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의 미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책무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한옥의 조형미는 천편일률적인 펜션 형태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옥 짓기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고 좋은 도편수를 만나 무리 없이 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소 미흡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되었습니다. 한옥을 지으며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집 지을 터 잡기
배산임수가 좋으나, 그 형국이 넓어야 하며 널찍하고 평평하여 좌우가 넉넉한 곳이 좋습니다. 물은 맑고 달며 나무들이 무성해야 합니다.
평지에 집터를 고를 때는 약간 융기한 높은 곳을 찾아야 하고 풍수지리에서는 움푹 패여 있거나 도랑처럼 꺼져 있는 자리는 가난하게 되며 아이들이 허약하여 병치레를 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집터를 살펴 볼 때 남북이 길고 동서가 짧은 곳이 좋으며 오른쪽이 길고 왼쪽이 짧으면 재리(財利)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왼쪽으로 물이 흐르면 청룡이라 하고, 오른편에 능선이 있어 길게 뻗어 있으면 백호라 합니다.
앞에 연못이 있으면 이를 주작이라 하고 뒷편에 언덕이 있으면 현무라 합니다. 집터를 조사할 때눈 지표의 부식토를 걷어 내고 생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30~60cm 정도 정방형으로 파낸 뒤 파낸 흙을 잘 부셔서 다시 메운 뒤 다지지 않은 채 두었다 이튿날 아침 살펴서 흙이 푹 꺼져 있으면 좋지 못하고 불쑥 올라와 있으면 좋은 터입니다.
집 짓기 준비
집 짓기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목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 지을 지방에서 벌목한 재목이 좋습니다. 도편수(대목)를 잘 만나는 것도 필수입니다. 한옥을 짓는데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집 짓기에 알맞은 시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봄에 짓는 집과 여름 집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설계는 건축주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좋은데 완공 후 만족도가 틀립니다.
집을 지을 때는 대체로 높고 밝게 짓는 것이 좋습니다. 수의 사용에서는 홀수를 씀이 좋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1칸, 3칸처럼 칸수를 정하고 척수도 서까래, 도리, 보, 기둥 등의 규모를 모두 홀수로 치목함이 좋다 합니다.
배치에서는 문과 창, 벽이 서로 마주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 창을 마주보게 할 경우라면 분합문보다 외짝 문을 설치함이 좋습니다. 새로 짓는 집이 기왕에 있던 집과 너무 바짝 붙으면 나쁘고 더구나 새집의 규모가 작으면 나쁘다고 합니다.
집 짓기
○ 배치
집을 배치할 때는 볕이 드는 위치를 살펴보고 남서향이 좋고 북쪽의 기운을 막아야 합니다. 홑집인가 아니면 겹집이냐에 따라 지붕 모양이 달라지고 입식 생활과 좌식 생활에 따라 평면은 틀립니다.
○ 기초
성토를 하고 주추가 놓일 자리를 생땅이 나올 때까지 팝니다. 옛날에는 입사(立砂)방식이라 하여, 구덩이를 한 후 백토(석분)를 넣고 물을 부어 휘젓고 앙금이 가라앉으면 다시 반복하는 등 복잡 했으나 현재는 주추 놓을 자리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주춧돌
화강암을 다듬어서 하는 방법과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춧돌을 잘못 놓으면 여름이나 봄철에 집이 틀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 기둥
기둥을 견고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주춧돌과 접합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수직이 되도록 반듯하게 세워야 합니다. 이를 ‘다림 본다’고 합니다. 자연석일 경우에는 그랭이 질(그레질, 또는 그레뜬다고도 함) 방법으로 기둥을 주춧돌과 밀착 시킵니다.
․ 수장(修粧) :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질러 꾸미는 목재를 통틀어 수장재라 하며, 주로 방(枋)이 많습니다.
․ 도리 : 기둥 위에서 보와 보 사이의 서까래를 바치는 목재를 도리라고 하고, 도리 밑에는 장여를 받치게 합니다. 장여는 도리의 인장력을 높여 주고, 도리의 이음 부분을 떠받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도리에 서까래가 걸립니다.
․ 가구(架構) : 지붕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목 들입니다. 주로 들보(떡보), 대들보 등입니다.
․ 천장 : 천장에는 구성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본 가옥(왕산골 한옥)에는 들보에 지네발을 걸고 판자를 깔았습니다.
․ 처마 : 처마의 구성 요소는 서까래, 부연, 평고대, 추녀 등이 있습니다. 부연(浮椽)은 한옥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등 조형미에 큰 영향을 줍니다. 부연 사이의 간격에 널빤지가 막혀 있는데 이를 골개판 또는 개판이라 합니다. 옛날에는 횡개판이라 하여 가로로 얹었으나 집을 잘 지으려면 골개판을 설치하되 부연과 평고대 사이에 홈을 파고 끼워 맞추는 방법을 택함이 좋습니다. 합각, 박공의 모습이 집의 조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연함을 시공함이 좋습니다. 부연의 끝은 위로 날리는 것이 지붕이 날렵해 보입니다.
․ 지붕 : 왕산골 한옥은 팔작지붕입니다. 천장 위에는 고무(진사라고도 함)를 누릅니다. 약 20cm 두께로 마사와 시멘트를 혼합해서 얹습니다. 지역에 따라 물매를 싸게(급하게) 하는 경우와 강우량이나 적설량이 적은 지역은 물매가 뜹니다. 기와는 ‘구운 한와’와 ‘시멘트 한와’가 있는데 왕산골 한옥은 ‘압축 한와’를 사용 했습니다. 그 이유는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시공비 중 와공(瓦工)의 인건비가 가장 비쌉니다. 그 이유는 지붕 시공을 잘못하면 누수가 생길 수 있어 보수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시공할 때 신경을 가장 많이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침을 잘못 시공 하면 처마 끝이 너무 뜨게 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 문 : 문방, 문설주는 장기간 말린 좋은 목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문 제작 재목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전통 문을 잘 짜는 목공소를 선택해야 하며 그 지방 특유의 문양도 있습니다. 왕산골 한옥에는 아(亞)자 문양을 선택했습니다. 문에는 방충망을 달되 망의 간격이 매우 촘촘하고 녹이 쓸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레일과 로라는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음, 방풍을 보완하기 위해 요철(凹凸)로 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고리와 돌 쪽은 전통 재료를 쓰는 것이 좋고 덧문, 방충망, 미닫이문 등 삼중 문으로 시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벽 :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열재 사용이 필요합니다. 황토벽을 시공하는 것이 당연하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관리, 보수가 번거로우며 산뜻한 맛은 없습니다. 기둥과 방(枋) 등에 미장이 들어가는 곳에 홈을 파 흙이나 시멘트가 타설 됨으로서 방풍을 보완 할 수 있습니다.
․ 정원 : 마당은 가능한 마사토를 두껍게 깔아야 합니다. 동산은 되도록이면 조선 정원의 맛을 살려주는 것이 좋고 단아하고 품격있는 조경수를 선택함이 좋습니다. 연못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 전기 배선 : 전기 배선도는 건축주가 직접 설계해야 합니다. 한옥은 기둥과 보를 시공하고 나면 전기 배선공사를 해야 합니다. 그 시점을 놓치면 매몰 배선이 안 됩니다. 배선은 가능한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공 후 추가 배선이 곤란하며 추가 하려면 외부로 노출이 됩니다. 외등은 전기 회로를 별도로 하여야 하며 누전 되었을 때 아주 중요합니다.
․ 하수와 수도 : 하수와 수도 배관은 건축주가 직접 설계하되 설계도를 잘 보관해 놓아야 합니다.
․ 난방 : 전통의 온돌 난방을 시공하는 것이 좋으나 늘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난방을 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필요에 따라 한 군데 정도를 온돌방으로 시공하고 보조 난방 및 전통 재현을 위한 각종 방안으로 사용하면 매우 유익합니다.
․ 담장 : 반듯하게 집둘레 전부에 완전하게 설치하여야만 마땅하며 재료에 따라 돌벽, 귀틀, 토벽 등이 있습니다. 풍수지리학상 대문을 너무 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주련(柱聯)과 현판(懸板) : 준공 후 주련과 현판을 부착 하지 않으면 집의 조형미는 물론, 안정감과 품위가 떨어져 보입니다. 서각 하는 장인이 별로 없고 비용이 만만찮으므로 건축주가 시간을 두고 직접 서각을 하여 부착 하는 것도 좋습니다.
․ 도색 : 오일스텐(올림픽스텐)을 최소한 3 회 이상 칠하고 2년에 한 번씩 재도색을 해 주어야 합니다. 방수, 방충, 방부 등을 해결할 수 있으며 재목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습니다. 니스나 다른 페인트로 도색하면 집을 망 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