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현재 구자철의 소속팀 알 가라파SC의 홈 구장이다)에서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운명의 한일전이 열렸다.
한국은 8강에서 이란과의 연장접전 끝에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준결승에 올라왔고, 일본은 홈팀 카타르를 3대2로 잡고 올라왔다.
체력적으로는 우리가 다소 불리한 상황.
이 경기는 아직까지 마지막 1군끼리의 한일전이라 여겨지기도 하는데
양 팀 모두 수비진에서 약간의 누수가 있기는 하지만
정말 레전드라 불릴 만한 선수들이 대부분 나왔다.
<양팀의 라인업>
<일본>
---------------------마에다
카가와---------------혼다--------------오카자키
------------엔도---------------하세베
나가토모----이와마사-----곤노------우치다
--------------------가와시마
원톱 마에다는 주빌로 이와타에서 2010시즌 17골을 넣은 공격수였다.
카가와, 혼다, 오카자키는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카가와는 나카타와 더불어 역대 일본 최고의 선수라 불릴 만한 선수다.
그 카가와보다 일본 대표팀에서 더 잘했던 게 혼다다.
오카자키는 2016년 레스터시티 돌풍의 주역.
엔도 야스히토는 A매치만 152경기를 뛴 레전드 오브 레전드.
공식전만 일본 역대 A매치 최다출장자이면서 공식전만 1000경기 이상 뛰었으며,
J리그에서도 최다출장자이다. 2008년 J리그 MVP, 2009년 AFC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다.
하세베는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도 아시아 역대급 반열에 오를 만한 선수였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센터백으로 변신, 1819시즌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베스트팀에 들면서 월클로 인정받기도 했다.
나가토모는 아시아 역대 최고의 풀백으로,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인테르에서도 오래 뛰었다.
특히 오버래핑과 그 스프린트 속도가 굉장한 선수로, 차두리보다 더 빨랐다.
우치다도 사카이와 더불어 일본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뽑힐 만한 선수고, 샬케04에서 오래 뛰었다.
곤노도 J리그 역대 베스트에 뽑힐 만한 레전드 수비수.
가와시마도 유럽에 진출하기까지 한 일본의 레전드 키퍼..
정말 화려한 멤버였다.
<대한민국>
지동원
박지성---------------구자철---------------이청용
이용래---------------기성용
이영표------조용형-------황재원--------차두리
정성룡
한국도 소위 양박쌍용 중에 당시 모나코에서 맹활약 중이었던 박주영이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이 좌절됐지만,
나머지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이 모두 출전했고,
그리고 이때 지구특공대라 불리며,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하드캐리했던 지동원, 구자철이 컨디션이 아주 좋았고,
조광래호의 황태자 이용래가 있었고,
양 풀백에는 이영표, 차두리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수비에는 곽태휘와 이정수가 나오지 못했으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조용형과 비록 이 대회에서 실수가 많긴 했지만 K리그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황재원이 나왔다.
정성룡은 이때는 정말 잘했다.
그리고 벤치에서는 19살의 손흥민이 대기 중이었다.
<전반>
전반 13분만에 박지성이 옐로카드를 받는 불운이 닥쳤다.
엘보우를 썼기 때문에 경고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 때부터 저 심판이 오늘 맹활약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기성용이 먼 포스트쪽으로 멋지게 감아찼으나 가와시마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위 장면들에서 엔도와 혼다 그리고 나가토모의 클라스를 볼 수 있다.
카가와나 하세베 등 다른 훌륭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일본의 핵심은 엔도, 혼다 그리고 나가토모였다.
이 세 선수가 활약하던 당시 일본 대표팀 경기를 몇 개만 보면 이 세 선수가 핵심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특히 엔도는 빌드업의 중심이 되는 선수였고, 엔도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공격이 많았다.
그리고 이 당시 정성룡은 정말 잘했다.
김용대도 당시에 K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는데 김용대를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을 먹을 만했다.
어이없는 실수가 종종 있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엄청난 선방을 많이 보여주었고, 피케이도 잘 막았던 편.
전반 36분 곤노가 괜히 쓸 데 없이 박지성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하며 페널티킥을 내준다.
정당한 어깨싸움이 아니라 공의 진행방향과 상관없이 갖다박은 것이기 때문에 페널티킥이 맞다.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원숭이 세레모니를 하는 기성용.
멘탈이 좋지 않던 시절이다.
박지성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졌는데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두번째 짤을 잘 보면 양 선수의 골반이 확실하게 부딪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확실한 반칙이고 페널티킥이 주어져야 했으나 노파울...
그리고 전반 36분 일본에게 동점골을 내주게 된다.
혼다가 오버래핑하는 나가토모에게 스루패스를 내주고 나가토모가 컷백,
마에다가 동점골을 성공시킨다.
엔도가 나중에 일본 방송에 나와서 들려준 바에 따르면,
일본은 당시 차두리가 수비에 능숙하지 않은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차두리쪽을 집중 공략하는 것을 준비해서 나왔다고 한다.
차두리는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그렇고, 이번 골 장면에서도 그렇듯이
뒤로 돌아가는 상대 선수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황재원도 너무 높이 올라와버리니 오른쪽 뒷공간이 시베리아벌판 같이 넓었다. 그 뒷공간을 나가토모가 잘 팠다.
차두리가 수비적으로는 나가토모에게 이날 많이 털렸으나
본인도 공격적으로는 많은 오버래핑과 좋은 크로스들을 보여주었다.
이날 한국에서 특히 아주 잘했던 세 선수를 꼽으라면 정성룡, 기성용과 차두리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혼다가 명실상부한 에이스.
플레이 하나하나가 양 팀 통틀어 제일 돋보일 정도로 잘했다.
아시안컵 MVP까지 결국 수상했다.
전반은 일본이 유효슈팅을 더 많이 날리긴 했지만 정성룡의 대활약이 있었고,
점유율 51대49의 거의 반반 싸움을 했다.
어느 팀이 딱히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고 받는 양상이었고,
정말 재밌었다.
<후반>
나가토모는 100미터가 10초대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정말 빠른 선수였다.
이렇게 툭 드리블을 친 다음에 올리는 왼발 크로스는 정말 막기가 힘들었다.
지동원의 왼쪽 측면돌파에 이은 구자철의 절묘한 돌파와 아쉬운 마무리.
지동원이 이때 겨우 스무살에 불과했는데 진짜 너무너무 잘했다.
구자철도 이때 겨우 스물두살에 불과했다.
이 두 선수는 2012 런던 올림픽까지 이 활약을 이어나갔고,
결국 3,4위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홍정호는 후반부터 조용형, 황재원 앞에서 포어리베로로서 뛰게 된다.
혼다가 날뛰고 있었기 때문에 혼다를 막고, 후방에서 모자란 패스를 보완하는 역할이었다.
홍정호는 이 경기에서 무난한 활약을 했지만, 혼다는 홍정호 투입 이후에도 맹활약했다.
이 장면도 보면 일본의 11번 마에다가 팔로 조용형의 목부분을 가격하여 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페널티킥이 주어져도 할 말이 없는 장면.
그러나 사우디 주심은 불어야 할 건 안 불고, 안 불어도 될만한 건 불었다.
이청용이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슛을 날리는데 엔도에게 엄청난 백태클을 당했다.
옐로카드가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노카드였다.
이와마사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도 무리하게 달려들어 사고를 냈다.
비매너 플레이를 보고 차두리가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이날 차두리는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고 심판에게도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는 등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했다.
일본은 한국이 맨날 태권축구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이날 경기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파울을 더 많이 했고,
위의 엔도의 태클이나 이 카가와의 플레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거친 플레이는 일본이 더 많이 했다.
손차박 중 손과 박이 함께 뛰게 되었다.
이날 경기가 박지성의 마지막 은퇴경기였고, 손흥민은 이때 19살로, 2011 아시안컵이 그가 출전한 첫 메이저대회였다.
들어가자마자 기성용이 조금 길게 내준 볼을 손흥민이 나가토모와 경합 상황에서 뺏어냈고,
결국 나가토모의 옐로카드까지 얻어냈다.
손흥민이 수비진영에서 볼을 탈취해 스프린트하는 모습.
그런데 그걸 막는 나가토모의 스프린트도 ㄷㄷ
구자철이 조금만 잘 내줬어도 둘의 2차 볼경합이 볼만했을 거 같다.
<연장전>
짤에서 분명히 볼 수 있지만 오카자키는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파울을 당했다.
파울을 한 황재원은 페널티박스 안에 있었지만
페널티킥 규정상 파울을 당한 오카자키의 위치가 중요한데 차징이 일어난 위치는 분명히 바깥쪽.
사우디 주심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든다.
물론 주심의 만행은 이게 끝이 아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혼다가 페널티킥을 차기 전에 벌써 일본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면 호소가이의 골을 취소시키고 다시 혼다가 페널티킥을 차게 지시했어야 맞으나
당연히 그런 건 없었다;;;
이 골로 앞서나가는 일본.
스코어 2대1.
한국은 바로 김신욱을 투입한다.
연장후반에 이렇게 코너에서만 2분을 소비했다.
혼다와 나가토모의 볼키핑 능력이 정말 놀라웠다.
뭔가 분위기가 이대로 끝나나 싶었으나...
명장면이 나온다.
시간은 연장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이거 못살리면 그대로 경기 끝나는 상황.
극장골!!!
이렇게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고 승부차기로 돌입하게 되는데....
가와시마 골키퍼의 엄청난 선방쇼에 우리는 키커 세 명이 모두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일본도 나가토모가 실축을 했으나,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골을 넣었고,
결국 일본이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심판의 오심만 없었어도 우리가 이겨서 올라가는 경기였는데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일본의 공격력도 정말 무서웠다.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같이 은퇴를 하게 된다.
이후 한일전에서 3대0 완패의 수모를 겪으며 삿포로 참사를 당했다.
그리고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올림픽대표팀이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을 2대0으로 물리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후에도 동아시안컵에서 여러번 만났으나 일본은 질 때마다 1군이 아니었다며 자위를 하곤 했다.
드디어 내일 한일전이 열리는데 일본은 1군이라 봐도 무방한 라인업이고,
우리는 1군 멤버 대부분이 빠진 라인업.
이미 김은 좀 빠졌으나 일본 최정예와 우리가 붙었을 때 경기력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궁금하다.
풀영상 : https://youtu.be/Qr0RjcrmhoY
첫댓글 아 진짜 내일 꼭 이기고
최종예선때도 같은조되서 홈앤어웨이 다 이겨주길
인천 팬이라서 유병수 기대했었는데 이 대회 이후 걍 모든게 꼬여 버림
저 극장골때가 내가 축구 경기 본것중에 가장 좋아했고 감동적이었는데 승부차기가서 허무하게 질 줄은...
저 경기전에 일본기자가 차두리쪽 나가토모가 공략할수 있다고 해서 개소리인줄 알았는데
이때 박지성 차출한다고 난리였죠
맨유에서 꽤 잘했어서
이때 아시안컵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국내파만으로 나가도 되는 그런 대회였죠
그랬나요?? 제 기억으로는 2010년 월드컵 활약으로 정예멤버로 몇십년만에 아시안컵 우승 적기라고 언론에서 엄청 떠들석했던거로 기억하고 한일전도 엄청난 이슈였었는데
@문바문바 그때 기사 찾아보면 있습니다
https://www.ytn.co.kr/_ln/1411_201012180842772197
https://sepaktakraw.life/entry/%EB%B0%95%EC%A7%80%EC%84%B1-%EC%95%84%EC%8B%9C%EC%95%88%EC%BB%B5-%EA%B5%AD%EA%B0%80%EB%8C%80%ED%91%9C-%EC%B0%A8%EC%B6%9C-%EB%B0%98%EB%8C%80-%EC%9D%B4%EC%9C%A0
https://www.goal.com/kr/news/1791/commentary/2010/10/04/2149582/goalcom-%EB%B0%95%EC%A7%80%EC%84%B1-%EC%B0%A8%EC%B6%9C-%EB%85%BC%EC%9F%81-%EC%95%84%EB%8B%8C-%EC%9D%91%EC%9B%90%EC%9D%84
@문바문바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317971
이건 김성회 기자 칼럼을 오유에 퍼온 글
네이버 댓글도 차출반대 심했음
아시안컵 인식 개선된지 얼마 안됐음
주심이 너무했네
아시안컵이든 아챔이든 심판수준 올려야함ㅠ
심판놈이 아니었으면 2011 아시안컵 우승은 우리가 될 수 있었던
이거 우리는 8강에서 이란한테 너무 힘빼고 3일만에 경기한 거라 체력에서 많이 불리했습니다..ㅎㅎ
일본은 반면 5일인가 쉬었죠.. 토너먼트에서 휴식일이 2일이나 차이나면 진짜 엄청 핸디캡 안고 한 경기..
잘 봤습니다
심판이 생각보다 더 심각했었네 페널티 준것만 오심이라고 기억했는데
와 아직도 생생한데
손흥민, 김신욱 앳된ㄱㅓ랑..
만으로 10년전 일이네
이거는 잊을 수가 없네 스마트폰 말고 일반 피쳐폰 그 조그만 스크린으로 밤에 보면서 소리쳤던 기억이 ㅋㅋㅋ
지동원 나름 잘해줬지만
원톱이 박주영이었다면 개인적으론 우승 가능 했을거라고 봄.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고 폼도 상당히 좋던 시절이었는데 세레머니 하다가 부상으로 빠진게 너무 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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