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설의 영동 와인축제를 관람하고
친구 종설이가 인생2막을 시작하는 영동 와인축제에 다녀오기로 했다. 와인 브랜드는 한국적 이름으로 소계리 595라 명명 했단다. 내가 어차피 공주의료원을 들려 집사람을 모시고 올라오려는 계제에 공주에서 머리를 돌려 영동으로 향하려 마음먹었다. 인생은 1막으로 마무리하는데도 버거운데 2막을 시도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구는 다부진 마음으로 몇 년간을 시도하며 드디어 자신의 브랜드를 얻었다. 장하고 축하한다. 인생은 현재가 중요하기에 수명을 논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인생의 반환점은 돌았지만 의미 없는 세월보다 가치 있는 시간을 존중한다.
친구와 같은 우리가 시대의 부름을 받고 이 나라 성장의 첨단에 서서 청춘을 바쳤다. 처음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기술을 배우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과거와 달리 한계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 낮은 한계수명에 의한 정년적용이 현시대에는 언발란스가 되었다. 2~3십년은 우리에게 시공간이 남아있다. 바로 이 남아있는 시공간을 인생 제2막을 꿈꾸는 것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은 손쉽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를 다시 도전한다는 것은 용기부터나지 않는 것이 상례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저지르는 친구는 그 용기가 가상하고 그 기백이 대단하다.
내가 안양 평촌 사는 처형을 모시고 집사람과 교대하러 새벽에 일산을 출발해서 공주의료원에 도착하여 교대하는 집사람을 모시고 친구 있는 영동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東西간 직선도로로는 덕유산을 지나 금산을 경유하는 지방도 및 국도이므로 시간과 피로를 감안하여 공주에서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거쳐 대전에서 경부고속 하행선을 타고 영동을 달렸다. 요즘에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그 지방특색의 축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도로 유명한 영동군은 와인축제를 포도축제 못지않게 성대하게 9년을 이어온 곳 같다. 도착해보니 전국애주가들은 모두 모인 것 같다. 이 가을 날씨에 한잔 와인이 사람을 신선되게 하고 풍류객으로 만든다. 시음하는 두어 잔이 가을하늘을 더 맑고 선명하게하고 보이는 모든 사람도 선남선녀로 둔갑시킨다. 한잔을 걸치면 장진주타령이 나오기 전에 서두에 난세의 일기부터 읊어진다.
종설이친구와 우리들은 6.25의 포연이 자욱하던 시절 폐허와 기근으로 연명하기가 그토록 힘든 50년대에 운명적으로 태어났다. 그 당시 산자와 죽은 자가 반반으로 생사를 나눴다 한다. 살아난 것은 운 좋게 말하나 생명을 연장하는 데는 쓰라린 고통이 있었다. 우리들이 태어난 시대는 각별했다. 전쟁과 분단이 있었고 잔인한 슬픔이 있었고 가슴 찢어지는 이별과 회한이 사무쳐 있었던 시대다. 6.25가 자아낸 폐허의 터전에 가장 큰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50년대 국민소득86달러로 당시 3천만이 거지신세를 면하지 못하였다. 모든 국민이 억척같이 밤낮으로 열심히 살아와 오늘날의 3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그리고 환갑을 지나며 다음세대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인생2막을 꿈꾸지는 못했다. 68년간의 세월을 먹고 자란 우리의 신체에 내재되어있는 것은 단순히 일하는 DNA만 존재하고 즐기는 문화는 생소하다. 그러기에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심정이 재발한다. 젊어서 몸에 이력이 붙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구호를 안고 산다. 영동 와인축제장의 친구 종설이는 바로 이런 이력의 소유자로 오늘의 인생2막을 성공시켰다.
도착 20분전에 봉진친구가 1시경 도착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영동시내로 들어서니 개천가에 애드벌룬이 떠 있고 하상주차장에 각종 천막이 축제장임을 알려준다. 축제 기간은 10/11~14일 까지란다.
종설이 친구 시음장에 도착해서 종설이가 빚은 595와인 시음을 하였다. 달달함보다는 감칠맛이 있는 것 갔다. 주체측에서는 와인 잔을 구매해서 41개소 브랜드를 시음 할 수 있게 하였다. 종이컵을 줄이고 본인 자신이 들고 돌면서
와인 제조자의 개인 와인 맛을 보게 하였다. 환경적인 차원에서 머리를 쓴 것 같다.
밖에 분위기를 감상하는 사이 대순이 친구가 도착해서 종설이 시음장에서 연락이 왔다. 반갑게 만나 종설이와 같이 테이블에 앉아 와인 이야기로 우정의 대화를 나눴다. 현재 국산 와인은 장기 보관이 어렵고 3년이 경과되면 산화 한단다. 올해는 와인 1000병을 생산했지만 내년에는 4000병의 와인을 생산 목표로 한단다.
종설이는 이 와인 제조 과정이 취미가 있고 재미가 있단다. 이 분야에 대해 지금도 영동대학에서 학업중이란다. 그 사이 봉진이가 도착하여 다 같이 종설이 매장에서 축하 기념 단체 사진을 찍고 각 매장을 돌며 시음에 들어갔다. 찍은 사진을 내 자신을 바라보니 얼굴은 한심하고 모냥은 볼품없어 사진을 버려 버린 것 같다.
갑자기 사람들이 관광버스로 들이 닥치면서 매장 안이 꽉 찬 분위기다. 날씨는 춥고 을씨년스러워 사람들 발걸음이 분주하고 술 마니아들은 제철을 만난 듯 연신 마시고 또 마신다. 나도 이편, 저편 달달한 와인 맛을 보면서 나수 들이켰다. 와인에 조예가 없어 맛의 깊은 의미를 모른다. 우리들은 1시가 넘어 올갱이 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부부, 봉진부부, 대순이 5명이 개천가 면단위에서 설치한 천막에서 떡도 먹고 돼지 수육도 먹으며 오후 해를 서산으로 기울게 했다. 대순이는 일이 있어 올라가고 나와 봉진이는 오늘 개장한 와인터널을 감상하고 나왔다. 여기서 브랜디는 증류와인이란 것과 꼬냑은 브랜드를 생산하는 산지 이름이란 사실을 알았다.
영동 와인 축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앞으로 종설이 브랜드가 일취월장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인생2막을 도전하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것도 자기 이력과는 동 떨어지게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토목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 정년을 마무리하고 토목과는 전혀 관계없는 와인 제조에 취미를 갖고 인생2 막을 성공시킨 친구 종설이에 큰 박수를 보내며 오늘 영동 와인축제에 관람한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2018년 10월 11일
율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