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부지 밑에 살 때에도 밤새도록 잠을 안 자고 있다가는
새벽녘에 내 할매랑 뭐라고 뭐라고 소곤소곤하면 건넌방에서 주무시던 아부지의 지청구가
아슴푸레한 새벽공기를 타고 전해졌었다.
<저늠의 지지바는 날만 새면 뿌지가질 기와집을 밤새도록 수십 채는 짓는다..>
그때가 막 사춘기를 시작할 때였던가.
아무튼, 태생이 야행성이었는지 후천적인 환경이 나를 잠 못들게 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나는 쉽게 잠들 수가 없다.
같이 사는 남자도 들은 바가 있으니 제 탓은 절대 아니라는데 나도 뭐 알뜰이 할 말이 있겠나.
휘영청 달 뜨는 밤은 저 달이 아까워서 들락날락 잠들 수가 없었고,
추적추적 비라도 내리는 날은 그 빗소리가 나를 타고 흘러서 잠들 수가 없었다.
고랫적에 입은 내 서러운 상처가 떠올라도 잠들 수 없었고, 어느 한 날 본의 아니게 매끄럽지 않게 표현된
내 말투가 생각나도 잠들 수 없었다.
그러니, 나는 왜 이꼬라지로 생겨먹었을까 하는 근원적인 자학이라도 시작되는 날이면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니던가.
석 달 열흘이고 골싸매고 누워야 한다.
요즘도 계속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온다간다 말 없이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뿔까, 말 없이 떠나기엔 뿌연 여명을 안고 오는 새벽 첫기차가 폼나는데..
앗차, 구닥다리 바바리와 스카프를 내다버렸군, 그게 있어야 구색이 맞는데 말이야. 흐흐
엄마 아덜 우리 영하가 복무하던 백령도(가 본 적이 있다꼬)에 들어가서는,
바람따라 구름따라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서 살까...
어젯밤도 하얗게 날밤을 까면서 내 아부지의 그 기와집을 수십 채는 지었다 뿌쑤고 지었다 뿌수다.
아, 그래...바다다. 아침바다로 가자....^^*
밤새도록 안고 뒹굴던 베개를 내던지고 일어나서는..
지지고 볶아 내 새끼 이삔둥이 영비니 반찬을 준비하고 좁쌀을 한 주먹 넣고 고소하고 차진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낸다.
이 남자 와이셔츠?? 당근 낸 모르지. <셔츠 직접 다리고 밥은 먹덩가말덩가..>..
아이의 이른 등교를 시키고는 탈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아무리 꽃피는 춘삼월이라지만 바다라지 않는가, 그것도 아침바다.
철지난 겨울옷을 덕지덕지 껴입고는 현관을 나서는데 이 남자가 따라붙는다.
"어디 가는데?"
"남이사.(감정 이빠이 싣다)"
"나도 따라 갈꺼다."
"왜?"
"왜가 어딨노... 내 오늘 휴가다."
"무슨 소리고, 갑자기 뭔 휴가?"
"오늘 만우절이다."
"재밌나?"
"재밌다."
그래 바다는, 그대로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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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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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토함산 약수인 오동수로 길러지는 청정미나리예요.(산중턱)
좀 넉넉하게 사다가 나눠먹으면 되는데 아직 어려서 팔 수가 없다네요.
한 열흘 후에나 가능하답니다.
내 자라던 뒷뜰, 채전밭 옆구리에 두어 평 남짓한 미나리꽝이 있었어요.
젊은 엄마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동네 앞 형산강에서 고무다라이 가득 캐온 어린 돌미나리를 심었습니다.
청정한 우물물을 길어서 정성껏 길러, 따뜻하고 날 맑은 날이면 대소쿠리 가득 씻어서는
청마루에다가 점심상을 내오셨지요.
운수 좋은 날은 미나리꽝 옆에 파수꾼처럼 심어진 바알간 해당화꽃잎이 따라나올 수가 있습니다.
5월 어느 한 날, 찬란한 햇살과 지나가는 바람의 유혹에 덩달아 피어나던 그 해당화가 말이예요.
입안 가득 넘쳐나던 그 향기로운 기억과 해당화의 추억은 어딜 두고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이미 노쇠(老衰)해진 어머니 역시 미나리꽝을 알뜰살뜰 다시 가꿀 흥미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자지러지게 피어나던 그 해당화를 기억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건 잊혀지고 묻혀지고..그렇게 소멸되어 갑니다.
티끌이 되고 분진이 되어 먼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갑니다.
깡그리 잊혀진다는 건 슬픔이겠지만 그 모두가 지워지지 않고 또랑또랑 기억되어 떠오른다면
그도 할 짓이 아니겠단 생각이 퍼뜩 드는 지금은
또, 하루가 지난 이른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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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동기들이말합니다.너는좋겠다바다가멀리떨어져있지않아늘가고싶으면갈수있으니!그런데왜나는그렇지못하지?잠시머뭇거리다말전합니다.너는여의도육삼빌딩자주가니?물으면아니라고합니다.그러면서로마냥웃지요...미나리향이그리운날입니다.
그지요..곁에 두고도 쉽지는 않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바다도 멀고 님은 더 멉니다..ㅠㅠ
갱년기라고 너무 쉽게 말 하면 혼날 것 같은 ,잠 안오는 밤엔 기와집을 짓는 자매의 상상력이 부럽고.. 한잔의 술과 음악으로 ^^함께 슬픈 인간의 근원에 푸닥거리를?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갱년기는 갱년김미다.ㅠㅠ 우리 단체로 푸닥거리 함 합시다요..한잔의 술과 또, 음악과...그리고 장프란 님도 낑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