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주, 문화 KOREA’의 서광을 위하여
[연재] 이양재의 ‘문화 제주, 문화 Korea’를 위하여(19)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는 퇴보하고 있지만, 그나마 제주특별자치도는 변환의 갈림길이자 변곡점(變曲點)에 들어서 있다. 이 변곡점의 현장에서 제주도 지방의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를 총체적으로 돌이켜 보자.
1. 제주지방의 행정부와 입법부
지난 7월 1일 자로 오영훈 도지사의 제8기 지방자치정부가 출범하였다. 지금 지방자치정부는 15분 행복도시를 추진하는 등 변화에 의욕적이다. 함께 출범한 제주도의 도의회는 육지의 여타 다른 시‧도의 의회와는 달리 높은 민주적 성과를 보여 왔다.
물론 중앙행정부와 국회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어 왔고, 제주도에서도 지난 제7기 지방자치정부가 여러 문제를 일으켰지만, 제8기 지방자치정부는 일단 안정적 도정(道政) 운영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도 공무원들도 차츰 새로운 도정에 대한 인식이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은 도정 및 도의회와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소통하는 허니문 기간이다. 종전대로라면 우리 도민들은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도를 위한 변환의 의욕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다. 일부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에서는 6월 초 인수위 가동 때부터 부정적 논조로 나왔다.
그러한 논조는 지난 8년간 도의 주요 사회단체들을 장악하였던 일부 수구의 그림자들이 자신들의 권한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친다. 더군다나 2년 후에 있는 총선이나 4년 후의 지선을 목표로 한 보수 여당의 목표는 일찌감치 선전과 선동의 부정적 프레임 제조에 들어가 있다. 처음부터 “너도 별수가 없어”라는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도민들 사이에서는 제8기 지방자치정부를 “최소 6개월 최대 1년은 좀 지켜보아야 한다”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우리 시민들이 도정에 호응하여야 한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 제주지방에 미치는 중앙 권력의 영향력
제주가 특별자치도라도, 그리고 아무리 지방정부와 도의회가 애를 쓴다고 해도 중앙 권력과 무관한 것은 많지 않다. 국세 행정이라든가 경찰과 검찰 군인과 외교 및 남북문제 국토개발 등등은 중앙 권력에 매여있다. 그 작은 일례를 들어 보자.
박근혜 대통령 시절 제주에 거주하는 모 씨 개인을 콕 집어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여 3억 원이 넘는 돈을 추징했다. 모 씨는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파산으로 몰린 모 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다렸고, 정권이 교체되자 재심을 청구하였다. 제주를 담당하는 부산지방국세청의 그 재심에서는 오히려 세금을 과다하게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도 그렇다, 경기도의 한 지방경찰이 모 씨를 내사(內査)하여 수원지방검찰청에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서를 넘겼고, 그 서류가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관되었다. 기소를 주장한 이유는 “일본에서 고려시대의 청자를 매입하여 중국으로 가져갔다가 국내로 입국하면서 관세청의 반입신고서에 ‘중국산’으로 써야 하는데 ‘고려산’이라 썼다”라는 것인데, 이것은 현재의 관세법 위반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떻게 고려 때 만든 ‘고려청자’가 ‘중국산’이 되겠는가?” 다툼의 여지가 컸던지라 모씨는 제주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정 개인에게도 이렇게 중앙권력이 칼을 들이댈 수 있다. 칼끝에 선 자는 억울하고 답답하여도 호소할 곳이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과 공항 인프라 – 제주공항 이대로 좋은가?』, 강창일 국회의원실 정책간담회, 2007년 5월 21일.
[사진 제공 - 이양재]
최근 서재 자료를 정리하던 중에 2007년 당시 고(故) 김재윤 국회의원실에서 입수한 이 자료가 나왔다. 나는 고 김재윤 의원과 2006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이준열사순국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직을 함께 하였고, 2009년 제주로 이주한 것도 고 김재윤 의원의 영향이 컸다.
현재 제주도는 국토개발 부문에서 제주 제2국제공항 건설이라는 난제가 놓여있다. 이것은 제8기 도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이다. 이 난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통하여 제8기 도정을 평가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제8기 도정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부당한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 제2국재공항의 건은 도정부에서 할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고, 도정부의 영향력도 크지 않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다.
제주 제2국제공항의 필요성은 2007년 5월 21일 강창일 국회의원이 주최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과 공항인프라 – 제주공항 이대로 좋은가?”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다.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나는 제8기 제주 도정의 평가는 15분 행복도시의 조속한 완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제주에서 15분 행복도시 추진은 제주를 ‘문화 제주’로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3. 중앙권력도 지방권력도 통제 못하는 지방경찰권력
지방경찰은 경찰청이란 중앙권력에서 지휘 감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앙권력은 제주경찰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제주는 궨당 사회이기 때문에 정보 누설이 일상적이다. 그 때문에 서울 정치권에서는 제주경찰에 중요한 정치성 수사는 별로 요청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일면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도민들에게는, 특히 제주로 이주한 입도민들에게는 지옥 같은 위기를 가져올 경우가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지난 제18회 연재에서 지적한 제주서부경찰서 수사과(지능팀) 건은 엄연한 사실이다. 과거부터 제주의 어느 특정 고등학교 출신 수사관이나 제주의 일부 궨당 수사관들은 고소인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제는 육지의 특정 지역 출신의 견찰도 제주에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지방경찰은 이제 제 세상을 만난 것인가? 이것이 제주의 한 특정 경찰서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의 지방경찰서는 도정부나 도의회의 견제 및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지방경찰의 문제점을 국정 감사하지 않는다. 지빙경찰은 오직 경찰청에서만이 지도 감독을 할 수 있다.
중앙권력이 제주도경에 정치성 있는 수사를 못 맡길 정도인데, 일부 경찰서 수사관들의 전횡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제주에서 무서운 건 여당도 야당도 아니라 일부 몰지각한 불편부당 무리의 소동작(騷動作)이며, 이에 휩쓸리는 제주서부경찰서의 수사권력은 해체 수준에서 재구성하여야 한다. 자체에서는 자구적 조치를 절대로 안 할 것이다.
경찰 권력에 취한 오만한 그 버릇을 검찰이 견제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령으로서 검찰의 수사권을 복원하려 한 것이 옳지 못한 일이다. 우리 소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그것은 의회민주주의와 헌법을 무시한 것이다.
나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정치적으로 성공을 하기를 바란다. 대통령 본인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의 성공은 간단하다. 당이 원하는 당리(黨利)의 길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민주정치의 길로 나가면서 지방정부를 최대한 뒷받침해주면 된다.
4. 제주지방의 일부 재판부
나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 한 분은 매우 존경한다. 2007년에 그분을 이준(李儁) 열사의 ‘순국일백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일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김앤장에게 국익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을 반면 거울삼아 행정부는 쇄신하여야 할 것이나, 행정부의 요직이 그들 김앤장 출신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한 4~5년여 전에 김앤장의 모 대표 변호사와 제주재판부에 대하여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 대표 변호사도 제주재판부를 일부 향판이 농락하는 후진적인 재판부로 보고 있었다. 아주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이렇게 판사가 존경받지 못하면 그 사회는 이미 무너진 사회이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고 문명사회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법 정신과 법리가 살아나야 한다. 판사는 우리 문명사회의 최후의 보루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판사는 판결에 앞서 법 정신과 법리(法理)에 비추어 판단해 보아야 하고, 그런 연후에 법 조항에 따라 판결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의 향판들은 법 정신도 법리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익에 따라 판결한다”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똑같이 그런 판사들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것이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제주재판부에서 만이라도 향판(궨당판)과 법정 브로커가 몰려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사치일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우리 소시민들은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법관을 고대하고 있다.
5. 제주지방의 변환을 위하여
제주도가 평화롭고 사람답게 사는 지자체로 만들려는 노력은 도정부나 도의회만의 힘으로는 온전히 이룰 수가 없다.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지방국세청이나 지방경찰청, 지방검찰청이 바로 잡혀야 하며, 특히 그들이 바로 잡히도록 제주재판부가 정의로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한 곳에서 만이라도 재판부가 온전한 판결만을 고수할 때 ‘문화 제주, 문화 KOREA’의 서광(瑞光)이 비쳐질 것이다.
그리고 도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도정부와 도의회를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여야 하며,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가조직을 견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행복한 ‘문화 제주’의 초석이 놓인다면, 사회가 바뀌고 도민들의 인식도 바뀐다. 당연히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운명도 바뀐다. 이 모두가 제주도의 변환이 성공하여야 이루어진다.
6. 추기(追記)
제18회 연재에서 제주도 서부경찰서와 일부 재판부를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 독자분들로부터 즉각 나왔다. 어느 독립운동가 자손 한 분은 “부패 경찰이 백성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일제에 충성한 친일 경찰이 경찰권력을 독점한데 원인이 있어요. 친일경찰의 후예들에게 양심적 고뇌와 민족정의를 기대해서 되겠어요?”라고까지 단언하였다.
또한 제주 출신이 역사학자 한 분은 “제주경찰서 세우기 목적부터가 백성 사랑에서 출발하지 못하였으니”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것은 4.3의 촉매제 역활을 한 1947년 3.1절 기념식 후 시가 행진 때 경찰 발포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즉 당시의 친일 경찰이 시민들의 평화적인 시위가 자신들을 향한 것이라고 위협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또한 서울의 역사학자 한 분은 “이 사회의 부조리를 질타한 시원한 글입니다. 사법부가 서민의 마지막 보루인데 문제가 있으니 문제”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