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기온 급상승으로 인한 적조 판단…제거제 긴급 투입 적조 형성 조건 갖추지 않아 오염물질 유입 배제 할 수 없어
울산 태화교 하부 태화강물이 적갈색으로 변질되면서 외부 오염물질 유입가능성이 제기됐다. 울산시는 이를 갑작스런 기온 상승으로 인한 적조현상으로 보고 제거제를 투입했다. 하지만 제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적조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부 제보에 따라 본지 취재진이 19일 오전 10시 30분께 남구 신정동과 중구 우정동을 잇는 태화교 하부에 도착했을 때 적갈색 강물이 하류로 흘러가고 있는 현장이 목격됐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은 “태화강이 이처럼 심하게 오염된 것을 본적이 없다”며 적잖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을 울산의 랜드 마크로 삼아 산업과 생태가 어우러진 산업생태관광도시 울산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현상은 오염물질 외부 유입 여부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한편 이날 신고를 받은 울산시 환경정책과는 강물이 적갈색으로 변한 이유를 적조라 판단하고 적조 제거제를 서둘러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물질 유입 의혹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최근 몇 년 동안 태화교 하부에 이번처럼 심한 적조 현상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과 최근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가 내린 점, 아직 적조가 발생할 만큼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 등이 적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적조가 아니라면 강 외부에서 흘러 든 오염물질이 강물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태화강물이 오염된 것은 큰 문제다. 전국에 두 곳 뿐인 국가정원의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오염사건이 적조에 기인됐다면 앞으로 기온 상승에 따른 적조발생이 빈번해 질 것이라는 징조다. 강수량이 적어 강물이 줄어든다면 적조 예방을 위해 과거처럼 지하수 펌프를 가동해 강 수위를 높여야 한다. 이번 태화강 오염사건은 적조가 원인이든 아니든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생태관광도시에 먹칠을 할 수도 있을 만큼 중차대한 사건이다. 철저한 진상조사 후 사후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게 많은 시민들의 지적이다.
중구 우정동 주민 김 모씨(남, 72)는 “아침에 운동 삼아 태화강 둔치에 나왔다가 태화강이 붉게 변해 깜짝 놀랐다”며 “태화강에 나오면 공기도 좋고 넘실거리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데 오늘 오염된 강물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 울산시가 잘 관리해 앞으로 오염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허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