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글 덕전 이응철(수필가)
조승우라는 배우를 아는지요?
단국대학 시절 사부님의 권유로 춘향뎐 오디션 경쟁에 나가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에서 배우로 가는 열차를 갈아탄 청년 배우이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혁명처럼 이루어낸 장인 匠人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아 오죽하면 그 후,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배역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체화體化해 낸 배우라고 극찬하였다. 그는 한국 대중 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써가는 배우로 아니 오죽하면 “조승우가 곧 장르다‘라는 대중문화의 중핵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까지 했을까!
내 경우 그의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클래식이다.
2003년 클래식에서 적절한 멜로연기를 선보여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오준하 역으로 등장하는 고교생인 조승우, 154만 관객 흥행을 세운 성공한 영화이다. 귀신이 나오는 집에 여름방학 때였다. 요양차 내려간 시골에서 순박한 준하를 만나 어렴풋이 사랑을 느낀 애틋한 첫사랑, 그 달콤한 기억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는 국회의원 딸인 주희-, 발표회 때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 그를 위한 사랑의 꽃다발이 눈물겹다. 유년기 때 아래 면장집에 방학이면 오던 손녀와의 사랑과도 오버랩 되어 조승우의 작품이 더욱 뇌리에 생생하다.
천재적인 연기력의 소유자, 말아톤을 찍기 위해 허벅지 옆 갈라지는 근육을 위해 하루에 7킬로를 뛸 정도로 올인하는 배우이다. 군입대하기 전 7시간 전에 어머니께 말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다. 그는 부친이 가수 조경수임을 단 한번도 인터뷰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실력보다 그 후광이란 뜬소문이 싫었기 때문이리라. 키워준 엄마와 뮤지컬에 대학교수인 누나만이 오로지 한 식구임을 늘 강조한다.
언젠가 우연히 그를 모셔 인터뷰하는 유재석의 유퀴즈! 프로를 시청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도 초대된 조승우는 진정성이 있고 매사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한다. 영화 촬영 전에 장난을 치며 개구지게 리허설에 임한다고들 하지만, 그날 보면 조심성이 다분하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보고 꿈과 이상을 포기한 자신을 돌아보았다느니, 부모이혼이 주는 영향으로 아직 혼인을 못하고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나는 고양이다라고 할 정도로 사랑을 주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최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껍데기 자신을 보며 이렇게 흘러가고 있음이 한스럽다고ㅡ. 오상아(吾喪我)의 또다른 자신을 지적하는 것이 놀랍다. 물론 모든 것은 대본에 충실하지만 아니란다. 상대편이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자신은 외람되게 이 장면이 끝나면 점심 메뉴는 무엇일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들이 자신을 움직인다고 고백한다. 이것이야말로 순간 진실로 외면하는 자신의 메마른 감정이라고 몇 번씩 크게 정색을 하는 거였다. 뮤지컬도 좋고 배우도 좋지만, 어느새 자신이 이런 세계에서 진짜 자신의 속마음도 없는 껍데기 인생으로 전락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걱정이라고 흉금을 털어놓는다.
순간 나 역시 그렇게 전락해 간다고 동조했다. 퇴직하고 문학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선배 문인들을 만난다. 처음에는 정성을 다해 극진히 예우하며 최대한의 존경심을 표하며 그의 문학세계를 흠모하며 살아왔다.
어느새 칠순이 가까워져 온다. 많은 문학 모임에 참석하면 지난번에 관심도 없던 작가들이 곁을 두고 가시적으로 가까이 접근함을 크게 느낀다.
어느 아동문학가의 경우이다. 심히 느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식사도 하고 시간을 정해 만남도 예약한다. 5년간 그와 가까이 생활하면서도 늘 나는 이 분이 진정 나와의 만남 목적이 무엇일까?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울질을 해 보았다. 그는 3~4년 나와의 밀착된 관계로 사생활까지 주고 받으며 문학과 그림과 삶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뜻하지 않은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진정 그분이 나와 자주 곁을 마주했을 때 나는 항상 설왕설래하였다.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코로나로 갑자기 곁을 떠난 유명 장로 작가님도 마찬가지다. 세간에 그분에 칼 같은 처세에 진실이 흐려진 것이다. 전국 유명목사와 출판기념회에 두 번째 발표 좌석을 마련해 제 위상을 크게 빛내주셨음에도 당시 진정한 감사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즘 부쩍 문학 선후배들과 모임이 잦은 편이다. 삶은 소풍이고 인생은 여행이라고 한다.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하루의 삶에 관심이 높다. 네 명의 문인들이 식사하면 다음엔 다른 분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초대받는다. 그럴 때도 예전엔 큰 반색 없이 대하던 문학 선배가 눈에 띄게 가까이 한다. 진실이겠지 하면서도 자꾸 반신반의한다.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은 닳고 닳은 나의 처세-. 곁을 떠난 문학 선배께 면구스럽다. 자신의 변질을 돌아본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겸허히 돌아보고, 이제부터라도 인간관계는 결코 킬러문학이 아님을 약속하리라. 조승우 배우의 마중물을 겸허히 접수한다. (끝)
첫댓글 그는 지금도 엄마하고 강아지 고양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며 독립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