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활동량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겨울에 추위를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했던 사람도 봄이 되면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다. 신체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이에 따라 비타민 소모량이 겨울보다 3~10배나 증가한다.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어든다. 그 때문인지 온 몸이 나른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밀려온다. 겨우내 긴장했던 근육은 이완된다.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 이것이 보통 2월 하순에서 4월까지 계속되는 춘곤증이다. 식욕이 줄고 피로를 쉬 느끼며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봄에 나타나는 우리 몸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봄에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을 보충하는데는 봄나물만한 것이 없다. 겨울의 냉기를 뚫고 나와 봄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는 봄나물엔 피로 회복ㆍ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입맛을 되살려주고 정서적인 안정을 도와 ‘정신 건강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비타민 B1도 많다. 봄나물은 또 춘곤증 등 피로회복을 돕는다. 비타민 B1과 C의 결핍이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봄나물은 두 비타민 보충에 그만이다.
입맛을 되살리는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약한 쓴 맛을 지닌 어린 싹 이 식욕 증진제다. 상큼 씁쓰레한 맛이 개위(開胃, 입에 침이 돌게 한다)ㆍ조습(燥濕, 몸의 기운을 북돋아준다)ㆍ사화(瀉火, 허와 열을 내려준다)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나오는 ‘봄나물 삼총사’는 동요에 함께 등장하는 달래ㆍ냉이ㆍ씀바귀다.
이중 달래는 마늘의 ‘사촌’이다. 한방에선 ‘들마늘’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도 wild garlic(야생 마늘)이다. 달래엔 마늘의 매운 맛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 맛이 맵다. 마늘처럼 항암 채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로 회복을 돕는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식욕을 되살리는데도 그만이다. 뼈와 치아 건강을 좌우하며 우리 국민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인 칼슘이 봄나물중 가장 많다. 달래의 칼슘 함량은 100g당 169㎎으로 시금치(41㎎)의 4배에 달한다(냉이 116㎎, 쑥 93㎎). 신경을 안정시키고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약성도 지녔다. 정력에도 이롭다.
향이 독특한 냉이는 채소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냉이 100g당 단백질 함량은 7.3g으로 배추 의 거의 6배다. 고단백질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두부 에 견줄 정도다. 봄나물 중 비타민B1(피로 회복, 부족하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걸핏하면 화를 낸다)과 C(노화 방지ㆍ피로 회복ㆍ감기 예방)가 가장 풍부하다는 것도 영양상 장점이다. 춘곤증이 심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쌉싸래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으며 된장찌개와 잘 어울린다. 멀찌감치 달아난 식욕과 활력을 되찾아주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춘곤증은 물론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이 피로하고 마를 때 먹으면 효과적이다.
씀바귀는 맛이 쓴 채소다. 쓴나물ㆍ고채(苦菜)라고도 불렸다. 쓴 맛은 미각을 자극하고 입안에 침이 돌게 한다. “씀바귀를 잘 먹는 어린이에겐 식욕 부진이 없다”는 말도 있다. 한방에선 춘곤증이 심하거나 젖몸살ㆍ잔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씀바귀는 언뜻 보기엔 냉이나 고들빼기와 닮았다. 주로 뿌리를 먹는 씀바귀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직장인ㆍ수험생에게 권할 만하다. 잠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어서다. 봄나물중 비타민 A(피부가 윤기 나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 함량이 가장 높은(100g당 1,018㎍) 채소다.
봄에 맛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봄나물 트리오’는 더덕ㆍ두릅ㆍ쑥이다.
이중 더덕은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지만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어도 좋다.
4, 5월께 나오는 두릅은 대개 잎(새순)을 먹는다.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 손가락만할 때는 연해서 먹기 좋지만 이보다 더 커지면 질겨진다. 두릅의 약성은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것이다. 삶의 활력이 떨어졌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무직 종사자ㆍ학생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또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 만성 신장병 환자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한방에선 두릅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총목피를 당뇨병ㆍ신장 질환 등의 약재로 쓴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의 예방ㆍ치료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양적으론 고단백질 식품이다. 보통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튀김이나 물김치를 담가 먹어도 별미다.
쑥은 봄나물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쑥은 과거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 몸이 데워지면 혈액 순환도 잘 된다. 한방에서 쑥은 혈액 순환 개선제다. 평소 몸이 차가운 수족냉증ㆍ생리통ㆍ배앓이 환자에게 쑥과 함께 쑥뜸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영양적으론 고칼슘ㆍ고식이섬유 식품이다. 특히 식이섬유 함량은 100g당 3.7㎎으로 배추(0.7㎎)ㆍ시금치(0.7㎎)ㆍ상추(0.5㎎)보다 월등하다.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웰빙 성분이다. 쑥은 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인지 이 나물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은 쑥 튀김 정도다. 보통은 국이나 떡에 넣어 먹는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독성있는 나물도 있어요! 독성분 함유된 봄나물 많아 주의 요망 장기간보관시 데친후 말려서 냉동보관 봄나물 가운데는 독성이 있는 것도 꽤 있다. 섭취ㆍ조리할 때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냉이ㆍ달래ㆍ씀바귀ㆍ더덕ㆍ돌나물ㆍ취나물ㆍ참나물 등은 생채로 먹어도 괜찮다. 독성 성분이 함유돼 있지 않아서다.
반면 두릅ㆍ고사리ㆍ원추리ㆍ다래순 등은 데쳐서 먹는(숙채) 것이 안전하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성분이 미량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독소는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에서 파괴된다.
특히 원추리를 충분히 데치거나 익히지 않고 먹으면 콜히친이란 독성 성분에 의해 설사ㆍ구토ㆍ복통ㆍ근육경련ㆍ저혈압ㆍ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다 섭취시 3일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 원추리는 자랄수록 독성이 강하므로 어린 순만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봄에 등산로 주변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을 함부로 캐어 먹는 것은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독미나리ㆍ박새풀ㆍ여로ㆍ자리공ㆍ개구릿대 등 식용이 불가능한 독초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새풀은 시금치, 여로는 산마늘, 자리공(장록나무) 뿌리는 더덕ㆍ우엉 뿌리, 개구릿대는 참당귀, 삿갓나물은 우산나물과 비슷하게 생겨 곧잘 오인한다.
박새풀ㆍ여로에는 구토ㆍ실신ㆍ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개구릿대는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가 마비되고 2시간 이내 사망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독초는 생김새나 빛깔이 불쾌감을 준다. 식물에 상처를 내면 불쾌한 냄새와 짙은 빛깔의 즙액이 나온다. 독초를 봄나물로 알고 섭취했을 때는 손가락을 목에 넣어 먹은 내용물을 다 토하고 뜨거운 물을 마신 후에 의사를 찾는 것이 최선책이다. 봄나물을 즉시 먹지 않을 때는 뿌리 등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마르지 않도록 신문지로 싼 후 비닐이나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러면 고유의 향기와 영양이 고스란히 보전된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끓는 물에 데친 뒤 햇볕에 바짝 말려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데친 봄나물을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짠 뒤 한 번에 먹을 양 만큼씩 나눠 냉동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