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L(한국농구연맹) 관계자는 달력만 보면 "올해도 또…"라며 한숨을 내쉰다. 10월 15일 모비스와 KT&G의 2010~ 2011시즌 개막전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일정과 겹쳤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인기는 국제 무대에서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한 프로농구와 천지 차이다. 프로농구의 입장에선 개막전이란 시즌 최고 이벤트 중 하나가 한국시리즈와 겹치면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KBL은 그래서 지난해 개막전을 이전보다 2주일 앞당겨 10월 15일 치르기로 했다. 그동안 농구 포스트시즌이 프로야구 개막과 겹쳐 지상파 중계 일정을 잡기 어려워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 개막일이 한국시리즈 일정과 겹쳤다. 전육 KBL 총재는 "도둑을 피하려다 강도를 만난 격"이라며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것같다"고 당시 심경을 표현했다. KBL은 당시 기우제를 지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었는지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됐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도 16일부터 시작됐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남자 프로농구가 아니라 16일 개막했던 전국체육대회였다.
KBL 관계자는 "어차피 올해도 포스트시즌과 겹칠 걸 각오했다. 일정을 늦추면 나중에 우리 포스트시즌이 야구 개막일과 겹친다. 어차피 겹칠 바에야 개막전이 겹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이 열려 일정 늦추기가 더 힘들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KBL은 올해도 은근히 비를 기다리는 눈치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앞으로도 10월까지는 강수량이 예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보돼 있다. 올해도 남자 프로농구가 비 때문에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