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라
40여 년간 시를 쓰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시는 본질적으로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함께 시를 읽고 공부할 수는 있지만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깨닫는 것이지 누가 깨닫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이에게 아무리 김치 맛을 설명해줘도 김치를 먹어보지 않는 한 그 맛을 알 수 없습니다. 시도 그와 같습니다. 시의 무한한 본질을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시의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처음 쓰는 이를 만나면 ‘스스로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되라’고 말합니다. 진정 김치 맛을 알고 싶다면 김치에 대한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직접 김치를 먹어보라는 것입니다.
처음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내가 어떻게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나’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 “자기 자신의 스승이 될 만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시를 쓰는 일도 노력하는 일입니다” 하고 부연 설명합니다.
어떤 공부를 할 때 마음속에 학생이라는 존재와 스승이라는 존재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이라는 존재는 학생이라는 존재가 그 역할을 다해야만 나타나는 존재입니다. ‘마음속에 푸른 가지를 품고 있으면 새가 날아와 그곳에 앉는다’는 중국 속담도 스승이라는 새가 날아와 앉도록 먼저 학생이라는 푸른 가지가 되라는 말입니다. ‘학생이 배울 준비가 되면 스승은 나타난다’는 말도 학생으로서의 준비를 먼저 강조한 말입니다.
준비 없는 학생은 스승이 찾아와도 스승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설령 알아봤다 해도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 스스로 먼저 깨달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비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누가 먹고 싶은 것을 구해다 입에 넣어주지 않습니다. 행여 누가 입에 넣어주었더라도 그 맛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무엇을 공부하든 먼저 자신이 자신의 노력이라는 스승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에 있더라도 늘 주인이 되라’는 임제 선사의 말씀도 결국 스스로 자신의 스승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 항상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스스로 스승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삶에 자기가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열반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아라’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등불로 삼기 전에 자기 마음의 등불을 먼저 켜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고, 자신을 올바르게 가르쳐야만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올바르게 따를 수 있습니다.
‘스승’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기를 가르쳐서 안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저는 나를 인도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도 내가 가지 않으면 그 스승의 힘과 사랑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정작 물을 먹는 것은 말 자신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 나를 가르쳐도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작 나 자신입니다.
몽골에서 말을 탔을 때 제가 탄 말이 길을 따라가지 않고 자꾸 강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무리 고삐를 잡아당겨도 자기 마음대로 얕은 늪지대를 지나 강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말이 강가에 다 다다르자 불쑥 고개를 숙이고 맛있게 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알 수 있었습니다. 말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말 자신이었습니다. 말을 탔다고 제가 말의 주인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말처럼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입니다. 내 인생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나 자신입니다. 피카소는 ‘어제까지의 작품을 오늘 다 파괴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자신이 자신의 스승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새로움을 위하여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권리는 자신이 자신의 스승일 때만 가능합니다. 좋은 학생을 훌륭한 스승이 만들기도 하지만 훌륭한 스승을 좋은 학생이 만들기도 합니다. < ‘내 인생의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산문집(정호승, 비채, 2019)’에서 옮겨 적음. (2021. 6.28. 화룡이) >
첫댓글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이에게 아무리 김치 맛을 설명해줘도 김치를 먹어보지 않는 한 그 맛을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깜깜해지는 현상이 잦아졌습니다. 전에도 그런적이 있어 바로 휴대폰을 바꾸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액정이 나갔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에도 겪었기 때문입니다.
새 휴대폰은 낯설어 내 것이 내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카페도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카페지기님 도움을 받아 다시 로그인 해서 예전처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그냥 끌리는 방에 들어갔습니다.
위의 한 구절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자려고 눕기만하면 몸이 떨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특수한 기능을 가진 침대에 누워보게 되었습니다.
그 침대에는 누워도 몸이 떨리지 않았습니다.
당장 그 침대를 구매해서 쓰고 있습니다.
믈론 떨리지 않아 편안하게 잘 자고 있습니다.
기적입니다.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내 감동과 달리 상대편은 감동하지 않았습니다.
상대편은 김치를 먹어보지 않았는데
김치 맛을 알리가 없겠지요.
혼자서 서운해 했던 마음에
미소를 날려봅니다
망고 시인님!
월례회 석상에서 회원들에게 나눠주신 마스크 선물, 감사합니다.
자신을 챙기는 일만 해도 벅찬 세월 속인데...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입니다.
최근에 또 건강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다른 모든 일들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 했으니 쉬엄쉬엄, 건강부터 돌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