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복과 짓는 복의 차이 / 종연 스님
입춘은 봄을 맞이하는 첫 번째 절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새봄을 맞아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세시 풍속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 즈음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방(立春榜)을 문설주나 대문에 붙입니다.
'소재영복(消災迎福'), 즉 재난을 소멸하고 복을 기원하며
한해의 안녕을 소망하는 것입니다.
정월 대보름 행사로 소원지를 적어 놓고 달집 태우기를 하는 것도
기복적 풍습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잊혀진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입춘 날이나 대보름날 전야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꼭 해야 연중 액(厄)을 면한다고 하여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는다거나
길 한가운데의 돌을 치운다거나, 거지나 가난한 이들에게
남몰래 선행을 베풀던 미풍양속입니다.
이러한 세시풍속이 불교와 만나 자신과 남을 동시에 구제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대승보살 정신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남도의 어느 지역에는 다음과 같은 '상엿소리'가 있습니다.
입춘 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에게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 하였는가?
정월 대보름에는 한 가지 소원을 적고,
'복덕은 안으로 재앙은 밖으로'를 염원하며
'옴마니 반메훔'을 열 번 읊어 보십시오.
그리고 구난공덕 지을 것인가.
월천공덕 지을 것인가.
활인공덕 지을 것인가.
염불공덕 지을 것인가를 마음 깊이 생각하며 실천해 보십시오.
이것이 작복(作福)입니다.
이와 같은 발원과 서원으로 복덕을 가꾸시기 바랍니다.
정초가 되면 사주나 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주는 통계학일 뿐으로 근원적인 것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심리적인 불안감이 발생하여
상담을 받고 싶고 방편을 찾게 됩니다.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운명이 정해져 있으면 누가 노력하는 삶을 살겠습니까?
이 세상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복 또한 어딘가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르게 발원하고 서원하면 복이 옵니다.
《법화경》, 《화엄경》, 《반야심경》, 《금강경》등
경전의 중심 사상과 교리를 공부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알면 마음이 밝아지고 견성하게 됩니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입춘을 맞아 재앙을 막고 삼재풀이를 하지만
재앙은 밖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나약하여 부처님의 공덕으로 재앙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실상에는 눈이 어둡고, 세속적인 욕심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교 공부를 많이 하여 좋은 의욕을 지니는 것은 관계없지만
기복적인 욕심을 일으키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삼재란 천살(天殺), 지살(地殺), 인살(人殺)을 말하는데,
누군가에게 액을 소멸해달라고 비는 행위로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재앙을 완벽하게 없애주는 부처님을 만나야 해결됩니다.
삼재는 재물과 술과 여자를 탐하여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술은 지혜의 종자를 끊게 하여 주색에 빠지고
질병의 원인이 되고 관재구설에 휘말려 일도 안 풀리게 만듭니다.
또한 부모와 형제 사이도 좋지 않게 연결되니
인마 장애가 발생하여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학업 성취도 어려워집니다.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실제로 인연 복을 잘못 지은 탓이 큽니다.
인연 복을 잘 지으려면
한 알의 밀알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라 열매를 맺듯이
복과 덕을 쌓아야 합니다.
기복으로는 '삼재팔난'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좋은 토양의 근원인 작복으로 결과를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경전 공부를 열심히 하여 견성하고, 자성을 밝히고,
남에게 선행을 베풀어 덕을 쌓는 것입니다.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복을 짓는 선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소액이나마 기부하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면 뜻 깊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출처] (부처님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자 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