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항의하는 방송 작가들 = 검찰의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이메일 공개에 따른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이메일 공개’에 작가들 사이버 망명
작가들 “우리나라 메일은 안전하지 않아”
우리나라 작가들이 사이버 망명을 떠나고 있습니다. 검찰이 작가들의 이메일을 뒤지는 것도 모자라 이메일에 담긴 사적인 내용까지 낱낱이 공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메일은 안전하지 않다”며 “다들 G-mail 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제 서울지방검찰청 앞에는 작가들 40여명이 몰려와 김은희 작가를 대신해 피디수첩 수사팀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MBC,KBS,EBS,SBS 작가 등이 한꺼번에 몰려왔더군요. 소속 방송사를 떠나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번 검찰의 이메일 공개 건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생전 시위라곤 해본 적 없어 보이는 이들 작가 40여명은 손수 만들어 온 손팻말 등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이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대부분 이메일 계정을 바꾸고 있다고 하더군요. MBC의 김아무개 작가는 “설마했던 일을 벌이는 검찰의 모습이 어이없다”며 “모든 작가들이 이메일 계정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작가들이 이메일 계정을 바꾸는 것은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MBC 윤아무개 작가는 “시사프로그램은 제보자 보호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게 검찰에 새어나가고 심지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제 우리나라 메일은 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들 “설마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검찰의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습니다. MBC 이아무개 작가는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개인의 e-mail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이건 검찰이 (수사상 필요하다면) 전 국민의 사생활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흘리고, 보수언론은 주워서 마녀사냥 나서고
여러분은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검찰을 어떻게 보십니까. 검찰은 “유죄를 입증할 만한 필수 단서이기 때문에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만, “여론몰이를 위한 악의적인 공개”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고 피의사실 공표죄를 범한 것”이라는 법학자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때도 검찰은 너무 무리하게 노 전 대통령 수사내용을 공개하며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검찰은 수사 내용 흘리고, 보수 언론들은 이를 받아 ‘마녀 사냥’에 나서는 모습도 노 전 대통령 수사 때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조중동은 일제히 ‘검찰 발표 받아 쓰기’에 나섰습니다. <조선>은 19일치 1면 머리기사에서 ‘100일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 찔러’에서 “흡사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살인’을 연상시키는 섬뜩한 내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동아>는 한술 더 뜹니다. 아예 김은희씨 분석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김 작가의 학생운동 전력을 거론하며 ‘이념 공세’까지 퍼부었습니다.
조중동, 김은희 작가 참여한 참여정부 비판 프로그램은 소개 안해
하지만 보수 언론들은 김은희 작가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 나열할 뿐, 그가 참여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도 참여했다는 것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에서 김은희 작가와 함께 일했던 한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은희 작가는 노무현 정부 비판 프로그램 제작에도 숱하게 참가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정치적 견해와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작가가 프로그램을 혼자서 만드나요? 피디들을 무시하는 겁니다.”
실제 김은희 작가는 5년 전부터 <피디수첩> 제작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작가입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 목록을 살펴보니 참여정부 정책에 문제제기 하는 프로그램도 많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피랍된 동원 628호를 좌초시켜라!’(2006년 9월)와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2006년 7월) 등입니다.
김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피디수첩>은 원래부터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떤 작가가 오던 간에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이메일 내용과 프로그램을 연결시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적 견해와 프로그램 제작은 별개의 문제
같은 언론인 입장에서 볼 때, 김은희 작가의 말은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검찰이 사적으로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갖고 프로그램을 악의적으로 만들었다고 연결짓는 것은, 쥐가 방귀 뀌는 소리입니다. 어떤 언론인이든 정치적 성향은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을 술자리에서 풀 수도 있고, 친구와 이메일을 나눌 수도 있고, 저처럼 블로그에 글을 쓸 수도 있는 겁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을 연결짓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겁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단 한번도 투표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들 정당이 못미덥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두 정당이 국회에 다수당으로 있는 한, 저는 두 정당과 관련한 기사를 쓰면 안되는 걸까요? 만약 “예”라고 대답하신다면, 같은 논리로 검찰도 개인 이메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피디수첩> 정재홍 작가는 어제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제가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쓰는 모든 원고가 음주원고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언론인이 만든 콘텐츠는 ‘팩트’로 평가받으면 그만입니다. 기사와 프로그램 안에 허위 사실이 들어있거나 왜곡과 과장이 있다면 그걸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프로그램을 제단하는 것은 정말 상식 이하의 행동입니다. 애초 피디 수첩 사건을 수사하던 임수빈 부장이 중도사퇴해버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아마추어같은 검찰입니다. 여론몰이 하지 마시고 언론인들이 팩트로 승부보듯이 수사결과 갖고 법원에서 승부보길 바랍니다.
‘프레스 프렌들리’ 약속은 조중동에게만?
검찰이 김 작가의 5년 전 이메일 내용까지 샅샅이 뒤졌다고 하던데, 저도 5년 전에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이메일 다 지워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보고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트위터’까지 가입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왜 갈 수록 검찰은 거꾸로만 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네르바’를 석방한 법원의 결정에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요. 왜 자꾸 누리꾼들을 옥죄지 못해 안달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번 해외의 신문에 '별난 세상 뉴스' 아이템이라도 주고 싶은 걸까요.
김은희 작가는 이제 온 세상에 그의 정치적 성향이 까발려졌습니다. 친절한 검찰 덕분에 저도 그의 모든 것을 알게된 느낌입니다. 김 작가가 앞으로 MBC에서 프로그램을 못맡게 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씩씩한 분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전 MBC 피디 분들을 믿어요. 이런 거 가지고 작가를 교체하거나 할 분들이 아닙니다. 전 밥만 잘 먹으면 힘이 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프레스(언론) 프렌들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조중동 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약속은 부디 아니길 바랍니다. 당신은 특정 이익집단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니까요. 당신을 좋아하는 국민이든, 그렇지 않은 국민이든 말이죠.
비가 옵니다...
님들의 편지, 젖지 않도록 부디 간수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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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체 이 양아/치 떡찰넘들을 어찌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