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字傳盈尺(신자전영척) : 전해온 서신은 한 자 높이나 쌓였는데
音容隔幾塵(음용격기진) : 그대의 목소리 얼굴은 몇 진이나 떨어져 있소
十年飜覆後(십년번복후) : 십 년 동안 바뀐 뒤에도
君獨有情人(군독유정인) : 오직 그대만이 다정한 친구라오
장부밀양헐마인교신원(將赴密陽歇馬茵橋新院)
밀양 가는 중에 인교신원에서 말을 쉬며-이첨(李詹)
行旅知多少(행려지다소) : 여행하는 사람 얼마나 되나
閑人似我稀(한인사아희) : 나처럼 한가한 사람도 드물도다
愛山隨處駐(애산수처주) : 산 사랑하여 머무는 곳마다 말을 멈추고
得句獨吟歸(득구독음귀) : 시구를 지어 혼자 읊으며 돌아가노라
僧院秋方至(승원추방지) : 산 절간에는 막 가을이 오고
官塗露未晞(관도로미희) : 관로에는 이슬이 마르지 않았구나
會當容此膝(회당용차슬) : 결국 이 한 몸 부칠 곳
江上有魚磯(강상유어기) : 강 위에 물고기 잡는 낚시터가 있도다
회귀(懷歸) 돌아가고 싶어라-이첨(李詹)
再拜子規鳥(재배자규조) : 자규새에게 두 번 절하노니
思君淚滿衣(사군루만의) : 임금 그리워 눈물이 옷을 적신다
人窮人不愛(인궁인불애) : 사람이 궁하니 사람들이 사랑해 주지 않고
事往事多違(사왕사다위) : 일은 지나쳤는데 어긋난 것이 많네
片月吹羌笛(편월취강적) : 조각달 아래 강적을 불고
枯桐送落暉(고동송락휘) : 거문고 타며 저녁 햇빛을 보내네
松山遙在望(송산요재망) : 송산이 멀리 눈 앞에 있는 듯
安得一廻歸(안득일회귀) : 어찌해야 한 번 돌아갈 수있으리오
주행지목양동양역(舟行至沐陽潼陽驛)
배로 가다가 목양 동양역에 이르다-이첨(李詹)
一粟滄波上(일속창파상) : 푸른 물결위 한 알의 좁쌀처럼
飄然任此身(표연임차신) : 표연히 이 한 몸을 맡겼도다
楚山遙送客(초산요송객) : 초 나라 산은 멀리 나그네 보내고
淮月近隨人(회월근수인) : 회수의 달은 가까이 사람 따라오는구나
衰鬢渾成雪(쇠빈혼성설) : 노쇠한 살쩍은 온통 눈처럼 흰데
征衣易染塵(정의역염진) : 나그네 옷은 티끌에 물들기 쉽도다
那堪行役久(나감행역구) : 오랜 여행을 어이 견디어낼까
汀草暗知春(정초암지춘) : 물가에 풀에서 은근히 봄날을 느낀다
등주(登州) 등주-이첨(李詹)
久客饒情緒(구객요정서) : 오랜 나그네 처지라 회포 많아
春來更惘然(춘래경망연) : 봄이 오니 더욱 망연해지는구나
焚香靈應廟(분향령응묘) : 영응묘당에 향을 태우고
乞火孝廉船(걸화효렴선) : 효렴 장빙의 배에서 불을 빌린다
雁度三千里(안도삼천리) : 기러기는 삼천리 먼 길 떠나고
鵬鶱九萬天(붕건구만천) : 붕새는 구만 리 하늘에 날아가는구나
幾時還故國(기시환고국) : 어느 때나 고장에 돌아가
爛熳醉花前(란만취화전) : 흠뻑 꽃앞에서 취해 보리오
문자귀(聞秭歸) 자귀 울음소리를 듣자-이첨(李詹)
瘴海山前雲月凝(장해산전운월응) : 장해산 앞에 구름과 달이 어리어
秭歸哀怨聽來增(자귀애원청래증) : 자귀의 슬픈 원망 들을수록 더하구나
夜深休向西川哭(야심휴향서천곡) : 밤이 깊으면 서천을 향해 울지 말아라
再拜今無杜少陵(재배금무두소릉) : 이제는 두 번 절하는 두소릉이 없느니라
정축중구뢰동홍견(丁丑重九雷動虹見)
정축년 중양절에 천둥치고 무지개 보다-이첨(李詹)
重陽佳節苦無懽(중양가절고무환) : 중양절 아름다운 절기에도 괴로워 즐거움 없어
閑傍黃花過小灣(한방황화과소만) : 한가로이 국화꽃 곁에 두고 작은 물굽이 지난다
雷有殘聲虹未斷(뢰유잔성홍미단) : 천둥 소리 남아있고 무지개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滿江風雨送秋寒(만강풍우송추한) : 강에 가득한 비바람은 가을 추위 보내 주는구나
증팽성감무리군(贈彭城監務李君) 팽성 감무 이군에게 주다-이첨(李詹)
三月彭城布ꜘ啼(삼월팽성포곡제) : 3월의 팽성에 뻐꾸기 우니
千畦麥浪與雲齊(천휴맥랑여운제) : 천 이랑의 보리밭 물결 구름과 가지런하구나
使君日用非他事(사군일용비타사) : 사군이 날마다 하는 일이 다른 일이 아니고
點檢春畊東復西(점검춘경동부서) : 봄밭갈이 감독함에 동에 갔다 서에 갔다하노라
표모묘(漂母墓) 빨래하는 여인의 무덤-이첨(李詹)
老眼元非識健兒(로안원비식건아) : 늙은 부인의 눈이 건아를 못알아본 것
千金當日豈爲期(천금당일기위기) : 당일에 후일의 천금을 어찌 기약했으오
墳前春草年年綠(분전춘초년년록) : 무덤 앞의 봄풀이 해마다 푸른 것은
料得王孫解報施(료득왕손해보시) : 아마 왕손이 은혜 갚은 것을 알고있는가
용심(慵甚) 게으름이 심하도다-이첨(李詹)
平生志願已蹉跎(평생지원이차타) : 평생에 뜻하고 워하던 것 이미 다 어긋나고
爭奈慵疏十倍多(쟁내용소십배다) : 게으르고 성기기 열 배나 더하니 어찌하리오
午寢覺來花影轉(오침교래화영전) : 낮잠을 깨고 나니 꽃 그림자 옮겼가고
暫携稚子看新荷(잠휴치자간신하) : 잠깐 어린아이 손을 잡고 새로 핀 연꽃을 보노라
진양란후알성진(晉陽亂後謁聖眞)
진양이 난리 후에 공자님 초상을 알현하다-이첨(李詹)
廨宇丹靑一炬亡(해우단청일거망) : 관청집의 단청은 한 횃불에 탔는데
頑童尙解護文坊(완동상해호문방) : 무지한 자들이 오히려 문묘를 보호할 줄 알았다
十年海嶠風塵裏(십년해교풍진리) : 10년의 해변 풍진 속에서
獨整夜冠謁素王(독정야관알소왕) : 혼자 의관을 바루고 소왕을 뵙노라
야과함벽루문탄금성유작(夜過涵碧樓聞彈琴聲有作)
밤에 함벽루를 지나며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짓다-이첨(李詹)
神仙腰佩玉摐摐(신선요패옥창창) : 신선 허리의 패옥 소리 뎅그렁거리는데
來上高樓掛碧窓(래상고루괘벽창) : 높은 누각에 올라 푸른 창문에 걸어둔다
入夜更彈流水曲(입야경탄류수곡) : 밤이 되자 다시 유수곡을 타니
一輪明月下秋江(일륜명월하추강) : 수레바퀴같은 밝은 달빛 가을강에 내린다
도울질포(渡亐叱浦) 우질포를 건너며-이첨(李詹)
篷窓一夜耿疏燈(봉창일야경소등) : 봉창 의하룻밤, 가물거리는 등불 앞
行計還如物外僧(행계환여물외승) : 행색은 도리어 세상 밖의 중과 같도다
舴艋爲家何所適(책맹위가하소적) : 배를 집으로 삼으니 어디로 가야 할까
春江風浪碧層層(춘강풍랑벽층층) : 봄 강에 바람이는 물결 층층이 푸르구나
과파사부(過婆娑府) 파사부를 지나며-이첨(李詹)
一帶長江限我疆(일대장강한아강) : 우리 영토의 경계된 한 줄기 긴 강
昔時煙火兩相望(석시연화양상망) : 밥짓는 연기도 서로 보였던 그 옛날
草埋城畔千畝麥(초매성반천무맥) : 지금은 풀에 묻힌 성 두둑에는 보리밭 천 이랑
霜落溪南萬樹桑(상락계남만수상) : 그리고 서리 떨어진 남쪽 개울에는 뽕나무 만 그루
안주노상망향산(安州路上望香山) 안주 길에서 묘향산을 바라보며-이첨(李詹)
雪壓香山白陸離(설압향산백육리) : 눈에 눌린 묘향산은 흰빛이 눈부시고
波搖日影渡江時(파요일영도강시) : 흔들리는 해 그늘, 강을 건너고 있듯하다
怱怱馬上吟哦去(총총마상음아거) : 총총히 말에 올라 읊조리며 소리내어 가니
卽到嘉平就小詩(즉도가평취소시) : 가평에 오는 동안에 작은 시 한 수 지었도다.
과고우(過高郵) 고우를 지나며-이첨(李詹)
澤國春光政杳茫(택국춘광정묘망) : 물나라 봄빛은 정말 아득하나니
人家都在水中央(인가도재수중앙) : 사람 사는 집들이 물 속 가운데 있구나
孤郵城下孤帆過(고우성하고범과) : 외로운 고우성 아래로 외로운 배 지나간다
汀草靑靑柳半黃(정초청청유반황) : 물가의 풀은 푸르고 버드나무는 반이나 누렇다
십칠일지해주(十七日至海州) 열이레날 해주에 이르러-이첨(李詹)
雉堞岧嶢四面平(치첩초요사면평) : 성가퀴 높고 사면은 평평한데
南臨一水入雲長(남림일수입운장) : 남으로 임한 물, 구름에 잠겨 길게 흐른다
高麗亭館今何在(고려정관금하재) : 고려시대 정관은 지금 어디 있는가
依舊沙頭夕照明(의구사두석조명) : 예와 같은 백사장에 저녁빛만 밝아라
자적(自適) 마음가는 대로-이첨(李詹)
舍後桑枝嫩(사후상지눈) : 집 위의 뽕나무 가지 새잎 나고
畦西薤葉抽(휴서해엽추) : 서쪽 밭에서는 부추잎을 뽑는다
池塘春水滿(지당춘수만) : 연뭇에는 봄물이 가득하고
稚子解撑舟(치자해탱주) : 어린 아이놈 매어놓은 배를 푼다
춘유(春遊) 봄날을 다니며-이첨(李詹)
梅花暖日柳輕風(매화난일유경풍) : 매화에는 따뜻한 햇빛, 버들에는 산들바람
春意潛藏浩蕩中(춘의잠장호탕중) : 봄 기분이 호탕한 마음 속에 숨어 있도다
欲識東君眞面目(욕식동군진면목) : 봄날의 참모습 알려거든
遍尋山北又溪東(편심산북우계동) : 북산이나 개울 동편을 두루 찾아보게나
자적(自適) 스스로 만족하다-이첨(李簷)
舍後桑枝嫩(사후상지눈) : 집 뒤 뽕나무 밭에 새잎 나고
畦西瀣葉抽(휴서해엽추) : 밭 서쪽에서 부추 잎을 뜯는다
陂塘春秋滿(피당춘추만) : 비탈진 언덕 못에 봄가을 가득하니
稚子解撑舟(치자해탱주) : 아이놈이 배 저어 갈 줄 아노라
菌橋(균교) 균교-李詹(이첨)
行旅知多少(행려지다소) : 나그네가 많음 알고 있으나
閑人似我稀(한인사아희) : 나같이 한가한 사람은 많지 않구나
愛山隨處駐(애산수처주) : 산을 좋아하여 곳에 따라 머물며
得句獨吟歸(득구독음귀) : 시를 지어 혼자 읊으며 돌아오네
僧院秋方主(승원추방주) : 절에는 가을이 한창이고
官塗露未晞(관도로미희) : 관도는 드러나 아직 마르지 않았네
會當容此膝(회당용차슬) : 마침 이곳이 마음에 맞으니
江上有漁磯(강상유어기) : 강 위에 낚시터가 있어서라네