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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이렇게 어이없이 난 죽고 마는거야?
아직 18년밖에 안살았는데 이대로 죽는거야?
난 아직 해본 일이 하나도 없는데?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부모님이 시키는 공부만 죽어라 하고...아직 해보지 못한일이 잔뜩한데!
죽어버리면 너 절대 용서 안해.
우리학교 최고의 날나리 천혜민!너 절대로 용서안해!
천혜민...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대로는 못죽어!
안죽을거야!!
꼭 너한테 복수하고 말테다!!
"으아아아악!!!!!!!!!!!"
"꺄악!오....오빠!무슨일이야!"
"들어오지마!아무도 들어오지마!"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내가 왜 천혜민가 되있는건데!!
분명 난....어제 천혜민가 모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실컷 저주를 퍼붓다가.....깨어보니까 난 천혜민가 되있어.
뭐가 어떻게 된거지?
"오빠!괜찮아?"
"어....어!괜찮아.빨리 학교나 가."
"어?아...어.이상하네...평소때라면 욕이 나왔을텐데 오늘은 왜 저렇게 고분고분하지?"
이렇게 되면 난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앞으로의 생활을 어떻게 살란 말이야!
아니지....그보다!
이 몸의 주인인 천혜민는 어디있는거야?
설마......설마 내 몸으로 들어갔다는 말도안돼는 시츄에이션은 있을리가.......
"어라?나네."
있구나.......
정말 말도안돼는 시츄에이션이 일어났어!!
"어째서 니가 내 몸에 있는건데!빨리 나와!"
"누군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냐?너나 빨리 내 몸에서 나와!"
"너....너 설마 내몸에 무슨 짓 한거 아니지?!"
"무슨 짓은~아, 더운데 샤워나 할까?여자 몸이라 좋은점은 있네?"
"야!!너 거기 안서?!감히 누구몸인데 샤워를............"
"병원입니다.조용히 해주세요."
천혜민때문에 간호사에게 혼났다.
교통사고니깐 당연히 병원에 있을 줄알고 병원에 왔더니 내 생각이 정확했다.
그런데!
꽤 심하게 다친걸로 기억하는데 저자식은 왜 저렇게 팔팔한거야?!
"너 지금 내 몸을 하고선 샤워를 한다고?제정신이니?"
"내 목소리로 말하니까 존나 웃긴다."
"아씨!말돌리지마!이왕 이렇게 된거 상황파악을 해보자.빨리 앉아봐."
"어머나....이러지 마세요...전 연약한 여자랍니다."
"제정신이냐!!!!!!"
"한번쯤 이런거 해보고싶었어."
아.....
정말 저런 바보와 몸이 바뀌다니...
저녀석은 학교 제일가는 문제아에다가 최고로 바보인 녀석이다.
저런 녀석과 반이 바뀌다니...
정말 내 인생에 최대의 오점이다!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어제 니가 날 치었잖아."
"그랬지."
"넌 조금의 죄책감도 없냐?!"
"미안해서 치료비 대주잖아."
"그게 미안해서냐?!사회에서 그렇게 정한거지!"
이녀석과 얘기하고 있으면 나까지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앞으로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해서 깨어보니깐 난 니 몸속에 들어와있어."
"응."
"어떻게 생각해?"
"뭘?"
"이 상황이 말이야!믿어져?"
"어쩔 수 없잖아?그냥 인생에 한 부분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살자고."
"넌 긍정적인거냐?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인거냐?"
천혜민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지금 이 상황의 심각성을 자각좀 하라구!
"고민만 하면 뭐하냐?그냥 알아서 되겠지 뭐."
"............"
하긴....
맞는말이다.
이렇게 고민해봤자 지금 당장 뭔가를 해서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아야 해.
"자, 그럼 난......샤워실이나 가볼까?"
"잠깐!.......지금 어딜 간다고?"
"샤워실."
"너 제대로 미쳤니?!넌 지금 여자인 내 몸이라구!그렇게 씻고 싶다면 이리와.수건으로 눈가리고!내가 씻겨줄게."
"어머!왜이러세요!이러지 말아요!"
"뭐라는거야!!앞으로 씻고싶으면 내 몸이니까 내가 씻어줄게.그리고 니 몸은 니가 씻어."
"뭐?!왜!그럼 여자 몸이 된 의미가 없잖아!"
"대체 뭐라는거야!당연하잖아!"
"쳇."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막상 서로 몸 씻어주려면 서로 엄청 체력 소진할텐데....
게다가 씻고싶다고 집으로 오라고 하면 그것도 좀 그럴테고...
정말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제발 누가 나좀 살려줘!!!
[2]
"이왕 이렇게 된거 서로의 생활에 익숙해지게 생활에 대해서 말해보자."
"근데.....너 학교 안가냐?이시간에?"
"뭐?으아아악!지각이잖아!너 이따가봐!"
"그래~잘가~.........풋...바보아냐?난 학교 제대로 다닌적 별로 없다구."
이게 다 천혜민....그놈때문이야!
오토바이같은거 몰지만 않았어도 이러진 않았을텐데!
두고봐!학교만 다녀오............
학교?
그래!학교......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지?
분명 천혜민 친구들은 엄청난 날나리들이 득실될텐데.....
"여~천혜민.어제 합의는 잘 봤냐?"
역시....
천혜민(정확히는 천혜민 몸)주위로 엄청난 친구들이 몰리고....
무섭다는 생각이 엄습하지만.....
아....안돼!
난 지금 천혜민야...천혜민...천혜민...
"그....그럼~내가 누구냐?그....그럼 수업하러 들어가자."
"수업?너 뭐 잘못먹었냐?"
"평소라면 어디갈까?가 먼저 나왔을텐데..."
"그러게."
이....이자식들이 뭘 그렇게 궁금해 하는거야!
그냥 그렇다면 그런줄 알것이지!
"가.....가끔 수업 받는것도 색다르고 재미있지 않냐?그냥 들어가자."
"그건 그렇지만...."
"들어가자니까!!"
"오케이.가자."
너무 답답한 나머지 그만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야 알았다는 표정을 짓곤 학교로 들어갔다.
도대체 넌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소리를 질러야 되는거니?응?혜민아.
"자, 다시 이 값을 x에다가 대입시켜 보자.대입 시키면....."
아!그렇구나.
저기서 저렇게 대입시키고.....
"야, 저기봐.....천...천혜민이 공부한다.저건 하늘이 두쪽이 났다는 증거일거야."
"그런가?평소 학교도 빼먹던 애가 갑자기 왜 저런데?뭘 잘못 먹......"
속닥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소리나는 쪽을 힐끔 째려봤더니 소곤거리는 애들이 깜짝 놀라더니 모두 책상에 얼굴을 박고 열심히 필기를 한다.
어?
뭐야 이거.....
은근히 기분 괜찮은데?
"혜민아!매점가자."
"됐어.나 졸려.잘래."
"매점에서 신희가 기다린다고 했단말야."
신희?
신희라면 우리학교에서 엄청 예쁘고 까졌다는 그 윤신희?
신희가 천혜민을....아니, 나를 왜찾아?
아....그러고보니까 천혜민이랑 윤신희랑 사귄다는 소문이 나긴했었는데....사실인가?
그럼 매점에 가야하는 거겠지?
"나 가야되냐?"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보냐?"
"휴.....그냥 가자."
졸린데도 터덜터덜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으로 와보니 역시나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저기서 설마 윤신희를 찾으란 말이야?
"혜민아!!!"
찾을 필요도 없네.
"역시나 와줬구나~"
"으.....응.그래."
"어?혜민아...."
"어라?천혜민?너 왜그래?"
뭐.....뭐지?
내가 또 뭘 잘못한건가?
"혜민아.....혜민아....드디어...드디어 내 마음을 받아주는거야??"
"뭐....뭐?"
"평소엔 무뚝뚝하게 날 엄청 떼놓으려고 했으면서....오늘 드디어 내 마음을 받아준거구나!"
그....그런거야?!
그럼 둘은 사귀지 않는거였어?
단지 신희가 천혜민을 따라다닌거였다니....
엄청난 실수다.
나중에 원래 몸으로 돌아가서 내 실수때문에 천혜민이 바라지도 않던 사람이랑 사귀게 되면 분명 싫어할거야.
"아...그....커...컨디션이 안좋아서.밀어낼 힘도 없다."
"혜민이 어디 아파?내가 호- 해줄까?"
"됐어.나 올라갈게."
"내려왔으면서 그냥 올라간다구?싫어!혜민아 가지마.니가 좋아하는 포카리 사놨어."
천혜민이 포카리를 좋아하는구나.
아....아니지!지금 이런걸 따질때가 아니지!
이게 다 그자식이 이런 생활 정보(?)를 안 알려줘서 그런거라구!
"됐어.그냥 갈래.너희들은 더 있다와라.난 먼저 갈테니까."
"어?어...그래.가라."
그리고 난 교실로 올라왔다.
이따가 병원가면 다 물어볼테다!
[3]
"이게 다 너때문이라구!니 생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려줬어야지!"
"내말 안듣고 나간게 누구시더라?"
"이....익....!"
"풋.아무튼 앉아.바나나 먹자."
바나나란 말에 난 냉큼 앉아버렸다.
과일중에서 바나나를 제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번에 다섯개도 거뜬히 해치운다.
"아!너 신희랑 안사겨?"
"신희?신희라면....아!윤신희?"
"응."
"왜?평소에 신희가 달라 붙어?그렇게나 예쁜데..."
"그 계집애 얘기하지마!존나 달라붙어서 짜증나 죽겠는데."
"그래도....."
"야...내가 아무리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잘생겨도 난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하는 성격이라."
유머감각이 뛰어나?
그게 아니라 단순한 바보겠지.
뭐....얼굴 잘생긴건 인정하지.
우리학교에서 천혜민과 그 친구들이 제일 잘생겼으니까.
"아까 너네 엄마 다녀갔다."
"아....정말?엄만 잘 지내?"
"고작 하루 못본거 가지고."
"그래도 우리 엄마야!"
"내 목소리로 말하니까 되게 깬다."
말 돌리기 선수라니까.
아무튼....하루 안본사이에 엄마가 보고싶다.지금쯤 뭐하고있을까?
"그리고 나....아니지.정확히 말하면 니 몸.조금 있으면 퇴원한데."
"뭐?그렇게 빨리?"
"내가 건강빼면 시체잖냐."
"그건 그래."
"흠....근데 너.....이름이 뭐냐?"
"여지껏 내 이름도 몰랐니?"
"내가 사람들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어쨌든 바뀐몸이니 이름에 익숙해 져야 할 것 같아서."
"쳇.안세희."
"뭐?!니가 그 전교 1등 안세희?"
"그렇다니까.아무튼 나도 니 역할 충실히 해 낼 테니까 너도 내 역할 잘해.샤워하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말고!"
"쳇."
난 그대로 병원을 나와 천혜민의 집으로 갔다.
음.....
생각해보면 천혜민이 내 이름을 모른다는건 거의 당연한 일이다.
그전부터 친했던 사이도 아니고....
알게된건 순전히 교통사고 다음부터 알게됐으니 내 이름을 모를만도 하다.
하지만 어제 부터....아니지, 따지자면 오늘이지!
오늘부터 알게됐는데 생각보다 훨씬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이대로 가다간........이대로 가다간.........
내.....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에잇!!!생각일랑 접어두고 집에가서 밥이나 먹고 자야겠다.
"다녀왔어요."
"혜민아....아빠가 오셨어.인사....할래?"
아빠?
아빠라면 천혜민 아버지?
어쨌든 난 지금 천혜민이니까 인사는 가야겠지?
"네.갈게요.어디죠?"
"이층 니방에 있어."
"감사합니다.올라가 볼게요."
"응?아...그....그래..............갑자기 왜 저렇게 착해졌지?게다가 아빠가 왔다는데도...."
그런데 아빠라는 사람이 왜 천혜민 방에 있지?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난 내 방문을 열고(천혜민 방문) 들어갔다.
"........"
"........"
어.....얼라?
왜 아들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하지?
게다가.....아무말도 안하니까 나까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오.....오랜만이네요."
"그렇군."
다행이다.
오랜만이라고 그냥 찍어서 말해봤는데 틀린말은 아니었나보다.
"그런데 제 방엔 무슨 볼일로....."
"....여전히 바보같은 행동만 하고 다니는거냐?"
"네?"
"아직도 바보같은 짓을 하냐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그만 단념하고 회사 물려 받아라."
"........."
"쓸데없는 고집은 그만 부려.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아직도 정신 못차린거냐!"
"......."
이사람....
정말 천혜민 아버지 맞아?
"너에게 달리 갈곳이 없어.그만하고 회사 물려받을 준비나 해."
"정말.....정말 아버지 맞나요?"
"뭐?"
"당신 아들한테는 아들 나름대로의 꿈이란게 있어요.적어도 부모라면 그 꿈을 지켜주고 키워주셔야 하는것 아닌가요?"
"너한테 그런 꿈이 어디있어!넌 그런 헛된 꿈 꾸지 말고 아빠가 하라는 데로 해."
"그러고도 정말 부모 맞아요?"
"뭐야?"
"제가 살인자의 꿈을 꿔요?아님 날강도의 꿈을 꾸나요?그것도 아닌데 제 꿈을 그렇게 무참히 짓밟아도 되나요?"
"........"
"됐어요.그만 나가보세요."
"니가 갈곳은 하나도 없다.알아서 판단해라."
그리고 천혜민의 아버지는 방을 나갔다.
너무 내 맘대로 지껄였다.
천혜민에게 해가 갈지도 모르는데...
그치만 너무 울컥하는 바람에...
천혜민은 그동안 저런 숨막히는 아버지 밑에서 큰거야?
조금 천혜민이 불쌍해...........
그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뭐지?
"여보세요?"
[야!내몸!나 샤워하고 싶다~]
"야!지금이 몇신데!"
[몰라~너 안오면 내가 씻고.]
"기다려!"
불쌍하긴 커녕 얄미워 죽겠다!!!
[4]
시간이 어느덧 많이 흘러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내 몸으로 들어간 천혜민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오죽하면 꿈속에까지 나와서 '샤워하고 싶다~'라고 말할까...
덕분에 난 몇일째 샤워다운 샤워도 못했다.
밑에만 가리고 위에만 씻었으니....찝찝하기 짝이 없다.
"혜민아~며칠간 학교 잘나오네?맘 잡은거야?"
도대체 윤신희는 언제까지 천혜민을 따라다닐 작정이지?
이제 나까지 슬슬 짜증나려고 한다.
"나좀 내버려둬.나 교실 간다."
"어?혜민아!혜민아!같이가!"
난 윤신희를 내버려두고 교실로 올라왔다.
그런데 교실로 올라가던중...
계단에서 내 몸과 딱 마주쳤다.
"으....으악!!!"
"니 몸을 보고 놀라면 어떻게 하냐?"
"니....니가 왜 여기있는거야?"
"퇴원했지.너 깜짝 놀래켜 주려고 말 안했는데....성공한건가?"
"그....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야, 근데 전휘림이 누구냐?"
"휘림이?왜?"
"아니, 어제 계속 니 핸드폰으로 전화오길래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서 하나도 안받았지."
"잘했어."
휘림인 내 하나뿐인 소꼽친구다.
그런 휘림이의 전화를 천혜민이 받았으면 아마 난 죽고싶어질지도 몰라.
저 녀석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데 넌 너네반에 친한 친구는 있냐?"
"이게 날 뭘로 보고!나도 친한 친구 한명쯤은 있다구!"
"한명?"
"잘 사귄 친구 한명, 열 친구 안부럽다!"
"무슨소리냐."
"그게 뭐가 중요........."
"혜민아!"
엎친데 덮친격으로 날 따라 계단을 올라오던 윤신희와 내몸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얘 뭐야?"
"알거 없잖아.그냥 넌 교실에나 가."
"혜민이 나 두고 바람피우는거야?"
"야, 이 계집애야!그만 좀 따라다녀라!"
한순간에 정적이 흘렀다.
방금 그 말은 천혜민이 내몸에서 한소리........
제발 내 몸을 가지고 일을 벌리지 말란 말이야!
"무....뭐?!"
"아, 싫다는데 왜 따라다니냐?질리지도 않아?"
"야!니가 뭔데 그런소리해?!"
"나?나 천혜민인데?"
"뭐?"
제발.............
제발 내 몸을 가지고 그런 소리 내뱉지 말란말이야!
"내가 천혜민이라고."
"너 보아하니....그 전교 1등 안세희맞지?뭐 믿고 나대?"
"그만해, 윤신희."
"가만 있어봐, 혜민아.얘가 널 사징하고 다니잖아!"
사징이 아니라 사칭이겠지.
"나랑 안세희는 비밀을 나눈 사이라고나 할까?그런 관계니까 귀찮게 하지 말지?!"
오.....맙소사....
드디어 일이 터졌다.
천혜민이 내 몸에서.... 저런 말도 안돼는 발언을 해버렸다.
비밀을 나눈 사이는 맞긴 맞지만.....그런 뜻이 아니잖아!
"무....뭐?!계속 혜민이 사징하는 것도 열받는데...뭐?비밀을 나눠?!혜민아.정말이야?"
"그러니까....그게...."
"왜 대답을 못해!빨리 하라니까?!"
"거봐~말 못하는거.넌 아무것도 아니라 이거지."
"너.....너!별것도 아닌게 오늘 왜 이렇게 깝치는 거야?!"
"윤세희.그만하고 들어가."
"혜....혜민아..."
"들어가라고."
"싫어!둘이서 무슨 짓을 하려고!안들어가!내가 여기서 얘 죽여 놓을거야!"
"헤에~니가?할 수 있을까?"
제발 일을 더 크게 만들지 말아줘, 천혜민!
아....내 몸에 무슨 짓이 일어나도 괜찮다 이거야?!
"안세희 너도 가만히 있어.윤신희 넌 교실로 가."
"혜민아...."
"나 자신이 봐도 천혜민.....잘생겼단 말야?"
천혜민!!!
대체 뭐라고 하는거야!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되냐!
"너 오늘 죽었어!내 손에 죽어봐!"
윤신희가 내 몸을 때리려고 손을 뻗자 난 막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윤신희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평소 내 실력이면 팔을 잡지도 못하고 허공에 손을 휘저었을텐데
천혜민의 몸이라서 그런지 스피드 하나는 끝내주게 빨랐다.
덕분에 난 어렵지 않게 윤신희의 팔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몸도 이럴땐 좋은데?
"이....이거 놔, 혜민아!"
난 그냥 살짝 잡는다고 잡았는데 내 손에서 팔을 빼내지 못하는 윤신희.
정말 남자 힘이 좋긴 좋은가보다.
"그만하고 들어가."
"이씨...."
"들어가!"
"알았어...대신 저년이랑 무슨 일 있어봐!내가 저년 죽여 놓을거야!"
경고 한마디를 남기며 사라졌다.
아깐 정신이 팔려서 몰랐는데 아까 그 소동때문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무슨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저래?
"빨리 안꺼져?!"
천혜민이.....아니 내 몸이 저렇게 외치자 주위에서는 재수없다는 눈초리다.
아아...
난 평범하게 살고싶은 사람인데 왜 이러냐구우....
"어쭈?내 말이 말같지 않냐?빨리 꺼져!"
그때도 흩어지는 애들이 거의 없었다.
이거 혹시....내가 하면?
"안들리냐?꺼져."
난 단지 저렇게 말했을 뿐인데....
일제히 흩어지는 아이들.
이......
이런건 너무 좋잖아!
"에이씨....니 몸 불편해."
"왜?난 편한데."
"도대체가 이 내가 말했는대도 가만히 있다니....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제발 내 몸으로, 내 목소리로 말하지마."
아니지!
이런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너 아깐 왜 그딴말 한거야?!"
"무슨말?"
"제발 내몸을 하고선 오해할 만한 소리는 제발 하지 말아줘."
"걱정마~잘 될거야.그럼 난 간다."
그리고 유유히 계단을 내려가는 천혜민.
어라?
교실은 윗층인데.....
설마.....
저녀석 땡땡이?!
안돼!
어쨌든 내 몸이라구!개근상은 받아야해!
난 천혜민에게 달려갔다.
"너 지금 땡땡이 치려는거야?"
"그런데?"
"내 몸이야!빨리 교실로 가."
"귀찮아, 수업같은거."
"넌 어쩜 이렇게 남한테 피해만 주니?제발 교실로 들어가라니까?"
"귀찮아~안가."
"야!천혜............"
"어라?야, 혜민아."
일났다.
나와 내 몸을 번갈아 쳐다보는 천혜민 친구들.
방금 한 얘기 듣진 않았겠지?
아.....
내 몸이 퇴원하자마자 이게 무슨일이야!
[5]
"뭐야?걔 우리학교 전교 1등 아니냐?"
"어?어....어.그....그러네."
"무슨 대답이 그러냐?그런데...둘이 뭐해?"
"어?그....그냥....."
"이야~너네 오랜만이다!"
또 상황파악 못하고 나서는 천혜민.
제발 상황파악좀 해!
지금 넌 내 몸이란 말이야!
이 말을 대놓고 할 수도 없고....
아 정말 죽고싶다!
"얘 뭐야?"
"글쎄?우리보고 오랜만이라고 하네?난 얘 모르는데..."
"나도."
"어쩜 너네 이렇게 무뚝뚝하냐?나야, 나~천혜.......읍!"
"하....하하.얘랑 나랑 알던 사인데 그동안 모른척 했던거고 오랜만에 보니까 얘가 날 사칭하고 다니네."
난 천혜민의 입을 덥석 입을 막아버렸다.
더이상 말하게 놔둬선 안돼!
"너 전교 1등이랑 아는 사이였어?"
"그....그래!"
"저번엔 공부 잘하는 것들 재수없다면서 욕했잖아?"
천혜민 이자식....
그런 식으로 남을 헐뜯었단 말이지?
난 천혜민을(내 몸을)힐끗 째려봤다.
그러자 헤헤 하고 웃어 넘기는 천혜민.
바보 같긴.
"내....내가 그랬나?기억이 가물가물 해서....아무튼 너네도 빨리 교실로 가라."
"뭐?교실은 왜?설마 또 수업 받으라는 거냐?"
"난 안받아~또 그런 수업 받다간 뇌가 터져버릴꺼야.난 담배나 피우러 갈란다."
"어?나도 담배!"
또다시 흐르는 정적.....
어느새 막았던 내 손을 풀고 담배를 외친 천혜민....아니, 내 몸.
일은 점점 더 꼬여간다.
"너 전교 1등 아니냐?"
"응.나 천혜........읍!"
난 또다시 천혜민의 입을 막았다.
"그럼 피우려던거 피우러 가.우린 잠시...."
난 천혜민을 끌고 학교 뒤로 왔다.
"설마 이런 곳에서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이....이러지마."
"돌았냐!!"
"쳇.재미없긴."
"재미는 무슨 재미!너 때문에 아주 심장이 콩알 만 해졌다!"
"심장은 그렇게 작아졌다 커졌다 못하는 거잖아?"
이 자식이 지금 나랑 농담따먹기 하자는거야?
그러나 천혜민의 정말 궁금하다는 저 눈빛을 보고 곧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란 생각이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제발 니 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말하지마!"
"왜?어쨌든 지금은 내 몸인데..."
"이대로 평생 있을거냐?!곧 다시 돌아가게 만들거니까 그때까지라도 넌 나인 척 해야하는거 아니니?!처음에도 말했잖아!"
"그치만 재미 없단 말이야."
"지금 재미 따질때냐!잔말 말고 해!"
그리고 난 멋지게 뒤돌아서 학교로 들어가려는데....
"어?야!휘림인가 걔한테 또 전화왔는데?"
뭐?휘림이한테서?
받고싶다....받고싶다......
생각으로만 끝내야 하는데 이놈의 발이 멋대로 떨어져서 난 핸드폰을 덥석 잡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너 누구야.]
아차!
지금 난 내가 아니잖아!
"아.....저기....난....난 세희 남자친구야.세희가 지금 전화받을 상황이......."
[뭐?니가 세희 남자친구라고?]
"으....응."
[......어디학교냐?]
"세희랑 같은 고등학굔데."
[세희 바꿔.]
"지금 전화받을 상황이....."
[바꾸라면 바꿔!]
깜짝이야....
내 친구 휘림이가 저렇게 화내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다.
과연 내 몸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난 조용히 내 몸한테 핸드폰을 건내줬다.
천혜민은 당당하게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어?아, 괜찮아.....아~남자친구 맞아.응...그래.알았어.응 끊어."
무슨 대화를 하는진 모르겠다.
전화를 끊은 천혜민에게 물었다.
"휘림이가 뭐래?"
"그냥 교통사고 당했던거 알던데?괜찮냐고 하고 남자친구 맞냐고 하고."
"그래서 남자친구 맞다고 했어?"
"니가 아까 거짓말 한거 보고 나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냥 해준거지,뭐."
"그래...고맙다."
난 힘없이 학교로 걸어갔다.
내 몸이 코앞에 있는데....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도 내 맘대로 받지도 못하고...
내 친구의 전화를 내가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받아야 한다니...
어디서부터 꼬여버린걸까?
빨리 내 몸을 되찾고 싶다.
언제쯤이면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때려치우고 내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정말 이제 다 지겹다.
[6]
쉬는시간.
잠시 잠을 청한 내게 들려온 소식 하나.
"아까 윤신희랑 그 친구들이 그 전교 1등 데리고 옥상으로 가던데?"
안돼!
내 몸!
지켜야해!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옥상으로 달렸다.
"어라?저자식 왜 저렇게 당황해?전교 1등한테 마음 있나?킥."
"헥...헥...헥...."
난 옥상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내 눈에 보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
윤신희와 그 친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내 몸이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어라?왔어?"
"너.....니가 이랬어?"
"당연하지.예전엔 여자 못때렸는데 여자가 됐으니까 때려봤지."
그게 말이 되니?
"그런데 어떻게 몸에 근육이 없냐?때려도 둔탁한 맛이 있어야지.물컹물컹하기만 하고."
"무슨 말이냐."
"예전 내 몸이었을때 때리는 감촉이 더 좋았다 이거지."
"혜....혜민아!저년이...저년이 우리 이렇게 때렸어!"
바닥에 있던 윤신희가 어느새 일어서서 나에게 외쳤다.
내 몸을 때리려던 벌이다.
".....가자, 안세희."
난 천혜민을 붙잡고 옥상을 나왔다.
"제발 내 몸으로 일을 벌리지 말랬지!"
"그래도 니 몸 지키려고 그런거란 말이야."
지켜?
흠....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네.
그대로 뒀으면 내 몸에 이곳저곳 멍이 들었을 테고.
감사해야 하는건가?
"그리고....어쨌든 이렇게 몸이 바뀐이상 내 싸움 실력으로 니 몸은 지켜줄게."
뭐......뭐라는거야?!
쟤가....쟤가 지금 내 몸을 지켜 준다는거야?
그....그런 말에 왜 가슴이 뛰는거냐구!
제발 진정해라!제발...
"그....그래도 어쨌든 여자니까 남자보단 힘 약할 것 아냐."
"흠....그렇네.....그럼 남자랑 싸울때는 도망.........젠장!천하의 천혜민이 도망이라니!"
"풉...."
"웃지마!"
천혜민이랑 있고 나서부터 온통 신경쓰이는 일 투성이고...
웃는 일이 많아 졌다.
다 천혜민 덕분인가?
"아!천혜민!우리 점집 가보자."
"점집?"
"이렇게 몸이 바뀐 상태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쳇.난 이대로도 꽤 맘에 드는데."
"재수없는 소리 마!우리 동네에 점집 하나 있으니까 그 쪽으로 가보자."
"흠....알았어.이따 학교 끝나고?"
"응.내가 갈게."
점집을 가기로 마음 먹고 교실로 내려왔다.
나로선 점집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점집에 모든 희망을 걸....................................
"흐음.....너희 앞마당에 큰 나무가 있지?!"
"....저희집 아파튼데요."
"잘됐어!앞마당 있었으면 큰일났어!"
희망은 개뿔이 희망이냐.
완전 돌팔이 아냐?!
이런 사람에게 희망을 걸고 찾아오다니....
"그럼 너희집엔 앞마당에 나무가 있냐?!"
"네....있긴 있는데...."
"그렇지!그 나무가 수상해!"
"나무 되게 많은데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천혜민.
분명 천혜민도 괜히 왔다는 생각 중일 것이다.
결국 그 돌팔이 점쟁이에게 몇시간이나 빼앗기고 돈까지 주고......
정말 어이없다.
이제 어디를 가봐야 하는걸까?
"야, 시간도 늦었으니까 내가 데려다 줄게."
지금 저거 천혜민이 한 소리 맞지?
"바보냐!넌 지금 여자라고!데려다 주려면 내가 데려다 줘야 한다구!"
"왜?난 남자였는데...."
"지금은 여자잖아!아,골치야....여자였던 내가 남자였던 애를 데려다 줘야 한다니..."
"그러니까 내가....."
"시끄러!내가 데려다 줄게.빨리 가자."
나도 여잔데....흐흑....사내새끼를 데려다 주자니 가슴이 운다.
한참 천혜민을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내놈들...
뭐야?
"여~천혜민.오랜만이다?"
"........"
"그새 여자친구 바꿨어?저번엔 엄청 예쁘더만 지금은 왜 이렇게 생긴애를 데리고 다니냐?"
"이새끼가!말 다했냐!"
아아....
제발 일을 벌리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니, 천혜민!
"하....이년 존나 골때려."
"넌 내가 여자로 보이냐?내가 천혜민이다, 새꺄!"
"뭐?얘 정신나간 년 아니야?"
아....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냐?
[7]
"너한텐 볼일 없고 우린 천혜민한테 볼일이 있거든?그러니까 그만 아가씨는 빠지세요오?"
"이자식이!내가 천혜민........읍!"
"난 너희들한테 볼일 없어.그냥 꺼져."
이번에도 천혜민의 입을 막았다.
엄청 불량스러워 보이는 사내놈들이 5명 정도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무서웠지만 난 지금 천혜민인 척 해야 하니까 그냥 아무일 없이 가주면 안되나?
"호오~저번에 우리가 너한테 당한걸 생각하면 그냥 못 꺼지지.너도 당해봐야지."
꺄아!!
진짜 때리는거 아냐?
지금 난 천혜민이 아니라구!
"안세희!넌 가만히 있어.내가 처리할게."
그게 더 골때리는 상황이거든요.....
내가 안세희고 니가 천혜민이지만 지금은 내가 천혜민이고 니가 안세희잖아.(무슨 말이야.)
여자 몸을 하고선 뭘 맡기란 거야!
맡겼다간 난 사회에서 엄청난 욕을 얻어 먹는다구!
깡패한테 여자 넘기고 튀어버린 남자.라면서 얼마나 욕하겠어!
"됐어.넌 가."
"지랄.너 싸움도 못하면서.내가 할게."
"넌 여자잖아, 바보야!"
"원랜 남자잖아!"
"그래도 지금은 여자잖아!"
"하....이것들 존나 웃기네...얘 트랜스젠더 아니야?"
어떻게 생각하던 그건 너희들 자유고...
어디서 들은 말인데....싸움은 선빵이 중요하다고!
그 말만 철썩 믿고 난 앞에 있는 놈을 향해 팔을 앞으로 쑥 내밀었더니 뒤로 자빠지는 사내.....
이거 무슨 상황이지?
"으악!"
"이새끼가!말하는 도중에!치사한 새끼!"
이것보세요....
지금 5:1로 덤비는 이 상황은 안 치사한 것 같나요?
그런데 지금 이 천혜민 몸.....
근육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 딴엔 조금만 밀었는데 상대방이 나가 떨어질 정도면....
흐음....괜찮은데?
"이얍!"
또 상황파악 못하고 사내놈 한명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천혜민.아니....정확히는 내 몸.
"어라?"
"뭐한거냐?지금 나 때린거냐?"
"그런가본데..."
미안하다....내 몸에 근육 하나 없어서.
여자 파워로 돌아가서 그런지 사내놈 한명을 때렸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사내놈.
그리고 사내놈은 내 몸을 때리는 시늉을 한다.
"아오!이걸 그냥, 확!"
"헤이~때려봐~내 몸도 아니니까 상관 없어!"
이 자식이!!
내 몸이라서 괜찮다 이거냐!!
"자꾸 까불다 오빠한테 혼난다."
"오빠?아저씨겠지.....이얍!"
천혜민은 또다시 사내놈을 때렸다.
하지만 이번만은 정확히 들어갔다.
덕분에 사내놈은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붙잡고 바닥에 나뒹군다.
"급소를 치면 80%는 이긴겁니다~"
"이...이익...!저 년 저거 죽여버려!"
아....일났다.
난 재빨리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한 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 딴엔 그냥 휘두른건데 주먹을 맞고 또 다시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정말 좋은 몸이다.
"그냥 좋게 말할때 집 가라."
더이상 무서워서 싸우지 못할 것 같은 나는 제법 남자다운 경고를 말했다.
"웃기시네!"
날 향해 날아드는 주먹.
미처 피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으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살짝 떠보니.....
아까와 같은 상황으로, 주먹을 휘두르던 사내가 또다시 중요 부위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를 괴롭히면 못써요~"
"누가 여자를 괴롭혀!지금은 여자가 남자를 괴롭히고 있잖아!"
"오노~이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행위라고.오케이?"
제발....
내 몸으로 일을 벌리지 말라니까!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그냥 애들 데리고 사라져라."
"이 새끼가!"
또다시 날아드는 주먹.
그리고 또다시 바닥에 나뒹구는 사내.
천혜민이 남자들의 급소를 하나하나 차버리는 상황이었다.
"오~아프겠다.내가 그 고통을 알지."
"아는 년이 그렇게 무식하게 차냐!"
"너희가 여자 괴롭히니까 그렇지."
지금 이 상황으로 봐선 니가 남자를 괴롭히는거야....
어쨌든 천혜민의 활약으로 그 사내들은 모두 절뚝 거리며 사라졌다.
"너 내 몸으로 한번만 더 이런 일 벌려봐!"
"너 지키려고 그런거라니까~"
"지금 상황에선 내가 널 지켜야 할 상황이거든!"
"아....여자한테 보호나 받아야 한다니....천혜민도 한물 갔군."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잖아!아무튼 빨리 집이나 들어가."
난 천혜민을 데려다 주고 나도 집으로 왔다.
집을 들어서는 순간 싸한 공기가 맴돌고....
"늦었구나."
천혜민의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옆에는 어떤 소녀와 함께.
"무슨 일이시죠?"
"앉아라."
난 아버지 맞은 편에 가서 앉았다.
"얘가 전에 말한 니 약혼녀다."
"에.....에엑?!!!!!"
[8]
"뭘 그렇게 놀라지?전에도 말했을텐데..."
"아니 좀.....당황스러워서요.....잠시 화장실좀...."
약혼녀가 있다는 얘긴 못들었다구!
게다가....난 지금 여자야!
여자가 여자랑 약혼을 하다니...말이 돼?!
난 화장실로 달려가 천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야?]
"야, 천혜민!큰일났어!"
[아~너구나?왜?무슨일인데?]
"너 약혼녀 있었어?"
[약혼녀?없는...............아!맞다.저번에 아버지가 말했었지,아마.]
"이거 어떻게 해!지금 그 약혼녀가 집에 왔다구!"
[거절해.난 약혼따위 안한다고.누가 약혼따윌 하냐?나 사귀는 애 있다고 해.]
"그.....그럼 진짜 안할꺼지?거절한다?"
[거절해.그럼 끊는다.]
흠....어쨌든 거절은 해야겠지?
난 화장실에서 나와서 아버지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아버지.저 약혼 안합니다."
"잔소리 말고 해."
"안해요."
"고집 피우는 것도 정도가 있다.하라면 해."
"도대체 아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요?저도 사귀는 여자 한명 쯤은 있다구요!"
".....사귀는 여자가 있다?....흠...어디 한번 데려 와봐."
"네....네?!"
"삼일후에 그 여자를 우리집으로 초대해봐."
크....큰일이다.....
거절하려고 내뱉은 말이 이런 일을 부를줄이야....
어....어떻게 하지?
"흠....거짓말인가보군.애비의 눈을 속일 순 없다."
울컥!
"데려오죠.삼일 후라고 하셨던가요?그때 데려오도록 하죠."
그리고 난 등을 돌려 내 방으로 올라왔다.
아....
일 벌렸다.
그만 울컥하는 성격 때문에 있지도 않은 여자를 데려와야 하다니...
게다가 난 여잔데!
-똑똑
"누구야?들어와."
"후후....안녕하세요,오빠."
어?
얜 아까 아버지 옆에 있던 그 약혼녀라는 애잖아?
"무슨일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말이 그것 뿐인가요?"
"........"
"어째서 저와의 약혼을 하지 않는 건지 이유나 듣고싶네요....왜죠?"
"아까도 말했잖아?나 사귀는 애 있다고."
"훗....걔가 설마 저보다 집 잘나가나요?저보다 예쁜가요?"
얘 완전히 공주병 아냐?
"그것도 아니면....도대체 왜 사귀는 거죠?"
"무슨 대답을 원하는데?"
"오빠도 저같은 여자 구하기 어려워요.저도 오빠같은 남자 구하기 어렵구요.그러니까 약혼 받아들이세요."
"너, 나 좋아하냐?"
맙소사.....
남자 몸이 되니 말투도 남자처럼 변해가나보다.
물어볼게 따로있지 저런걸 물어보다니...
"후후....그 질문의 의도는 뭐죠?"
"그냥 묻고싶어서 묻는 것 뿐이야."
"오빠같은 사람은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요.그 뿐이에요."
그럼 얘는 천혜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약혼을 하려 한단 말이야?!
도대체가 이 집안은 왜 다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하나같이 아들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런 숨막히는 집에 천혜민은 18년동안 살았다는 거야?
"난 너같은 애한테 관심 없어.그만 나가."
"당신같은 사람한테는 나같은 여자가 어울려.잘 생각해 보세요.어쨌든 전 포기 안하니까요."
그리고 그 여자는 방을 나갔다.
아, 짜증나....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학교
"뭐?!사귀는 애 있다는 말은 왜했어!"
"니가 하라며!그런데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단 말야....어떻게 하지?누구 데리고가?"
어제 있었던 일을 천혜민에게 말했다.
이제 이틀 후면 사귄다고 거짓말 친 여자를 데리고 가야하는데....
"흠....누굴 데리고 가지?윤신희....데리고 갈까?"
"윤신희?!나 그 계집애 싫어!절대 안돼!내 몸이 걔랑 사귄다고 거짓말치는 것 조차도 싫어!"
"그럼 누구 데리고 가냐?"
"가만.......어쨌든 지금은 나도 여자잖아."
설마......설마 천혜민 너....
"좋아!내가 가겠어!"
맙소사.......
[9]
"다시 생각해봐.꼭 니가 가야 할 필요는 없잖아?"
"아니!나도 여자고 내 아버지이니까 내가 가겠어!"
아...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데로 되라지.
"그럼 이틀 후니까 준비나 잘 하고 있어."
"나만 철썩 믿으라니까!그럼 난 교실로 간다!"
교실로 들어간 천혜민.
모든걸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나도 교실로 가려는 도중에
눈에 독기를 품은 윤신희를 만났다.
"혜민아."
"으....응?"
"너 쟤랑 무슨 사이야?"
"벼...별로."
"거짓말!애들이 뭐라는 줄 알아?!너랑 저 년이랑 사귄다는 얘기까지 있어!"
뭐.......뭐?!!!!!!!
누가 누구랑 사귄다고?!!!
그런 말도 안돼는!!
"아니지?혜민아, 아니지?어제 옥상에서 그냥 간 일은 용서 해줄게...그러니까 아니라고 말해줘...응?"
윤신희....
정말로 천혜민이 좋은건가?
어떻게 해아 할까?
"......미안."
윤신희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냥 미안하다고 해버렸다.
"그럼.....그럼 그 년이랑 사귀는거 인정하는 거야?"
"........"
"그런거냐구!대답해!!"
"........"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귀는 것은 아닌데....
걔랑 나랑은 절대로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입이 멋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하....정말 그런거야?"
"........"
"죽여놓을거야.......안세희라고 했나?그년 내가 죽여놓을거야!!!"
그러더니 윤신희는 뒤돌아서 천혜민(정확히는 내 몸)이 있는 교실로 달려가는 듯 했다.
불안한 마음에 난 윤신희의 뒤를 따라갔고
예상대로 윤신희는 천혜민이 있는 교실로 들어갔고 성큼성큼 천혜민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곤 손을 번쩍들어 있는 힘껏 천혜민의(내 몸의) 뺨을 때렸다.
-짝!!!!
"야!니가 뭔데.....니가 뭔데!!!"
"......."
얼떨결에 뺨을 맞은 천혜민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니가 뭔데 혜민이랑 사귀는거야?!너 나보다 더 혜민이 좋아해?혜민이에 대해서 뭘 안다고!!!"
"........"
"니까짓게 뭔데!혜민이를.....내가.....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니가.....흑...."
결국엔 윤신희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천혜민은 내게 알것 같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아 세상에...
내가 여자를 울리게 되다니....
그것도 남자의 몸을 하고서...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니가 좋아해도 혜민이가 널 좋아하지 않으면 그만인거야."
"흑.....뭐라고?"
"너와 같은 감정을 다른사람한테도 요구하지마."
"......"
"다른사람도 그사람만의 감정이있어.니가 좋다고 그사람도 널 좋아할거란 생각이 잘못된거야."
"..흐윽.....흡..."
"너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혜민이는 니 짝이 아닌 것 같으니까."
왜.....왠일이지?
천혜민 저놈이 저렇게 근사한 말을 하게 될줄이야....
다시 봤는데?
"천혜민...넌 니 여자친구가 맞았는데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만 볼꺼냐?"
"어.....어?"
천혜민은 사람들 눈을 의식은 하는 건지 나를 천혜민이라고 불렀고
난 어떻게 해야 할지몰라서 천혜민(내 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미안....나때문에...."
"그러게~물불 안가리고 뛰어들은 어떤 여자때문에 내가 다 수습했네."
정말 이번엔 깊이 반성해야겠다.
아무리 내 몸이라도 지금 내 몸에 들어가 있는 건 천혜민이니까 애꿋은 천혜민만 맞은 꼴이잖아.
"미안....반성할게."
"뭐.....그런 물불 안가리는 그런 성격....꽤 매력있다고 생각은 해."
"그래.............응?뭐?!"
처....천혜민이 지금 뭐라고 한거지?
"뭐라고?"
"후....너때문에 맞은거니까 빨리 매점가서 빵사."
"어?아....어....그래."
역시 말돌리기 선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는 내 앞에 윤신희가 나타났다.
"혜민아...."
"응?"
"나....너한테 나 좋아하란 말 안할게..."
"....."
"그러니까...나 미워하지마..."
윤신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큰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나 미워하지마, 혜민아..."
"....."
"응?니가 나 미워하면....나 정말.....흑..."
"....안 미워해."
저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데 미워한다고 할수도 없고....
"흑...정말?흡....나 이제 그 안세희라는 애....니 여자친구로 인정할게."
그런거 인정 안해도 되는데...
"그동안 귀찮게 해서 미안해.그럼 우리 친구로 돌아가는거 맞지?"
"응.당연하잖아."
"고마워....그럼 집 조심해서 들어가."
윤신희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혜민의 친구들이 내게 다가왔다.
"윤신희같은 퀸카를 놓치고 전교 1등을 선택한 이유는 뭐냐?"
"별로..."
"거짓말!왜?그 전교 1등이 테크닉이 완전 죽여주냐?"
이 자식들이!
여자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집이나 가."
"쳇....아, 오늘 애들끼리 나이트 갈껀데 오랜만에 너도 가자.안 간지 오래됐잖아."
"나....나이트?"
18년 살아오면서 난 나이트라는 곳엘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그치만 거절하면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뭐 데려가고 싶다면 그 전교 1등도 데려가도 되고."
천혜민?
그래!
천혜민도 데려가면 되겠다!
난 그 자리에서 천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천....아니...세...세희야.오늘 나이트 갈래?"
[뭐?무슨 소리야?]
"아니...친구놈들이 나이트 가자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흐음....가본지 오래 됐는데 까짓거 가지 뭐!]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나이트라는 곳엘 가게 되었다.
[10]
여.....여기가 나이트?
"촌티나게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앉아."
천혜민 저 자식이....
남은 기껏 생각해서 데리고 와줬것만!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느낌이 색다른데?"
"그러게...그동안 못보던 얼굴도 늘었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왔으면 못보던 얼굴이 늘었다는 말까지 나오니...
도대체 너희들의 생활이란....
"야야야!그러지 말고 빨리 술하고 안주 좀 시키지 그래?"
한순간에 흐르는 정적...
내 몸속에 들어간 천혜민이 말하자 다들 어이 없어 하는 눈빛이다.
"너 진짜 전교 1등 맞냐?"
"나?나 천혜........읍!"
"하하....빨리 술 시키자!"
난 천혜민의 입을 막았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천혜민을 괜히 데려왔다는 생각이 날 엄습하는구나...
곧 친구들은 술을 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희 둘 어떻게 하다가 알게 된거야?"
"아~내가 얘 오토바이 사고........읍!"
난 또다시 천혜민의 입을 막았다.
몇번을 말해야 하니...
넌 지금 천혜민이 아니라 안세희라구!!
제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줘.
"그냥 전부터 알던 사이였어.하하하하..."
때마침 술이 나와서 난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사실 술도 별로 못하지만 천혜민인 척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럼.....너희 둘은 어떻게 사귄거야?"
"풋!!!!!!!"
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먹고 있던 술을 입 밖으로 분출해 버렸다.
그 바람에 친구들과 천혜민은 모두 더럽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흐....흠...미안."
"뭘 그렇게 당황하냐?어떻게 하다가 사귄거냐니까?"
"별거 아니었어.천혜민이 나한테 사귀자고 했거든."
한순간에 친구들은 천혜민을....아니 내 몸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난 천혜민에게 왜 그런 말을 했냐고 살짝 말했지만 천혜민은
"이왕 이렇게 된거 남자로 보이는 쪽이 먼저 고백했다고 하는게 더 편하잖아."
라고 대답할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래...
지금 우리는 사귀는 척 하는 중이지.
그런데 저 말 하나에 이상하게 기운이 빠진다...
왜지?
"뭐야.천혜민 너 언제는 공부 잘하는 애 싫다고 노래노래를 불렀으면서."
"그러게.그래서 우리는 니가 전교 1등이랑 사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뭐....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더이상 내가 말 하지 않자 재미없다는 듯이 친구들은 술을 마시며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렇게 술마시고 떠들어 댄지 몇시간이 흐르고....
내 몸에 들어간 천혜민은 술까지 약해졌는지 벌써 뻗어버렸다.
아...이걸 어쩌지?
"니 여자친구니까 집까지 바래다 주는게 좋지 않겠냐?"
하긴...
어쨌든 내 몸이니까 집까지는 데려다 줘야겠다.
남자 몸이니까 여자 업는건 식은 죽 먹기겠지?
내가 일어나서 천혜민을 업으려할때였다.
누군가가 내 옆에 서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되네요, 혜민오빠."
어?
얘는...어제 봤던 천혜민 약혼녀다...
어제는 되게 도도해 보이고 품위 있어 보였는데...
그런 애가 이런 나이트 까지 다니다니...정말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구나...
"그러게."
"설마 그 옆에 분이 혜민오빠 애인은 아니겠죠?"
"......."
"맞나요?그런거에요?"
"맞는데."
"훗....뭐, 게임은 해보지 않아도 제 승리겠군요."
얘는 정말 공주병이 확실하다.
"오빠가 저 여자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사귀는 건지 모르겠네요."
"....."
아니, 이여자가 정말!
"야,혜민아.누구냐?"
그때, 친구들이 날 향해서 물었고 난 약혼녀라고 대답했다.
"진짜?완전 봉잡았네.엄청 이쁘잖냐."
난 관심 없는데...
아니 그보다 난 여잔데 어떻게 여자랑 약혼을 하냐!
"설마 그 여자를 이틀 후에 집으로 초대할 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때 저도 그 자리에 함께하죠."
"뭐?"
"저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제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군요."
이거....큰일인데?
좋다고 해야 하나....싫다고 해야하나....
"좋았어!!다 덤벼!!!....흠냐....."
상황파악 못하고 잠꼬대 하는 저녀석...
어떻게 생겨먹은 깡인지 모르겠다.
"훗....이틀 뒤가 기대되는 군요.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아, 이젠 나도 몰라!
천혜민 이 자식이 알아서 다 하겠지 뭐.
"야!일어나!천......아니, 안세희!일어나!"
난 괜히 열받은 마음에 천혜민에게 화풀이를 했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잠만 퍼자고 있는 천혜민.
어쩔 수 없이 난 천혜민을 등에 업고 나이트를 나섰다.
여자인 내가 남자놈을 등에 업고 가는 그 기분이란...
물론 남들이 보기엔 남자가 여자 업고가는 상황일지 몰라도 나는 지금 무지 엿같은 기분이다 이거야!
나는 오랜만에 내 원래집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조금 긴장됐다.
그리고 집에 거의 도착해서 난 긴장된 마음을 누르며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네, 저.....세희랑 같은학교 친군데...."
-아, 잠깐만 기다려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엄마 목소리...
잘 지내고 있는거 맞지?
잠시후 문이 열리고 반가운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 우리 세희 어떻게 된거니?"
"조금.....술을 조금 마셔서 그렇지 괜찮을거에요."
눈앞에 엄마가 있는데...
엄마 품에 달려가 안기고 싶은데...
오랜만이라며...그동안, 지금도 힘들다며 엄마 품에 달려가 울고싶은데...
"데려다 줘서 고맙구나.뭐라도 먹고 가겠니?"
엄마....
건강해 보니 다행이야...
조금만 기다려요...꼭 원래 몸으로 돌아가서 엄마한테 효도할테니...
"아뇨.괜찮습니다.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볼게요.안녕히계세요."
코 앞에 엄마 딸 세희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알아보지 못하는게 당연할테니...
그만 단념하고 돌아가자...
지금 내가 이 곳에 있어서는 안되니까...
"언제든 놀러와.문 열어놓고 기다리마."
집을 나설때 엄마가 내게 한말...
처음 봤을텐데....
이 몸을 한 나를 처음 봤을텐데도 마치 날 알아보기라도 한 것 처럼 엄마는 기다린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지만 꾹 참고 웃는 얼굴로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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