쥐는 이제 마룻바닥 저쪽 구석에 있었다. 다시 그들의 얼굴은 30센치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쥐의 눈은 마치 폐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빛났다 희미해졌다 했다.
그러고 나서 쥐는 똑바로 서서 구석에 등을 기댄 채 앞발을 가슴에 비틀어 모으고 작은 소리로 애처롭게 헐떡이며 찍찍거렸다.
그녀는 그것을 주시하며 뒤로 기어갔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려가 어깨 너머로 쥐를 바라보면서 문을 두드려 대고 몸을 문에 대고 활 모양으로 굽힌 채
맨손으로 널판지를 긁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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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총을 가볍게 흔들고는 다시 코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움직이면서도 그는 결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의 손이 문을 놓자 그 문이 크게 벌어졌다가 문설주에 요란하게 부딪쳤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치 소리와 침묵이 뒤바뀐 것 같았다. 그가 침묵을 옆으로 밀치며 침묵을 지나 그녀에게로 다가갈 때 둔탁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에서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눈이 노란 덩어리 같은 노인에게 말했다. 그녀는 햇볕을 쬐며 의자에 앉아 손을 지팡이 꼭대기에 포개 놓은 그에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럴 거라고 말했잖아요!” 하고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은 뜨거운 침묵의 거품처럼 주위의 밝은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마침내 그는 머리와 두 개의 점액 덩어리를 해가 비치는 거친 널판지 위에 누워서 몸부림치는 그녀 쪽으로 돌렸다.
“말했잖아요! 늘 말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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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송화구에 대고 인내심있게 말했다. 털의 가족이 일요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은 가운데 그녀는 보안관과 연결되었다.
“사람이 죽었어요. 털 씨의 가게를 2킬로미터쯤 더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
예, 올드프렌치맨 구역요. 예, 저는 구드윈 부인입니다……. 구드윈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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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5월의 어느 토요일로 땅에서 떠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월요일이면 그들은 카키색 옷과 작업복 바지와 칼라가 없는 셔츠를 입고 다시 돌아와 대부분 법원과 광장 근처로 몰려다녔으며, 거기 있는 김에 가게에서 조금 거래를 했다.
그들 중 한 무리는 하루 종일 장의사의 영업실 문에 서 있었고, 교과서를 들었거나 그렇지 않은 소년들과 젊은이들은 몸을 굽혀 유리에 코를 납작하게 대고 있었으며, 시내의 좀 더 대담한 사람들과 젊은이들은 토미라는 사람을 보기 위해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맨발에 작업복 바지를 입고 나무 탁자 위에 누워 있었는데, 햇볕에 그을린 뒤통수의 곱슬머리는 마른 피가 엉긴 데다 화약에 그을렸다.
그동안 검시관이 그의 앞에 앉아서 그의 성을 확인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도, 심지어 시골에서 그를 15년 동안이나 알고 지낸 사람이나, 이따금 토요일에 시내에서 맨발에다 모자를 쓰지 않고 시선은 넋이 나간 듯 공허하고 볼은 박하사탕으로 순진하게 불룩해진 채 돌아다니는 그를 본 상인들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아는 모든 것에 의지해도 그것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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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윈은 검은 머리에 어렴풋이 근심에 잠긴 수척하고 갈색인 얼굴을 휙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한 게 아니오. 당신도 잘 알잖소. 내 짓이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지 않소. 내 생각을 말하지는 않을 거요. 내가 한 게 아니오. 그자들이 먼저 그걸 내게 뒤집어씌웠어. 그렇게 하라지. 난 결백해. 하지만 내가 말하면, 내가 생각하거나 믿고 있는 걸 말하고 나면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없게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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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좁고 고요했다. 지금은 거리가 포장이 되었지만, 그는 비가 오고 나면 물과 흙이 뒤범벅되어 시커먼 운하를 이루었던 때가 기억났다. 그때면 그와 나르시사는 졸졸거리는 도랑에서 옷을 걷어붙이고 엉덩이는 진흙투성이가 된 채 철벅거리며 깎아 만든 조잡한 배를 따라다니거나, 일에 몰두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린 연금술사처럼 한 곳을 계속 밟아 진창을 만들곤 했다. 콘크리트가 없어 거리의 양쪽 보도에 붉은 벼골이 지루하고 울퉁불퉁하게 깔려 있고, 화려하게 아무렇게나 깔아놓은 밤색 모자이크 무늬가 닳아 한낮에도 해가 비치지 않는 검은 땅이 드러난 것도 기억났다. 그 당시 그와 여동생은 차도 입구에 있는 콘크리트에 뛰어들어 인조석에 맨발 자국을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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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있으면! 천국에는 네가 들어갈 곳이 없단다! 지옥에는 네가 들어갈 곳이 없단다! 백인들의 감옥에는 네가 들어갈 곳이 없단다! 검둥아, 넌 어디로 가야 하니? 넌 어디로 가야하니, 검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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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가 깨닫지 못하는 게……젠장, 사돈어른이 뭐라고 말씀하시든 악이란 우연히 쳐다보기만 해도 타락하게 돼요. 부패라는 것하고는 입씨름을 할 수도, 거래를 할 수도 없어요…….나르시사가 그것에 대해 듣기만 하고도 얼마나 불안해하고 의심하는지 보셨죠. 전 제가 이곳에 자진해서 돌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보니……그 애는 제가 그 여자를 밤에 집으로 데려오는 짓거리라도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 애도 사돈이 누군가가 사돈에게 제안하거나 줄 수 있는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사돈이 스스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할 거라는 사실을 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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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은 무슨 놈의, 내가 그 짓을 했다고 한번 증명해 보라지. 토미는 등 뒤에서 총을 맞은 채 헛간에서 발견됐어요. 그 권총을 찾아보라지. 난 거기서 기다렸어. 난 도망가려 하지 않았어.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 내가 보안관에게 신고했어요. 물론 아내와 팝을 빼면 나만 그곳에 있었던 것은 불리한 일이오. 속이기 위해서였다면 상식적으로도 그보다는 더 잘 꾸며 냈을 거요.”
“당신은 상식에 의해 재판받는 게 아닙니다. 배심원에 의해 재판받는 거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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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파이는 다시 차를 빙그르르 돌려 모래에 난 바퀴자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행동에 달아난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단지 뭔가 몹시 성마르게 일을 수행할 뿐이었다. 차는 힘이 셌다. 모레에서조차 시속 60킬로미터를 유지했으며, 좁은 협곡을 타고 올라가 대로로 들어서자 북쪽으로 향했다.
그의 곁에 앉아서 요동을 버티자니 어느새 자갈 소리가 점점 더 부드럽게 들렸다. 그녀가 어제 지나왔던 길이 실패 위에서처럼 바퀴 아래에서 뒤로 달아나기 시작할 때 템플은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피가 허리에서 천천히 스며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의자 구석에 기운 없이 앉아 땅이 계속 뒤로 물러나며 차츰 펼쳐지는 소나무 숲 사이로 퇴색해 가는 말채나무가 흩어져 있고, 사초가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새로 돋아난 목화가 푸르고 고요하게 평화로운 들판에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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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스는 갑자기 움직였다. 책에 기대어 불안정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사진이 약간 미끄러지면서, 마치 저절로 그러듯이 자리를 바꿨다. 영상이 마치 파문이 이는 깨끗한 물 아래에 보이는 어떤 익숙한 것처럼 조명에 반사되어 희미해졌다.
그는 그 친숙한 영상을, 죄로 인해 갑자기 그보다 더 늙은 얼굴을, 감미롭기보다는 희미해진 얼굴을, 부드럽기보다는 비밀스러운 눈을, 뭐랄까 고요한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힌 채 바라보았다.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을 때 그것이 부딪쳐 쓰러졌다. 그 때문에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익살맞게도 굳게 다문 그 얼굴이 다시 한번 상냥하게 생각에 잠긴 채 그의 어깨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응시했다.
그가 불을 환히 밝히고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자니 법원의 시계가 3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였다. 그때 그는 시계와 담뱃갑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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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자 역시 그것을 눈치 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자들이란 모든 사람의 행동을 끝없이 의심하는 조심성을 지녔는데, 그것은 처음에는 단순한 악의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실제적인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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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그 여자는 어디 있습니까?”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호러스가 말했가.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 여자는 멤피스의 한 사창굴에 있습니다.”
스놉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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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를 거기로 데려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도록 해 주셨으면 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면 내가 저 애 가족을 찾아 주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그 작자와 저 애를 저 방에 계속 저대로 내버려두면 저 애는 죽거나 일 년 안에 정신병원으로 가야 할 거예요. 내가 아직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어쩌면 저 애가 그런지도 모르죠. 저 애는 이런 생활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백정이나 이발사가 타고나야 하는 것처럼 이런 일은 타고나야 하는 거예요.
누가 단순히 돈이나 재미 때문에 이런 짓을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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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오늘 밤에 죽는 게 그녀 자신에게 더 나을 것 같아하고 호러스는 걸어가며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는 그녀와 포파이와 그 여자와 아기와 구드윈이 모두 죽음이 임박한 휑한 깊은 방에 들어가 있으며 분노와 경악 사이에서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의 오래되고 비극적인 옆구리에서 제거해 태워 버리는 거지. 그리고 나 역시.
우리는 모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는 잠의 긴 복도에서 부는 부드럽고 어두운 바람을, 낮고 아늑한 지붕 아래 누워 듣는 긴 빗소리를, 악과 불의와 눈물을 생각했다. 뒷골목 입구에서 두 사람이 떨어진 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남자는 애무하는 듯 활자화할 수 없는 형용사를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여자는 관능적인 황홀경에 잠겨 기절할 듯 그의 앞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언젠가 죽은 아이와 죽은 사람의 눈에서 본 표정을 생각하며 어쩌면 악에는 논리적인 양식이 있다는 걸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에 우리는 죽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눈에서는 식어가는 분노, 충격을 받은 절망이 사라져갔고, 움직이지 않는 세계가 축소 모형으로 깊이 숨어 있는 공허한 눈알 두 개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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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울타리에서 풍기는 인동덩굴 냄새를 맡으며 구내 차도를 조용히 걸어갔다. 집은 마치 시간의 썰물이 빠져나가고 공간속에 고립된 듯 어둡고 조용했다.
곤충들은 종잡을 수 없이 낮고 단조로운 소리로 사방에서 울어 댔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이 살아 숨쉬게 해 주던 조류가 물러난 뒤 뻣뻣이 굳어 죽어가는 세상의 화학적 고통 같았다. 달은 머리 위에 떠 있었지만 빛나지 않았고, 대지는 아래에 누워 있었지만 어둠이 없었다. 그는 문을 열고는 방 안으로 더듬어 가서 전등을 찾았다. 곤충들 소리인지 다른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둠의 소리가 그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갑자기 그 소리가 계속 돌아야 할지 아니면 영원히 정지해야 할지 결정할 순간에 이른 지축 위에서 도는 지구의 마찰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식어 가는 공간 속에서 정지한 지구, 그것을 휘돌아 인동덩굴의 짙은 냄새가 차가운 연기처럼 구불구불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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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는 위장 속의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사진을 급히 내려놓고 욕실로 갔다. 그는 달려가서 문을 열고 전등을 더듬었다. 그러나 그것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포기하고 앞으로 뛰어가다 세면대에 부딪쳤다.
두 팔을 벌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이에 옥수수 껍질이 그녀의 허벅지 아래에서 요란하게 바스락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약간 쳐들고 턱은 막십자가에서 내려놓은 사람처럼 떨어뜨린 채 누워서 뭔가 검고 격렬한 것이 창백한 몸에서 요란하게 빠져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벌거벗고 누운 채로 무개화차에 묶여 빠른 속도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어둠은 질긴 실처럼 머리 위로 흐르고 요란한 쇠 바퀴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차는 터널에서 빠져나와 비스듬히 길게 위로 솟구치고, 머리 위로 어둠은 이제 활활 타는 불꽃이 점점 약해지는 것과 평행하여 억눌린 숨결처럼 점점 세게 갈가리 흩어졌다.
그 사이 그녀는 무수한 빛이 희미하게 가득한 무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게으르게
흔들리곤 했다. 저 아래에서 옥수수 껍질이 희미하고 격렬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그녀에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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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템플이 자동차에 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코트의 단추를 채운 사람이 핸들을 잡았다. 구내 차도가 큰길로 이어지는 골목길과 만나는 곳에 긴 여행용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들이 그 차를 지나칠 때 템플은 포파이가 컵 모양으로 오므린 두 손에 든 성냥 쪽으로 몸을 숙이는 것을 보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의 가냘픈 갈고리 모양의 옆모습이 나타났다.
성냥이 작은 별똥별처럼 밖으로 날아가더니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그의 옆모습과 함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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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오. 그게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아. 하지만 당신은 사람이란 어떤 일을 할 때면 단지 그것이 옳기 때문에, 그것을 하는 것이 사물의 조화에 필요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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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잊어버려요. 난 이미 받았어요. 당신은 이해 못 하겠지만 내 영혼은 지난 43년이나 도제살이를 해 왔어요. 43년이나 말이오. 당신 나이의 한 배 반이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바보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법이오.”
“그리고 당신은 그가……저…….”
“이제 그만둬요. 그것 역시 한바탕 꿈이에요. 하느님은 이따금 어리석긴 하지만 적어도 그분은 신사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전 항상 신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여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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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감옥을 지나갔다. 울타리에는 법정에서부터 구드윈과 부관을 따라온 놈팡이들과 시골 사람들과 불량한 소년들과 청년들이 늘어서 있었다. 감옥 문 옆에는 그 여자가 베일이 달린 회색 모자를 쓰고 아이를 팔에 안은 채 서 있었다.
“그자가 창문으로 아이를 볼 수 있도록 서 있군.”
호러스가 말했다.
“햄 냄새도 나는데, 아마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 자는 햄을 먹을 거야.”
그리고 나서 그는 여동생의 옆 자리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느긋하고 침착하게 운전했다. 곧 그들이 시내를 벗어나자 실하게 자란 어린 목화들이 줄을 지어 양옆에서 일렬로 흔들리며 뒤로 사라졌다.
오르막길에는 여전히 아까시나무의 꽃이 눈처럼 하얗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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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파이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5살 때까지 머리카락이 전혀 나지 않았고, 그때쯤에는 한 기관의 주간반 학생이었는데 작은 키에 연약한 아이인 데다 위장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의사가 그에게 처방해 준 섭생법을 조금만 어겨도 발작을 일으켰다.
“스트리크닌과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면 이 아이는 죽게 될 겁니다. 제대로 말하자면 이 아이는 절대로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잘 보살피면 좀 더 오래 살기는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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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6시에 그를 데리러 왔다. 목사가 그의 팔꿈치를 받치고 그와 함께 갔다. 그러고는 교수대 밑에 서서 기도했다. 그 사이 그들이 밧줄을 맞추어 포파이의 매끄럽고 기름 바른 머리에 거느라 그의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손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릴 때마다 뒤로 넘기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사이 목사는 기도했고 각자 제자리에서 서서 머리를 숙인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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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천막에서는 지평선 하늘색 군복을 입은 악단이 마스네와 스크랴빈과 고문당한 차이코프스키를 곰팡내 나는 한 조각 빵 위에 엷게 바른 것 같은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연주했다. 그 사이 황혼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비치는 축축한 미광에 용해되어 천막과 거무칙칙한 버섯처럼 늘어선 우산들을 물들였다.
관악기들이 내는 풍부하고 낭랑한 소리가 강렬하고 슬픈 파도가 되어 그들 위를 굴러 가서 짙은 푸른색 황혼에 부딪쳐 사라졌다.
템플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고는 콤팩트를 열더니 작은 모형 같은 시무룩하고 불만스럽고 슬픈 얼굴을 비춰 보았다.
옆에서는 그녀의 아버지가 지팡이 꼭대기에 손을 포개고 앉았는데, 그의 뻣뻣한 수염에는 물기가 서리 맞은 은처럼 맺혀있었다.
그녀는 콤팩트를 닫았다.
그녀의 시선은 멋진 새 모자 아래에서 음악의 파도를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사라져 가는 관악기 소리 속에 용해되어 연못과 맞은 편에 반원형을 이룬 나무들을 가로질러 갔다.
그곳에서는 더러운 대리석 여신들이 황혼 속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서 죽은 듯 고요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비와 죽음의 계절의 포옹에 정복당한 하늘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