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문화재단(이사장 박기호)에서 예술로 당진을 만나는 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을 진행했습니다. 당진아트투어는 꽃들이 만발한 봄에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와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된 각 분야의 예술 작품이 함께 했는데요. 첫번째 여정은 아미미술관입니다.
아미미술관은 박기호 화가와 구현숙 설치미술가 부부가 폐교된 유동초등학교에 작업실을 마련했는데요. 이곳은 지역의 역사가 깃든 학교의 원형을 보존해 미술관으로 변모합니다. 부부는 약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에 아미미술관을 개관했다고 하는데요. 네모난 격자무늬 창과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나무 마룻바닥, 서까래를 비롯한 천장의 나무 구조, 낡고 작은 나무 책상과 의자까지 옛 학교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조은호 에듀케이터의 안내로 미술관 여행을 시작합니다. 아미미술관 가운데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술관 복도와 전시실의 천장을 채운 붉고 파란 나무 작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요. 관람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내는 이 작품들은 당시 교정에 심겼던 나무와 기러기 깃털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정문 좌측엔 아미작가의 작품들이, 우측으로는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의 작품이 펼쳐져 있는데요.
아미미술관은 MZ세대들에게 '인스타 정원'으로 입소문이 나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들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릅니다.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은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이어서 상상의 나래가 절로 펼쳐질 것 같은데요. 박기호 관장은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김혜성' 작가의 영혼의 꽃밭이 전시되어 있던 공간도 새로운 정원으로 변했는데요. 하얀빛이 반사된 듯한 나무의 질감과 무게를 덜어낸 깃털의 느낌이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 서있는 것처럼 마음이 가볍고 맑아집니다.
2023 아미의 작가들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프로젝트 사진 그룹 시작(sizak)을 초대했다고 하는데요. 전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 카메라 없이 빛과 인화지로 만드는 포토그램, 다양한 방식으로 기획하여 촬영하거나 합성한 사진,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 툴로 재가공 하거나 새로이 창조된 세계, 또 영상과 상호작용 하는 사진 등 꽤 넓은 영역의 사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여작가 9명(김준영, 김태중, 김형식, 박선영, 송강효진, 유혜정, 윤태준, 이현우, 장소영)은 각자의 사진언어 방식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의 존재, 관계의 무게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버려진 사물들의 이면에 쌓인 삶의 흔적, 가려진 이웃들의 모습을 우리 앞에 거대한 사물(가족)의 초상과도 같이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통해 어린 시절 기억 속 공간의 감각들이 만들어낸 환영이 실재의 공간에서 일시적 새 존재로 만들어지게도 하고 학교에서 즐기던 놀이를 어른들을 통해 의식적 행위로 구현하기도 하는데요. 공간의 자동 기록장치 속 오류 등에서 생겨나는 현실과 사진의 간극의 문제의식을 창의적 표현 수단으로 표출했다고 합니다.
미술관 뒤편에 자리한 한옥집은 교장 선생님의 사택이었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는 무용수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는 움직임을 촬영해 다섯개의 컬러로 빛의 형태를 표현한 영상작품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카페 지베르니에서 구현숙 설치미술가에게 아미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부는 작업하는 틈틈이 붓 대신 삽을 들고 나무와 꽃을 심으며 낡은 폐교를 매만졌다고 하는데요. 이 장소를 임대하고 4월 5일 첫 기념식수를 심으면서 나무를 심기 시작하며 자연인처럼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에너지들이 새로운 오브제가 되기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재탄생 하며 지금의 아미가 되었다고 하네요.
아미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이야기 요정 우현선 작가가 들려주는 오섬이야기를 들으며 송산 소금창고로 향했습니다. 우현선 작가는 당진시포구문화구술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으로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번 아트투어 동안 당진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당진 포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옛 오섬에 자리한 당진의 마지막 남은 소금창고의 모습인데요. 당진은 조수간만의 차가 타 서해안보다 커 오래전부터 염전업이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간척사업과 해안개발로 염전이 사라져 흔적을 찾기 어려운데요. 아미미술관에서 2019년 지역의 근대문화유산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송산 소금창고를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고 합니다. 버려진 슬레이트를 모아 장식한 외벽과 원형 그대로 보존한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빗살무늬 내벽이 인상적인데요.
소금창고에 도착해 제철 다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각 참가자의 이름이 쓰인 자리에는 김지민, 정희기 작가가 콜라보한 테이블 웨어가 곱게 놓여 있어 대접 받는 기분인데요. 천을 풀자 서산에서 활동하는 면천 출신 김선미 도예가의 식기 겸 다기 작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선미 도예가는 자연에서 얻은 천연유약과 망생이 장작가마를 이용해 그릇을 굽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식기안에는 4월에만 맛볼 수 있는 실치를 식재료로 만든 한 상 차림이 담겨 있습니다. 윤혜신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살며 제철 음식을 만들고 장을 담그며 밥을 짓는 요리연구가인데요. 봄날이면 뒷마당에 벚꽃과 청보리가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합덕 석우리에서 ‘미당면옥’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실치덮밥, 두부소박이토장국, 뱅어포를 고명으로 얹은 녹두전, 백오이갓김치, 녹차양갱, 면천 두견주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한 상차림은 감동이었답니다.
식사 후에는 석문방조제에서 장준호 작가가 제작한 이동하는 차(茶) 수레 프로그램을 할 계획이었으나 날씨 관계로 소금창고에서 진행했습니다. 김선미 도예가가 직접 만든 다과 그리고 말차 가루를 넣은 차와 목련차, 밀크티를 우려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소금창고에서 즐기는 차 한잔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아트투어 곳곳에는 ‘소소(騷騷)한 포구’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당진의 포구에는 당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습니다. 오섬은 석문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엔 인천행 배가 들고 나던 곳이라고 하네요. 우현선 작가가 투어 장소를 이동하며 사라진 당진의 포구와, 포구가 존재하던 당시 생활상을 들려줍니다. 방조제 건설과 현대제철이 들어오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성구미 주민들은 시내 같은 아파트로, 어업을 생업으로 삼던 주민들은 마섬포구로 이주했다고 하네요.
석문방조제를 지나 도착한 곳은 면천읍성입니다. 면천읍성은 서산의 해미읍성이나 순천의 낙안읍성과 달리 성안에 실제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데요. 면천읍성의 구조와 각자성돌에 대해 알아보고, 레트로 거리를 걸으며 작은 서점 ‘오래된 미래’로 향했습니다.
책방 '오래된 미래'는 옛날 자전거포(자전거수리점)였고, 잡화점 '진달래상회'는 막걸리를 파는 구옥을 되살린 곳들인데요. 책방 '오래된 미래' 2층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최하진 작가가 집필한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 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최하진 작가는 당진 출신인데요.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그늘을 유쾌하게 다룬 성장 그림책 <노란 줄무늬 고양이> 원화와 무려 6개월 간 계속된 호주의 대형 산불 속에서 위로와 감동을 전해준 윔뱃의 따듯한 일화를 담은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의 원화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날은 마침 최하진 작가가 투어팀 일정에 맞춰 책방에 방문했는데요. 그림책을 펴내기까지의 배경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최하진 작가 특유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림책을 구매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구매자들은 작가의 친필 사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는 이지수 작가의 '고잉홈'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2021년 에꼴드아미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처음 만난 당진과 당진포구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고잉홈'을 통해 2021년 에꼴드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서 발표한 작품과 함께 이후 당진과 포구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들을 새롭게 사유한 신작과 미공개 드로잉 작품을 걸었는데요.
이지수 작가는 포구를 떠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집을 떠나 어디론가 흩어진 사람들이 꿈을 통해 또는 신적인 존재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궂은 날씨로 인해 미술관에서 ‘VANDI’(이하 반디)의 음악 공연을 감상했는데요.
플라스틱 아일랜드, 판타지아, 아리랑 등 연주가 끝날 때마다 감미로운 선율에 매료되어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태평양 해상에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플라스틱 섬(쓰레기 섬)을 소재로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요. 반디는 예술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반디는 ‘플라스틱’을 새활용해 민속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함으로써 재생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싸리를 엮어 만든 채로 젬베를 연주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치유를 음악으로 전했습니다.
반디는 퓨전음악이라는 일차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실 제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 나라 아티스트와의 교류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느낀 감성과 테크닉을 악기에 접목하고, 세계 여러 전통음악을 융합하여 각기 다른 악기의 독특한 연주기법을 활성화했다고 합니다. 또한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창조적 영감을 얻어 반디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는데요. 곡마다 다양한 악기 구성으로 신비로운 반디의 음악 스타일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아이들 방학때면 당진여행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몰라 고민할때가 많았는데요.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방학때나 휴가때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하고 멋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오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특별한 모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당진 사람들의 삶이 스며든 장소를 중심으로 투어를 할 수 있어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또한 곳곳에 예술 작가들의 손길이 더해져 당진만의 색깔이 돋보여 더 특별했던 시간이었는데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과 마을이 만나 당진만의 문화가 활짝 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