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속도로

[이향아]

문예창작학과 MT를 안면도로 갔었다.

서울 시민 절반이 모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는지, 무지무지 막혔다.

연정이가 운전하는 차에는 나만 탔을 뿐이라 둘이서 오붓하였다.

봉고차, 미니버스, 승용차 여러 대에 분승하고 내려가는데 우리는 중간쯤 끼어 있는 모양이었다.

가면서 서로 어디만큼 가고 있느냐고 전화들을 했다.

놀러간다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잔뜩 긴장만 되었다.

신반포에서 오후 1시 반에 출발했는데 안면도에는 6시 반이 넘어서 도착했다.

저녁 먹고 잠깐 교수회의하고 학생들과 대면식하고, 그러고 나니 밤 1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안면도에서 잤지만 우리는 11시 30분에 다시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새벽 3시 반에야 집에 도착하였다.

간단히 집계하면 출발해서 서울 도착하기까지 14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9시간을 순전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 있었던 것이다.

피곤했으련만 연정이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새벽 2시가 넘으니까 자꾸 잠이 와서 나는 옆에서 눈치 채지 못하게

볼을 꼬집고 껌을 일부러 딱딱거리면서 씹고 하였다.  

'내가 졸면 운전하는 사람도 졸릴 텐데.---'

그런데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잠깐 헤매는 동안 잠이 싹 달아났다.

네비게이션이 '잠시 후'라고 하는 말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잠시'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다음일까?

우리는 몇 번이나 '경로에서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새벽 고속도로에는 시속 200킬로미터도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차들이 많았다.

무서웠다. 그런 차가 '쐥'하고 옆을 지날 때마다 몸이 오싹오싹하였다.

4시 넘어서야 눈을 붙였는데도 7시에 눈이 떠져서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에 전화를 했더니 연정이도 그랬다고 한다.   

꿈을 꾸고 난 것 같다.

[말로]

교통 체증에 퍽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이향아]

바야흐로 꽃철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진달래가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세심정]

두 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연휴에 나드리는 교통체증을 감안 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준비물과 느긋한 마음 가짐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운 저녁 되십시오.

[이향아]

'그 가을도 가고 겨울도 가고 봄도 다 가고 있는데, 천안은 여전히 멀다'고 하면서 갔습니다.

[풀내음]

집 떠나면 고생인데 얼마나 피곤하셨을까요? 며칠동안 몸이 피곤하실 것 같아요. "네비게이션"이라는 낱말을 보니 왠지 반갑네요. 회사서 네비게이션 부품을 만들어서요. 건강한 나날 되십시오.

[이향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말부리]

대도시는 어디나 그렇습니다.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저같아도 자고 올탠데.. 무리한 운전은 금물입니다. 특히 밤길은, 국도따라 진달래가 만발한걸 생각만해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향아]

무얼 하느라 몰랐을까, 진달래가 만발한 걸 처음 보았습니다. 그날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